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주기의 분자적 조절 시스템과 암세포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앞 글에서 세포 주기가 간기와 분열기로 나뉜다는 걸 봤습니다. 그런데 세포는 시계를 보고 "30분 지났으니 이제 분열해야지" 하고 나뉘는 게 아닙니다. 분열해도 되는 상황인지를 매번 확인하고 통과 여부를 결정하죠. 이번 글은 그 확인 장치가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이게 망가지면 왜 암이 되는지를 다룹니다.
세포 주기는 내부 시계가 아니라 신호로 굴러간다
1970년대에 세포 두 개를 인위적으로 융합시킨 실험이 결정적인 단서를 줬습니다. S기 세포와 G1기 세포를 붙였더니 G1기 핵이 곧바로 DNA 복제를 시작했어요. M기 세포와 G1기 세포를 붙였을 땐 G1기 핵이 준비도 안 된 채 염색체를 응축시켰고요. 세포질 안에 다음 단계로 밀어붙이는 신호 물질이 떠다닌다는 뜻입니다.
사이클린과 Cdk — 농도가 오르내리며 스위치를 켠다
그 신호의 정체는 두 단백질의 조합입니다. Cdk(사이클린 의존성 인산화효소)는 세포 안에 늘 일정량 있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해요. 여기에 사이클린(cyclin)이 결합해야 활성을 갖습니다. 이름 그대로 사이클린은 주기에 따라 농도가 올랐다 내렸다 하고요.
대표적인 게 M기 진입을 지시하는 MPF(M기 촉진인자)입니다. G2기 동안 사이클린이 서서히 쌓이다 임계량을 넘으면 Cdk와 결합해 MPF가 활성화되고, 세포는 분열기로 들어갑니다. 재미있는 건 MPF가 자기 파트너인 사이클린의 분해까지 유도한다는 점이에요. 분열기 후반에 사이클린이 급격히 사라지며 MPF가 스스로 꺼집니다. 켜는 장치가 끄는 장치를 겸하는 구조라 주기가 저절로 반복돼요.
체크포인트 — 통과 여부를 묻는 세 관문
세포 주기에는 진행을 멈추거나 통과시키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를 체크포인트(checkpoint)라 하고, 크게 세 곳이에요.
| 위치 | 확인하는 것 |
|---|---|
| G1 체크포인트 | 세포 크기, 영양 상태, 성장인자, DNA 손상 여부 |
| G2 체크포인트 | DNA 복제가 완전히 끝났는지, 손상은 없는지 |
| M 체크포인트 | 모든 염색체가 방추사에 제대로 붙었는지 |
이 중 G1 체크포인트가 가장 중요합니다. 여기를 통과하면 웬만해선 주기를 끝까지 완주하지만, 통과하지 못한 세포는 G0기로 빠져 분열을 멈춰요. 우리 몸의 신경세포와 근육세포 대부분이 이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지점을 제한점(restriction point)이라고도 부릅니다.
M 체크포인트는 작동 방식이 조금 달라요. 염색체 하나라도 방추사에 안 붙어 있으면 그 동원체가 대기 신호를 계속 내보내 후기 진입을 막습니다. 신호가 완전히 사라져야 자매염색분체가 갈라져요. 염색체 하나만 잘못 분배돼도 딸세포가 치명적인 문제를 안게 되니 안전장치를 이렇게 걸어둔 겁니다.

세포 주기 조절계와 체크포인트 — G1·G2·M 체크포인트 위치와 사이클린 농도 곡선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세포는 바깥 신호도 듣는다
체크포인트가 확인하는 것 중엔 세포 바깥 상황도 있습니다. 셋이 대표적이에요.
- 성장인자(growth factor) — 다른 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로, 이걸 받아야 분열이 시작됩니다. 상처가 났을 때 혈소판이 내놓는 PDGF가 섬유아세포를 불러 상처를 메우게 하는 게 교과서적인 예입니다.
- 밀도 의존성 억제 — 배양접시에서 세포가 자라다 서로 맞닿아 한 겹을 채우면 분열을 멈춥니다. 자리가 없으면 안 늘어나요.
- 부착 의존성 — 대부분의 동물세포는 어딘가에 달라붙어 있어야만 분열합니다. 떠 있으면 분열하지 않아요.
암세포는 이 규칙을 전부 무시한다
암세포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세포 주기 조절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 세포입니다. 성장인자가 없어도 분열하고, 겹겹이 쌓일 때까지 멈추지 않으며, 바닥에 붙지 않아도 자랍니다. 밀도 의존성 억제와 부착 의존성이 동시에 사라진 상태예요.
원인은 여러 갈래입니다. 성장인자를 스스로 만들어버리거나, 성장인자가 없는데 수용체가 계속 켜져 있거나, 아예 수용체 아래쪽 신호 경로가 고장 나 늘 "분열하라"는 신호를 내보내는 경우가 있어요.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습니다 — 브레이크가 안 듣습니다.
분열 횟수 제한도 없습니다. 정상 세포를 배양하면 보통 20~50회쯤 분열한 뒤 노화해 멈추는데, 암세포는 배지와 영양만 있으면 무한히 분열해요. 1951년 헨리에타 랙스라는 환자의 종양에서 떼어낸 HeLa 세포가 70년이 넘은 지금도 전 세계 실험실에서 자라고 있는 게 그 증거입니다.
분열을 멈추지 않은 세포 덩어리가 종양이고, 원래 자리에 머물면 양성, 혈관·림프관을 타고 다른 조직으로 퍼지면 악성입니다. 이 퍼지는 과정이 전이(metastasis)예요. 암이 위험한 진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덩어리 자체보다 퍼진다는 점이죠.
쌤 한마디 — 사이클린·Cdk·체크포인트를 밝힌 리랜드 하트웰, 팀 헌트, 폴 너스는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쓴 재료는 사람 세포가 아니라 효모와 성게 알이었어요. "왜 하필 효모로 암을 연구하나" 싶지만, 세포 주기 조절 장치가 효모부터 사람까지 거의 그대로 보존돼 있기 때문입니다. 모델 생물을 쓰는 이유를 이보다 잘 보여주는 사례가 드물어요.
여기까지가 체세포분열입니다. 다음 장부터는 방향이 완전히 바뀌어요. 유전적으로 똑같은 딸세포를 만드는 분열이 아니라, 서로 다른 딸세포를 만드는 분열로 넘어갑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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