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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 빛을 받으면 광수용세포는 오히려 조용해진다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앞 글의 귀는 물리적인 힘을 받는 기계수용기였습니다. 이번에는 전자기수용기, 그중에서도 빛을 받는 광수용기입니다. 네 단계 틀은 똑같습니다. 수용 → 변환 → 전달 → 인지.

그런데 눈에는 다른 감각기관에 없는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광수용세포는 빛을 받으면 흥분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해집니다. 어두울 때 오히려 탈분극해서 신호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가, 빛이 들어오면 과분극하면서 그 신호를 줄여요. 이 글의 절반은 이 한 문장을 납득시키는 데 쓰겠습니다.

빛이 망막에 닿기까지 — 상을 맺는 일은 물리다

먼저 광학 부분입니다. 여기는 생물이라기보다 물리에 가깝지만, 구조와 기능을 묶어 두면 정리가 빠릅니다.

  • 각막 — 눈의 가장 바깥에 있는 투명한 막입니다. 빛을 굴절시키는 일의 상당 부분을 여기서 이미 합니다. 수정체만 굴절을 담당한다고 오해하기 쉬운데, 공기와 각막의 성질 차이가 커서 첫 굴절이 가장 크게 일어나요.
  • 홍채와 동공 — 홍채가 넓어졌다 좁아지며 동공의 크기를 바꿔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합니다. 자율신경이 조절하는 대표적인 예였죠. 어두우면 교감신경이 동공을 키우고, 밝으면 부교감신경이 줄입니다.
  • 수정체 — 굴절의 미세 조정을 맡습니다. 각막은 모양이 고정이라 조절을 못 하지만, 수정체는 주변 근육에 의해 두께가 바뀝니다. 가까운 것을 볼 때는 두꺼워지고, 먼 것을 볼 때는 얇아져서 망막 위에 정확히 초점이 맺히게 해요. 이것이 원근 조절입니다.
  • 망막 — 상이 맺히는 안쪽 면입니다. 여기에 광수용세포가 깔려 있습니다. 카메라로 치면 필름에 해당해요.

여기까지가 ① 수용 단계를 위한 준비입니다. 실제 변환은 망막에서 일어납니다.

막대세포와 원뿔세포 — 같은 일을 다른 조건에서

망막의 광수용세포는 두 종류입니다. 이름은 모양에서 왔어요.

막대세포(간상세포)원뿔세포(원추세포)
빛에 대한 민감도높다 — 약한 빛에도 반응낮다 — 밝아야 반응
색 구분못 한다 (명암만)한다 (세 종류)
수약 1억 2천만 개로 훨씬 많다약 600만 개
분포망막 주변부에 많다중심오목에 집중
해상도낮다 (여러 세포가 묶여 보고)높다 (거의 하나씩 보고)
주로 쓰이는 때어두운 곳, 밤밝은 곳, 낮

표만 외우지 말고 왜 둘로 나뉘었는지를 이해하는 게 좋습니다. 하나의 세포가 약한 빛에도 반응하면서 동시에 세밀하게 구분하는 건 어렵습니다. 약한 빛을 잡으려면 여러 세포의 신호를 모아 증폭해야 하는데, 모으는 순간 "어느 세포에서 왔는지"가 흐려져 해상도를 잃어요. 민감도와 해상도는 맞바꿈 관계입니다. 그래서 몸은 둘을 나눠 만들었습니다. 막대세포는 어두운 데서 뭐라도 보기 위해, 원뿔세포는 밝은 데서 정확히 보기 위해 있는 겁니다.

중심오목(fovea). 망막 한가운데 원뿔세포가 빽빽하게 모여 있고 막대세포는 거의 없는 지점입니다. 지금 이 글자를 읽을 때, 여러분 눈은 글자의 상을 정확히 이 지점에 맞추고 있어요. 그래서 시선을 고정하면 그 부분만 또렷하고 주변은 흐릿합니다.

반대로 밤하늘의 흐린 별은 똑바로 보면 사라지고 살짝 비켜 보면 보입니다. 똑바로 보면 상이 중심오목에 맺히는데 거기엔 어두운 빛에 강한 막대세포가 거의 없기 때문이에요. 비켜 보면 상이 막대세포가 많은 주변부로 가서 잡힙니다. 표의 '분포' 줄이 실제로 몸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 주는 예입니다.

맹점. 망막에서 시신경이 눈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자리입니다. 여기에는 광수용세포가 아예 없어서 상이 맺혀도 보이지 않아요. 평소에 구멍이 뚫려 보이지 않는 건 뇌가 주변 정보로 그 자리를 메우기 때문입니다. 앞 글에서 말한 ④ 인지 단계가 단순한 수신이 아니라 적극적인 해석이라는 증거이기도 해요.

변환 — 레티날의 모양이 바뀌는 것이 전부다

이제 핵심입니다. 빛이라는 전자기파가 어떻게 막전위 변화가 될까요?

광수용세포 안에는 시각색소가 들어 있습니다. 막대세포의 것은 로돕신이에요. 로돕신은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 옵신 — 막을 관통하는 단백질 부분
  • 레티날 — 옵신에 결합해 있는 작은 분자. 비타민 A로부터 만들어집니다.

변환의 실체는 놀랄 만큼 단순합니다. 레티날은 원래 굽은 형태로 옵신에 끼워져 있다가, 빛 에너지를 흡수하면 순간적으로 펴진 형태로 바뀝니다. 그냥 분자의 모양이 달라지는 것뿐이에요. 그런데 모양이 달라지면 끼워져 있던 옵신의 입체구조도 따라 바뀌고, 구조가 바뀐 옵신이 활성화되면서 세포 안의 신호전달 연쇄가 시작됩니다.

이 연쇄는 세포 신호전달에서 배운 방식 그대로입니다. 활성화된 옵신이 G단백질을 켜고, 그것이 효소를 켜고, 그 효소가 2차 전령을 분해합니다. 이 과정에서 신호가 크게 증폭돼요. 광자 하나가 만든 분자 하나의 모양 변화가 수많은 분자를 움직이는 결과로 커집니다. 막대세포가 극히 약한 빛에도 반응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참고로, 비타민 A가 부족하면 레티날을 충분히 만들지 못해 어두운 곳에서 잘 보이지 않게 됩니다. 야맹증이 여기서 나옵니다.

각막에서 크게 꺾이고 수정체가 두께로 미세 조정해 망막에 거꾸로 맺히는 눈의 단면과 원근 조절, 막대세포와 원뿔세포의 민감도·색 구분·수·망막 위치별 분포, 빛을 받으면 오히려 과분극하고 억제성 전달물질 방출이 줄어드는 반전, 그리고 빛이 신경세포층을 먼저 지나는 망막의 층 구조와 맹점

빛은 스위치를 켜는 게 아니라 끈다 — 줄어든 신호가 곧 빛이 왔다는 정보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반전 — 어두울 때 탈분극, 밝을 때 과분극

자, 가장 반직관적인 부분입니다. 천천히 가겠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렇습니다. "빛이 자극이니까, 빛을 받으면 광수용세포가 흥분(탈분극)하고 신호를 보내겠지."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어두울 때. 광수용세포 막에는 2차 전령이 붙잡아 열어 놓는 이온 통로가 있습니다. 어두우면 그 2차 전령이 많아서 통로가 열려 있고, 양이온이 계속 들어옵니다. 그래서 광수용세포는 어두울 때 오히려 탈분극 상태예요. 그리고 탈분극해 있으니 신경전달물질을 쉬지 않고 계속 방출하고 있습니다.

밝을 때. 빛이 들어와 레티날이 펴지고, 신호전달 연쇄가 돌아 2차 전령이 분해됩니다. 붙잡아 주던 게 사라지니 이온 통로가 닫히고, 들어오던 양이온이 끊깁니다. 그러면 막전위가 안쪽으로 더 음의 값이 되죠. 즉 과분극합니다. 그 결과 방출하던 신경전달물질이 줄어듭니다.

어두울 때빛을 받을 때
2차 전령많다분해되어 줄어든다
이온 통로열림닫힘
막전위탈분극 상태과분극
신경전달물질 방출계속 방출 중줄어듦

"그럼 빛 정보가 어떻게 뇌까지 갑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여기서 시냅스에서 배운 원칙이 결정적으로 쓰여요. 흥분성인지 억제성인지는 물질이 아니라 받는 쪽 수용체가 정한다.

광수용세포가 어두울 때 내보내던 그 물질은 다음 세포에 억제성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니까 어두울 때는 다음 세포가 계속 억눌려 있는 상태예요. 빛이 들어와 물질 방출이 줄면, 억제가 풀리면서 다음 세포가 오히려 활발해집니다. 억제를 억제하면 활성화되는 구조인 거죠. 결국 "빛이 들어왔다"는 정보는 줄어든 신호의 형태로 정확하게 전달됩니다.

왜 이렇게 번거롭게 설계됐을까요? 실용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광수용세포가 계속 신호를 내보내고 있으면, 뇌 입장에서는 신호가 줄어드는 것도 늘어나는 것도 모두 정보가 됩니다. 0에서 출발하면 줄어들 여지가 없지만, 항상 켜 둔 상태에서 출발하면 양방향으로 변할 수 있어요. 그리고 통로를 닫는 것이 여는 것보다 빠르게 일어날 수 있어 반응이 신속합니다.

쌤 한마디 — 이 부분은 거의 모든 학생이 처음에 반대로 씁니다. 저는 이렇게 외우게 해요. "어두울 때 켜져 있고, 빛이 스위치를 끈다." 광수용세포는 꺼짐으로써 말하는 세포입니다. 그리고 서술형에서는 반드시 과분극이라는 단어를 쓰세요. "신호가 약해진다" 같은 표현은 맞는 방향이어도 점수를 못 받습니다. 순서를 통째로 쓰는 연습을 권합니다. 빛 → 레티날 구조 변화 → 옵신 활성화 → 2차 전령 분해 → 이온 통로 닫힘 → 과분극 → 전달물질 방출 감소.

색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암순응은 왜 시간이 걸리는가

색. 원뿔세포는 세 종류이고, 각각 다른 파장대의 빛에 가장 잘 반응합니다. 흔히 청·녹·적 원뿔세포라고 부르죠. 여기서도 활동전위 자체에 색 정보가 들어 있는 게 아닙니다. 세 종류가 각각 얼마나 흥분했는지의 비율을 뇌가 조합해서 색으로 해석합니다. 노란빛을 받으면 녹 원뿔세포와 적 원뿔세포가 비슷하게 반응하고, 그 조합을 뇌가 노랑으로 읽는 식이에요. 앞 글들에서 반복된 원리 그대로입니다. 색도 결국 인지 단계의 산물입니다.

암순응. 밝은 곳에 있다가 갑자기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한동안 아무것도 안 보이다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왜 시간이 걸릴까요?

밝은 곳에 있는 동안에는 빛을 계속 받아서 로돕신이 거의 다 분해된 상태입니다. 레티날이 전부 펴져 버려 쓸 수 있는 시각색소가 남아 있지 않은 거예요.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레티날이 다시 굽은 형태로 돌아가 로돕신이 재합성되는데, 이 재합성에 시간이 걸립니다. 완전히 적응하는 데는 수십 분이 필요해요. 동공이 커지는 것도 함께 일어나지만 그건 몇 초면 끝나고, 오래 걸리는 쪽은 로돕신 재합성입니다.

반대로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올 때(명순응)는 훨씬 빠릅니다. 쌓여 있던 로돕신이 한꺼번에 분해되면서 눈이 부시다가 금방 가라앉아요. 만드는 건 오래 걸리고 부수는 건 빠르다는 것이 두 순응의 속도 차이를 만듭니다.

정리하면

각막에서 큰 굴절이 일어나고 수정체가 두께를 바꿔 원근을 조절해, 망막에 상이 맺힙니다. 망막에는 막대세포(민감도 높음·색 구분 못 함·주변부·어두운 곳)와 원뿔세포(민감도 낮음·색 구분함·중심오목·밝은 곳)가 있고, 둘의 분업은 민감도와 해상도를 동시에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생겼습니다.

변환의 실체는 레티날의 구조 변화입니다. 빛을 받아 레티날이 펴지면 옵신이 활성화되고, 신호전달 연쇄가 증폭되며 2차 전령이 분해됩니다.

그 결과가 이 단원 최대의 반전입니다. 어두울 때는 통로가 열려 탈분극 상태로 신경전달물질을 계속 방출하고, 빛을 받으면 통로가 닫혀 과분극하며 방출이 줄어듭니다. 그 물질이 억제성이기 때문에, 방출이 줄어드는 것이 곧 "빛이 왔다"는 신호가 됩니다.

여기까지가 들어오는 정보입니다. 수용기에서 시작해 귀와 눈까지 왔어요. 그런데 감각의 최종 목적은 아는 것이 아니라 반응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글 근육 수축과 활주설에서, 뇌가 내린 명령이 실제 움직임이 되는 과정을 봅니다. 반사궁의 마지막 칸이었던 '효과기'가 드디어 열립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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