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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 생식과 유성 생식 — 절반만 물려주는데 왜 남았나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생식은 개체가 하는 일 중에서 유일하게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먹고, 숨 쉬고, 체온을 맞추는 일은 전부 그 개체가 지금 살아 있기 위한 활동이에요. 그런데 생식은 그 개체가 사라진 다음을 위한 활동입니다.

그래서 생식만큼은 판단 기준이 달라집니다. "이 방식이 개체에게 편한가"가 아니라 "이 방식이 세대를 넘어 남는가"로 따져야 해요. 이 관점을 쥐고 있어야 이 글의 후반부가 풀립니다. 동물이 쓰는 생식 방식은 크게 둘인데, 그중 한쪽은 계산해 보면 명백히 손해거든요. 그런데도 그쪽이 압도적으로 흔합니다.

무성 생식 — 혼자서, 자기와 똑같이

무성 생식(asexual reproduction)은 배우자의 융합 없이 한 개체가 자손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유전물질이 섞이는 과정이 없으니 자손은 부모와 유전적으로 같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새로 생긴 돌연변이를 빼면 같아요. 이 단서는 뒤에서 다시 씁니다.

동물에서 관찰되는 방식은 크게 넷입니다.

방식일어나는 일예
출아몸의 한 부분이 혹처럼 자라나 작은 개체가 되고, 떨어져 나가거나 붙은 채 군체를 이룬다히드라, 산호
분열몸이 비슷한 크기의 둘로 갈라진 뒤 각각이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말미잘, 일부 편형동물
단편화와 재생몸이 조각나고, 각 조각이 잃은 부분을 재생해 온전한 개체가 된다불가사리, 일부 환형동물
처녀생식수정되지 않은 난자가 그대로 발생해 새 개체가 된다꿀벌의 수벌, 일부 도마뱀·어류

세 번째 항목에서 한 번 짚고 갑시다. 재생 능력 자체는 생식이 아닙니다. 도마뱀이 꼬리를 되살리는 건 재생이지 생식이 아니에요. 단편화가 생식이 되려면 떨어져 나간 조각이 개체 수를 늘려야 합니다. 조각이 하나 늘어야 자손이 하나 생긴 겁니다.

무성 생식의 이점은 분명합니다. 짝을 찾지 않아도 되고, 구애와 짝짓기에 드는 시간·에너지가 들지 않으며, 번식 속도가 빠릅니다. 지금 환경에 잘 맞는 유전자 조합을 한 글자도 흐트러뜨리지 않고 그대로 복제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한자리에 붙어 사는 동물이나, 개체 밀도가 낮아 짝을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히 유리합니다.

유성 생식 — 감수분열과 수정은 한 쌍이다

유성 생식(sexual reproduction)은 반수체 배우자 둘이 융합해 이배체 접합자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생활사의 논리가 그대로 들어옵니다. 수정은 염색체 수를 두 배로 만드는 사건이므로, 어딘가에서 반드시 절반으로 줄이는 사건이 있어야 해요. 그게 감수분열입니다. 감수분열과 수정은 따로 존재할 수 없고 서로를 상쇄하는 한 쌍이라는 점, 이건 Ch.13에서 이미 세운 개념입니다.

수정이 어디서 일어나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뉩니다.

  • 체외수정 — 배우자를 물속에 방출해 몸 밖에서 만나게 합니다. 배우자 수는 아주 많고, 낱개의 생존율은 낮습니다. 방출 시점을 맞추는 신호가 중요해집니다.
  • 체내수정 — 배우자가 몸 안에서 만납니다. 배우자가 마르지 않으므로 육상 생활에 필수적인 방식이고, 배우자 수는 적은 대신 자손 하나에 들어가는 보호와 투자가 큽니다.

한 개체가 난자와 정자를 모두 만드는 자웅동체도 있습니다. 고착생활을 하거나 개체를 마주칠 일이 드문 생물에게 유리한데, 만나는 상대가 누구든 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자웅동체라고 해서 반드시 자가수정을 하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은 두 개체가 배우자를 주고받습니다. 일생 중 성이 한 번 바뀌는 순차적 자웅동체도 일부 어류에서 나타납니다.

그런데 유성 생식은 계산이 맞지 않습니다

여기가 이 글의 본론입니다. 유성 생식이 치르는 비용을 숫자로 적어 보세요.

같은 수의 자손을 낳는 무성 암컷과 유성 암컷을 나란히 놓습니다. 무성 암컷의 자손은 전부 번식 가능한 암컷입니다. 유성 암컷의 자손은 대략 절반이 수컷이고, 수컷은 직접 자손을 낳지 않아요. 다음 세대에서 실제로 자손을 만들 수 있는 개체 수가 절반이 됩니다. 게다가 유성 암컷은 자기 유전체의 50%만 각 자손에게 전달합니다. 무성 암컷은 100%를 전달하고요.

이것이 유성 생식의 두 배의 비용입니다. 같은 환경에 두 계통을 함께 두면, 다른 조건이 같은 한 무성 계통이 유성 계통을 빠르게 밀어내야 정상이에요. 여기에 짝을 찾고 구애하는 비용, 그리고 지금 잘 작동하는 유전자 조합이 재조합으로 깨지는 비용까지 더해집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동물 대부분이 유성 생식을 하고, 유성 생식을 완전히 버린 계통은 드뭅니다. 게다가 그런 계통은 대개 진화적으로 최근에 갈라져 나온 것들이에요. 무성 계통이 오래 버틴 사례가 드물다는 사실 자체가 단서입니다. 무성이 단기적으로는 이기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라진다는 뜻이니까요. 이 모순을 흔히 성의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그래도 유성 생식이 남은 이유 — 후보 셋

① 변이를 만든다. 가장 표준적인 설명입니다. 유성 생식은 세 지점에서 변이를 만들어요. 감수분열의 교차, 상동염색체 쌍의 독립적 분리, 그리고 어느 정자와 어느 난자가 만날지 모르는 무작위 수정. 이 셋이 곱해지면 같은 부모에게서도 사실상 반복되지 않는 조합이 나옵니다. 유성 생식이 만드는 유전적 변이에서 이미 다룬 내용이에요. 변이가 많으면 환경이 바뀔 때 그중 누군가는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② 기생체와의 군비경쟁 — 붉은 여왕 가설. ①번만으로는 약합니다. 환경은 보통 그렇게 빨리 변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아주 빠르게 변하는 환경이 하나 있습니다. 다른 생물입니다.

기생체는 숙주 집단에서 가장 흔한 유전자형을 뚫는 쪽으로 적응합니다. 그쪽에 맞춘 개체가 가장 많은 숙주를 만나니까요. 무성 집단은 모두가 같은 자물쇠를 달고 있어서, 열쇠 하나가 만들어지면 집단 전체가 뚫립니다. 유성 집단은 매 세대 자물쇠 조합이 바뀌므로 기생체가 계속 따라잡아야 해요. 자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는 뜻에서 붉은 여왕 가설이라고 부릅니다.

검증하기 좋은 재료가 하나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민물달팽이 Potamopyrgus antipodarum은 같은 종 안에 유성 계통과 무성 계통이 함께 삽니다. 여기서 기생충 감염이 흔한 유전자형에 몰리고, 그 유전자형이 줄어들면 다시 다른 쪽이 표적이 되는 양상이 관찰됐어요. 무성 계통이 흔해지면 감염이 무성 계통에 집중되고, 그 결과 다시 유성 계통이 자리를 회복하는 식입니다.

③ 해로운 돌연변이를 치운다. 무성 계통에는 재조합이 없습니다. 한 계통에 해로운 돌연변이가 하나 생기면 그 계통의 모든 후손이 그것을 물려받고, 되돌릴 길이 없어요. 돌연변이는 시간이 갈수록 쌓이기만 합니다. 유성 생식은 재조합으로 깨끗한 조합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앞서 "무성 계통은 오래 못 버틴다"고 한 관찰과 잘 맞는 설명이에요.

솔직하게 말하면, 셋 중 무엇이 결정적인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상황에 따라 비중이 다를 가능성이 높고, 지금도 연구가 진행 중인 열린 문제예요. 시험에서 "정답 하나"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세 가지 논리를 각각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출아·분열·단편화와 재생·처녀생식 네 가지 무성 생식 방식, 세대를 거치며 무성은 100%를 유지하는데 유성은 50·25·12.5%로 반씩 깎이는 지분 막대, 그리고 변이·붉은 여왕·해로운 돌연변이 제거라는 가설 셋

계산으로는 유성 생식이 두 배 손해인데, 현실은 정반대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둘을 번갈아 쓰는 생물이 답을 보여 줍니다

진딧물과 물벼룩은 두 방식을 모두 씁니다. 환경이 좋고 먹이가 충분한 계절에는 처녀생식으로 자손을 폭발적으로 늘려요. 짝을 찾을 필요가 없으니 증식 속도가 최대가 됩니다. 그러다 밀도가 높아지거나 계절이 나빠지면 유성 생식으로 전환해, 변이를 가진 데다 혹독한 시기를 견딜 수 있는 알을 남깁니다.

이 전환이 알려 주는 게 있습니다. 어느 방식이 더 우월한 게 아니라, 각 방식이 유리한 조건이 다르다는 것. 안정된 환경에서 빠르게 불리는 데는 무성이, 환경이 변하거나 기생체 압력이 큰 곳에서 오래 버티는 데는 유성이 유리합니다.

생식 주기와 계절성

대부분의 동물은 아무 때나 번식하지 않습니다. 자손이 태어났을 때 먹이가 있고 기온이 견딜 만한 시기에 맞추죠. 그러려면 몸이 지금이 어느 계절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몸이 읽는 신호는 광주기(낮의 길이), 기온, 강수, 먹이의 양 같은 환경 정보입니다. 그리고 이 환경 정보가 행동과 생식기관의 변화로 이어지려면 중간 번역기가 필요해요. 그 번역기가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입니다. 신경으로 들어온 정보가 여기서 호르몬 신호로 바뀌고, 그 호르몬이 생식소에 작용합니다. 내분비계 전반을 먼저 봐 두면 이 단원 전체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포유류의 주기도 한 가지로 통일돼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발정 주기를 돌아 특정 시기에만 교미하고, 수정이 일어나지 않으면 두꺼워졌던 자궁내막을 몸이 다시 흡수합니다. 사람과 일부 영장류는 월경 주기를 돌고, 수정이 없으면 자궁내막이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이 주기를 무엇이 돌리는지가 세 번째 글의 주제예요.

여기서 제일 많이 틀립니다

처녀생식을 유성 생식으로 분류하는 실수입니다. 처녀생식은 난자, 즉 배우자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배우자가 쓰였으니 유성 아닌가요?"라는 질문이 매년 나와요. 아닙니다. 구분 기준은 배우자의 사용 여부가 아니라 두 배우자의 융합, 즉 수정이 있었는가입니다. 수정이 없으면 유전물질이 섞이지 않고, 섞이지 않으면 무성 생식입니다.

비슷한 실수 하나 더. 무성 생식의 자손이 "부모와 완전히 동일하다"는 서술은 엄밀히는 새 돌연변이를 제외하면이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무성 계통에도 돌연변이는 계속 생기고, 앞서 본 ③번 논리가 바로 그 지점에서 나옵니다.

쌤 한마디 — 이 단원은 서술형으로 나올 때 거의 항상 "유성 생식이 비용이 큰데도 유지되는 이유를 설명하시오" 형태입니다. 이때 비용을 먼저 적고 이익을 적으세요. 비용을 빼놓고 "변이가 생겨서 유리하다"만 쓰면, 질문의 핵심인 역설을 못 본 답안이 됩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① 두 배의 비용이 있다 → ② 그런데도 유성이 흔하다 → ③ 따라서 비용을 넘는 이익이 있어야 한다 → ④ 후보는 변이·기생체·돌연변이 제거. 이 네 칸이 채워지면 만점 답안입니다.

정리하면

무성 생식은 배우자의 융합 없이 자손을 만드는 방식으로, 출아·분열·단편화와 재생·처녀생식이 있고 자손은 부모와 유전적으로 같습니다. 유성 생식은 반수체 배우자 둘이 융합하는 방식이고, 수정이 염색체 수를 두 배로 만들기 때문에 감수분열이 반드시 짝으로 따라옵니다.

유성 생식은 자손의 절반이 직접 번식하지 않는 수컷이 되고 자기 유전체의 절반만 전달하므로 두 배의 비용을 치릅니다. 그런데도 유성 생식이 압도적으로 흔한 이유로는 변이 생성, 기생체와의 군비경쟁(붉은 여왕 가설), 해로운 돌연변이 제거가 후보로 제시되며 아직 결론은 열려 있습니다. 진딧물처럼 두 방식을 번갈아 쓰는 생물은 각 방식이 유리한 조건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다음 글에서는 사람이 이 유성 생식을 실제로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봅니다. 사람의 생식기관과 배우자 형성에서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관 구조를 정리하고, 정자형성과 난자형성이 같은 감수분열인데도 결과가 왜 이렇게 다른지를 비교하겠습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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