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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이 만들어지는 과정 — 여과·재흡수·분비, 그리고 농축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지난 글의 마지막 숫자를 다시 꺼내겠습니다. 하루에 거르는 액체가 약 180 L, 실제로 나가는 오줌이 약 1.5 L. 학생들이 여기서 꼭 묻습니다. "쓸 것만 남기고 버릴 것만 거르면 되잖아요. 왜 다 빼냈다가 99%를 도로 넣어요?"

아주 좋은 질문이고, 이 장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답은 한 문장이에요. 여과 장치는 무엇이 유용한지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1단계 여과 — 크기로만 거른다

여과는 사구체에서 일어납니다. 높은 혈압이 혈장의 일부를 사구체 모세혈관 벽 밖으로 밀어내고, 그것을 보먼주머니가 받습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사실. 여과는 선택하지 않습니다. 사구체 모세혈관 벽은 그물 같은 구조라서, 통과 여부를 정하는 기준이 오직 크기예요. 구멍보다 작으면 나가고 크면 남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구분여과되는 것(보먼주머니로 나감)여과되지 않는 것(혈액에 남음)
예물, 포도당, 아미노산, 무기 이온(Na⁺·K⁺·Cl⁻ 등), 요소, 요산, 비타민, 일부 약물적혈구·백혈구 등 혈구, 혈장 단백질(알부민 등)
기준구멍보다 작은 분자구멍보다 큰 분자·세포

표의 왼쪽 칸을 보세요. 포도당과 아미노산이 들어 있습니다.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인데도 크기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빠져나갑니다. 비타민도, 소중한 이온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니 여과만 하고 끝내면 몸은 영양소를 통째로 버리게 됩니다. 비선택적으로 걸렀기 때문에, 반드시 되찾는 단계가 뒤에 와야 합니다. 재흡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논리 순서가 이렇게 잡혀야 다음 내용이 전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 비선택적 설계에는 장점도 있습니다. 몸이 처음 보는 낯선 물질 — 이를테면 새로 만든 약이나 독소 — 도 작기만 하면 일단 걸러집니다. 각 물질마다 전용 배출 장치를 만들 필요가 없는 거죠.

참고로 여과액에 단백질이 없다는 사실은 진단에도 쓰입니다. 오줌에서 단백질이 검출된다면 사구체의 여과막이 손상됐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혈구가 나오는 것도 정상이 아닙니다.

2단계 재흡수 — 되찾는 일이 진짜 일이다

재흡수는 세뇨관 안의 물질을 다시 혈액(세뇨관주위 모세혈관)으로 옮기는 과정입니다. 가장 활발한 곳은 근위세뇨관이에요. 이름 그대로 사구체에 가까운 첫 구간에서 대부분의 일이 끝납니다.

근위세뇨관 세포는 안쪽 면에 미세융모가 빽빽해 표면적이 넓고, 미토콘드리아가 유난히 많습니다. 둘 다 같은 이유예요. 재흡수의 상당 부분이 에너지를 쓰는 능동 수송이기 때문입니다.

  • Na⁺ — 세포 안쪽에서 혈액 쪽으로 나트륨-칼륨 펌프가 퍼냅니다. 이게 모든 재흡수의 엔진입니다.
  • 포도당·아미노산 — Na⁺이 세뇨관에서 세포로 들어올 때 그 기울기에 얹혀 함께 들어옵니다. 동반수송의 교과서적 사례예요.
  • Cl⁻ 등 음이온 — Na⁺이 이동하며 생긴 전기적 기울기를 따라갑니다.
  • 물 — 용질이 빠져나가 혈액 쪽 농도가 높아지면, 물은 삼투로 따라갑니다. 물은 능동적으로 퍼 올리는 게 아니라 언제나 용질을 뒤따릅니다.

마지막 줄이 이 장 전체를 관통하는 원칙입니다. 물을 옮기고 싶으면 용질을 먼저 옮겨라. 뒤에 나올 헨레고리와 집합관, 그리고 다음 글의 호르몬까지 전부 이 원칙 위에서 작동합니다.

포도당이 오줌에 없는 이유, 그리고 나오는 이유

이제 유명한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포도당은 여과되는데 왜 정상 오줌에는 없나요?"

여과된 포도당을 근위세뇨관의 동반수송체가 거의 100% 되찾아 오기 때문입니다. 여과는 포도당을 내보냈지만, 재흡수가 전부 회수해서 오줌에 남는 양이 사실상 0이 되는 거예요. 없는 게 아니라 나갔다가 전부 돌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 회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수송체의 수가 정해져 있으니, 처리할 수 있는 포도당의 양에 상한이 있어요. 혈당이 너무 높으면 여과되는 포도당도 그만큼 많아지고, 수송체가 전부 붙들려 일하는 상태가 되면 넘치는 분량은 회수되지 못한 채 그대로 흘러갑니다.

이것이 당뇨, 즉 오줌에서 포도당이 검출되는 현상입니다. 콩팥이 고장 나서가 아니라 혈당이 콩팥의 회수 능력을 넘어섰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오줌의 포도당은 콩팥의 문제가 아니라 혈당 조절 회로의 문제를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덧붙이면, 회수되지 못한 포도당이 세뇨관에 남아 있으면 그 용질 때문에 물도 따라 나가지 못하고 붙들립니다. 그래서 당뇨병 환자가 오줌량이 많아지고 갈증을 자주 느끼는 겁니다. 용질이 물을 붙잡는다는 원칙이 증상으로 그대로 드러나는 거죠.

3단계 분비 — 여과로 부족한 것을 마저 버린다

분비는 재흡수와 방향이 반대입니다. 혈액에 있는 물질을 세뇨관 안으로 능동적으로 밀어 넣는 과정이에요.

왜 필요할까요. 여과만으로는 혈액을 한 번 지날 때 일부만 걸러지기 때문입니다. 급히 많이 버려야 하는 물질은 여과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밀어 넣어야 합니다.

  • H⁺ — 체액이 산성으로 기울면 세뇨관으로 분비해 pH를 되돌립니다. 콩팥이 혈액의 산-염기 균형을 맡는 방식입니다.
  • K⁺ — 혈중 농도가 높으면 원위관·집합관에서 분비해 내보냅니다.
  • 일부 약물과 독소 — 여과된 양만으로 부족한 경우 능동적으로 더 보탭니다.

정리하면 세뇨관 벽을 사이에 두고 화살표가 양방향으로 오갑니다. 재흡수는 세뇨관 → 혈액, 분비는 혈액 → 세뇨관. 문제에서 물질의 이동 방향을 묻는다면 이 두 화살표 중 어느 쪽인지만 구분하면 됩니다.

농축 — 헨레고리가 속질에 기울기를 만든다

여기까지가 "성분을 고르는" 일이었다면, 마지막 과제가 남았습니다. 물을 아끼는 것이에요. 오줌을 체액보다 진하게 만들어야 같은 양의 노폐물을 더 적은 물로 내보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물은 능동적으로 퍼 올릴 수 없습니다. 삼투로만 움직여요. 그렇다면 물을 뽑아내려면 세뇨관 바깥이 안쪽보다 진해야 합니다. 콩팥은 이 "진한 바깥"을 속질에 만들어 둡니다.

그 장치가 헨레고리입니다. 하행지와 상행지의 성질이 정반대라는 게 핵심이에요.

구분하행지(내려가는 쪽)상행지(올라오는 쪽)
물잘 통과시킨다거의 통과시키지 못한다
염류(NaCl)거의 통과시키지 못한다세뇨관 밖으로 내보낸다
결과물이 빠져나가 관 속 액체가 진해진다염류가 빠져나가 관 속 액체가 묽어진다
주변 조직에 주는 것물염류(NaCl)

상행지가 계속 염류를 속질 조직으로 퍼내면 속질이 짜집니다. 짜진 속질은 바로 옆을 지나는 하행지에서 물을 빨아내고, 물이 빠진 하행지 액체는 더 진해진 채로 고리 바닥에 도착하고, 그 진한 액체가 상행지로 올라오며 더 많은 염류를 다시 속질로 내놓습니다.

이 되먹임이 반복되면서 속질의 짠 정도가 계속 강화돼요. 이것을 대향류 증폭이라고 합니다. 이름이 어려워 보이지만 뜻은 간단합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두 관이 나란히 붙어 있어서, 작은 차이가 계속 쌓여 큰 차이가 된다는 것.

결과가 속질의 삼투농도 기울기입니다. 겉질에서 속질 안쪽으로 내려갈수록 조직액이 점점 짜져요. 속질 깊은 곳은 혈액보다 훨씬 진합니다. 곁수질네프론의 고리가 길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고리가 깊이 내려갈수록 더 깊은 곳까지 기울기를 만들 수 있고, 그만큼 진한 오줌이 가능해집니다.

네프론을 따라가며 일어나는 여과·재흡수·분비·농축 네 단계, 크기로만 거르는 여과와 정상일 때 전량 회수되는 포도당, 당뇨에서 수송체 용량을 넘겨 오줌으로 새는 경우, 그리고 헨레고리가 속질에 만든 삼투농도 기울기를 집합관이 지나가며 물을 내주는 구조

여과는 고르지 않는다 — 그래서 되찾는 일이 진짜 일이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집합관 — 기울기를 지나가며 물을 내준다

속질에 기울기를 만들어 둔 이유가 드디어 드러납니다. 원위관을 지난 액체는 집합관으로 들어가 속질을 가로질러 아래로 내려갑니다.

내려가는 내내 바깥이 점점 더 짜지니, 집합관 벽이 물을 통과시킬 수 있는 상태라면 물은 계속 바깥으로 빠져나갑니다. 물이 빠진 만큼 관 속 액체는 진해지고, 결국 체액보다 훨씬 진한 오줌이 되어 콩팥깔때기에 도착해요.

여기서 주목할 단어가 "통과시킬 수 있는 상태라면"입니다. 집합관이 물을 얼마나 통과시킬지는 고정된 성질이 아니라 조절되는 값이거든요. 그 조절 손잡이가 바로 다음 글의 주인공인 ADH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속질을 지나는 혈관(곧은혈관)도 헨레고리처럼 내려갔다 올라오는 U자 모양입니다. 그래야 애써 만들어 둔 짠 기울기를 혈액이 씻어 가 버리지 않아요. 구조가 기능을 지키는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

쌤 한마디 — 이 글의 내용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여과는 크기로만 거르니까, 되찾는 일이 진짜 일이다." 시험에서 여과·재흡수·분비를 묻는 문제는 결국 세 가지만 확인합니다. 어디서 일어나는가, 어느 방향인가, 에너지를 쓰는가. 헷갈릴 때마다 세뇨관 벽을 하나 그려 놓고 화살표를 찍어 보세요. 말로 외운 것보다 훨씬 안 틀립니다.

정리하면

오줌은 세 단계로 만들어집니다. 여과는 사구체에서 혈압으로 크기가 작은 것을 전부 밀어내는 비선택적 과정이고, 그래서 유용한 것까지 딸려 나갑니다. 재흡수는 근위세뇨관을 중심으로 그 유용한 것들을 능동 수송과 삼투로 되찾는 과정이며, 분비는 여과만으로 부족한 H⁺·K⁺·약물을 혈액에서 세뇨관으로 직접 밀어 넣는 과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헨레고리의 대향류 증폭이 속질에 삼투농도 기울기를 세워 두고, 집합관이 그 기울기를 가로질러 내려가며 물을 내주어 오줌이 농축됩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몸은 그날그날의 상태에 맞춰 이 공장의 출력을 어떻게 조절할까요? 다음 개념에서 ADH와 알도스테론을 다룹니다. 기관 구조가 잘 안 떠오른다면 콩팥의 구조와 네프론을, 배설의 출발점을 다시 보려면 질소 노폐물을 참고하세요.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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