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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 총생산량·순생산량, 그리고 생물량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울창한 원시림과 막 자라기 시작한 어린 숲, 둘 중 어느 쪽이 이산화 탄소를 더 많이 붙잡아 둘까요?" 이 질문을 던지면 거의 전원이 원시림을 고릅니다. 나무가 크고 빽빽하니까요.

그런데 답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묻는 거냐"에 따라 답이 정반대로 갈리거든요. 지금 붙잡아 둔 양을 묻는다면 원시림입니다. 올해 새로 붙잡아 쌓는 양을 묻는다면 어린 숲일 가능성이 높아요.

이 글은 그 두 질문을 구분하는 법에 관한 것입니다. 생태계 단원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헷갈리는 지점이고, 수능에서 그래프로 제일 자주 나오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월급과 잔고 — 생산량과 생물량

먼저 두 단어를 갈라놓고 시작하겠습니다.

  • 생산량 — 일정 기간 동안 새로 만들어진 유기물의 양입니다. 단위에 반드시 기간이 붙어요. "1년에", "하루에". 성격상 속도입니다.
  • 생물량(현존량) — 어느 한 시점에 실제로 존재하는 유기물의 총량입니다. 기간이 붙지 않아요. 지금 찍은 사진 같은 값이고, 성격상 저장량입니다.

제가 수업에서 쓰는 비유는 통장입니다. 생산량은 월급이고, 생물량은 잔고예요. 월급이 많다고 잔고가 많은 게 아니고, 잔고가 많다고 이번 달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둘은 아예 다른 종류의 수입니다.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요. 원시림은 수백 년 동안 쌓아 온 잔고가 어마어마합니다. 하지만 나무들이 다 자라서 더 커질 여지가 적고, 큰 몸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이번 해에 새로 쌓이는 양은 의외로 적어요. 반대로 어린 숲은 잔고는 얼마 안 되지만 왕성하게 크는 중이라 쌓이는 속도가 빠릅니다. 천이가 진행될수록 생물량은 계속 늘지만 순생산량은 어느 지점부터 줄어드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총생산량 — 광합성으로 붙잡은 전부

이제 회계를 열어 봅시다. 생태계로 들어오는 에너지의 입구는 생산자의 광합성 한 곳뿐입니다.

총생산량(총1차생산량)은 생산자가 일정 기간 동안 광합성으로 고정한 유기물의 전체 양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빼지 않은 총액이에요. 생태계가 벌어들인 매출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점 하나. 햇빛이 아무리 쏟아져도 그중 아주 일부만 총생산량이 됩니다. 잎에 닿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지는 빛, 잎에 닿았지만 반사되거나 투과하는 빛, 광합성 색소가 흡수하지 못하는 파장이 전부 빠져요. 태양에너지 대부분은 애초에 생태계로 들어오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그 관문을 통과한 몫입니다.

생산자도 숨을 쉽니다 — 호흡량

학생들이 가장 자주 빠뜨리는 게 이것입니다. 식물도 호흡합니다. 그것도 밤에만이 아니라 하루 종일요.

식물은 광합성으로 만든 유기물 중 상당 부분을 자기가 씁니다. 뿌리로 물과 무기 양분을 끌어올리고, 만든 당을 체관으로 실어 나르고, 세포를 새로 만들고,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전부 ATP가 필요해요. 그 ATP는 세포호흡으로 만듭니다. 즉 자기가 만든 포도당을 자기가 태워 씁니다.

이렇게 생산자가 자신의 생명 활동에 소비한 유기물의 양을 호흡량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앞 글에서 봤듯 이 과정에서 에너지의 일부는 반드시 열로 빠져나가요. 호흡량은 생태계 안에 남는 유기물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비용입니다.

핵심 식 하나

그래서 이렇게 정리됩니다.

총생산량 = 순생산량 + 호흡량

말로 풀면 이렇습니다. 광합성으로 벌어들인 전부(총생산량)에서 자기가 살아가는 데 쓴 몫(호흡량)을 빼고 남은 것이 순생산량이다. 매출에서 운영비를 빼면 순이익이 남는 것과 똑같은 구조예요.

순생산량이 왜 중요할까요. 생태계의 다른 모든 생물이 쓸 수 있는 몫이 딱 이만큼이기 때문입니다. 초식동물이 먹을 수 있는 것도, 분해자에게 돌아갈 것도, 나무의 몸으로 쌓이는 것도 전부 순생산량 안에서 나눠 가집니다. 총생산량이 아무리 커도 호흡량이 그만큼 크면 남는 게 없어요.

용어뜻통장 비유
총생산량생산자가 광합성으로 고정한 유기물 전체매출
호흡량생산자가 자기 생명 활동에 쓴 유기물운영비(사라짐)
순생산량총생산량 − 호흡량. 생태계가 쓸 수 있는 몫순이익
생물량어느 시점에 존재하는 유기물 총량누적 잔고

순생산량은 다시 세 갈래로 나뉩니다

남은 순이익이 어디로 가는지도 따라가 봅시다. 순생산량은 세 군데로 흩어집니다.

순생산량 = 생장량 + 피식량 + 고사·낙엽량

  • 생장량 — 식물의 몸으로 실제로 쌓이는 몫입니다. 줄기가 굵어지고 키가 크는 부분이에요. 이 값이 생물량의 증가분이 됩니다. 여기서 생산량과 생물량이 연결돼요.
  • 피식량 — 초식동물에게 먹히는 몫입니다. 먹이사슬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유일한 통로죠.
  • 고사·낙엽량 — 아무에게도 먹히지 않고 시들거나 떨어지는 몫입니다. 분해자에게 갑니다. 실제로는 이쪽이 피식량보다 훨씬 큽니다. 숲 바닥에 쌓인 낙엽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죠.

여기서 앞 글의 이야기가 다시 연결됩니다. 왜 영양단계 간 전달 효율이 대략 10% 안팎밖에 안 되는지요. 총생산량에서 이미 호흡량이 빠졌고, 남은 순생산량에서도 대부분은 먹히지 않은 채 분해자에게 갑니다. 다음 단계로 실제로 건너가는 건 피식량이라는 좁은 문 하나뿐이에요.

총생산량 막대를 순생산량과 호흡량 두 칸으로 쪼개 합이 맞는 것을 보이고, 생산량은 흐름이고 생물량은 저량임을 물탱크로 나타낸 뒤, 단위면적 생산성이 큰 곳과 총량이 큰 곳이 어긋나는 것과 생물량이 작아도 회전이 빠르면 생산량이 커지는 것을 막대로 비교한 그림

생산량은 흐르는 물, 생물량은 고인 물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소비자 쪽의 회계 — 2차 생산량

소비자에게도 같은 회계가 적용됩니다. 다만 출발점이 광합성이 아니라 먹은 것이에요.

소가 풀을 먹었다면, 그 섭취량에서 먼저 소화되지 않고 똥으로 나간 몫이 빠집니다. 남은 것이 몸에 흡수된 동화량이고, 거기서 다시 호흡량이 빠져요. 그러고 남은 것이 소의 몸으로 쌓이는 2차 생산량입니다.

배설물 처리에 주의하세요. 시험에서 자주 함정으로 나옵니다. 똥으로 나간 에너지는 소가 쓴 에너지가 아닙니다. 소의 몸을 통과만 했을 뿐, 여전히 앞 단계에 속한 유기물이고 그대로 분해자에게 갑니다. 그래서 "섭취량 − 배설량 = 동화량"이라는 단계를 꼭 거쳐야 해요.

생산량은 무엇이 정하는가

생태계마다 생산량이 크게 다른데,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광합성을 제한하는 요인입니다.

  • 육상 생태계에서는 주로 온도와 물입니다. 따뜻하고 비가 충분한 곳일수록 생산량이 큽니다. 사막이 척박한 건 빛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물이 없어서죠.
  • 수생 생태계에서는 주로 빛과 무기 영양소입니다. 물은 넘치지만 빛이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질소·인 같은 영양염류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깊은 바다 한가운데는 물이 맑을수록 오히려 생산량이 낮은 경우가 흔합니다.

여기서 물질 순환과의 연결이 보입니다. 질소와 인이 순환을 통해 다시 공급되지 않으면 생산량 자체가 눌려요. 물질 순환이 막히면 에너지 흐름의 입구가 좁아집니다.

쌤 한마디 — 생산량 그래프 문제에서 학생들이 무너지는 자리는 거의 항상 같습니다. 축을 안 보고 뛰어드는 거예요. 저는 문제를 받으면 세로축에 "/년"이 붙어 있는지부터 확인하게 시킵니다. 붙어 있으면 생산량, 즉 속도입니다. 안 붙어 있고 그냥 양이면 생물량, 즉 잔고예요. 그리고 하나 더 — 그래프에서 총생산량 곡선과 호흡량 곡선 사이의 간격이 순생산량입니다. 간격이 좁아지고 있다면 숲이 늙어 가는 중이고, 두 선이 만나면 그 생태계는 더 이상 쌓지 못하는 상태예요.

정리하면

생산량은 기간당 새로 만들어진 양(속도)이고, 생물량은 어느 순간 존재하는 양(저장량)입니다. 월급과 잔고예요. 이 둘을 섞으면 "울창한 숲이 생산량도 최고일 것"이라는 직관에 걸려 넘어집니다.

총생산량 = 순생산량 + 호흡량. 생산자도 자기가 만든 것을 태워 쓰기 때문에, 생태계의 나머지 전부가 나눠 쓸 수 있는 몫은 순생산량뿐입니다. 그 순생산량마저 생장량·피식량·고사량으로 갈라지고, 다음 영양단계로 가는 건 피식량이라는 좁은 문 하나뿐이고요.

여기까지가 에너지 쪽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에너지와 달리, 같은 길을 흐르던 물질은 사라지지 않고 돌아옵니다. 다음 글 — 탄소와 질소는 돌고, 에너지는 돌지 않는다에서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끝까지 파 보겠습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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