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전달 경로 — 인산화·탈인산화, 2차 신호전달자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수용체가 리간드를 받아들이고 나면, 그다음부터가 진짜 "전달(transduction)"입니다. 이 단계는 보통 단 한 번의 반응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단백질이 도미노처럼 순서대로 서로를 활성화시키는 릴레이 형태를 띠어요. 이 릴레이를 이끄는 두 가지 핵심 도구가 단백질 인산화와 2차 신호전달자입니다.
인산화·탈인산화 — 켜고 끄는 분자 스위치
단백질 인산화효소(protein kinase)는 ATP에서 인산기 하나를 떼어내 표적 단백질의 특정 아미노산(주로 세린·트레오닌·티로신)에 붙이는 효소입니다. 인산기가 붙으면 그 단백질의 입체구조가 바뀌면서 대개 활성이 켜지는데(경우에 따라 오히려 꺼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이 변화가 가역적이라는 점이에요. 단백질 탈인산화효소(protein phosphatase)가 붙은 인산기를 다시 떼어내면 단백질은 원래 상태로 돌아갑니다. 사람 유전체에는 500개가 넘는 서로 다른 단백질 인산화효소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인산화가 세포 안에서 얼마나 폭넓게 쓰이는 스위치인지를 보여줍니다.
여러 인산화효소가 순서대로 서로를 활성화시키면 인산화 캐스케이드(phosphorylation cascade)가 만들어집니다. 첫 번째 인산화효소가 활성화되면 두 번째 인산화효소를 인산화해서 켜고, 그게 다시 세 번째를 켜는 식으로 이어지는 거예요. 릴레이 경주에서 배턴을 넘기는 것과 비슷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배턴을 넘긴 주자가 그 자리에 남아 계속 다음 배턴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 이 특징이 다음 글(개념 9.4)에서 다룰 "신호 증폭"의 핵심 원리가 됩니다.
2차 신호전달자 — 세포 안에서 빠르게 퍼지는 신호
수용체와 첫 중계 단백질까지는 대부분 막에 붙어 있어서 이동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그런데 신호가 세포질 전체나 핵까지 빠르게 퍼져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때 등장하는 게 크기가 작고 세포질 안에서 자유롭게 확산할 수 있는 2차 신호전달자(second messenger)입니다. 앞 글에서 다룬 cAMP가 가장 잘 알려진 예고, 칼슘 이온(Ca²⁺)도 그 못지않게 널리 쓰이는 2차 신호전달자예요.
GPCR 중 일부는 G단백질을 통해 인지질가수분해효소C(phospholipase C, PLC)라는 효소를 활성화합니다. PLC는 막의 인지질 성분 하나를 잘라서 IP₃(이노시톨삼인산)와 DAG(다이아실글리세롤) 두 조각으로 나누는데, 이 중 IP₃가 세포질로 확산해 나가서 소포체(ER) 막에 있는 칼슘 통로를 열어줍니다. 그러면 평소 소포체 안에 고농도로 저장돼 있던 칼슘 이온이 세포질로 쏟아져 나오면서 세포질 내 칼슘 농도가 순식간에 치솟아요. 이렇게 방출된 칼슘 이온은 칼모듈린(calmodulin) 같은 칼슘결합단백질에 붙어서 또 다른 효소들을 활성화시키는 식으로 신호를 계속 이어갑니다.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이 그림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출발점(GPCR·칼슘통로·RTK)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같은 목적지(전사인자 CREB)로 수렴한다는 거예요. 서로 다른 신호가 세포 안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이런 구조를 신호 통합(integration)이라 부르는데, 여러 신호를 동시에 받는 세포가 그때그때 딱 하나의 최종 반응을 결정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쌤 한마디 — 콜레라균이 만드는 콜레라독소는 사실 이 2차 신호전달자 경로를 정확히 겨냥한 독입니다. G단백질이 GTP를 GDP로 되돌리지 못하게 화학적으로 고정시켜버려서, 장 상피세포의 아데닐산고리화효소가 계속 켜진 채로 cAMP를 끝없이 만들어내게 만들어요. 그 결과 세포가 염화이온과 물을 장 내강으로 계속 뿜어내면서 심한 설사가 일어나는 겁니다 — "신호가 안 꺼진다"는 게 실제로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죠.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신호가 단순히 다음 단계로 전달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도중에 신호 크기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도 하고, 같은 신호라도 세포마다 다른 반응을 내놓기도 해요 — 다음 글(개념 9.4)에서 다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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