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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수송 — 확산과 삼투, 촉진확산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앞 글에서 세포막이 아무 물질이나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걸 봤죠. 그런데 통과할 수 있는 물질조차도 세포는 대부분 에너지를 쓰지 않고 옮깁니다. 물질 스스로 가진 운동 에너지와 농도 차이만으로 저절로 이동하는 방식, 이게 바로 수동 수송(passive transport)입니다. ATP를 쓰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에요 — 세포 입장에서는 "공짜로" 물질을 옮기는 셈이니까요.

확산 — 무질서한 운동이 만드는 방향성

모든 분자는 절대 0도가 아닌 이상 끊임없이 무작위로 움직입니다(열운동). 이 자체엔 방향이 없어요. 그런데 어느 한쪽에 분자가 더 많이 몰려 있으면, 무작위 운동이라도 통계적으로는 결국 분자가 농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더 많이 이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게 확산(diffusion)이에요. 시간이 지나 양쪽 농도가 같아지면 겉보기 이동은 멈추는데, 이 상태를 동적평형(dynamic equilibrium)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정말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동적평형은 분자가 멈춘 상태가 아닙니다. 분자는 평형에 도달한 뒤에도 계속 양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다만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가는 양과 저쪽에서 이쪽으로 넘어가는 양이 같아져서, 순이동량(net flux)이 0이 되는 것뿐입니다. 확산 속도는 농도 차이가 클수록, 온도가 높을수록(분자 운동이 활발해지니까), 분자가 작을수록, 그리고 막의 표면적이 넓고 두께가 얇을수록 빨라집니다 — 폐포가 얇은 막에 표면적을 극대화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도 결국 이 확산 원리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예요.

삼투 — 물의 확산에는 이름이 따로 있다

물도 확산을 하는데, 특별히 선택적 투과성 막을 사이에 둔 물의 확산은 삼투(osmosis)라는 별도 용어로 부릅니다. 정확히는 물이 "물이 많은 쪽"에서 "물이 적은 쪽"으로 이동하는 건데, 용질이 많이 녹아있는 쪽일수록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물 분자 수가 적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용질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물이 이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세포를 기준으로 바깥 용액의 농도를 비교하는 용어가 긴장성(tonicity)입니다. 세포 안과 바깥 용질 농도가 같으면 등장액이라 부르고 물의 순이동이 없습니다. 바깥 용액의 용질 농도가 세포 안보다 높으면 고장액이고 물이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세포가 쪼그라들어요(동물세포는 위축crenation, 식물세포는 세포막이 세포벽에서 떨어지는 원형질분리plasmolysis). 반대로 바깥이 세포 안보다 농도가 낮으면 저장액이고 물이 세포 안으로 들어와 부풀어요.

적혈구를 고장액·등장액·저장액에 각각 넣었을 때의 변화 — 고장액에서는 물이 빠져나가 쪼그라들고(위축), 등장액에서는 물의 순이동이 없어 모양이 유지되며, 저장액에서는 물이 들어와 부풀고 오래 두면 터진다(용혈)

고장액·등장액·저장액에 넣은 적혈구 — 물은 용질 농도가 높은 쪽으로 옮겨 간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동물세포는 세포벽이 없어서 저장액에 오래 있으면 결국 터집니다(용혈, hemolysis) — 순수한 물에 담긴 적혈구는 1분 안팎으로 터질 정도로 빠르게 반응해요. 그래서 병원에서 정맥주사로 놓는 수액은 반드시 혈액과 같은 농도인 생리식염수(0.9% NaCl 등장액)를 씁니다. 반대로 지난 글에서 다룬 식물세포는 세포벽 덕분에 저장액에서도 터지지 않고, 오히려 팽압(turgor pressure)이 생겨서 줄기와 잎이 꼿꼿하게 서 있을 수 있었죠 — 화분에 물을 안 주면 식물이 시드는 것도 결국 이 팽압이 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민물에 사는 짚신벌레 같은 원생생물은 어떻게 살아남을까요? 이들의 세포질은 담수보다 용질 농도가 높아서(저장액 환경) 물이 끊임없이 세포 안으로 밀려 들어옵니다. 세포벽도 없는데 말이죠. 이 문제를 수축포(contractile vacuole)가 해결합니다 — 세포 안으로 들어온 여분의 물을 계속 모았다가 주기적으로 수축하며 세포 밖으로 퍼내는 구조예요. 짚신벌레의 수축포는 몇 초에서 몇십 초 간격으로 계속 수축을 반복하는데, 이걸 멈추게 하면 세포가 얼마 못 가 물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립니다. 반면 바닷물고기나 대부분의 해양 무척추동물은 주변 바닷물과 체액 농도가 비슷해서(등장 또는 그에 가까운 상태) 이런 장치가 상대적으로 덜 필요해요.

촉진확산 — 단백질을 빌려 타는 수동 수송

글루코스나 특정 이온처럼 소수성 층을 직접 통과하지 못하는 물질도 수동 수송으로 옮겨질 수 있습니다. 앞 글에서 본 통로 단백질·운반체 단백질을 이용하면 되거든요. 이렇게 막 단백질의 도움을 받되 여전히 농도 기울기를 따라, ATP 없이 이동하는 방식을 촉진확산(facilitated diffusion)이라 부릅니다.

대표적인 예가 글루코스 운반체(GLUT 계열)입니다. 적혈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세포에 있는 GLUT1은 항상 세포막에 배치돼서 기본적인 포도당 흡수를 담당하는데, 근육세포·지방세포의 GLUT4는 평소엔 세포 안쪽에 저장돼 있다가 인슐린 신호를 받아야 세포막으로 이동해서 일을 시작합니다. 제2형 당뇨병에서 나타나는 "인슐린 저항성"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 GLUT4가 인슐린 신호에 제대로 반응해서 막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요.

여기서 자연스럽게 드는 질문 — 촉진확산도 단백질을 쓰는데, 그럼 능동 수송이랑 뭐가 다른가요? 결정적인 차이는 에너지원과 이동 방향입니다. 촉진확산은 어디까지나 수동 수송이라 ATP를 쓰지 않고, 반드시 농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만 이동합니다. 반면 다음에 다룰 능동 수송은 ATP를 직접 소모해서 농도 기울기를 거슬러 물질을 옮길 수 있어요 — 세포가 이미 충분히 쌓여 있는 물질을 오히려 더 끌어모아야 할 때 쓰는 방식입니다. 이 차이가 다음 개념(개념 8.4 능동 수송)의 핵심 갈림길이 됩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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