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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 수용 — 막수용체와 세포내수용체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지난 글에서 신호전달의 첫 단계가 "수용(reception)"이라고 했었죠. 그런데 수용체가 다 똑같이 생긴 게 아니에요. 리간드가 뭔지,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는 물질인지 아닌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식의 수용체를 씁니다. 오늘은 이 수용체들을 크게 네 종류로 나눠서 볼 건데, 앞의 세 종류는 전부 세포막에 박혀 있는 막수용체이고, 마지막 한 종류만 세포질이나 핵 안에 떠 있는 세포내수용체입니다.

G단백질연결수용체(GPCR) — 가장 많고 가장 널리 쓰이는 수용체

사람 유전체에서 가장 큰 단백질 계열이 바로 G단백질연결수용체(G protein-coupled receptor, GPCR)입니다. 알려진 것만 800종이 넘고, 시각(빛을 감지하는 로돕신)·후각(냄새 분자 감지)은 물론 에피네프린·글루카곤 같은 여러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 수용체 상당수가 이 계열에 속해요. 구조적으로는 폴리펩타이드 사슬이 막을 일곱 번 지그재그로 관통하는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리간드가 GPCR의 세포 밖 부분에 결합하면 수용체 구조가 바뀌면서, 막 안쪽에 붙어 있던 G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자리가 열립니다. 평소 G단백질은 GDP를 붙들고 비활성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가, 활성화된 수용체와 만나면 GDP를 내놓고 대신 GTP를 붙잡으면서 활성화돼요. 활성화된 G단백질은 수용체에서 떨어져 나와 막을 따라 옆으로 이동하다가 다음 표적 단백질(효소인 경우가 많음)을 활성화시킵니다. 그리고 G단백질 스스로 GTP를 GDP로 다시 가수분해하면서 원래의 비활성 상태로 돌아가요 — 이게 신호가 무한정 켜져 있지 않고 저절로 꺼지는 자체 타이머 역할을 합니다.

수용체 티로신 인산화효소(RTK) — 한 번에 여러 경로를 켜는 수용체

GPCR이 막을 일곱 번 관통하는 나선 하나짜리 구조라면, 수용체 티로신 인산화효소(receptor tyrosine kinase, RTK)는 막을 한 번만 관통하는 폴리펩타이드가 둘이 짝을 지어(이합체화, dimerization)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평소엔 따로 떨어져 있던 수용체 두 개가 리간드와 결합하면 서로 가까워지면서 짝을 이루고, 그러면 서로가 서로의 세포질 쪽 꼬리에 있는 티로신 잔기에 인산기를 붙여줍니다(자가인산화, autophosphorylation).

RTK 활성화 네 단계: 막을 한 번 관통하는 수용체 두 개가 따로 떨어져 있다가, 리간드가 결합하면 짝을 이루고(이합체화), 서로 상대 꼬리의 티로신에 ATP의 인산기를 붙이며(자가인산화), 인산화된 티로신마다 서로 다른 중계 단백질이 붙어 여러 신호전달 경로가 동시에 켜진다

수용체 티로신 인산화효소(RTK)의 활성화 — 리간드 결합, 이합체화, 자가인산화, 중계 단백질 결합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인산화된 티로신 자리마다 서로 다른 세포질 중계 단백질이 와서 달라붙을 수 있기 때문에, RTK 하나가 활성화되면 한꺼번에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신호전달 경로가 동시에 켜질 수 있습니다. 인슐린 수용체가 대표적인 예인데, 인슐린이 결합하면 포도당 흡수를 촉진하는 경로와 세포 성장·물질대사를 조절하는 경로가 동시에 활성화돼요. 그런데 이 RTK가 리간드 없이도 계속 이합체화되어 있거나 돌연변이로 항상 켜진 상태가 되면, 세포가 끊임없이 "성장하라"는 신호를 받는 셈이 됩니다 — 실제로 여러 종류의 암에서 RTK 유전자의 과다 발현·돌연변이가 흔하게 발견되는 이유입니다.

리간드개폐성 이온통로 — 신호가 곧 전기 신호가 되는 수용체

리간드개폐성 이온통로(ligand-gated ion channel)는 신경전달물질처럼 특정 리간드가 결합하면 통로 부분의 문이 열리거나 닫히는 막단백질입니다. 문이 열리면 특정 이온(Na⁺, K⁺, Ca²⁺ 등)이 그 순간 확 밀려 들어오거나 나가면서, 신호가 곧바로 막전위 변화 — 즉 전기 신호 — 로 바뀝니다. 신경근접합부에서 아세틸콜린이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결합해 Na⁺ 통로를 여는 게 대표적인 예예요. 이 방식은 위에서 본 GPCR·RTK보다 훨씬 빠릅니다 — G단백질이나 인산화 릴레이를 거칠 필요 없이 리간드 결합과 거의 동시에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밀리초 단위의 속도가 필요한 신경 신호전달에 딱 맞습니다.

세포내수용체 — 세포막을 그냥 통과해버리는 리간드를 위한 수용체

여기까지는 전부 막수용체였는데, 리간드 자체가 지용성(소수성)이라 인지질 이중층을 그냥 통과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에스트로겐·테스토스테론 같은 스테로이드 호르몬, 갑상샘호르몬, 비타민D가 이 경우예요. 이런 리간드는 굳이 막수용체를 거치지 않고 세포질이나 핵 안으로 직접 확산해 들어가서 세포내수용체와 결합합니다.

흥미로운 건 이 세포내수용체 상당수가 리간드와 결합하는 순간 스스로 전사인자가 된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에스트로겐 수용체는 평소 세포질에서 비활성 상태로 있다가 에스트로겐과 결합하면 구조가 바뀌면서 핵 안으로 이동해 DNA의 특정 염기서열에 직접 달라붙고, 그 근처 유전자의 전사를 조절합니다. 앞서 본 막수용체들이 여러 중계 단백질을 거쳐 최종적으로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것과 달리, 세포내수용체는 리간드 결합에서 전사 조절까지 중간 단계가 훨씬 짧은 셈이죠. 대신 그만큼 반응 속도는 느립니다(보통 시간 단위) — 이온통로의 밀리초 단위 반응과는 정반대의 극단에 있는 신호전달 방식이라고 볼 수 있어요.

쌤 한마디 — "왜 이 호르몬은 막수용체를 쓰고 저 호르몬은 세포내수용체를 쓸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항상 "그 호르몬이 물에 잘 녹는지 기름에 잘 녹는지 먼저 생각해보라"고 답해요. 대부분의 경우 이 하나의 화학적 성질만으로 어떤 수용체 종류를 쓸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용체가 리간드를 받아들이고 나면, 그다음엔 그 신호가 세포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번역"되어 퍼져나가는지가 남습니다 — 다음 글(개념 9.3)에서 다룰 인산화 캐스케이드와 2차 신호전달자 이야기예요.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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