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가 유전물질이라는 증거와 이중나선 구조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염색체 위에 유전자가 있다는 건 20세기 초에 밝혀졌습니다(개념 15.1). 그런데 염색체는 DNA와 단백질이 함께 뭉쳐 있는 구조예요. 그럼 둘 중 어느 쪽이 진짜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걸까요? 194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과학자들은 단백질 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아미노산이 20종류라 정보를 담기에 더 다양해 보였거든요. DNA는 겨우 4종류(A, T, G, C)뿐이라 "너무 단순해서 유전 정보를 담기엔 부족하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리피스의 이상한 관찰 — 형질전환
1928년 프레더릭 그리피스는 폐렴을 일으키는 세균(폐렴쌍구균)으로 실험을 하다가 이상한 현상을 봅니다. 살아있는 무해한 R형균과, 열처리로 죽인 병원성 S형균을 섞어서 쥐에 주사했더니 쥐가 폐렴으로 죽은 거예요. 죽은 세균이 살아있는 세균에게 뭔가를 전달해서 병원성으로 바꿔놓았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리피스는 이 현상을 형질전환(transformation)이라 이름 붙였지만, 정체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못했습니다.
에이버리 — 범인은 DNA였다
1944년 오즈월드 에이버리와 동료들이 이 "형질전환 물질"의 정체를 추적합니다. 방법은 단순했어요. 죽은 S형균 추출물에 단백질 분해효소, RNA 분해효소, DNA 분해효소를 각각 처리한 뒤, 형질전환이 여전히 일어나는지 봤습니다. DNA 분해효소를 처리했을 때만 형질전환이 사라졌습니다. 즉 형질전환 물질은 DNA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학계는 이 결과에 곧바로 설득되지 않았습니다. 세균 실험 결과가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에 그대로 적용될지 의문이 남아 있었거든요.
허시와 체이스 — 확인 사살
1952년 앨프리드 허시와 마사 체이스가 결정타를 날립니다. 이들은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했는데, 파지는 단백질 껍질 안에 DNA만 들어있는 아주 단순한 구조라 "단백질이냐 DNA냐"를 깔끔하게 구분하기 좋았습니다.
이들은 파지의 단백질은 방사성 황(³⁵S)으로, DNA는 방사성 인(³²P)으로 표지한 뒤 세균을 감염시켰습니다. 그리고 믹서로 세게 흔들어 세균 표면에 남은 파지 껍질만 떼어냈어요.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 세균 안으로 들어가 다음 세대 파지를 만드는 데 쓰인 건 32P로 표지된 DNA였고, 35S 단백질은 세균 밖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DNA는 어떻게 생겼을까 — 샤가프의 법칙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게 확정된 이상, 이제 구조를 알아내야 했습니다. 어윈 샤가프는 여러 생물 종의 DNA에서 염기 비율을 분석하다가 규칙을 발견합니다. 아데닌(A)의 양은 항상 티민(T)의 양과 같고, 구아닌(G)의 양은 항상 사이토신(C)의 양과 같다는 것이었어요(종마다 A+T와 G+C의 전체 비율은 다르지만, A=T·G=C라는 등식 자체는 모든 종에서 성립). 이를 샤가프의 법칙이라 합니다. 당시엔 왜 이런 규칙이 성립하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왓슨과 크릭의 이중나선 모델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이 모든 단서를 하나로 엮어 DNA 이중나선 구조를 제안합니다. 두 가닥의 폴리뉴클레오타이드가 서로 반대 방향(역평행)으로 나선을 이루고, 안쪽에서 염기끼리 수소결합으로 짝을 짓는데 A는 항상 T와, G는 항상 C와 짝을 짓는다는 모델이었습니다 — 이 상보적 염기쌍 규칙이 바로 샤가프의 법칙을 자연스럽게 설명해줬어요.

역평행 두 가닥과 상보적 염기쌍, 그리고 샤가프의 법칙이 성립하는 이유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결정적인 물리적 단서는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X선 회절 기법으로 찍은 DNA 결정 사진("사진 51")이었습니다. 이 사진은 모리스 윌킨스를 통해 왓슨과 크릭에게 전달됐고, 나선 구조의 지름·나선 간격 같은 핵심 수치를 확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쌤 한마디 —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왓슨·크릭·윌킨스 세 사람에게 돌아갔습니다. 프랭클린은 그 전인 1958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노벨상은 원칙적으로 생존한 사람에게만 수여되기 때문에 후보로 고려조차 될 수 없었습니다. 프랭클린의 데이터가 이 발견에 얼마나 결정적이었는지, 그리고 그 기여가 당시 얼마나 제대로 인정받았는지는 지금도 과학사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입니다.
구조를 알았으니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습니다. 세포가 분열할 때 이 DNA를 어떻게 정확히 복제할까? 개념 16.2에서 이어집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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