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 찾기·짝짓기·이타행동 — 행동도 선택을 받는다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앞의 두 글에서 행동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중 얼마만큼이 타고나고 얼마만큼이 배워지는지를 봤습니다. 이번 글은 남은 절반, "왜"입니다. 궁극 원인이죠.
질문은 하나로 압축됩니다. 이 행동을 한 개체는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유전자를 더 많이 남겼는가? 먹이를 고르는 방식, 짝을 얻는 방식, 그리고 가장 까다로운 문제인 남을 돕는 행동까지 전부 이 한 줄로 풀어 보겠습니다.
먹이 찾기 — 이익과 비용을 저울에 올린다
동물은 아무거나 먹지 않습니다. 눈앞에 여러 먹이가 있어도 어떤 것은 지나치고 어떤 것은 쫓아가죠. 최적 먹이 획득 이론(optimal foraging theory)은 이 선택을 저울로 봅니다.
- 이익 — 그 먹이에서 얻는 에너지와 영양.
- 비용 — 찾는 데 드는 시간, 쫓고 처리하는 데 드는 에너지, 그리고 먹이에 집중하는 동안 잡아먹힐 위험.
순이익이 큰 쪽을 고르는 개체가 더 잘 살아남고 더 많이 번식했다면 그런 행동이 남습니다. 이론의 주장은 "동물이 계산을 한다"가 아니라 "계산한 것과 비슷한 결과를 내는 규칙이 선택되어 남았다"는 것이에요. 서술형에서 "동물이 최적을 계산한다"고 쓰면 오개념으로 잡힙니다.
고전적 사례가 까마귀와 고둥입니다. 북서부까마귀는 갯벌에서 고둥을 물고 하늘로 올라가 바위에 떨어뜨려 깨 먹어요. 여기서 두 가지가 관찰됐습니다. 첫째, 까마귀는 큰 것을 골라 집습니다. 작은 것은 깨기 쉬워도 얻는 살이 적으니까요. 둘째, 떨어뜨리는 높이에 일정한 경향이 있습니다. 너무 낮으면 안 깨져 여러 번 날아올라야 하고, 너무 높으면 한 번 오르는 비용이 커지죠. 총비용이 가장 작아지는 지점에 행동이 몰려 있었던 겁니다.
비용 항목에 포식 위험이 들어간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먹이가 많은 자리라도 노출이 심하면 동물은 그 자리를 피하거나 짧게 머뭅니다. 이 저울은 군집의 종간 상호작용으로도 번집니다.
짝짓기 체계 — 새끼에게 누가 필요한가
먹는 문제 다음은 번식입니다. 종마다 짝짓기 방식이 다른데, 기본형은 셋입니다.
| 체계 | 구조 | 자주 나타나는 조건 |
|---|---|---|
| 일부일처 | 한 수컷과 한 암컷 | 새끼가 무력해서 양쪽 모두의 보살핌이 필요할 때 |
| 일부다처 | 한 수컷이 여러 암컷과 | 암컷 혼자서도 새끼를 키울 수 있을 때 |
| 일처다부 | 한 암컷이 여러 수컷과 | 수컷이 알·새끼를 돌보는 종에서 드물게 |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까요. 가장 큰 변수는 새끼에게 얼마만큼의 보살핌이 필요한가입니다. 갓 부화해 눈도 못 뜨는 새끼를 키우려면 먹이를 나르는 손이 둘 필요하니 일부일처가 유리해져요. 반대로 알에서 나오자마자 걸어 다니며 먹는 새끼라면 수컷이 남아서 얻는 이득이 적고, 그 수컷에게는 다른 암컷을 더 찾는 쪽이 유전자를 더 남기는 길이 됩니다.
성선택 — 자연선택의 특수한 경우
공작 수컷의 꼬리는 무겁고 눈에 띕니다. 생존에 분명히 불리해 보여요. 그런데 왜 저렇게까지 커졌을까요. 다윈이 이 문제 때문에 도입한 개념이 성선택(sexual selection)입니다.
핵심은 이렇습니다. 선택이 작용하는 기준은 "오래 사는가"가 아니라 "번식에 성공하는가"입니다. 오래 살아도 짝을 못 얻으면 유전자는 남지 않아요. 그러니 생존에 약간 불리하더라도 짝 얻는 확률을 크게 올려 주는 형질이라면 충분히 퍼질 수 있습니다. 성선택은 자연선택의 반례가 아니라, 번식 성공의 차이에만 초점을 맞춘 특수한 경우입니다.
성선택은 두 갈래로 작동합니다.
- 동성 내 경쟁 — 같은 성별끼리 겨뤄 짝에 대한 접근권을 차지합니다. 수사슴의 뿔, 몸집 차이가 여기서 나옵니다.
- 이성 간 선택(짝 선택) — 한쪽이 상대의 형질을 보고 고릅니다. 대개 암컷이 고르는 쪽인데, 알을 만들고 새끼를 품는 데 훨씬 많이 투자하기 때문이에요. 투자가 큰 쪽이 까다로워집니다.
그럼 암컷은 왜 과한 형질을 고를까요. 대표적인 설명은 그 형질이 속이기 어려운 신호라는 것입니다. 크고 화려한 꼬리를 달고도 포식자를 피하고 기생충 없이 건강하게 살아남았다면, 그 수컷은 실제로 상태가 좋다는 뜻이 됩니다. 비용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정직한 신호가 되는 거예요. 한 번 이 선호가 자리를 잡으면 선호와 형질이 서로를 밀어 올리며 점점 과해집니다. 화려한 아들을 낳으면 그 아들이 또 선택받으니까요.
그 결과가 성적 이형(sexual dimorphism)입니다. 일부일처 종에서는 암수가 비슷하고, 한 수컷이 여러 암컷을 차지하는 종일수록 차이가 커지는 경향이 나타나요. 짝짓기 체계와 성적 이형은 하나로 묶어 기억하세요.
이타행동 — 다윈의 골칫거리
이제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타행동(altruism)은 자신의 적합도를 낮추면서 다른 개체의 적합도를 높이는 행동을 말합니다. 여기서 이타는 마음씨가 아니라 적합도의 수지를 가리키는 용어예요. 동물에게 착한 마음이 있느냐를 묻는 게 아닙니다.
이런 행동은 자연선택의 논리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기 손해를 보는 개체는 자손을 덜 남길 테니 그 행동은 사라져야 하니까요. 두 가지 대표 사례를 보겠습니다.
- 벨딩땅다람쥐의 경계음 — 포식자가 나타나면 어떤 개체가 큰 소리를 냅니다. 주변 개체들은 굴로 도망가지만, 소리를 낸 개체는 포식자의 주의를 끌어 위험이 커집니다. 그런데 관찰해 보면 경계음은 주로 암컷이 냅니다. 이 종에서 수컷은 자라면 태어난 곳을 떠나고 암컷은 근처에 머물러요. 즉 경계음을 내는 개체 주변에 있는 것은 대개 자기 혈연입니다.
- 일벌 — 일벌은 번식을 하지 않습니다. 평생 여왕의 새끼를 돌보다 죽어요. 자기 자손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 행동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요.
해밀턴의 답 — 유전자를 남기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해밀턴이 내놓은 해법은 관점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자기가 낳은 자식만 세지 말고, 자기와 같은 유전자가 세상에 얼마나 남는가를 세라는 것이었죠. 형제자매, 조카에게도 나와 같은 유전자가 상당 부분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혈연이 자식을 남기도록 돕는 것도 내 유전자를 남기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렇게 확장한 적합도를 포괄적응도(inclusive fitness)라고 합니다. 내가 직접 남긴 자손 + 내가 도운 혈연을 통해 추가로 남은 내 유전자의 몫, 이 둘을 합한 것이죠. 그리고 포괄적응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선택을 혈연선택(kin selection)이라고 부릅니다.
해밀턴은 이타행동이 퍼지는 조건을 간단한 식으로 정리했는데, 식을 외우기보다 말로 이해해 두는 편이 훨씬 오래갑니다.
도움을 받는 쪽이 얻는 이익에 둘 사이의 혈연 관계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곱한 값이, 도와주는 쪽이 치르는 손해보다 크면 그 이타행동은 퍼진다.
여기서 세 가지 변수가 보입니다. 혈연이 가까울수록, 받는 쪽의 이익이 클수록, 주는 쪽의 손해가 작을수록 이타행동이 유리해집니다. 그래서 예측이 나옵니다 — 이타행동은 아무에게나 베풀어지지 않고 가까운 혈연 쪽으로 쏠려야 한다는 것. 벨딩땅다람쥐의 경계음이 혈연이 주변에 많은 암컷 쪽에서 나타난다는 관찰이 이 예측과 맞아떨어집니다.
일벌도 같은 틀로 풀립니다. 벌·개미가 속한 무리는 수컷이 미수정란에서 나오는 독특한 성 결정 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자매끼리의 유전적 근연도가 어미-자식 사이보다 높아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 조건에서는 자기가 새끼를 낳는 것보다 여왕이 자매를 더 낳도록 돕는 쪽이 유전자를 더 남기는 길이 될 수 있어요. 일벌의 자기희생은 예외가 아니라 같은 계산의 결과인 셈입니다.
혈연이 아닌 상대끼리도 돕는 경우에는 호혜성(reciprocity)이 설명으로 쓰입니다. 오늘 도우면 나중에 저쪽이 갚는 구조인데, 유지되려면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같은 개체를 반복해 만나고, 서로를 알아보고, 갚지 않는 개체를 가려낼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확실한 사례는 흔하지 않습니다.

받는 쪽 이익에 혈연도를 곱한 값이 내 비용보다 크면 퍼진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이 단원의 진짜 핵심
여기까지 오면 이 단원이 던지는 진짜 메시지가 보입니다.
유전자에 좋은 것과 개체에 좋은 것이 항상 같지는 않다.
경계음을 내는 땅다람쥐에게 그 행동은 손해입니다. 번식을 포기하는 일벌에게도 손해예요. 공작 수컷의 거대한 꼬리도 그 개체의 생존에는 분명히 짐입니다. 그런데 그 행동과 형질을 만드는 유전자 입장에서 보면 전부 남는 장사였습니다. 그래서 남은 거예요.
이 관점의 전환을 가장 널리 퍼뜨린 책이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입니다. 제목의 "이기적"은 유전자에게 의도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 선택의 단위를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에 두고 보면 설명이 훨씬 깔끔해진다는 뜻이에요. 지금 본 혈연선택으로 이타행동을 풀어내는 대목이 바로 그 책의 중심 논증입니다. 이 단원을 제대로 소화하고 싶은 학생에게 저는 늘 이 책을 권합니다.
다만 이 논리를 사람의 도덕이나 사회 문제에 바로 갖다 붙이면 안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타는 적합도 수지의 정의이지 윤리적 평가가 아니에요. "진화적으로 그러니까 그래도 된다"는 문장은 사실에서 당위를 끌어내는 비약입니다.
쌤 한마디 — 이타행동 문제는 답안의 첫 문장으로 판가름납니다. "종의 보존을 위해"로 시작하면 그 뒤가 아무리 길어도 점수가 안 나와요. 선택은 종을 위해 작동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시작하세요. "도움을 주는 개체와 받는 개체가 유전자를 공유하기 때문에" — 이 한 문장만 제자리에 놓이면 포괄적응도, 혈연선택, 경계음 사례가 줄줄이 따라 나옵니다.
정리하면
먹이 찾기는 이익과 비용의 저울로, 짝짓기 체계는 새끼에게 필요한 보살핌의 양으로, 성선택은 생존이 아니라 번식 성공이 기준이라는 사실로 설명됩니다. 가장 어려워 보이던 이타행동도 포괄적응도와 혈연선택으로 자연선택의 틀 안에 들어와요.
세 주제를 관통하는 문장은 하나입니다. 행동은 형질이고, 형질은 유전자의 번식 성공에 따라 선택된다. 그래서 개체에게 손해인 행동도 남을 수 있습니다. 이 패턴이 개체군 수준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생존곡선과 생활사 전략으로, 여러 종이 얽힌 관계로는 종간 상호작용으로 이어집니다. 이 장의 출발점이 흐릿해졌다면 근접 원인과 궁극 원인으로 돌아가 보세요.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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