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전위 — 전부 아니면 전무, 그리고 모양이 늘 같은 이유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질문 하나로 시작합니다. "살짝 꼬집을 때와 세게 꼬집을 때, 뉴런이 만드는 활동전위의 크기는 어떻게 다를까요?" 거의 모든 학생이 "세게 꼬집으면 더 큰 전기가 흐르죠"라고 답합니다. 상식적으로는 당연해 보여요.
그런데 실제로는 두 경우의 활동전위 크기가 똑같습니다. 살짝이든 세게든, 일단 터지면 −70 mV에서 시작해 +30 mV 부근까지 올라갔다가 되돌아오는 같은 모양의 파형이 나와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세게 꼬집혔다"를 느끼는 걸까요? 이 글은 그 두 가지 질문, 왜 크기가 늘 같은가와 그럼 세기는 어디에 담기는가에 답합니다.
주인공은 전압개폐 통로
앞 글에서 휴지전위를 만든 건 항상 열려 있는 누출통로였습니다. 활동전위의 주인공은 다른 통로예요. 전압개폐 이온통로(voltage-gated ion channel)입니다.
이름 그대로, 막전위 값 자체가 이 통로의 문을 여닫는 신호입니다.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 같은 화학물질이 붙어야 열리는 통로(리간드 개폐 통로)와는 작동 스위치가 다르죠. 막전위가 어느 선을 넘으면 문이 열리고, 열린 결과로 막전위가 또 바뀌고, 그게 다시 더 많은 문을 엽니다. 결과가 원인을 키우는 구조 — 즉 양성 되먹임입니다. 활동전위가 한번 시작되면 중간에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축삭에 박힌 두 통로의 성격 차이를 먼저 잡아둡시다. 이 차이가 파형의 모양을 전부 결정합니다.
| 구분 | 전압개폐 Na⁺ 통로 | 전압개폐 K⁺ 통로 |
|---|---|---|
| 열리는 속도 | 매우 빠름 | 느림(한 박자 늦게) |
| 문의 개수 | 활성화문 + 불활성화문 2개 | 1개 |
| 이온이 가는 방향 | 밖 → 안(Na⁺ 유입) | 안 → 밖(K⁺ 유출) |
| 막전위에 주는 효과 | 올림(탈분극) | 내림(재분극) |
| 닫히는 방식 | 스스로 불활성화문이 막음 | 천천히 닫힘 |
역치 — 넘거나, 못 넘거나
자극이 오면 먼저 막전위가 살짝 위로 올라갑니다(탈분극). 이때 약한 자극이면 Na⁺ 통로 몇 개만 겨우 열렸다가 도로 닫히고, 막전위는 누출통로 덕에 −70 mV로 슬그머니 되돌아가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탈분극이 어느 선 — 대개 약 −55 mV — 을 넘어서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 선을 역치(threshold)라고 해요. 역치를 넘는 순간 열린 Na⁺ 통로가 만든 탈분극이 이웃 Na⁺ 통로를 열기에 충분해지고, 그것들이 더 큰 탈분극을 만들어 또 다른 통로를 열고… 양성 되먹임에 불이 붙습니다. 이제 자극을 치워도 소용없습니다. 끝까지 갑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됩니다. 역치 미만이면 아예 안 생기고, 역치를 넘으면 자극 세기와 무관하게 늘 같은 크기로 생긴다. 이것이 실무율(all-or-none)입니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번역 그대로예요.
왜 크기가 같을 수밖에 없는지도 이제 보입니다. 활동전위의 꼭대기를 정하는 건 자극의 세기가 아니라 Na⁺의 평형전위거든요. Na⁺ 통로가 왕창 열려 막이 Na⁺에 압도적으로 투과성이 되면 막전위는 Na⁺의 평형전위(약 +62 mV) 쪽으로 끌려 올라갑니다. 자극이 두 배 세다고 Na⁺ 농도 기울기가 두 배가 되지는 않죠. 그러니 도착점도 같습니다. 활동전위의 크기는 자극이 아니라 이온의 농도 기울기가 정합니다.
파형 네 구간 — 순서대로 따라가기
실제 파형은 네 구간으로 나뉩니다. 각 구간에서 어느 통로가 열려 있고 어느 이온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만 말할 수 있으면 됩니다.
- 탈분극(상승) — 역치 돌파 후 전압개폐 Na⁺ 통로가 대량으로 열립니다. Na⁺가 농도 기울기와 전기적 인력 둘 다에 밀려 세포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요. 막전위가 0을 지나 +30 mV 안팎까지 치솟습니다. 안팎의 전하 부호가 잠깐 뒤집히는 이 상태를 역전이라고도 합니다.
- 재분극(하강) — 꼭대기 부근에서 두 가지가 동시에 벌어집니다. Na⁺ 통로의 불활성화문이 닫혀 Na⁺ 유입이 끊기고, 한 박자 늦게 열린 K⁺ 통로로 K⁺가 빠져나갑니다. 양전하가 나가니 막전위가 급격히 내려와요.
- 과분극(내려꽂힘) — K⁺ 통로는 느리게 닫힙니다. 그래서 −70 mV에 도달한 뒤에도 잠시 더 열려 있어 K⁺가 계속 나가고, 막전위가 휴지전위보다 더 아래로 내려갑니다. K⁺ 평형전위(−90 mV) 쪽으로 잠깐 더 끌려간 거예요.
- 휴지전위 회복 — K⁺ 통로가 완전히 닫히면 누출통로가 지배하는 원래 상태로 돌아옵니다.
여기서 또 하나 자주 틀리는 지점. "휴지전위로 돌아오는 것은 Na⁺-K⁺ 펌프 덕분이다"라고 쓰면 안 됩니다. 막전위를 되돌리는 일은 K⁺ 통로가 다 합니다. 펌프는 훨씬 느리고, 활동전위 한 번에 드나든 이온의 양은 전체 농도를 거의 바꾸지 못할 만큼 적어요. 펌프는 수천 번의 활동전위가 쌓여 흐트러진 기울기를 장기적으로 복구하는 쪽입니다. 막전위 시뮬레이션에서 Na⁺ 투과도를 확 올렸다가 다시 K⁺ 투과도를 올려 보면, 펌프를 건드리지 않아도 파형이 오르내리는 걸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역치를 넘으면 늘 같은 파형이 나온다 — 세기는 크기가 아니라 빈도에 담긴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불응기 — 왜 흥분은 한 방향으로만 갈까
활동전위가 지나간 자리는 한동안 다시 흥분하지 못합니다. 이 시기를 불응기(refractory period)라고 합니다. 원인은 놀랍도록 단순해요. Na⁺ 통로의 불활성화문이 닫혀 있고, 이 문은 막전위가 충분히 내려가야만 다시 열리기 때문입니다.
- 절대불응기 — Na⁺ 통로가 불활성화 상태. 아무리 센 자극을 줘도 활동전위가 생기지 않습니다.
- 상대불응기 — 일부 Na⁺ 통로는 회복됐지만 K⁺ 통로가 아직 열려 있어 과분극 상태. 평소보다 센 자극이면 흥분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성질이 신경계의 중요한 규칙 하나를 만들어 냅니다. 축삭 중간에서 활동전위가 일어나면, 그 탈분극은 양옆으로 퍼져 앞쪽과 뒤쪽 통로를 모두 자극할 수 있어요. 그런데 뒤쪽은 방금 흥분을 마쳐 불응기입니다. 문이 잠겨 있으니 못 열려요. 앞쪽만 열립니다. 그래서 흥분은 되돌아오지 못하고 한 방향으로만 전진합니다.
불응기는 또 하나의 상한선도 정합니다. 절대불응기가 있는 한 활동전위를 무한정 빠르게 연달아 낼 수는 없어요. 한 뉴런이 1초에 낼 수 있는 활동전위 수에 천장이 생깁니다. 바로 다음 이야기와 연결되는 대목입니다.
그럼 자극의 세기는 어디에 담기나 — 빈도 부호화
크기가 항상 같다면 세기 정보는 어디로 갔을까요. 답은 시간입니다.
자극이 셀수록 활동전위가 더 자주, 더 촘촘하게 발생합니다. 약한 자극이면 1초에 몇 번, 강한 자극이면 1초에 수십~백여 번. 뇌는 개별 신호의 높이가 아니라 단위 시간당 활동전위의 빈도를 읽어 세기를 판단해요. 이것을 빈도 부호화(frequency coding)라고 합니다.
비유하자면 모스 부호입니다. 점의 크기를 키워서 뜻을 바꾸는 게 아니라, 점을 얼마나 빨리 찍느냐로 뜻이 달라지죠. 세기를 전하는 방법이 하나 더 있는데, 흥분하는 뉴런의 수입니다. 자극이 세면 역치가 높은 뉴런들까지 덩달아 동원돼요. 빈도와 동원 수, 이 둘이 합쳐져 "얼마나 센가"가 만들어집니다.
| 묻는 것 | 답 | 이유 |
|---|---|---|
| 활동전위의 크기 | 자극 세기와 무관, 일정 | 꼭대기를 Na⁺ 평형전위가 정함 |
| 활동전위의 발생 여부 | 역치 넘으면 발생, 아니면 없음 | 양성 되먹임의 점화 조건 |
| 활동전위의 빈도 | 자극이 셀수록 증가 | 세기 정보가 여기에 담김 |
| 흥분하는 뉴런 수 | 자극이 셀수록 증가 | 역치가 높은 뉴런까지 동원 |
쌤 한마디 — 실무율 문제는 함정 문장이 정해져 있습니다. "자극을 2배로 하면 활동전위의 최대 전위가 커진다"(틀림), "역치 이하 자극을 여러 번 주면 활동전위가 생길 수 있다"(한 뉴런 안에서는 조건부, 시냅스 가중은 마지막 글에서 다룹니다), "재분극은 Na⁺-K⁺ 펌프가 담당한다"(틀림). 저는 학생들에게 파형 그림에 통로 이름과 화살표 방향을 직접 적어 넣게 시킵니다. 구간마다 "누가 열렸고 어디로 가나" 두 칸만 채워지면 이 단원 문제는 거의 다 풀려요.
정리하면
활동전위는 전압개폐 Na⁺ 통로의 양성 되먹임으로 점화되고, 불활성화와 K⁺ 유출로 꺼집니다. 역치를 넘느냐 못 넘느냐만 있고 중간이 없으므로 실무율이 성립하며, 크기를 정하는 것은 자극이 아니라 이온의 평형전위입니다. 그래서 세기는 크기가 아니라 빈도로 부호화되고, 불응기 덕분에 흥분은 한 방향으로만 나아갑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속도입니다. 한 지점에서 터진 활동전위가 1 m가 넘는 축삭 끝까지 어떻게 빨리 도달할까요? 다음 개념 흥분의 전도 — 말이집과 도약전도, 그리고 축삭의 굵기에서 이어집니다. 휴지 상태의 이온 배치가 흐릿하면 뉴런의 구조와 휴지전위를 먼저 다시 보세요.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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