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빈 회로 — CO₂가 포도당이 되기까지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빛반응(개념 11.3)에서 만든 ATP와 NADPH가 이제 스트로마에 준비돼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캘빈 회로(Calvin cycle) 자체는 빛을 직접 쓰지 않습니다 — 그래서 예전엔 '암반응'이라고도 불렀는데, 실제로는 빛반응이 공급하는 ATP·NADPH가 없으면 곧바로 멈추기 때문에 요즘 교재는 이 표현을 잘 안 씁니다. 이번 글에서는 CO₂ 기체가 정확히 어떤 단계를 거쳐 당(糖)으로 바뀌는지 봅니다.
3단계로 나눠 보기
캘빈 회로는 시트르산 회로(개념 10.3)처럼 처음 물질로 되돌아오는 순환 경로입니다. 크게 3단계로 나눠서 이해하면 명확해요.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 ① 탄소 고정(carbon fixation) — 대기 중 CO₂가 5탄소 화합물인 RuBP(리불로스 1,5-이인산)와 결합합니다. 이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가 루비스코(RuBisCO, 리불로스 1,5-이인산 카복실화효소/산소화효소)인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단백질 중 양으로 가장 많은 효소로 꼽힙니다. CO₂ + RuBP(5C)는 불안정한 6탄소 중간체를 거쳐 곧바로 3-포스포글리세르산(3-PGA) 두 분자(3C씩)로 쪼개져요.
- ② 환원(reduction) — 빛반응에서 온 ATP와 NADPH가 여기서 쓰입니다. 3-PGA가 ATP로 인산화된 뒤 NADPH가 전자를 넘기며 G3P(글리세르알데하이드-3-인산)로 환원됩니다. 이 G3P는 개념 10.2 해당과정에서 본 그 중간생성물과 똑같은 분자예요 — 광합성과 세포호흡이 같은 대사 언어를 공유한다는 또 다른 증거입니다.
- ③ RuBP 재생(regeneration) — 만들어진 G3P 대부분은 ATP를 추가로 써서 복잡한 재배열을 거쳐 다시 RuBP로 돌아갑니다. 이래야 회로가 계속 돌 수 있어요.
포도당 하나를 만들려면 회로가 몇 바퀴 돌아야 할까
여기서 숫자를 조금 정리하고 넘어갈게요. 회로가 3바퀴 돌면 CO₂ 3분자가 고정되어 G3P 6분자가 만들어지는데, 이 중 1분자만 회로를 빠져나가 포도당 등 유기물 합성에 쓰이고, 나머지 5분자는 재배열되어 RuBP 3분자로 재생됩니다. G3P는 탄소 3개짜리라, 포도당(6C) 하나를 만들려면 이 과정이 두 번 필요해요 — 즉 회로 6바퀴, CO₂ 6분자가 있어야 포도당 하나가 완성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는 ATP 18개, NADPH 12개로, 개념 11.2에서 본 전체 반응식의 재료(CO₂ 6개)와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루비스코, 왜 그렇게 느리고 많이 필요할까
루비스코는 반응 속도가 다른 효소에 비해 느린 편입니다(초당 반응 수가 적음). 그래서 식물은 광합성 효율을 유지하기 위해 이 효소를 아주 많이 만들어 둡니다 — 앞서 "지구상 단백질 중 양이 가장 많다"고 한 이유가 이거예요. 게다가 루비스코는 CO₂뿐 아니라 산소(O₂)와도 결합할 수 있는 특성이 있는데, 이게 다음 글(개념 11.5)에서 다룰 광호흡(photorespiration) 문제로 이어집니다 — 덥고 건조한 날 식물이 겪는 골칫거리예요.
쌤 한마디 — 캘빈 회로라는 이름은 이 경로를 밝혀낸 멜빈 캘빈(Melvin Calvin)의 이름을 딴 겁니다. 캘빈 연구팀은 방사성 동위원소 탄소(¹⁴C)로 표지한 CO₂를 클로렐라(단세포 조류)에 공급하고, 아주 짧은 시간 간격으로 반응을 멈춰가며 어떤 화합물에 방사성 탄소가 먼저 나타나는지 추적했습니다. 이렇게 "시간 순서대로 방사성 표지가 이동하는 경로"를 하나하나 재구성해서 전체 회로를 밝혀냈고, 이 공로로 1961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개념 11.2의 동위원소 표지 실험과 방법론이 비슷하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해요.
이제 광합성의 기본 화학은 다 봤습니다. 다음 글(개념 11.5)에서는 조금 다른 각도로, 왜 어떤 식물들은 이 기본 경로를 그대로 안 쓰고 C4·CAM이라는 변형된 경로를 진화시켰는지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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