[실전 면접 ①] 인핸서 결실 실험 — 표 하나로 조절 부위의 역할을 판정하라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앞 글에서 서울대 일반전형과 KAIST 일반전형의 면접을 "제시문 기반 교과 지식형"으로 묶었습니다. 처음 보는 실험 자료를 주고, 생명과학Ⅱ까지의 개념으로 해석하게 하는 면접입니다. 이 글부터는 실제 문항을 하나씩 놓고, 준비 시간에 무엇을 하고 면접관 앞에서 어떤 순서로 말해야 하는지 풀어 보겠습니다.
첫 문항은 진핵생물의 전사 조절입니다. 생명과학Ⅱ에서 개념은 다 배웠는데, 막상 실험 표가 나오면 손이 멈추는 단원이에요. 최근 서울대(2025)와 KAIST(2023) 면접에서도 유전자 발현 조절과 전사·번역을 다뤘습니다.
실전 기준: 준비 15~20분, 답변 약 10분에 과학 2문항(문항당 4~5분). 서울대처럼 준비 시간이 45분 내외인 면접이라면 같은 문항을 더 깊게 다듬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문항
(가) 간에서만 많이 발현되는 유전자 G의 앞쪽에는 프로모터 P와 조절 부위 R1, R2, R3이 있다. 이 부위들을 빛을 내는 효소(발광 효소)의 유전자 앞에 연결한 DNA를 만들고, 일부 부위를 없앤 DNA도 만들었다. 각 DNA를 간세포와 근육 세포에 넣고 발광량을 측정하였다(표 1, 상댓값).
| 넣은 DNA | 간세포 | 근육 세포 |
|---|---|---|
| R1-R2-R3-P (전체) | 100 | 5 |
| R1 없음 | 100 | 5 |
| R2 없음 | 10 | 5 |
| R3 없음 | 300 | 5 |
| P 없음 | 0 | 0 |
(나) 간세포에만 있는 전사 인자 X의 유전자를 근육 세포에 넣어 X가 만들어지게 한 뒤 같은 실험을 하였더니, 전체 DNA를 넣은 근육 세포의 발광량이 80이 되었다.
- 1-1. 이 실험에서 유전자 G 대신 발광 효소 유전자를 연결해 쓴 까닭을 쓰고, 표 1을 근거로 P, R1, R2, R3이 간세포에서 유전자 G의 전사에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판단하시오.
- 1-2. 근육 세포에서는 어떤 DNA를 넣어도 발광량이 낮은 까닭을 추론하고, (나)의 결과가 이 추론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설명하시오. 또, X를 만드는 근육 세포에 'R2 없음' DNA를 넣으면 발광량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시오.
- 1-3. 어떤 사람은 유전자 G의 단백질 암호화 부위 염기 서열이 정상인데도 간에서 단백질 G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능한 원인을 표 1과 관련지어 두 가지 이상 제시하고, 각각을 확인하는 방법을 쓰시오.
준비 시간, 이렇게 쓰자
이 문항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건 표입니다. 그런데 표를 읽는 방법은 하나뿐이에요. "전체(100)를 기준으로, 하나를 뺐을 때 얼마나 변했나."
- 기준선부터 정한다 — 간세포 전체 100, 근육 세포 전체 5. 모든 비교는 이 두 숫자에서 출발합니다.
- 변화 방향을 화살표로 적는다 — R1 변화 없음(→), R2 크게 감소(↓), R3 증가(↑), P 0(×). 여백에 이렇게만 써 두면 답변 순서가 정해집니다.
- 근육 세포 열은 따로 본다 — 무엇을 빼도 5로 그대로라는 사실 자체가 1-2의 출발점입니다.
- 소문항마다 결론 한 줄을 먼저 메모한다 — 면접관 앞에서는 결론부터 말하고 근거를 붙이는 순서가 가장 안전합니다.
1-1 — 리포터를 쓰는 까닭과 네 부위의 역할
리포터를 쓰는 까닭부터 말합니다. 발광 효소는 활성을 빛으로 바로 잴 수 있습니다. 조절 부위가 전사를 얼마나 일으키는지 숫자로 비교하려고 측정하기 쉬운 유전자를 대신 연결한 것입니다.
그다음 네 부위를 표의 숫자로 판정합니다.
- P — 없애면 두 세포 모두 0. 전사에 반드시 필요한 부위, 즉 RNA 중합 효소가 결합하는 프로모터입니다.
- R1 — 없애도 100 그대로. 간세포의 전사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 R2 — 없애면 100 → 10. 전사를 촉진하는 부위(인핸서)입니다. 활성화 전사 인자가 여기에 결합한다고 볼 수 있어요.
- R3 — 없애면 100 → 300. 전사를 억제하는 부위입니다. 간세포에는 R3에 결합해 전사를 낮추는 억제 단백질이 있다는 뜻입니다.
흔한 실수는 R3를 없앴더니 발현이 늘어난 결과를 "실험 오류"로 넘기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 문항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예요. 억제 부위가 있다는 뜻이니까요.
꼬리 질문 — "억제 단백질이 있다면, 발현을 최대가 아니라 적당한 수준으로 맞추는 게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 필요 이상으로 단백질을 만들면 물질과 에너지가 낭비되고, 단백질이 과다하면 대사 균형이 깨질 수 있습니다. 촉진과 억제가 함께 작용하면 상황에 따라 발현량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1-2 — 조절 부위는 같다, 다른 건 전사 인자다
이 소문항의 핵심 문장은 하나입니다. 넣은 DNA는 두 세포에서 같다. 조절 부위는 간세포에도 근육 세포에도 똑같이 들어갔습니다. 차이는 그 부위에 결합할 전사 인자가 세포 안에 있느냐입니다.
근육 세포에는 R2에 결합해 전사를 촉진하는 전사 인자가 없어서, 프로모터만으로 낮은 수준(5)의 전사만 일어난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나)에서 간세포의 전사 인자 X를 근육 세포에 넣자 5가 80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근육 세포의 발현이 낮았던 원인이 X의 부재였다는 것, 그리고 X가 간세포 특이적 발현을 일으키는 활성화 전사 인자라는 것을 뒷받침합니다.
마지막 예측은 X가 R2에 작용한다고 보면 바로 나옵니다. R2가 없는 DNA에는 X가 있어도 결합할 곳이 없으니 발광량이 다시 낮아질 것(약 5)입니다. 이 예측이 맞으면 X와 R2의 관계가 확인됩니다.
흔한 실수는 "근육 세포에는 R2가 없어서 발현이 낮다"고 답하는 것입니다. 조절 부위는 모든 세포에 똑같이 있습니다. 없는 건 전사 인자예요.
꼬리 질문 — "(나)에서 80이 간세포의 100에 못 미친 까닭은 무엇일까요?"
→ 근육 세포에 넣은 X의 양이 간세포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간세포에는 X와 함께 작용하는 보조 전사 인자가 있는데 근육 세포에는 부족할 수도 있고, 근육 세포에 다른 억제 요인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답이 하나가 아닌 질문이라, 가능성을 두세 개 차례로 드는 것이 좋은 답입니다.
1-3 — 단백질 서열이 정상인데 왜 안 만들어질까
단백질 암호화 부위가 정상이라면 문제는 "언제, 얼마나 전사되느냐" 쪽에 있습니다. 표 1과 연결하면 원인 후보가 바로 나옵니다.
| 가능한 원인 | 결과 | 확인 방법 |
|---|---|---|
| ① R2(인핸서) 돌연변이 | X가 결합하지 못해 전사가 약 1/10로 감소 | R2 서열을 정상인과 비교하고, 돌연변이 R2를 연결한 리포터를 간세포에 넣어 발광량 확인 |
| ② 프로모터 P 돌연변이 | RNA 중합 효소가 결합하지 못해 전사가 거의 없음 | P 서열 분석과 리포터 실험 |
| ③ 전사 인자 X 유전자 돌연변이 | G의 조절 부위는 정상이지만 X가 기능을 잃음 | X 유전자 서열 분석, 또는 이 사람의 간세포에 정상 리포터를 넣어 발광량 확인 |
| ④ R3 쪽 억제가 과도해짐 | 억제 단백질이 지나치게 결합 | 억제 단백질과 R3 서열 확인 |
두 가지만 요구했지만, ①과 ③처럼 "DNA 쪽 문제"와 "세포 쪽 문제"를 하나씩 고르면 답이 훨씬 입체적으로 들립니다.
꼬리 질문 — "①과 ③을 구별하려면 어떤 실험이 가장 결정적인가요?"
→ 이 사람의 간세포에 정상 R2를 가진 리포터 DNA를 넣습니다. 발광이 정상이면 세포의 X는 정상이고 원인은 이 사람 G의 R2(①)에 있습니다. 발광이 낮으면 세포 쪽 X에 문제가 있는 것(③)입니다.
이 문항에서 가져갈 것
- 결실 실험은 "뺐더니 어떻게 됐나"로 읽는다. 감소면 촉진, 증가면 억제, 0이면 필수입니다.
- 조직 특이성은 DNA가 아니라 전사 인자에서 나온다. 모든 세포는 같은 유전체를 가집니다.
- 꼬리 질문은 "다음 실험"을 묻는다. 원인을 말했으면 그걸 확인할 실험까지 한 문장으로 붙이는 습관을 들이세요.
다음 글에서는 평균이 아니라 분포 모양으로 가설을 판별하는 문항(변동 검사)을 다룹니다. 문항에 대한 질문은 Q&A에 남겨 주세요.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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