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의 전도 — 말이집과 도약전도, 그리고 축삭의 굵기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발가락을 책상 모서리에 찧었다고 해 봅시다. 발끝에서 척수까지 신호가 1 m 넘게 올라와야 아픔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거의 즉시 느끼죠. 뉴런은 전선이 아니고, 축삭 속 세포질은 구리선에 비하면 형편없는 전도체입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렇게 빠를까요?
답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축삭을 굵게 만드는 것, 다른 하나는 축삭을 절연체로 감싸 띄엄띄엄 건너뛰게 만드는 것. 척추동물은 두 번째 방법으로 압도적인 효율을 얻었습니다. 그 구조가 말이집이에요.
전도 — 활동전위는 이동하지 않습니다
먼저 용어부터 정확히. 전도(conduction)는 한 뉴런의 축삭을 따라 흥분이 퍼져 가는 것이고, 다음 글에서 다룰 전달(transmission)은 시냅스를 건너 다음 세포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같은 뉴런 안이면 전도, 세포를 건너면 전달. 문제에서 둘을 섞어 묻는 경우가 많으니 지금 구분해 두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오개념 교정. 활동전위 자체가 축삭을 따라 미끄러져 이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 지점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거예요. 이렇게 진행됩니다.
- A 지점에서 활동전위가 일어나 세포 안이 양전하가 됩니다.
- 안쪽의 양전하가 이웃한 B 지점 쪽으로 세포질을 따라 퍼집니다(국부전류).
- B 지점의 막전위가 끌려 올라가 역치를 넘습니다.
- B 지점에서 전압개폐 Na⁺ 통로가 열리며 새 활동전위가 생깁니다.
- 같은 일이 C, D로 이어집니다. 한편 A는 불응기라 되돌이 자극을 받아도 다시 흥분하지 못합니다.
도미노가 딱 맞는 비유입니다. 첫 도미노가 끝까지 달려간 게 아니라, 자리마다 서 있던 도미노가 차례로 넘어진 거죠. 그래서 아무리 먼 거리를 가도 신호가 약해지지 않습니다. 매 지점에서 원래 크기로 새로 태어나니까요. 전선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이것입니다. 전선은 길어지면 신호가 감쇠하지만, 축삭은 재생(regeneration)하며 갑니다.
방법 1 — 축삭을 굵게 만든다
전도 속도를 올리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축삭의 지름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유는 물리적이에요. 축삭이 굵을수록 세포질을 따라 전류가 흐를 때의 내부 저항이 작아집니다. 수도관이 굵으면 물이 잘 흐르는 것과 같아요. 저항이 작으니 국부전류가 더 멀리까지 퍼지고, 그만큼 앞쪽 먼 지점을 한 번에 역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이 전략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동물이 오징어입니다. 도망칠 때 외투막을 순간적으로 수축시켜야 하는데, 그 신경의 축삭 지름이 무려 1 mm에 가까워요. 보통 축삭의 수십~수백 배입니다. 신경생리학 초기의 전극 실험이 오징어 거대축삭에서 이뤄진 것도 이 굵기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속도를 2배로 올리려면 지름을 그보다 훨씬 많이 키워야 하고, 부피는 지름의 제곱으로 늘어납니다. 사람 몸에 오징어식 축삭 수백만 개를 넣으려면 척수 굵기가 통나무만 해져야 해요. 자리도 없고 유지 비용도 감당이 안 됩니다.
방법 2 — 절연하고 건너뛴다
척추동물이 택한 해법이 말이집(myelin sheath)입니다. 신경아교세포가 축삭을 여러 겹으로 둘둘 말아 감싼 구조예요. 말초신경계에서는 슈반세포가, 중추신경계에서는 희소돌기아교세포가 이 일을 합니다.
이 껍질의 정체는 겹겹이 쌓인 세포막, 즉 지질 이중층 덩어리입니다. 지질은 이온을 통과시키지 않으니, 말이집이 감긴 구간은 전기적으로 절연됩니다. 이온이 새어 나갈 수 없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말이집이 축삭 전체를 빈틈없이 덮으면 오히려 문제가 생깁니다. 활동전위를 만들려면 Na⁺가 들어와야 하는데 막을 막아 버렸으니까요. 그래서 말이집은 1 mm 안팎마다 끊겨 있고, 그 맨살이 드러난 짧은 틈을 랑비에결절(node of Ranvier)이라고 합니다.
결정적인 사실은 여기입니다. 전압개폐 Na⁺ 통로가 랑비에결절에만 빽빽하게 모여 있습니다. 말이집 아래에는 거의 없어요. 그러니 활동전위가 생길 수 있는 곳도 결절뿐입니다.
도약전도가 빠른 이유
이제 그림이 완성됩니다. 한 결절에서 활동전위가 터지면 안쪽의 양전하가 국부전류로 퍼지는데, 말이집 구간에서는 이온이 옆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므로 전류가 거의 손실 없이 축삭 안을 쭉 달려 다음 결절까지 도달합니다. 거기서 역치를 넘겨 새 활동전위를 만들죠. 흥분이 결절에서 결절로 건너뛰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도약전도(saltatory conduction)라고 부릅니다.
속도가 빠른 이유를 두 갈래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통로를 여닫는 데 걸리는 시간을 건너뛴다 — 활동전위 하나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듭니다. 민말이집 축삭은 이 과정을 막 전체에서 연속으로 반복하지만, 말이집 축삭은 결절에서만 반복해요. 반복 횟수가 확 줄어듭니다.
- 절연 덕에 전류가 멀리 간다 — 말이집이 없으면 국부전류가 가는 길 내내 이온이 새어 나가 금방 힘이 빠집니다. 절연되면 손실이 적어 한 번에 훨씬 먼 지점을 역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요.
덤으로 에너지도 아낍니다. 활동전위가 일어난 자리마다 흐트러진 이온 기울기를 Na⁺-K⁺ 펌프가 ATP를 써서 복구해야 하는데, 흥분하는 면적이 결절뿐이니 펌프가 할 일 자체가 줄어듭니다. 빠르고, 가늘고, 싸다 —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구조예요.
| 구분 | 민말이집 축삭 | 말이집 축삭 |
|---|---|---|
| 말이집 | 없음 | 있음(랑비에결절에서 끊김) |
| 활동전위 발생 위치 | 축삭막 전체에서 연속적으로 | 랑비에결절에서만 |
| 전도 방식 | 연속전도 | 도약전도 |
| 전도 속도 | 느림 | 빠름(같은 굵기 기준 훨씬 빠름) |
| 에너지 소모 | 많음 | 적음 |
| 속도를 올리려면 | 축삭을 굵게 하는 수밖에 없음 | 가늘어도 빠름 |
실제 차이는 극적입니다. 사람의 축삭에서 전도 속도는 느린 것은 초속 1 m 남짓, 빠른 말이집 축삭은 초속 100 m를 넘습니다. 이 차이가 기능을 가릅니다. 뜨거운 것에 손이 닿았을 때 "앗!" 하고 확 빼는 날카로운 통증은 굵고 말이집이 있는 섬유가, 한참 뒤 욱신거리는 둔한 통증은 가는 민말이집 섬유가 나릅니다. 같은 사건인데 두 번에 나눠 느껴지는 이유예요.

활동전위는 이동하지 않는다 — 지점마다 다시 만들어진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말이집이 벗겨지면 — 탈수초 질환
구조의 중요성은 망가졌을 때 가장 잘 보입니다. 다발경화증(multiple sclerosis)은 자가면역으로 중추신경계의 말이집이 파괴되는 병입니다. 말이집이 벗겨지면 절연이 풀려 국부전류가 도중에 새어 나가고, 게다가 벗겨진 구간의 막에는 Na⁺ 통로가 거의 없어 활동전위를 새로 만들지도 못합니다. 신호가 느려지거나 아예 끊겨요. 시야 이상, 감각 저하, 운동 조절 장애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게 이 때문입니다.
거꾸로 보면, 태어난 뒤에도 몇 년에 걸쳐 진행되는 말이집 형성이 아이의 운동 능력이 정교해지는 과정과 나란히 간다는 점도 이해가 됩니다. 배선을 새로 까는 게 아니라 있던 배선의 속도를 올리는 공사인 셈이죠.
쌤 한마디 — 도약전도 서술형에서 "말이집이 있어서 빠르다"라고만 쓰면 점수를 거의 못 받습니다. 채점 기준에 들어가는 두 단어는 언제나 절연과 랑비에결절이에요. "말이집이 절연체 역할을 해 이온의 이동을 막고, 전압개폐 Na⁺ 통로가 모여 있는 랑비에결절에서만 활동전위가 생성되므로 흥분이 결절을 건너뛰며 전도된다." 이 한 문장을 통째로 외워 두세요. 그리고 흥분의 전도는 활동전위의 이동이 아니라 재생성이라는 것 — 이건 선지 판별에 계속 나옵니다.
정리하면
흥분의 전도는 활동전위가 이동하는 현상이 아니라, 국부전류가 이웃 막을 역치까지 끌어올려 새 활동전위를 차례로 만드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거리에 상관없이 신호 크기가 유지돼요. 속도를 올리는 길은 축삭을 굵게 해 내부 저항을 낮추는 것과, 말이집으로 절연해 랑비에결절에서만 재생하게 하는 도약전도 두 가지입니다.
여기까지가 한 뉴런 안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런데 축삭 끝에 다다르면 다음 세포와의 사이에 틈이 있어요. 전기는 그 틈을 그냥 건너지 못합니다. 다음 개념 시냅스 전달 — 전기가 화학으로 바뀌는 자리에서 이어집니다. 활동전위의 파형과 불응기가 흐릿하면 활동전위 — 전부 아니면 전무를 먼저 되짚고 오세요.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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