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개념캠벨생명과학

개체군의 밀도와 분포 — 몇 마리가 어떻게 흩어져 사는가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수업에서 이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학교 뒷산에 다람쥐가 몇 마리 살까요?" 학생들은 잠깐 고민하다가 "세어 보면 되죠"라고 답해요. 그럼 되묻습니다. "어떻게 셉니까? 다람쥐는 가만히 있어 주지 않고, 나무 위에도 있고, 땅속에도 있고, 여러분이 지나가면 숨습니다. 그리고 어제 센 그 녀석을 오늘 또 세지 않았다고 어떻게 확신하죠?"

생태학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세포는 현미경으로 보면 되고 유전자는 서열을 읽으면 되는데, 야생의 개체 수는 직접 셀 수가 없어요. 그래서 생태학자들은 세는 대신 추정하는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이 글은 그 추정법과, 셀 수 있게 된 다음에 보이기 시작하는 분포의 무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개체군이란 무엇인가 — 경계는 누가 긋는가

개체군(population)은 같은 종의 개체들이 같은 지역에 모여 사는 무리입니다. 정의는 간단한데 시험에서 발목을 잡는 지점이 두 군데 있어요.

  • "같은 종"이라는 조건 — 한 연못의 붕어와 잉어는 한 개체군이 아닙니다. 둘은 각각 다른 개체군이고, 이들이 모이면 군집이 됩니다. 개체군 → 군집 → 생태계로 올라가는 계층이 여기서 시작돼요.
  • "같은 지역"이라는 조건 — 이 경계는 자연이 그어 준 게 아니라 연구자가 목적에 맞춰 긋는 선입니다. 섬이나 호수처럼 경계가 뚜렷하면 편하지만, 초원의 들쥐처럼 이어진 곳에서는 "이 계곡부터 저 능선까지"라고 사람이 정해요.

그래서 같은 지역의 개체들은 실제로 만나고 교배하며 같은 자원을 두고 부딪히는 관계에 있습니다. 개체군을 하나의 단위로 다루는 이유가 그것이에요. 따로 떨어진 개체들의 산술 합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하나처럼 움직이는 단위이기 때문입니다.

밀도 — 개체 수가 아니라 '공간당 개체 수'

개체군 밀도(population density)는 단위 면적이나 단위 부피당 개체 수입니다. 식으로 쓰면 이렇게 단순해요.

개체군 밀도 = 개체 수 ÷ 서식 공간의 크기

학생들이 자주 하는 실수는 밀도와 개체 수를 같은 말로 쓰는 것입니다. 다릅니다. 개체 수가 늘어도 서식 공간이 그보다 더 넓어지면 밀도는 내려갑니다. 반대로 개체 수가 그대로여도 서식지가 절반으로 줄면 밀도는 두 배가 돼요. 서식지 파괴가 무서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한 마리도 죽이지 않고 밀도를 올려 버리니까요.

밀도가 중요한 건 밀도 자체가 개체군의 운명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밀도가 높아지면 먹이 경쟁이 심해지고, 질병이 잘 퍼지고, 포식자의 눈에 잘 띕니다. 이 이야기는 밀도 의존적 요인에서 본격적으로 다룰게요.

세는 방법 ① 방형구법 — 일부를 세서 전체로 늘린다

식물이나 고착생물처럼 움직이지 않는 생물은 방형구법으로 셉니다. 일정한 크기의 정사각 틀(방형구)을 조사 지역 여러 곳에 놓고, 그 안의 개체 수를 세어 전체 면적으로 비례해 늘리는 방식이에요.

예를 들어 1 m2 방형구 10개에서 민들레를 세어 평균 4포기가 나왔다면, 이 지역의 밀도는 4포기/m2로 잡고 전체 면적을 곱합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함정이 있어요. 방형구를 어디에 놓느냐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민들레가 잘 자라는 양지에만 놓으면 과대추정이 되죠. 그래서 방형구 위치는 반드시 무작위로 정하고, 개수를 충분히 늘립니다.

세는 방법 ② 표지-재포획법 — 수능 계산 문제의 뿌리

움직이는 동물은 방형구로 안 됩니다. 여기서 쓰는 것이 표지-재포획법(mark-recapture)이에요. 절차는 세 단계입니다.

  1. 동물 일부를 잡아 표지(가락지, 귀표, 염료 등)를 붙이고 다시 놓아준다. 이때 표지한 수를 M이라 하자.
  2. 표지한 개체가 개체군 전체에 충분히 섞일 시간을 준다.
  3. 다시 잡는다. 두 번째로 잡은 총 개체 수를 n, 그중 표지가 붙어 있던 개체 수를 m이라 하자.

핵심 아이디어는 비례입니다. 표지 개체가 전체에 고르게 섞였다면, 두 번째로 잡은 표본 안의 표지 비율(m/n)은 개체군 전체의 표지 비율(M/N)과 같아야 해요.

M : N = m : n  →  추정 개체 수 N = M × n ÷ m

숫자를 넣어 보죠. 40마리에 표지를 달아 놓아주고, 나중에 50마리를 잡았더니 그중 10마리가 표지 개체였다면 N = 40 × 50 ÷ 10 = 200마리입니다. 재포획한 것 중 표지 비율이 낮을수록(희석될수록) 추정 개체 수는 커집니다. 이 감각만 있으면 계산을 틀려도 답의 방향은 잡을 수 있어요.

계산보다 중요한 것 — 전제 조건

시험에서 진짜로 묻는 건 계산이 아니라 "이 추정이 성립하려면 무엇이 참이어야 하는가"입니다. 표지-재포획법은 다음 전제들이 깨지는 순간 값이 틀어져요.

전제 조건깨지면 생기는 일
표지가 생존율·행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표지 때문에 눈에 잘 띄어 잡아먹히면 m이 줄어 N이 과대추정된다
표지가 떨어지거나 지워지지 않는다표지를 잃은 개체를 미표지로 세므로 m이 줄어 N이 과대추정된다
표지 개체가 개체군 전체에 고르게 섞인다풀어준 자리 근처에서 다시 잡으면 m이 커져 N이 과소추정된다
조사 기간에 출생·사망·이입·이출이 거의 없다(폐쇄 개체군)N이 조사 도중 변해 버려서 무엇을 추정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모든 개체가 잡힐 확률이 같다한 번 잡힌 개체가 덫을 피하거나(학습) 오히려 먹이를 얻으려 더 오면 비율이 왜곡된다

그래서 실제 조사에서는 표지 방법을 최대한 눈에 안 띄게 만들고, 재포획까지의 간격을 섞이기엔 충분하되 개체군이 변하기엔 짧게 잡습니다. 이 두 요구가 서로 잡아당긴다는 점이 이 방법의 근본적인 한계예요.

개체군의 크기를 바꾸는 네 가지 문

밀도를 한 번 재면 그 순간의 사진 한 장을 얻습니다. 그런데 개체군은 계속 변해요. 변화의 통로는 딱 넷뿐입니다.

  • 출생과 이입(移入, immigration) — 개체 수를 늘리는 두 문
  • 사망과 이출(移出, emigration) — 개체 수를 줄이는 두 문

즉 개체 수 변화 = (출생 + 이입) − (사망 + 이출)입니다. 대부분의 교과서 모형은 계산을 단순화하려고 이입과 이출이 상쇄된다고 가정하고 출생과 사망만 다뤄요. 그 가정 위에서 세워지는 것이 다음 글의 지수 성장과 로지스틱 성장입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이입·이출이 개체군의 생사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는 걸 기억해 두세요. 고립된 작은 서식지가 위험한 이유도 이입이라는 문이 닫혀 버렸기 때문입니다.

분포형 — 흩어진 모양에는 이유가 있다

같은 밀도라도 어떻게 흩어져 있는지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공간적 배치를 분포형(dispersion)이라고 하고, 크게 세 가지로 나눕니다. 외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 각 무늬가 왜 생기는지를 아는 게 목적이에요.

① 집중 분포 — 자연에서 가장 흔하다

개체들이 무리를 지어 뭉쳐 있는 형태입니다. 원인은 셋 중 하나예요.

  • 자원이 뭉쳐 있어서 — 물웅덩이 주변, 썩은 통나무 속, 영양분 많은 토양. 자원이 고르지 않으면 생물도 고를 수 없습니다.
  • 사회성 때문에 — 무리를 지으면 포식자를 발견하기 쉽고, 개체 하나가 잡아먹힐 확률도 희석됩니다. 물고기 떼, 새 떼, 늑대 무리.
  • 번식 방식 때문에 — 씨앗이 어미 식물 아래로 떨어지거나 무성생식으로 옆으로 번지면 자연히 뭉칩니다.

② 균일 분포 — 밀어내는 힘이 만든다

개체들이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둑판처럼 떨어져 있는 형태입니다. 이건 저절로 생기지 않아요. 반드시 서로를 밀어내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 세력권(텃세) — 번식기의 새들이 일정 넓이를 차지하고 다른 개체를 쫓아내면 둥지 간격이 고르게 벌어집니다.
  • 자원 경쟁 — 건조지의 관목은 뿌리로 수분을 최대한 빨아들여 주변에 다른 개체가 자리 잡기 어렵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고른 간격이 생기죠.

즉 균일 분포를 보면 "여기엔 강한 경쟁이나 세력권이 있구나"라고 읽어야 합니다. 이 경쟁의 논리는 생태적 지위와 경쟁 배타에서 종 사이로 확장돼요.

③ 임의 분포 — 사실 드물다

위치가 서로 독립적인, 무늬라고 할 것이 없는 배치입니다. 개체들이 서로 끌어당기지도 밀어내지도 않고, 환경 조건도 어디나 비슷할 때만 나타나요. 그래서 자연에서는 가장 드뭅니다. 바람에 씨앗이 흩뿌려지는 일부 식물 정도가 예로 쓰입니다.

분포형모양원인흔한 정도
집중 분포뭉쳐 있음자원의 불균등, 무리 생활, 번식 방식자연에서 가장 흔함
균일 분포고른 간격세력권, 개체 간 경쟁(밀어내는 힘)비교적 드묾
임의 분포무늬 없음개체 간 상호작용도 환경 차이도 거의 없음가장 드묾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뭉쳐 있으면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고르게 벌어져 있으면 밀어내는 무언가가 있다. 무늬는 원인의 흔적이에요.

쌤 한마디 — 표지-재포획 문제를 만나면 저는 학생에게 숫자를 대입하기 전에 한 문장을 쓰게 합니다. "표지 비율은 표본에서나 전체에서나 같다." 이 문장이 이 방법의 전부예요. 그리고 선지에 나오는 "표지 때문에 포식자에게 잘 띄었다", "일부가 조사 지역을 떠났다" 같은 조건은 전부 이 한 문장을 깨뜨리는 방식을 묻는 겁니다. 공식을 외운 학생은 조건이 바뀌면 무너지지만, 문장을 가진 학생은 "그럼 m이 줄겠네 → N이 커지겠네"까지 스스로 갑니다.

표지-재포획법의 세 장면(6마리 표지·섞임·8마리 재포획 중 2마리 표지)으로 N=24를 끌어내는 비례식, 전제가 깨질 때 추정값이 과대·과소 어느 쪽으로 틀어지는지 정리한 표, 그리고 같은 24마리를 균일·임의·집중 세 가지로 흩뿌린 분포형 비교

표지-재포획은 '고르게 섞였다'는 전제 위에서만 성립한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정리하면

개체군은 같은 종이 같은 공간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단위이고, 그 상태를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수치가 밀도입니다. 밀도는 직접 세는 대신 방형구법이나 표지-재포획법으로 추정하며, 이때 추정의 정확도는 계산이 아니라 전제 조건이 지켜졌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밀도라도 분포형은 다를 수 있고, 뭉침과 고름에는 각각 끌어당기는 힘과 밀어내는 힘이라는 원인이 있습니다.

이제 시간 축을 붙여 볼 차례예요. 개체 수가 늘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늘어날까요? 다음 글 지수 성장과 로지스틱 성장 — 환경수용력이 만드는 S자에서 J자와 S자의 차이를 다룹니다. 이어서 생존곡선과 생활사 전략, 개체군을 조절하는 요인과 인구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이 개념과 이어지는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