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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순환 — 탄소와 질소는 돌고, 에너지는 돌지 않는다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수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여러분 몸을 이루고 있는 탄소 원자 하나를 골라 과거로 되감아 봅시다. 며칠 전에는 밥알 속의 녹말이었을 겁니다. 그 전에는 벼의 잎이 붙잡은 이산화 탄소였겠고요. 그 전에는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내쉰 숨이었을 거예요. 더 되감으면 공룡의 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장난을 에너지에 대고는 할 수가 없습니다. 공룡이 쓰던 에너지는 지금 아무 데도 없어요. 열이 되어 우주로 빠져나간 지 오래입니다.

이 차이 하나가 생태계 단원 전체의 뼈대입니다. 에너지는 흐르고, 물질은 순환합니다. 오늘은 이 한 문장이 왜 성립하는지부터 시작해, 탄소와 질소가 실제로 어떻게 도는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왜 하나는 흐르고 하나는 도는가

이유는 두 가지가 겹쳐 있습니다.

① 지구는 물질에는 닫혀 있고, 에너지에는 열려 있습니다.

지구로 새 탄소 원자가 배달되지 않고, 지구 밖으로 탄소가 빠져나가지도 않습니다. 있는 것을 계속 돌려 쓸 수밖에 없어요. 반면 에너지는 햇빛으로 끊임없이 들어오고, 열로 끊임없이 나갑니다. 문이 양쪽으로 뚫려 있는 셈이죠.

② 물질은 형태만 바뀌지만, 에너지는 질이 떨어집니다.

탄소 원자는 이산화 탄소였다가 포도당이었다가 단백질이었다가 다시 이산화 탄소가 되어도 여전히 똑같은 탄소 원자입니다. 아무것도 잃지 않아요. 그래서 몇 번이고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에너지는 다릅니다. 쓸 때마다 일부가 열로 바뀌는데, 열은 생물이 다시 붙잡아 일을 시킬 수 없는 형태예요. 산화적 인산화에서 봤듯 ATP를 만들 때도, 그 ATP를 쓸 때도 열이 새어 나갑니다. 열역학 제2법칙이 한쪽 방향만 허락하는 거죠. 에너지의 총량은 보존되지만 쓸 수 있는 형태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태계 그림에서 물질은 닫힌 고리로, 에너지는 한쪽으로 지나가는 화살표로 그립니다. 에너지 피라미드가 절대 뒤집히지 않았던 이유도 같은 뿌리예요.

탄소 순환 — 광합성과 호흡이 만드는 왕복

탄소 순환의 뼈대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두 반응이 서로를 되돌립니다.

  • 광합성 — 대기(또는 물)의 이산화 탄소를 붙잡아 유기물로 만듭니다. 무기물 → 유기물. 이것이 탄소가 생물권으로 들어오는 유일한 대문입니다.
  • 세포호흡 — 유기물을 분해해 이산화 탄소를 도로 내보냅니다. 유기물 → 무기물.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점. 호흡하는 건 동물만이 아닙니다. 식물도, 분해자도 호흡합니다. 앞 글의 호흡량이 바로 식물이 이산화 탄소를 되돌려 보내는 몫이에요.

그리고 생물이 죽은 뒤에도 탄소는 갇혀 있지 않습니다. 분해자가 사체와 배설물의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호흡으로 이산화 탄소를 내놓습니다. 세균과 균류가 없으면 탄소는 사체 안에 갇힌 채 대기로 돌아가지 못해요. 낙엽이 썩는다는 건 탄소가 대기로 반납되는 과정입니다.

여기에 세 번째 경로가 하나 더 있습니다. 화석 연료예요.

아주 오래전, 죽은 생물체가 분해되지 못한 채 땅에 묻힌 경우가 있었습니다. 산소가 없거나 분해자가 접근하지 못하는 환경이었던 거죠. 그 유기물이 수억 년에 걸쳐 석탄과 석유가 되었습니다. 화석 연료란 탄소 순환에서 오랫동안 빠져나가 잠자고 있던 탄소입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자연이 수억 년에 걸쳐 천천히 묻어 둔 탄소를, 인간은 수백 년 만에 태워서 대기로 되돌리고 있습니다. 순환이 끊긴 게 아니라 한쪽 방향의 속도만 비정상적으로 빨라진 상태예요. 이것이 대기 중 이산화 탄소 농도가 올라가는 기본 구조입니다.

바다도 큰 탄소 저장고입니다. 이산화 탄소는 물에 녹아들고, 일부는 조개껍데기나 산호의 탄산 칼슘으로 굳어 해저에 쌓여요. 대기와 바다는 늘 탄소를 주고받습니다.

질소 순환 — 78%가 있는데도 모자라다

질소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여기서 학생들이 크게 놀라요.

대기의 약 78%가 질소 기체(N₂)입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헤엄치듯 살고 있어요. 그런데도 생태계에서 생산량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요인이 질소입니다. 농부가 질소 비료를 주는 이유고요.

왜 그럴까요. N₂ 분자의 두 질소 원자가 삼중 결합으로 아주 단단히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결합을 끊으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식물도 동물도 그럴 능력이 없어요. 뷔페에 음식이 가득한데 문이 용접되어 있는 셈입니다.

질소가 왜 필요한지도 짚고 가죠. 단백질의 아미노기, 핵산의 염기, ATP, 엽록소 — 전부 질소를 품고 있습니다. 물질대사의 뼈대가 되는 분자 대부분이 질소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아요.

문을 여는 건 미생물입니다

그 용접된 문을 열 수 있는 생물이 있습니다. 오직 일부 세균뿐이에요. 질소 순환을 이해한다는 건 사실상 미생물이 하는 일을 순서대로 아는 것입니다.

① 질소 고정 — N₂를 암모늄으로

질소 고정 세균이 대기 중 N₂의 삼중 결합을 끊어 암모늄(NH₄⁺) 형태로 바꿉니다. 콩과식물의 뿌리혹에 사는 뿌리혹박테리아, 흙 속의 아조토박터, 물속의 남세균 같은 것들이죠. 콩과식물을 심으면 땅이 좋아진다는 농사 경험이 여기서 나옵니다. 식물은 뿌리혹에 살 곳과 양분을 주고, 세균은 쓸 수 있는 질소를 주는 상리공생이에요.

번개로도 소량 고정되지만, 자연 상태에서 대부분의 질소 고정은 세균의 몫입니다.

② 질산화 — 암모늄을 질산 이온으로

질산화 세균이 암모늄을 아질산 이온(NO₂⁻)을 거쳐 질산 이온(NO₃⁻)으로 바꿉니다. 이 세균들은 그 과정에서 나오는 화학에너지로 살아가는 독립영양생물이에요. 흙 속 식물의 뿌리는 주로 질산 이온 형태로 질소를 흡수합니다.

③ 질소 동화 — 식물이 유기물로

흡수한 질산 이온으로 식물이 아미노산·단백질·핵산을 만듭니다. 여기서 질소가 생물의 몸으로 들어와요. 동물은 이 식물을 먹어 질소를 얻습니다. 동물은 무기 질소를 직접 쓰지 못하니까요.

④ 암모니아화 — 분해자가 되돌림

사체와 배설물의 질소 화합물을 분해자가 분해해 다시 암모늄으로 되돌립니다. 그러면 ②로 돌아가 고리가 이어져요.

⑤ 탈질산화 — 대기로 반납

탈질산화 세균이 질산 이온을 N₂로 되돌려 대기로 내보냅니다. 주로 산소가 부족한 토양이나 물속에서 일어나요. 이 단계가 있어야 고리가 진짜로 닫힙니다. 이것이 없으면 질소는 땅에 쌓이기만 하고 대기의 질소는 계속 줄어들 거예요.

단계하는 일주역
질소 고정N₂ → 암모늄뿌리혹박테리아, 남세균 등
질산화암모늄 → 아질산 → 질산 이온질산화 세균
질소 동화질산 이온 → 단백질·핵산식물(이후 동물로 이동)
암모니아화유기 질소 → 암모늄분해자(세균·균류)
탈질산화질산 이온 → N₂탈질산화 세균

표를 보면 다섯 칸 중 네 칸이 미생물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 멈추면 지구의 질소는 대기에 갇힌 채 아무도 쓸 수 없게 돼요. 생태계에서 미생물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대기의 이산화 탄소가 광합성으로 들어와 호흡과 분해로 돌아가는 탄소 순환과, 오래 묻혀 있던 화석 연료를 사람이 빠르게 태워 되돌리는 경로, 질소고정·질산화·암모니아화·탈질산화 네 단계를 미생물이 맡는 질소 순환, 그리고 닫힌 고리를 이루는 물질과 열로 빠져나가는 에너지의 대조

물질 화살표는 고리를 이루고, 에너지 화살표는 열로 빠져나간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탄소와 질소를 나란히 놓고 보면

구분탄소질소
주요 저장고대기·바다·화석 연료·생물체대기(N₂)·토양·생물체
생물권 입구광합성질소 고정(세균)
입구를 여는 생물광합성 생물일부 세균만
대기로 되돌리는 길호흡·분해·연소탈질산화
제한 요인이 되는가상대적으로 덜함자주 제한 요인이 됨

한눈에 보이는 차이가 있죠. 탄소의 문은 식물이면 누구나 열 수 있지만, 질소의 문은 특정 세균만 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질소가 더 쉽게 부족해지고, 더 쉽게 생산량을 제한합니다.

고리를 세게 흔들면

인간이 하는 일은 대체로 순환의 한쪽 속도만 크게 키우는 것입니다.

화석 연료를 태우는 건 땅에 묻힌 탄소를 비정상적으로 빨리 대기로 보내는 일이고, 질소 비료를 대량으로 뿌리는 건 세균이 하던 질소 고정을 공장이 대신하는 일이에요. 그렇게 늘어난 질소가 빗물에 씻겨 강과 바다로 흘러가면 조류가 폭발적으로 번식하고, 그것이 죽어 분해되는 과정에서 산소가 소모되면서 물속 생물이 살기 어려워집니다.

이렇게 환경이 달라지면 그 조건에 맞는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아 번식합니다. 자연선택은 지금도 작동해요. 교란된 뒤 군집이 재편되는 과정은 군집의 구조와 천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쌤 한마디 — 물질 순환 문제에서 제가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건 딱 하나입니다. 화살표마다 "누가 하는가"를 적으라는 것. 이산화 탄소에서 유기물로 가는 화살표에는 광합성 생물, 유기물에서 이산화 탄소로 가는 화살표에는 모든 생물의 호흡과 분해자. 질소 쪽은 화살표마다 세균 이름이 붙습니다. 이렇게 적어 두면 "다음 중 세균이 관여하지 않는 과정은?" 같은 문제가 그냥 읽기 문제가 돼요. 그림을 외우지 말고 그림 위에 주어를 써 넣으세요.

정리하면

지구는 물질에는 닫혀 있고 에너지에는 열려 있습니다. 게다가 물질은 형태만 바뀔 뿐 사라지지 않지만, 에너지는 쓸 때마다 열로 질이 떨어져 되돌아오지 못해요. 그래서 물질은 순환하고 에너지는 흐릅니다.

탄소는 광합성으로 들어와 호흡·분해·연소로 되돌아갑니다. 화석 연료는 그 순환에서 오래 빠져 있던 탄소이고, 문제는 그것을 되돌리는 속도예요. 질소는 대기에 가득하지만 삼중 결합 때문에 대부분의 생물이 쓰지 못하고, 질소 고정·질산화·탈질산화를 모두 세균이 맡고 있어서 미생물 없이는 질소 순환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것으로 Ch.55가 마무리됩니다. 전체를 다시 훑고 싶다면 먹이사슬과 먹이그물에서 출발해 에너지 흐름과 생태 피라미드, 생산량 순서로 읽어 보세요. 생태계 아래에 깔린 개체군과 군집 이야기는 개체군의 생장과 환경수용력에서 이어집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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