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의 구조와 네프론 — 오줌 공장의 설계도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콩팥 그림을 처음 본 학생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이거 왜 이렇게 복잡해요?" 저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혈액에서 버릴 것만 골라내고 쓸 것은 되찾아야 하는데, 그걸 하루 종일 쉬지 않고 해야 한다면 장치가 몇 개나 필요할까요?"
콩팥의 구조는 기능이 요구한 모양입니다. 이름부터 외우면 지루하고 금방 잊어버려요. 이 글에서는 반대로 갑니다. 무슨 일이 필요한가 → 그래서 어떤 부품이 있는가 순서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배설계 전체 지도부터
사람의 배설계는 생각보다 단출합니다.
- 콩팥(신장) 두 개 — 실제로 오줌을 만드는 기관. 등쪽 허리 높이에 좌우로 하나씩.
- 오줌관(수뇨관) — 각 콩팥에서 만들어진 오줌을 아래로 내려보내는 관.
- 방광 — 오줌을 모아 두는 주머니.
- 요도 — 몸 밖으로 나가는 길.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오줌의 성분이 바뀌는 곳은 오직 콩팥뿐입니다. 오줌관·방광·요도는 운반하고 보관하고 내보낼 뿐이에요. 그래서 이 장의 거의 모든 내용은 콩팥 안에서 일어납니다.
콩팥을 세로로 잘라 보면
콩팥을 반으로 가르면 확실히 다른 두 층이 보입니다.
- 겉질(피질) — 바깥쪽 층. 사구체와 보먼주머니가 여기 모여 있습니다.
- 속질(수질) — 안쪽 층. 세로로 줄무늬가 보이는데, 그게 헨레고리와 집합관이 나란히 달리는 모습입니다.
- 콩팥깔때기(신우) — 가장 안쪽의 빈 공간. 완성된 오줌이 모여 오줌관으로 빠져나가는 출구입니다.
이 두 층 구분을 지금 확실히 해 두세요. 겉질과 속질의 환경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오줌을 진하게 만드는 원리의 핵심이 되는데, 그 얘기는 다음 글에서 본격적으로 다룹니다.
네프론 — 콩팥의 기능 단위
콩팥은 하나의 큰 기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네프론(nephron)이라는 작은 장치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모인 덩어리입니다. 사람의 콩팥 하나에 약 100만 개의 네프론이 들어 있어요.
네프론 하나하나가 독립된 오줌 공장입니다. 모두 같은 공정을 돌리고, 만들어진 결과물을 한곳에 모아 내보내요. 그러니 네프론 하나만 제대로 이해하면 콩팥 전체를 이해한 겁니다.
네프론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혈액을 거르는 부분과 거른 액을 다듬는 부분이에요.
① 거르는 부분 — 사구체와 보먼주머니
사구체(토리)는 모세혈관이 실타래처럼 뭉쳐 있는 덩어리입니다. 그리고 이 덩어리를 컵처럼 감싸고 있는 주머니가 보먼주머니예요. 둘을 합쳐 말피기소체(신소체)라고 부르고, 위치는 전부 겉질입니다.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단순합니다. 혈압의 힘으로 혈장의 일부가 사구체 모세혈관 벽을 뚫고 나와 보먼주머니 안으로 밀려 들어갑니다. 이것이 여과이고, 밀려 들어간 액체를 여과액(원뇨)이라고 해요.
그런데 여과가 일어나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사구체 안의 혈압이 유난히 높아야 해요. 몸의 다른 모세혈관과 같은 압력이면 액체가 그렇게 많이 밀려 나오지 않습니다. 콩팥은 이 압력을 혈관 구조로 만들어 냅니다.
- 들세동맥(수입소동맥)이 사구체로 혈액을 밀어 넣습니다.
- 날세동맥(수출소동맥)이 사구체에서 혈액을 빼냅니다.
- 그런데 나가는 쪽이 들어오는 쪽보다 좁습니다. 들어오는 양보다 나가는 통로가 좁으니 사구체 안쪽에 압력이 걸리고, 그 압력이 액체를 밀어냅니다.
호스 끝을 손가락으로 눌러 본 적 있죠. 같은 원리예요. 콩팥은 이 압력을 만들기 위해 모세혈관을 동맥과 동맥 사이에 끼워 넣었습니다. 몸에서 흔치 않은 배치입니다.
② 다듬는 부분 — 세뇨관의 네 구간
보먼주머니에 모인 여과액은 가느다란 관을 따라 흘러갑니다. 이 관이 세뇨관이고, 흘러가는 동안 성분이 크게 바뀝니다. 순서를 반드시 이 방향으로 외우세요.
| 구간 | 위치 | 모양·특징 |
|---|---|---|
| 보먼주머니 | 겉질 | 사구체를 감싼 컵. 여과액을 받는다 |
| 근위(세뇨)관 | 겉질 | 꼬불꼬불하고 두껍다. 재흡수가 가장 활발한 구간 |
| 헨레고리 | 속질로 내려갔다 올라옴 | U자 모양. 하행지와 상행지의 성질이 서로 다르다 |
| 원위(세뇨)관 | 겉질 | 다시 꼬불꼬불. 호르몬의 조절을 크게 받는 구간 |
| 집합관 | 겉질 → 속질을 관통 | 여러 네프론의 원위관이 합류. 속질을 가로질러 내려간다 |

헨레고리와 집합관만 속질로 내려간다 — 농축이 거기서 일어나는 이유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표에서 위치 칸을 유심히 보세요. 사구체·보먼주머니·근위관·원위관은 전부 겉질에 있고, 속질로 내려가는 건 헨레고리와 집합관뿐입니다. 이 두 구조만 속질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다음 글의 농축 원리로 곧장 이어집니다.
두 종류의 네프론 — 고리 길이가 다르다
네프론이라고 다 같지는 않습니다. 헨레고리가 얼마나 깊이 내려가느냐로 두 부류가 나뉩니다.
- 겉질네프론 — 사람 네프론의 대다수. 헨레고리가 짧아 속질 바깥쪽까지만 내려갑니다.
- 곁수질네프론 — 소수지만 결정적입니다. 헨레고리가 속질 깊숙한 안쪽까지 길게 내려가요.
왜 이게 중요할까요. 고리가 길수록 오줌을 더 진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막에 사는 포유류는 긴 고리를 가진 네프론의 비율이 높고, 물이 풍부한 곳에 사는 동물은 그렇지 않습니다. 앞 글에서 본 원리가 기관 내부 구조에서도 똑같이 반복되는 거예요. 환경이 구조를 정합니다.
혈관은 세뇨관을 두 번 감싼다
콩팥을 공부할 때 학생들이 가장 자주 빠뜨리는 게 혈관입니다. 그런데 혈관을 빼면 재흡수를 설명할 수 없어요. 세뇨관에서 되찾은 물질이 어디로 돌아가는지가 바로 이 혈관이니까요.
혈액의 경로는 이렇습니다. 콩팥동맥 → 들세동맥 → 사구체 모세혈관 → 날세동맥 → 세뇨관주위 모세혈관 → 콩팥정맥. 곁수질네프론에서는 세뇨관주위 모세혈관 중 일부가 헨레고리를 따라 속질로 길게 내려가는데, 이것을 곧은혈관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 모세혈관 그물을 두 번 연달아 지납니다. 보통 모세혈관은 한 번 지나면 정맥으로 모이는데, 콩팥에서는 사구체에서 한 번, 세뇨관 주위에서 또 한 번 지나요. 역할이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앞의 그물은 내보내는 곳(여과), 뒤의 그물은 되받는 곳(재흡수)입니다.
쌤 한마디 — 네프론 그림 문제를 풀 때 저는 화살표 두 개를 먼저 그리게 합니다. 여과액이 흐르는 방향(세뇨관 안쪽)과 혈액이 흐르는 방향(혈관 쪽). 이 둘을 구분해서 그려 두면 "이 물질이 세뇨관에서 혈관으로 갔나, 혈관에서 세뇨관으로 갔나"를 묻는 문제가 한눈에 보입니다. 구조 이름을 다 외워도 이 두 흐름을 겹쳐 놓으면 반드시 틀려요.
숫자로 보는 콩팥
대표적으로 통용되는 값 몇 개만 짚고 가겠습니다. 외우기보다 규모를 느끼는 용도예요.
- 사람이 하루에 만드는 여과액은 약 180 L입니다.
- 그런데 하루에 나가는 오줌은 약 1.5 L입니다.
- 즉 여과된 것의 99% 정도를 다시 되찾아 몸에 돌려놓는다는 뜻입니다.
이 숫자가 콩팥의 정체를 알려줍니다. 콩팥은 버리는 기관이 아니라 일단 다 빼낸 다음 쓸 것을 되찾는 기관이에요.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방식을 쓸까요? 그 이유가 다음 글의 출발점입니다.
정리하면
콩팥은 겉질과 속질로 나뉘고, 그 안에 약 100만 개의 네프론이 들어 있습니다. 네프론은 혈액을 거르는 사구체·보먼주머니와, 거른 액을 다듬는 근위관 → 헨레고리 → 원위관 → 집합관으로 이루어집니다. 겉질에는 거르고 다듬는 장치가, 속질에는 헨레고리와 집합관만 내려가 있어요.
사구체는 들세동맥과 날세동맥의 굵기 차이로 높은 압력을 만들어 액체를 밀어내고, 세뇨관 주위를 다시 감싼 모세혈관이 되찾은 물질을 혈액으로 받아 갑니다.
설계도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개념에서는 이 공장이 실제로 여과·재흡수·분비로 오줌을 만들고 농축하는 과정을 따라가고, 그다음 ADH와 알도스테론이 이 공장의 출력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넘어갑니다. 세포막을 사이에 둔 물질 이동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세포막의 구조를 먼저 복습하고 오세요.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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