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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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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곡선과 생활사 전략 — 적게 낳아 돌볼까, 많이 낳고 맡길까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굴 한 마리가 한 번에 내보내는 알은 수백만 개 단위입니다. 코끼리는 평생 낳는 새끼가 손에 꼽히고요. 이 이야기를 하면 학생들이 꼭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굴이 유리한 거 아니에요? 많이 낳으면 많이 살아남잖아요."

좋은 반응입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왜 세상이 굴로 뒤덮이지 않았을까요? 굴이 수백만 개를 낳는데도 굴 개체군이 폭발하지 않는다면, 그 수백만 개 대부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코끼리가 몇 마리밖에 안 낳고도 버티고 있다면, 그 몇 마리에게는 다른 무언가가 주어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이 글은 "몇 마리를 낳는가"가 아니라 "낳은 것들이 어떻게 죽어 가는가"를 보는 이야기입니다.

생명표와 생존곡선 — 죽음의 시간표를 그린다

생태학자는 한 개체군에서 같은 시기에 태어난 무리를 추적해 연령대별로 몇 마리가 살아남았는지를 표로 만듭니다. 이것이 생명표(life table)예요. 이 표를 그래프로 그린 것이 생존곡선(survivorship curve)입니다.

그래프를 읽을 때 두 가지를 먼저 확인하세요.

  • 가로축은 상대 수명입니다. 실제 나이(년)가 아니라 "최대 수명의 몇 %를 지났는가"로 그려요. 그래야 수명이 80년인 사람과 1년인 곤충을 같은 그래프에 놓고 비교할 수 있습니다.
  • 세로축은 보통 로그 눈금으로 그린 생존 개체 수입니다. 시작을 1000마리로 맞추는 경우가 많아요. 로그를 쓰는 이유는 기울기가 곧 그 시기의 사망률이 되어, 가파르면 많이 죽는 시기라고 바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만 잡고 나면 생존곡선은 그림이 아니라 문장으로 읽힙니다. "이 종은 인생의 어느 시기에 주로 죽는가."

Ⅰ형 — 늦게 죽는다

곡선이 한참 평평하게 가다가 후반부에서 뚝 떨어지는 모양입니다. 태어난 개체 대부분이 성체까지 살아남고, 죽음이 노년에 몰려 있어요.

사람과 대형 포유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왜 이런 모양이 나올까요? 자손 하나하나에 엄청난 투자를 하기 때문입니다. 긴 임신 기간, 젖, 오랜 양육과 보호. 어린 개체가 가장 취약한 시기를 부모가 대신 막아 줍니다. 그러니 초기 사망이 낮을 수밖에 없죠.

대신 대가가 있습니다. 한 마리에 그렇게 쏟으니 많이 낳을 수가 없어요.

Ⅲ형 — 일찍, 대량으로 죽는다

정반대입니다. 곡선이 시작하자마자 절벽처럼 내려꽂히고, 그 뒤로는 완만해집니다. 알이나 유생 단계에서 압도적 다수가 죽고, 그 관문을 통과한 소수는 비교적 오래 삽니다.

굴 같은 해양 무척추동물, 알을 많이 낳는 어류, 씨앗을 대량으로 뿌리는 많은 식물이 이 모양이에요. 자손 하나에 들어가는 투자가 극히 적습니다. 알은 작고, 보호도 없고, 부모는 낳아 놓고 떠나요. 대부분이 먹히거나 자리를 못 잡고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이건 실패한 전략일까요? 아닙니다. 수백만 개 중 둘만 살아남아 번식하면 개체군은 유지됩니다. 하나에 투자하는 대신 확률에 투자하는 방식인 거예요. 어느 쪽이 우월한 게 아니라, 그 환경에서 더 많은 자손을 남긴 쪽이 남은 것뿐입니다.

Ⅱ형 —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가운데입니다. 로그 눈금에서 거의 직선으로 내려가는 모양이고, 이는 나이와 무관하게 사망률이 일정하다는 뜻입니다. 어릴 때나 늙었을 때나 죽을 확률이 비슷해요.

히드라, 일부 조류, 일부 도마뱀·설치류가 예로 쓰입니다. 이런 모양이 나오는 상황은 주로 죽음의 원인이 나이와 상관없는 것일 때예요. 포식이나 사고처럼, 어리다고 더 잘 죽는 것도 늙었다고 더 잘 죽는 것도 아닌 요인이 지배하면 곡선이 직선에 가까워집니다.

구분Ⅰ형Ⅱ형Ⅲ형
곡선 모양후반에 급락거의 직선초반에 급락
사망이 몰린 시기노년기특정 시기 없음유생·유체기
연령별 사망률초기 낮고 후기 높음연령과 무관하게 일정초기 높고 후기 낮음
자손 수적음중간매우 많음
자손당 투자매우 큼(장기간 보호)중간매우 작음(방임)
예사람, 대형 포유류히드라, 일부 조류·도마뱀굴, 다산성 어류, 많은 식물

표를 통째로 외우기보다 세로로 읽는 습관을 들이세요. 자손 수와 자손당 투자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 결과가 곡선 모양으로 나타납니다. 인과의 순서는 투자 방식 → 초기 사망률 → 곡선 모양입니다.

로그 눈금 세로축 위에 그린 1형·2형·3형 생존곡선과 각 유형에 해당하는 생물, 자손당 투자량과 자손 수가 반대로 움직이는 관계, 그리고 r선택과 K선택 사이에 여러 생물이 놓인 연속적인 축

곡선의 모양을 정하는 것은 자손 한 마리에 얼마를 투자했는가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모든 선택은 트레이드오프다

왜 굴이 알도 많이 낳으면서 동시에 하나하나 돌볼 수는 없을까요? 답은 단순합니다. 에너지가 유한하기 때문이에요.

생물이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정해져 있고, 그것을 성장·생존(자기 몸 유지)·번식에 나눠 씁니다. 한쪽을 늘리면 다른 쪽이 줍니다. 이 피할 수 없는 맞바꿈을 트레이드오프(trade-off)라고 해요. 생활사 전략이란 결국 이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입니다.

대표적인 맞바꿈이 셋 있습니다.

  • 자손의 수 ↔ 자손 하나의 질 — 같은 에너지로 작은 알을 많이 만들거나, 큰 알을 적게 만들 수 있습니다. 둘 다는 안 됩니다.
  • 번식 ↔ 부모의 생존 — 번식에 몸을 쏟아붓는 만큼 부모가 약해집니다. 새가 알을 더 품으면 다음 해 생존율이 떨어지는 식이죠.
  • 일찍 번식 ↔ 크게 자란 뒤 번식 — 일찍 시작하면 죽기 전에 자손을 남길 가능성이 커지지만, 몸이 작아 한 번에 낳는 수가 적습니다.

한 번에 다 걸까, 나눠 걸까

번식 횟수도 전략입니다.

  • 일회번식 — 평생 단 한 번, 가진 것을 전부 쏟아 번식하고 죽습니다. 연어와 한해살이 식물, 주기매미 같은 곤충이 여기에 해당해요. 성체의 생존 가능성이 낮거나 번식 기회가 드문 환경에서 유리합니다. 다음 기회를 기대할 수 없다면 이번에 다 거는 게 낫거든요.
  • 다회번식 — 여러 해에 걸쳐 나눠서 번식합니다. 대형 포유류와 여러해살이 식물이 그렇죠. 성체 생존율이 높고 환경이 안정적일 때 유리합니다. 이번에 실패해도 다음이 있으니까요.

여기서 놓치지 말 것. 연어가 죽는 것은 번식하느라 힘이 빠져서 어쩔 수 없이가 아닙니다. 남은 몸을 아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전부 쓰도록 선택된 것입니다. 결과가 아니라 전략이에요.

r선택과 K선택 — 양자택일이 아니라 축입니다

생활사의 이런 차이를 두 극단으로 요약한 것이 r선택과 K선택입니다. 이름은 앞 글의 성장 모형에서 왔어요. r은 증가율, K는 환경수용력입니다.

구분r선택 쪽K선택 쪽
유리한 환경불안정·교란이 잦음, 밀도가 낮음안정적, 밀도가 K 근처로 포화
강조되는 것빨리 늘어나는 능력붐비는 곳에서 버티는 능력
자손많이, 작게, 방임적게, 크게, 돌봄
번식 시작이르다늦다
몸 크기·수명작고 짧다크고 길다
대체로 나타나는 생존곡선Ⅲ형에 가까움Ⅰ형에 가까움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주의가 남았습니다. 이 둘은 서랍 두 개가 아니라 하나의 연속적인 축입니다. 어떤 종을 "r선택종이다"라고 딱 잘라 분류하는 건 정확하지 않아요.

  • 대부분의 생물은 축의 중간 어딘가에 있습니다. 두 극단은 자를 재기 위한 눈금이지 칸막이가 아니에요.
  • 위치는 비교 대상에 따라 달라집니다. 생쥐는 코끼리에 비하면 r쪽이지만 세균에 비하면 한참 K쪽이에요.
  • 같은 종도 환경에 따라 위치가 움직입니다. 밀도가 낮고 교란이 잦으면 일찍·많이 낳는 쪽이, 포화 상태에서는 늦게·크게 낳는 쪽이 유리해집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결국 무엇인지도 분명히 해 둡시다. 생활사 전략은 생물이 선택한 계획이 아닙니다. "굴은 많이 낳기로 결정했다"는 표현은 자연선택에 대한 흔한 오해와 같은 함정이에요. 정확히는 그 환경에서 더 많은 자손을 남긴 형질의 조합이 세대를 거쳐 흔해진 것입니다. 교란이 잦은 곳에 먼저 자리 잡는 종이 빨리 번식하는 쪽인 이유도 그래서고요 — 이 패턴은 생태적 천이에서 다시 만납니다.

쌤 한마디 — 생존곡선 문제에서 학생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곡선이 아래쪽에 있으면 "이 종이 불리하다"고 읽는 거예요. 아닙니다. 생존곡선은 생존한 비율을 보여 줄 뿐, 개체군이 잘 유지되는지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Ⅲ형 종은 생존율이 처참해도 낳는 수가 압도적이라 개체군이 멀쩡해요. 그래프를 볼 때 "이건 무엇을 재고 있고, 무엇은 안 재고 있나"를 먼저 묻는 습관. 이건 생물뿐 아니라 모든 자료 해석에 쓰입니다.

정리하면

생존곡선은 개체군이 인생의 어느 시기에 주로 죽는지를 보여 줍니다. Ⅰ형은 늦게, Ⅲ형은 일찍, Ⅱ형은 고르게 죽어요. 그리고 이 모양을 만든 원인은 자손 하나에 얼마나 투자했는가입니다.

많이 낳고 방치하는 것과 적게 낳고 돌보는 것은 우열이 아니라 유한한 에너지를 나누는 두 가지 답이고, r선택과 K선택은 그 답들을 늘어놓은 연속적인 축입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았습니다. 개체군의 크기를 실제로 붙잡아 두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음 글 개체군은 무엇이 조절하는가 — 밀도 의존과 인구 성장에서 다룹니다. 앞의 두 글은 밀도와 분포, 지수 성장과 로지스틱 성장입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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