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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하부와 뇌하수체 — 내분비계의 사령탑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수업에서 이 단원을 시작할 때 늘 먼저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추운 데 오래 서 있으면 몸이 떨리고, 한참 있으면 열 생산 자체가 올라갑니다. 추운 걸 알아챈 건 신경인데, 열을 더 만들라고 온몸에 명령을 내리는 건 호르몬이에요. 신경이 알아낸 정보가 대체 어디서 호르몬으로 바뀝니까?"

답이 바로 이 글의 주제입니다. 신경계와 내분비계는 따로 노는 두 시스템이 아니라 한 지점에서 맞물려 있어요. 그 접점이 시상하부(hypothalamus)이고, 시상하부가 손에 쥐고 있는 출력 장치가 뇌하수체(pituitary gland)입니다. 호르몬이 무엇이고 내분비계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먼저 봤다면, 이제 그 체계의 맨 위를 볼 차례입니다.

시상하부 — 신경으로 듣고 호르몬으로 말한다

시상하부는 뇌 아래쪽 한가운데, 간뇌에 있는 작은 덩어리입니다. 크기는 작은데 하는 일은 어마어마해요. 체온, 혈당, 삼투압, 혈압, 수면, 배고픔, 스트레스 — 몸 상태를 나타내는 정보가 전부 여기로 모입니다.

정보가 들어오는 길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신경이에요. 피부의 온도 수용기, 위와 창자의 감각신경, 눈에서 오는 빛 정보가 신경 신호로 도착합니다. 다른 하나는 혈액 자체입니다. 시상하부의 어떤 세포들은 지나가는 혈액의 온도와 삼투압을 직접 재요.

그런데 나가는 길은 좀 특이합니다. 시상하부는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그 신경세포 중 일부가 축삭 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 대신 호르몬을 혈액으로 내보냅니다. 이런 세포를 신경분비세포라고 불러요. 신경 신호를 호르몬 신호로 번역하는 환전소가 시상하부인 셈입니다. 분비 자체는 다른 분비세포와 마찬가지로 소포가 막과 융합하는 세포외배출로 일어납니다.

뇌하수체는 사실 하나가 아니다

여기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걸려 넘어집니다. "뇌하수체"라는 이름이 하나라서 한 덩어리 기관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발생 기원부터 완전히 다른 두 조직이 붙어 있는 것입니다. 후엽은 뇌가 아래로 자라 내려온 신경 조직이고, 전엽은 입천장 쪽 상피가 위로 올라와 붙은 내분비 조직이에요. 출신이 다르니 작동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구분뇌하수체 후엽뇌하수체 전엽
정체시상하부 신경세포의 축삭 말단이 내려와 있는 자리독립된 내분비 조직(샘조직)
호르몬을 만드는 곳시상하부의 신경분비세포전엽 자신의 세포
후엽·전엽이 하는 일내려온 호르몬을 저장했다가 분비만직접 합성해서 분비
시상하부가 명령을 보내는 길축삭 — 신경을 타고 직접혈관 — 시상하부·뇌하수체 문맥
시상하부가 보내는 것활동전위(분비하라는 신호)방출호르몬·억제호르몬
대표 호르몬항이뇨호르몬(ADH), 옥시토신생장호르몬, TSH, ACTH, 생식샘자극호르몬, 프로락틴

표의 셋째 줄을 꼭 붙잡고 가세요. 후엽은 호르몬을 만들지 않습니다. ADH와 옥시토신은 시상하부 신경세포의 세포체에서 만들어져 축삭을 따라 후엽까지 내려온 뒤 말단에 저장돼 있다가, 시상하부에서 활동전위가 내려오면 그때 혈액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창고이자 출고장이지 공장이 아니에요.

후엽 호르몬 두 가지

항이뇨호르몬(ADH)은 이름 그대로 오줌(尿)을 막는(抗) 호르몬입니다. 몸에 물이 부족해 혈액 삼투압이 올라가면 시상하부가 그걸 감지하고 ADH를 내보내요. 표적은 콩팥의 집합관이고, 집합관 세포가 물을 다시 빨아들이게 만들어 오줌량을 줄입니다. 그만큼 물이 몸에 남으니 삼투압이 내려가죠.

옥시토신의 표적은 자궁의 평활근과 젖샘입니다. 분만 때 자궁 수축을 일으키고, 아기가 젖을 빨면 젖이 나오도록 젖샘 주변 근육을 수축시켜요. 이 호르몬은 조금 뒤에 다룰 양성 되먹임의 대표 사례이기도 합니다.

시상하부가 축삭으로 후엽을, 문맥 혈관으로 전엽을 조절하는 두 경로와, 시상하부-뇌하수체-말초 내분비샘의 3단 계층이 음성 되먹임으로 닫히는 구조

시상하부가 뇌하수체를 조절하는 두 경로와 3단 계층의 되먹임 고리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전엽 — 명령이 혈관을 타고 내려간다

전엽은 시상하부와 신경으로 이어져 있지 않습니다. 대신 둘 사이에 아주 짧은 전용 혈관이 놓여 있어요. 이것이 시상하부·뇌하수체 문맥입니다. 시상하부의 신경분비세포가 이 혈관으로 호르몬을 흘려보내면, 그 혈액이 곧장 전엽으로 내려가 전엽 세포를 조절합니다.

여기서 왜 굳이 이런 구조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답은 농도예요. 온몸 순환에 섞어 보내면 전엽에 닿을 즈음엔 희석돼 버립니다. 짧은 전용 혈관으로 직행시키면 아주 적은 양으로도 전엽에서 충분히 높은 농도가 되죠. 그래서 시상하부가 전엽에 보내는 호르몬에는 방출호르몬(예: TRH, CRH, GnRH)과 억제호르몬(예: 소마토스타틴, 도파민)이 있고, 전엽 호르몬마다 액셀과 브레이크가 짝으로 붙어 있습니다.

전엽 호르몬표적주요 작용
생장호르몬(GH)뼈·근육 등 온몸 조직, 간성장 촉진, 간에서 성장인자 분비 유도, 대사 조절
갑상선자극호르몬(TSH)갑상선티록신 합성·분비 촉진
부신겉질자극호르몬(ACTH)부신 겉질코르티솔 등 부신겉질호르몬 분비 촉진
생식샘자극호르몬(FSH·LH)정소·난소생식세포 형성, 성호르몬 분비 촉진
프로락틴(PRL)젖샘젖 생산

표를 가로로 읽으면 전엽 호르몬이 두 부류로 갈린다는 게 보입니다. TSH·ACTH·생식샘자극호르몬은 표적이 또 다른 내분비샘이에요. 그래서 이름에 "자극호르몬"이 붙습니다. 반면 생장호르몬과 프로락틴은 표적이 내분비샘이 아니라 일반 조직이라 거기서 이야기가 끝나죠.

자극호르몬이 만드는 3단 계층

자극호르몬이 있는 쪽은 명령이 세 단계를 거칩니다. 시상하부(방출호르몬) → 뇌하수체 전엽(자극호르몬) → 말초 내분비샘(최종 호르몬). 갑상선 축을 예로 들면 TRH → TSH → 티록신이고, 부신 축이면 CRH → ACTH → 코르티솔입니다.

왜 한 번에 안 가고 세 단계나 거칠까요? 첫째는 증폭입니다. 시상하부가 내보내는 방출호르몬은 아주 적은 양인데 최종 단계에서 나오는 호르몬은 그보다 훨씬 많아요. 세포 안 신호전달에서 봤던 증폭이 기관 수준에서 반복되는 셈이죠. 둘째는 조절점입니다. 단계가 셋이면 브레이크를 걸 자리도 셋이에요.

그리고 이 계층은 열려 있지 않고 닫혀 있습니다. 맨 끝에서 나온 호르몬이 혈액을 타고 돌다가 위의 두 단계를 도로 억제하거든요. 티록신이 많아지면 티록신 자신이 시상하부의 TRH 분비와 전엽의 TSH 분비를 눌러버립니다. 그러면 티록신 생산이 줄고, 줄면 억제가 풀리고, 다시 올라가고 — 이렇게 위아래로 오가면서 농도가 좁은 범위에 묶입니다. 이 고리를 제대로 뜯어보는 것이 다음 글의 음성 되먹임입니다.

사령탑은 뇌하수체가 아니다

옛날 책에는 뇌하수체를 "으뜸샘(master gland)"이라고 부른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지금은 잘 쓰지 않아요. 전엽이 무엇을 얼마나 낼지는 시상하부의 방출·억제호르몬이 정하고, 후엽은 아예 시상하부가 만든 호르몬을 대신 내보내 줄 뿐이니까요. 뇌하수체는 최고 결정권자가 아니라 시상하부의 출력 단자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시상하부가 절대 권력인 것도 아닙니다. 시상하부 역시 말초 호르몬의 되먹임을 받고, 신경 입력에 휘둘리고, 수면·스트레스 상태에 따라 출력이 달라져요. 내분비계에는 왕이 없고, 서로를 되먹임으로 붙들고 있는 고리만 있습니다. 각 단계에서 호르몬이 실제로 세포를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호르몬 수용체와 신호전달에서 다룹니다.

쌤 한마디 — 시상하부의 무게는 4 g 남짓, 뇌 전체의 1%도 안 됩니다. 그런데 이 작은 덩어리가 고장 나면 체온도, 물 균형도, 성장도, 생식 주기도 한꺼번에 흔들려요. 시험에서 "시상하부의 기능을 쓰시오"라는 문제에 항목을 죽 나열하는 답을 자주 보는데, 저는 한 문장으로 답하라고 시킵니다. "몸 상태 정보를 받아 뇌하수체를 조절한다." 나머지는 전부 이 한 문장에서 파생된 각론입니다.

정리하면

시상하부는 신경으로 정보를 받아 호르몬으로 명령을 내보내는, 신경계와 내분비계의 접속 지점입니다. 명령이 나가는 길은 둘이에요. 후엽으로는 축삭을 타고 내려가 저장해 둔 ADH·옥시토신을 분비시키고, 전엽으로는 문맥 혈관을 타고 방출·억제호르몬을 보내 전엽이 직접 만든 호르몬의 양을 조절합니다. 전엽 호르몬 중 자극호르몬 부류는 말초 내분비샘을 깨워 3단 계층을 만들고, 그 계층은 말단 호르몬의 억제로 닫힙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예요. 이 고리는 어떤 규칙으로 돌아가길래 호르몬 농도가 그렇게 일정하게 유지될까요? 다음 개념에서는 혈당과 갑상선을 가지고 음성 되먹임의 논리를 정면으로 뜯어봅니다. 반대로 이 고리가 무너졌을 때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가 궁금하다면 스트레스와 부신, 그리고 내분비 질환 쪽을 먼저 봐도 좋습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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