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어떻게 스스로 뛰는가 — 박동조율기, 심장주기, 혈압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수업에서 제가 좋아하는 실험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개구리 심장을 몸에서 꺼내 적당한 용액에 담가 두면, 신경이 하나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데도 한참 동안 혼자 뜁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학생들 표정이 바뀌어요. "뇌가 명령하는 거 아니었어요?"
아닙니다. 심장 박동의 명령은 심장 안에서 만들어집니다. 뇌와 호르몬은 그 박자를 빠르게 하거나 느리게 조절할 뿐이에요. 오늘은 이 자동성이 어디서 나오는지, 한 번의 박동 동안 심장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생기는 혈압이 왜 동맥과 정맥에서 그렇게 다른지를 봅니다.
심장 구조와 판막 — 역류를 막는 문
앞 글에서 사람의 심장이 2심방 2심실이라는 것을 봤습니다. 심방은 혈액을 받는 방, 심실은 혈액을 내보내는 방이에요. 심방 벽이 얇고 심실 벽이 두꺼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심방은 바로 아래 심실로 흘려보내기만 하면 되지만, 심실은 폐까지 또는 온몸 끝까지 혈액을 밀어야 하거든요. 특히 좌심실은 체순환 전체를 감당하므로 우심실보다 벽이 훨씬 두껍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세게 밀어도 혈액이 뒤로 새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심장에는 판막(valve)이 있어요. 한 방향으로만 열리는 문입니다.
- 방실판막 — 심방과 심실 사이. 심실이 수축할 때 혈액이 심방으로 거꾸로 밀려 올라가는 것을 막습니다.
- 반월판 — 심실과 동맥 사이. 심실이 이완할 때 동맥으로 나간 혈액이 되돌아오는 것을 막습니다.
청진기로 듣는 "둥-둣" 하는 두 심음이 바로 이 판막들이 닫히는 소리입니다. 첫 소리는 방실판막이, 두 번째 소리는 반월판이 닫히는 소리예요.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혈액이 역류하면서 잡음이 섞여 들립니다. 심장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판막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동방결절 — 스스로 흥분하는 세포 뭉치
이제 자동성의 정체입니다. 우심방 윗부분에 동방결절(SA node)이라는 특수한 심근세포 뭉치가 있습니다. 이 세포들의 남다른 점은 가만히 두어도 막전위가 저절로 서서히 올라간다는 것이에요. 일반 세포는 자극을 받아야 흥분하는데, 이 세포들은 자극 없이도 역치에 도달해 스스로 흥분합니다. 그리고 한 번 흥분하고 나면 또 처음부터 올라가기 시작해요. 알아서 일정한 간격으로 신호를 만들어 내는 발진기인 셈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박동조율기(pacemaker)예요.
여기서 만들어진 흥분은 이렇게 퍼집니다.
- 동방결절에서 흥분이 발생해 좌우 심방 전체로 퍼집니다 → 두 심방이 거의 동시에 수축
- 심방과 심실 경계의 방실결절(AV node)에 도달합니다. 여기서 흥분이 잠깐 지연됩니다.
- 지연된 흥분이 히스속을 지나 푸르키네 섬유를 통해 심실 전체로 빠르게 퍼집니다 → 두 심실이 거의 동시에 수축
학생들이 그냥 넘기기 쉬운 부분이 방실결절의 지연입니다. 왜 일부러 신호를 늦출까요? 심방이 수축해 혈액을 심실에 다 채워 넣을 시간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심방과 심실이 동시에 수축해 버리면 혈액을 제대로 채우지도 못한 채 밀어내게 돼요. 0.1초 남짓한 이 지연 덕분에 심실은 가득 찬 상태로 수축할 수 있습니다. 순서가 곧 효율인 구조예요.
또 하나. 심근세포는 서로 간극연접으로 이어져 있어 흥분이 세포에서 세포로 직접 건너갑니다. 그래서 심방이든 심실이든 한 덩어리처럼 통째로 수축해요. 근육섬유마다 따로 노는 골격근과 다른 점입니다.
심장주기 — 0.8초 동안 벌어지는 일
심장주기(cardiac cycle)는 한 번의 박동에서 다음 박동까지의 과정입니다. 분당 약 70회로 뛴다면 한 주기는 대략 0.8초예요. 세 단계로 나눠 봅니다.
| 단계 | 심방 | 심실 | 방실판막 | 반월판 | 혈액의 움직임 |
|---|---|---|---|---|---|
| 심방 수축기 | 수축 | 이완 | 열림 | 닫힘 | 심방 → 심실로 밀어 넣음 |
| 심실 수축기 | 이완 | 수축 | 닫힘 | 열림 | 심실 → 동맥으로 뿜어냄 |
| 이완기 | 이완 | 이완 | 열림 | 닫힘 | 정맥 → 심방 → 심실로 흘러듦 |
판막의 여닫힘을 외우려 하지 마세요. 판막은 양쪽 압력 차이에 밀려서 저절로 열리고 닫힙니다. 심실이 수축하면 심실 내 압력이 심방보다 높아지니 방실판막이 밀려 닫히고, 동맥보다 높아지는 순간 반월판이 밀려 열립니다. 이 원리만 알면 어떤 단계를 물어도 그 자리에서 유도할 수 있어요.
또 하나 자주 오해하는 지점입니다. "심실에 혈액이 차는 건 심방이 수축해서"라고 알고 있는 학생이 많은데, 정확하지 않습니다. 심실을 채우는 혈액의 대부분은 이완기에 저절로 흘러들어 갑니다. 심방 수축은 마지막에 남은 양을 밀어 넣어 채움을 완성하는 역할이에요. 그래서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는 사람도 평상시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심박출량 — 얼마나 보내느냐는 두 숫자의 곱
심장이 1분 동안 내보내는 혈액량을 심박출량이라고 합니다. 계산은 단순해요.
심박출량 = 1회 박출량 × 심박수
1회 박출량은 심실이 한 번 수축할 때 뿜어내는 양이고, 심박수는 1분간 뛰는 횟수입니다. 운동을 시작하면 근육이 산소를 더 요구하죠. 몸은 이 두 값을 둘 다 올려 대응합니다. 심박수가 빨라지는 동시에, 심장이 더 강하게 수축해 1회 박출량도 늘어요. 그래서 운동 중 심박출량은 평소의 몇 배까지 올라갑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 지구력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은 안정 시 심박수가 오히려 느립니다. 심장 근육이 튼튼해져 1회 박출량이 커졌으니, 같은 양을 보내는 데 덜 뛰어도 되거든요. 곱셈의 한쪽이 커지면 다른 쪽이 작아져도 결과가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박자를 조절하는 손 — 자율신경과 호르몬
동방결절이 스스로 박자를 만든다면, 몸은 그 박자를 어떻게 바꿀까요? 동방결절에는 자율신경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 교감신경 — 동방결절의 발화를 빠르게 하고 수축력을 키웁니다. 심박수 ↑
- 부교감신경 — 발화를 느리게 합니다. 심박수 ↓
여기에 호르몬도 가세합니다. 부신 속질에서 나오는 에피네프린은 혈액을 타고 심장에 도달해 교감신경과 같은 방향으로 작용해요. 신경은 빠르지만 짧게, 호르몬은 느리지만 길게 — 같은 목표를 두 경로로 미는 전형적인 구조입니다. 깜짝 놀란 뒤 가슴이 한참 동안 계속 뛰는 것이 바로 호르몬 쪽의 지속 효과예요.

판막은 외우는 게 아니라 압력차에 밀려 여닫힌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혈압 — 왜 동맥에서 높고 정맥에서 낮은가
혈압은 혈액이 혈관 벽을 미는 힘입니다. 건강한 성인의 대표값으로 흔히 120/80 mmHg를 씁니다. 앞의 숫자가 수축기 혈압, 뒤의 숫자가 이완기 혈압이에요.
이 두 숫자가 그대로 심장주기를 보여줍니다. 좌심실이 수축해 혈액을 대동맥으로 뿜어내는 순간이 압력의 최고점(수축기), 심실이 이완해 뿜어내지 않는 동안이 최저점(이완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좋은 질문이 나와요. "심장이 밀지 않는 이완기에는 혈압이 0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대동맥 벽이 두껍고 탄력이 좋기 때문입니다. 수축기에 혈액이 밀려들면 대동맥이 고무풍선처럼 부풀며 그 힘을 저장해요. 심실이 이완하면 부풀었던 벽이 오므라들며 혈액을 계속 앞으로 밀어 줍니다. 그래서 이완기에도 압력이 0으로 떨어지지 않고 흐름이 끊기지 않아요. 나이가 들며 혈관이 굳으면 이 완충이 약해져 수축기 혈압이 크게 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혈압은 심장에서 멀어질수록 계속 낮아집니다. 흐르면서 혈관 벽과의 마찰로 에너지를 잃기 때문이에요. 특히 가느다란 세동맥과 모세혈관을 지나며 크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정맥에 이르면 혈압이 아주 낮아요. 이 낮은 혈압으로 어떻게 심장까지 혈액을 되돌려 보내는지, 혈관 종류별 구조와 함께 혈관과 혈액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혈압 자체도 항상성의 대상입니다. 대동맥과 목동맥에는 압력수용기가 있어 혈압을 실시간으로 잽니다. 혈압이 떨어지면 그 정보가 뇌로 올라가고, 교감신경이 심박수와 혈관 수축을 늘려 혈압을 올려요. 올라가면 반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음성 되먹임의 교과서적인 예시입니다. 감지기(압력수용기) → 조절중추(뇌) → 효과기(심장·혈관)가 그대로 들어맞아요. 여기에 호르몬이 신장의 수분 조절을 통해 더 느린 시간 규모로 개입합니다.
이 조절이 오래 어긋나 혈압이 계속 높은 상태가 고혈압입니다. 당장 아프지 않아서 방치되기 쉬운데, 높은 압력을 계속 받은 혈관 벽이 손상되고 심장이 과로하면서 여러 질환의 바탕이 됩니다.
쌤 한마디 — 심장주기 문제는 표를 외운 학생과 압력으로 이해한 학생이 확연히 갈립니다. 시험에서 "이때 방실판막은?"이라고 물으면, 외운 학생은 표를 떠올리다 헷갈리고 이해한 학생은 "심실 압력이 심방보다 높으니 닫힘"이라고 0.5초 만에 답해요. 판막은 근육이 아니라 압력에 밀리는 문입니다. 이 한 줄만 잡으세요.
정리하면
심장은 동방결절이라는 자체 발진기 덕분에 신경 없이도 뜁니다. 흥분은 동방결절 → 심방 → 방실결절(지연) → 히스속·푸르키네 섬유 → 심실 순으로 퍼지고, 그 지연 덕분에 심실이 가득 찬 뒤 수축해요. 판막은 압력 차에 밀려 여닫히며 역류를 막습니다.
혈압은 좌심실의 수축과 대동맥 벽의 탄성이 함께 만들어 내는 값이고, 심장에서 멀어지며 낮아집니다. 그 과정이 어떤 혈관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혈액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혈관과 혈액 — 동맥·모세혈관·정맥, 그리고 혈액의 구성에서 이어집니다. 심장이 왜 4개의 방을 갖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면 순환계의 설계로 돌아가세요.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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