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와 무산소 호흡 — 산소 없이 NAD⁺를 되돌리는 두 가지 방법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운동을 격하게 하면 근육이 뻐근하고 화끈거리는 느낌을 받아본 적 있을 거예요. 이건 근육 세포가 산소 공급 속도보다 더 빠르게 에너지를 쓰면서, 산소 없이 에너지를 뽑아내는 경로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글(개념 10.4)에서 산소가 없으면 전자전달계가 멈추고, 그러면 NAD⁺가 바닥나 해당과정마저 멈춘다고 했었죠. 이번 글에서는 세포가 이 문제를 어떻게 우회하는지 봅니다.
무산소 호흡이란 — 산소 대신 다른 최종 전자 수용체
무산소 호흡(anaerobic respiration)은 일부 원핵생물이 쓰는 방식으로, 전자전달계는 그대로 쓰되 최종 전자 수용체만 산소가 아닌 다른 무기물질(황산 이온, 질산 이온 등)로 바꾼 경로입니다. 전자전달계와 화학삼투가 그대로 작동하니 산소 호흡만큼은 아니어도 발효보다는 훨씬 많은 ATP를 만들 수 있어요. 다만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진핵생물은 이 경로를 쓰지 않습니다 — 우리가 산소 없이 에너지를 뽑을 때 쓰는 건 다음에 설명할 발효입니다.
발효 — 전자전달계 없이 NAD⁺만 복구하는 방법
발효(fermentation)는 전자전달계를 아예 쓰지 않습니다. 해당과정에서 만들어진 NADH를 다시 NAD⁺로 되돌리는 것만이 목적이에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 해당과정의 최종 산물인 피루브산(또는 그 유도체)에 NADH의 전자를 직접 넘겨버리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미토콘드리아도, 산소도 필요 없이 NAD⁺가 복구되고, 그 NAD⁺ 덕분에 해당과정이 계속 돌아갈 수 있습니다.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 알코올 발효(alcohol fermentation) — 효모, 일부 세균이 씁니다. 피루브산에서 CO₂가 먼저 떨어져 나가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되고, 여기에 NADH가 전자를 넘기며 에탄올이 만들어집니다. 빵 반죽이 부풀고 맥주·와인에 알코올이 생기는 게 다 이 과정이에요.
- 젖산 발효(lactic acid fermentation) — 일부 균류·세균, 그리고 우리 근육 세포가 씁니다. 피루브산이 CO₂를 내지 않고 NADH의 전자를 바로 받아 젖산(lactate)이 됩니다. 요구르트·치즈가 만들어지는 원리도 같은 반응이에요.
둘 다 NADH를 소비해서 NAD⁺로 되돌린다는 점, 그리고 추가로 ATP를 만들지는 않는다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발효로 얻는 ATP는 해당과정에서 이미 만든 순생산 2개가 전부예요 — 산화적 인산화까지 다 거치는 세포호흡의 약 30~32개에 비하면 15분의 1 수준밖에 안 됩니다.
절대혐기성 생물과 통성혐기성 생물
생물마다 산소를 대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절대혐기성 생물(obligate anaerobe)은 산소가 오히려 독이 되어 발효(또는 무산소 호흡)만으로 살아갑니다. 반대로 통성혐기성 생물(facultative anaerobe)은 산소가 있으면 훨씬 효율 좋은 세포호흡을 쓰고, 산소가 부족해지면 발효로 전환합니다. 효모와 대장균이 대표적인 통성혐기성 생물이에요. 사람의 근육 세포도 이와 비슷하게, 평소엔 세포호흡을 쓰다가 격렬한 운동으로 산소 공급이 못 따라가면 일시적으로 젖산 발효로 에너지를 보충합니다.
쌤 한마디 — "근육에 젖산이 쌓여서 피로하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젖산 자체보다 격렬한 운동으로 인한 pH 변화·이온 불균형이 근피로의 더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쪽으로 이해가 바뀌고 있습니다. 다만 이건 운동생리학 쪽 세부 논쟁이고, 이 단원에서 확실히 알아둘 건 "젖산 발효가 왜 일어나는가"(NAD⁺ 복구)와 "왜 ATP를 더 못 만드는가"(전자전달계를 안 쓰니까)입니다.
지금까지 개념 10.1~10.5로 포도당 한 분자가 세포호흡·발효를 거치며 어떻게 처리되는지 전부 살펴봤습니다. 다음 글(개념 10.6)에서는 시야를 넓혀서, 세포가 포도당만이 아니라 지방·단백질도 이 경로들과 어떻게 연결해서 에너지원으로 쓰는지, 그리고 이 경로들이 거꾸로 생체분자를 합성하는 데는 어떻게 쓰이는지를 정리합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이 개념과 이어지는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