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세균이 사람 세포보다 많다는 건 사실일까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우리 몸속 세균이 사람 세포보다 10배나 많다" — 생물 수업이나 다큐멘터리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얘기예요. 사람은 사실 세균이 대부분이고 인간 세포는 소수파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이 숫자, 2016년에 완전히 뒤집혔어요.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의 론 센더(Ron Sender), 샤이 푹스(Shai Fuchs), 론 밀로(Ron Milo) 연구팀이 학술지 PLoS Biology에 발표한 논문 "Revised Estimates for the Number of Human and Bacteria Cells in the Body"(2016)에서, 그 유명한 10대1이라는 비율이 애초에 근거가 부실한 숫자였다는 걸 정면으로 짚었거든요.
10대1은 어디서 왔을까 — 1972년의 어림계산
연구팀이 흥미로운 건 여기서부터예요. 이들은 "10대1"이라는 숫자가 실제로 어디서 나왔는지 거슬러 올라갔는데, 그 뿌리가 1972년 토머스 럭키(Thomas D. Luckey)가 발표한 한 논문의 대략적인 어림계산이었다는 걸 확인했어요. 정밀한 실측이나 체계적인 재계산이 아니라 상당히 거친 추정치였는데, 이 숫자가 별다른 검증 없이 반세기 가까이 교과서와 강의, 대중 과학 콘텐츠에 그대로 인용되면서 마치 확립된 사실처럼 굳어진 거예요. 저도 예전엔 이 숫자를 그냥 당연하게 가르쳤던 적이 있는데, 원 출처를 따라가 보면 생각보다 허술한 경우가 은근히 많아요 — 이 사례가 딱 그런 경우죠.
다시 세어보니: 38조 대 30조
센더·푹스·밀로 팀은 "기준 성인 남성"(몸무게 70kg, 신장 170cm)이라는 표준화된 기준을 세우고, 몸의 각 부위·기관별 세포 밀도와 부피 자료를 종합해서 처음부터 다시 계산했어요. 그 결과 나온 숫자가 사람 세포 약 3.0×10^13개(30조 개), 세균 약 3.8×10^13개(38조 개) — 비율로 치면 약 1.3대1이에요. 10배는커녕 거의 반반에 가까운 수준이죠. 세균은 몸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는 게 아니라 대부분(수적으로는 압도적 다수) 대장(colon)에 몰려 있다는 것도 이 논문이 짚은 부분이에요.
쌤 한마디 — 이 숫자를 절대적인 값으로 외우면 곤란해요. 논문 자체에서 개체별 편차가 최대 53%까지 날 수 있다고 밝히고 있고, 심지어 같은 사람이라도 배변 직전과 직후에 장내 세균 수가 꽤 달라져요. 대장에 세균이 얼마나 차 있느냐가 그날그날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1.3대1"도 정확히 고정된 숫자라기보다는, "예전 통설처럼 10배씩 차이 나는 건 절대 아니고 대략 비슷한 자릿수"라는 게 이 연구의 핵심 메시지에 더 가까워요.
개수는 비슷해도, 무게는 완전히 다르다
여기서 학생들이 자주 놓치는 지점이 하나 있어요. "개수가 거의 반반이면 몸의 절반이 세균 무게 아니냐"고 생각하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세균 한 개의 크기는 사람 세포 한 개보다 수백 분의 1 수준으로 훨씬 작거든요. 그래서 개수로는 38조 대 30조로 비슷해도, 몸속 세균을 전부 합친 무게는 약 0.2kg(200g) 남짓에 불과해요. 몸무게 70kg 중 나머지는 거의 다 사람 세포의 몫인 셈이죠. 같은 대상을 놓고도 "무엇을 기준으로 재느냐(개수냐 질량이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서, 저는 이 부분이 이 논문에서 가장 가르칠 만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대장균(E. coli)의 주사전자현미경(SEM) 사진(x25000 배율) — 대표적인 장내세균 참고 이미지이며, 실제 장내 미생물 군집은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퍼미큐티스(Firmicutes) 문(門)이 수적으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출처: Nurgul D, 나자르바예프 대학교 Core Facilities,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원본 보기
왜 이 주제가 세특 소재로 좋은가
'생명 시스템의 구성' 단원에서 다루는 세포론(사람의 몸이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는 개념)을 확장해서, "몸을 이루는 세포"의 범위를 사람 세포에만 한정할지 미생물까지 포함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소재예요. 무엇보다 "오래 통용된 상식도 원 출처를 추적하면 근거가 약한 경우가 있다"는 과학적 회의주의, 그리고 "같은 데이터도 지표(개수 vs 질량)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온다"는 통계적 사고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어서 탐구보고서나 발표 소재로 쓰기 좋아요.
탐구 방향성 제안
- 문헌조사 방향: 이 논문이 재계산에 사용한 방법(장기별 부피·세포 밀도 자료를 종합하는 방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조사해서, 어떤 자료를 근거로 삼았는지 정리해보세요. 논문 원문(PLoS Biology, 오픈액세스)에서 방법론(Methods) 부분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요.
- 자료 정리 아이디어: "개수 기준 비율(1.3:1)"과 "질량 기준 비율(사람 세포 압도적 우세)"을 나란히 비교하는 표나 그래프를 만들어보면, 같은 데이터를 다른 지표로 보면 결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눈에 보여줄 수 있어요.
- 결과 해석 시 유의할 점: 이 수치가 "기준 성인 남성" 한 명을 가정한 추정치이고 개체별 편차가 최대 53%에 달한다는 점, 그리고 장내 세균 수 자체가 배변 여부 등 생리적 상태에 따라 변동한다는 점을 함께 언급해야 통계적으로 신중한 해석이 돼요.
세특 기록에 이렇게 녹일 수 있어요
실제 세특은 선생님이 학생의 활동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글이라, 자기소개서처럼 1인칭으로 쓰지 않습니다. 아래는 탐구 활동을 어떤 흐름으로 정리하면 좋을지 참고하기 위한 예시예요.
활동 계기: '몸속 세균이 사람 세포보다 10배 많다'는 통념을 접하고, 이 수치의 원 출처가 궁금해 자발적으로 관련 논문을 조사함.
탐구 내용: Sender·Fuchs·Milo(2016)의 재계산 연구를 조사해 기존 통설(1972년 어림계산)의 한계를 확인하고, 세포 개수 기준과 질량 기준 비교를 통해 동일한 데이터도 지표에 따라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음을 분석해 발표함.
드러난 역량: 널리 알려진 과학적 통념의 원 출처를 추적해 검증하는 비판적 문헌조사 능력을 보였으며, 통계 수치를 해석할 때 지표 선택과 개체별 편차를 함께 고려하는 신중한 태도를 드러냄.
후속 연계: (미생물학, 통계학, 공중보건 등 진로 방향에 맞춰) 장내 미생물 군집의 문(門)별 구성 비교, 마이크로바이옴과 건강의 상관관계 연구 등 후속 개념 탐구로 확장 가능.
위 문장은 강조하면 좋을 포인트를 잡기 위한 예시일 뿐이에요. 실제 세특 문장은 선생님이 수업·발표 중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합니다.
더 깊이 들어가기
- 장내 미생물 군집의 실제 구성 — 대장에 우세한 박테로이데테스·퍼미큐티스 등 주요 문(門)과 이들이 하는 역할(소화 보조, 면역계 발달 등)
- 왜 "정확한 숫자"를 세는 게 이렇게 어려울까 — 살아있는 사람 몸속 세포를 직접 셀 수 없어서 간접 추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와, 추정치를 다룰 때의 과학적 태도
- 이미 알려진 통념을 재검증한 다른 과학사 사례들(예: 혀의 미각 지도 오해, 좌뇌·우뇌 이분법 통념)과 비교해보기 — 왜 이런 통념들이 쉽게 퍼지고 오래 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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