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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유전학 시뮬레이션 설명서
교과서에서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은 공식 하나(p² + 2pq + q² = 1)로 끝나고, 유전적 부동은 "작은 집단에서 우연히 빈도가 바뀌는 것"이라는 한 문장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이 둘은 사실 같은 이야기의 앞뒤입니다 — 평형은 아무 일도 없을 때의 기준선이고, 부동은 그 기준선이 왜 현실에서 깨지는지를 말합니다. 이 시뮬레이션은 그 기준선과 현실을 한 그래프에 겹쳐 놓은 것입니다.
1. 먼저 용어
- 유전자 풀 — 한 집단이 가진 모든 대립유전자의 총합. 개체 하나하나가 아니라 통 전체의 구성비를 봅니다. 개체가 N마리면 대립유전자는 2N개입니다(각자 2개씩).
- 대립유전자 빈도 p·q — 유전자 풀에서 A가 차지하는 비율이 p, a가 차지하는 비율이 q. 대립유전자가 둘뿐이면 p + q = 1.
- 적합도 w — 그 유전자형이 다음 세대에 자손을 남기는 상대적 능력. 가장 잘 남기는 유전자형을 1로 두고 나머지를 비율로 적습니다. w(aa) = 0.8이면 "aa는 다른 유전자형의 80%만큼만 남긴다"는 뜻입니다.
- 유전적 부동 — 다음 세대를 만드는 대립유전자가 유전자 풀에서 무작위로 뽑힌 표본이기 때문에 생기는 빈도의 출렁임. 표본이 작을수록 크게 흔들립니다.
- 고정(p = 1) — 집단 안의 대립유전자가 전부 A가 된 상태. 소실(p = 0) — A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 돌연변이나 유전자 흐름이 없으면 둘 다 돌아올 수 없는 종착점입니다.
2. 한 세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이 시뮬레이션은 한 세대마다 아래 네 단계를 그대로 밟습니다. 순서가 곧 이 단원의 논리입니다.
- 무작위 교배로 접합자를 만든다 — 지금 빈도 p로 하디-바인베르크 비율의 접합자가 생깁니다.AA : Aa : aa = p² : 2pq : q²
- 적합도를 곱한다 — 유전자형별로 w를 곱하면 선택을 거친 뒤의 비율이 나옵니다. 세 값을 더한 게 평균 적합도 w̄이고, 이걸로 나눠서 합이 1이 되게 맞춥니다.w̄ = p²·wAA + 2pq·wAa + q²·waa
- p를 다시 센다 — 선택 후 유전자형 빈도에서 A의 개수를 다시 셉니다(AA는 2개, Aa는 1개). 이게 선택만 반영한 다음 세대 빈도 p′입니다.p′ = (p²·wAA + pq·wAa) / w̄
- 부동 — 2N개를 뽑는다 — 다음 세대의 대립유전자 2N개를 확률 p′로 무작위로 뽑습니다(이항분포). N이 크면 뽑힌 비율이 p′에 거의 붙고, N이 작으면 크게 빗나갑니다. 이 한 단계가 이 시뮬레이션의 핵심입니다.
동전으로 바꿔 생각하면 쉽습니다. 앞면 확률이 0.5인 동전을 1,000번 던지면 비율이 0.48~0.52쯤에서 멈추지만, 10번 던지면 0.8이 나오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4단계가 하는 일이 정확히 그것입니다 — 같은 확률 p′로 뽑는데, 몇 개를 뽑느냐(2N)에 따라 결과가 얼마나 빗나갈지가 달라집니다.
3. 그래프 읽는 법
- 가로축은 세대(0~100), 세로축은 대립유전자 A의 빈도 p(0~1 고정)입니다. 세로축을 늘 0~1로 고정해 두었으니, 선이 얼마나 출렁이는지를 조건끼리 그대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 색 선 8개는 똑같은 조건에서 독립적으로 굴린 집단 8개입니다. 부동의 무작위성은 한 줄로는 절대 보이지 않습니다 — 여러 줄이 제각각 흩어지는 걸 봐야 합니다. 색에는 뜻이 없습니다(그래프 아래에 집단별 현재 빈도를 숫자로도 적어 두었습니다).
- 회색 점선은 무한집단, 즉 부동이 전혀 없이 선택만 작용했을 때의 궤적입니다. "이론대로라면 이랬을 것"에 해당합니다. 색 선들이 이 점선에서 멀어질수록 우연이 크게 작용한 것입니다.
- 위아래 회색 가로선(p=1, p=0)이 고정선과 소실선입니다. 여기에 닿은 집단은 그대로 멈춥니다 — 이 모형에는 돌연변이도 이주도 없어서 되돌아올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 아래쪽 막대는 지금 평균 p에서 바로 계산한 하디-바인베르크 기대 유전자형 빈도(p²·2pq·q²)입니다. p가 움직이면 세 막대가 어떻게 따라 움직이는지 — 특히 p가 0.5일 때 Aa가 최대(50%)가 되고 p가 극단으로 갈수록 Aa가 빠르게 줄어드는 걸 보세요.
4. 프리셋 — 각각에서 무엇을 봐야 하나
- 큰 집단 · 선택 없음 (N = 10,000, w 전부 1)
여덟 줄이 거의 평평하게 이어집니다. 조건 다섯 개가 (거의) 지켜지면 빈도가 변하지 않는다 —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성립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완전히" 평평하지는 않습니다. N이 10,000이어도 무한은 아니니까요. 이 미세한 흔들림이 곧 "집단이 매우 커야 한다"는 조건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줍니다.
- 작은 집단 · 선택 없음 (N = 20, w 전부 1)
같은 조건인데 여덟 줄이 제각각 흩어지고, 여러 집단이 100세대 안에 0이나 1에 닿아 멈춥니다. 적합도가 전부 1이니 여기서 일어난 일은 전부 우연입니다. 어떤 집단은 A가 고정되고 어떤 집단은 A가 사라지는데, A가 더 좋은 대립유전자라서가 아닙니다. 이게 "부동에는 방향이 없다"는 말의 그림입니다. 또 하나 — 한 번 고정·소실된 집단은 그 뒤로 변이가 없습니다. 부동이 유전적 변이를 잃게 한다는 뜻이 이것입니다.
- 선택이 작동 (N = 10,000, 시작 p = 0.1, w(aa) = 0.8)
여덟 줄이 한 방향으로 나란히 올라가고, 회색 점선에 거의 붙어서 갑니다. 집단이 크면 우연이 상쇄되어 실제 궤적이 이론 궤적과 같아집니다. 방향이 있는 힘은 자연선택뿐이라는 게 여기서 눈에 보입니다. 올라가는 속도가 처음엔 빠르다가 p가 1에 가까워질수록 느려지는 것도 봐 두세요 — a가 드물어지면 대부분 이형접합자(Aa) 안에 숨어서 선택의 표적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열성 대립유전자가 잘 사라지지 않는 이유).
- 이형접합자 우세 (시작 p = 0.1, w = 0.9 / 1.0 / 0.8)
Aa가 양쪽 동형접합자보다 유리한 경우입니다. 선들이 0이나 1로 가지 않고 중간 빈도에서 멈춥니다. 어느 쪽 대립유전자도 사라지지 않고 둘 다 집단에 남는 균형 선택(평형다형)입니다. p를 0.1에서 시작하든 0.9에서 시작하든 같은 자리로 수렴하는지 초기 빈도 슬라이더로 확인해 보세요. 낫세포빈혈 대립유전자가 말라리아 지역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이 구조입니다.
- 작은 집단에서 선택 vs 부동 (N = 20, 시작 p = 0.1, w(aa) = 0.8)
이 시뮬레이션에서 배울 게 가장 많은 장면입니다. 회색 점선은 아까처럼 위로 올라가는데, 여덟 줄 중 일부는 점선을 따라가지만 일부는 반대로 내려가 p = 0에서 멈춥니다. 선택이 A를 밀어 올리고 있는데도 A가 사라져 버린 집단이 생긴 겁니다. 집단이 작으면 부동이 선택을 이길 수 있다 — 해로운 대립유전자가 고정되기도 하고 유리한 대립유전자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보전생물학이 머릿수만 세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시 굴리기"를 몇 번 눌러 보면 매번 몇 개가 살아남는지가 달라집니다.
5. 다시 굴리기 버튼을 꼭 눌러 보세요
조건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다시 굴리기"만 눌러도 여덟 줄의 모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같은 N, 같은 초기 빈도, 같은 적합도인데 결과가 다릅니다. 이 재현 불가능성 자체가 유전적 부동의 정의입니다. 반대로 큰 집단 프리셋에서 다시 굴리기를 눌러 보면 거의 달라지지 않습니다 — 우연이 개입할 여지가 작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시드를 바꾸는 것입니다. 같은 시드면 몇 번을 계산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게 만들어 두어서, 슬라이더를 조금 움직였을 때 달라진 게 조건 때문인지 우연 때문인지 헷갈리지 않습니다.)
6. 이 모형이 단순화한 것
- 무작위 교배를 가정합니다 — 매 세대 접합자를 p² : 2pq : q²로 만듭니다. 자가수분·근친교배·선호 짝짓기가 있으면 이 비율 자체가 깨져서 이형접합자가 예측보다 줄어듭니다.
- 세대가 겹치지 않습니다 — 한 세대가 통째로 다음 세대로 교체됩니다. 실제로는 여러 세대가 같이 살면서 번식하는 종이 훨씬 많습니다.
- 돌연변이가 없습니다 — 그래서 한 번 소실된 대립유전자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아주 낮은 비율로 계속 새 대립유전자가 생깁니다.
- 유전자 흐름(이주)이 없습니다 — 집단 8개는 서로 완전히 격리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대초원 닭 사례처럼 다른 집단에서 개체를 들여오면 잃었던 대립유전자가 되채워집니다.
- 유전자좌 하나, 대립유전자 둘뿐입니다 — 연관·유전자 간 상호작용은 다루지 않고, 적합도는 세대 내내 일정합니다(환경이 바뀌면 적합도도 바뀝니다).
- 집단 크기 N이 고정입니다 — 선택이 작용해도 개체 수는 그대로라고 봅니다. 실제 병목 효과는 N 자체가 급격히 줄어드는 사건입니다.
이 목록이 곧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의 다섯 조건과 겹친다는 점을 눈여겨보세요. 조건을 가정으로 집어넣었기 때문에, 이 화면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힘은 자연선택과 유전적 부동 둘뿐입니다. 그래서 둘을 깨끗하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