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수축 — 필라멘트는 짧아지지 않는다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Ch.48부터 여기까지 신호를 계속 따라왔습니다. 막이 충전되고, 역치를 넘으면 터지고, 시냅스에서 화학으로 번역되고, 감각기관에서 그 신호가 만들어지고. 그런데 신호는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결국 움직임이 되어야 의미가 있어요.
반사궁을 배울 때 마지막 칸이 '효과기'였죠. 그 칸을 비워 둔 채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엽니다.
이 글의 내용은 사실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근육이 짧아질 때 필라멘트 자체는 짧아지지 않는다. 서로 미끄러져 들어갈 뿐이다. 이것이 활주설(sliding filament model)이고, 나머지는 전부 이 문장의 각주입니다.
구조 — 네 번 확대해 들어간다
골격근은 인형 안에 인형이 든 구조입니다. 순서대로 들어가 보죠.
| 단계 | 구조 | 설명 |
|---|---|---|
| 1 | 근육 | 우리가 눈으로 보는 덩어리. 근섬유 다발로 되어 있다 |
| 2 | 근섬유 | 근육 세포 하나. 길쭉하고 핵이 여러 개다 |
| 3 | 근원섬유 | 근섬유 안을 가득 채운 가는 가닥들 |
| 4 | 근육원섬유마디 | 근원섬유를 따라 반복되는 수축의 기본 단위 |
2단계에서 한 가지 짚고 갑니다. 근섬유 하나가 세포 하나입니다. 근섬유가 여러 세포로 되어 있다고 오해하기 쉬운데, 근섬유는 발생 과정에서 여러 세포가 융합해 만들어진 하나의 거대한 세포예요. 그래서 핵이 여러 개입니다.
4단계, 근육원섬유마디(sarcomere)가 이 글의 무대입니다. Z선에서 다음 Z선까지가 한 마디예요. 이 안에 두 종류의 필라멘트가 들어 있습니다.
- 가는 필라멘트 = 액틴 — Z선에 한쪽 끝이 붙어 있고, 마디 가운데를 향해 뻗어 있습니다.
- 굵은 필라멘트 = 마이오신 — 마디 가운데에 있고, 양쪽으로 머리가 튀어나와 있습니다.
이 배치 때문에 마디에 밝고 어두운 띠가 생깁니다. 이름을 정확히 붙여 두세요. 여기서 밀리면 다음 단락 전체가 무너집니다.
| 영역 | 무엇이 있는 구간인가 |
|---|---|
| A대 | 마이오신이 존재하는 전체 구간. 액틴과 겹친 부분도 포함한다 |
| I대 | 액틴만 있는 구간 (마이오신이 닿지 않는 바깥쪽). Z선을 가운데 낀다 |
| H대 | A대 안에서 마이오신만 있는 구간 (액틴이 아직 닿지 않은 가운데) |
| Z선 | 액틴이 붙어 있는 경계선. 마디의 양 끝 |
A대의 정의를 "마이오신만 있는 곳"으로 잘못 외우는 학생이 아주 많습니다. A대는 마이오신이 뻗어 있는 길이 전체입니다. 그래야 다음 표가 이해됩니다.
활주설 — 수축할 때 무엇이 짧아지는가
이제 핵심입니다. 근육이 수축하면 근육원섬유마디가 짧아집니다. 그렇다면 필라멘트도 짧아질까요?
아닙니다. 액틴도 마이오신도 길이가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대신 마이오신 머리가 액틴을 붙잡아 안쪽으로 끌어당겨서, 액틴이 마이오신 사이로 더 깊이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양쪽 Z선이 가운데로 당겨져 마디가 짧아지는 거예요.
손가락을 깍지 끼는 장면을 떠올리면 정확합니다. 두 손을 더 깊이 끼우면 전체 폭은 줄지만 손가락 길이는 그대로죠. 근수축이 딱 이겁니다.
이 사실에서 각 영역의 변화가 논리적으로 따라 나옵니다. 이 표는 시험에 거의 반드시 나옵니다.
| 부위 | 수축할 때 | 왜 |
|---|---|---|
| 근육원섬유마디 | 짧아진다 | Z선이 서로 가까워지므로 |
| A대 | 변하지 않는다 | 마이오신 필라멘트의 길이가 그대로이므로 |
| I대 | 짧아진다 | 액틴이 들어가면서 마이오신과 겹치지 않은 부분이 줄어드므로 |
| H대 | 짧아진다 | 액틴이 가운데까지 들어와 마이오신만 있던 구간이 줄어드므로 |
| 액틴·마이오신 각각의 길이 | 변하지 않는다 | 미끄러질 뿐 수축하지 않으므로 |
| 겹치는 부분 | 길어진다 | 더 깊이 들어갔으므로 |
A대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활주설의 결정적 증거입니다. 만약 필라멘트가 수축한다면 A대도 같이 짧아져야 하니까요. 실제로 관찰해 보면 A대만 그대로이고 I대와 H대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필라멘트는 짧아지지 않고 미끄러진다"는 결론이 나온 거예요.
가장 많이 나오는 오답 — "수축하면 액틴과 마이오신이 짧아진다."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수축하면 A대가 짧아진다"도 오답입니다. 문제에서 길이 변화를 물으면 A대는 불변, I대와 H대는 감소를 먼저 적고 시작하세요. 자로 잰 수치를 주고 계산시키는 문항도 이 세 줄만 알면 풀립니다.
교차다리 순환 — 미끄러짐을 만드는 실제 동작
그러면 무엇이 액틴을 끌어당길까요? 마이오신 머리입니다. 머리가 액틴에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당깁니다. 이 반복을 교차다리 순환이라고 합니다.
- 결합 — 에너지를 머금은 마이오신 머리가 액틴의 결합 부위에 붙습니다. 이 상태를 교차다리라고 불러요.
- 파워 스트로크 — 머리가 안쪽으로 꺾이면서 액틴을 마디 중앙 쪽으로 끌어당깁니다. 실제로 힘이 나오는 단계입니다.
- 떨어짐 — 새로운 ATP가 마이오신 머리에 결합하면 머리가 액틴에서 떨어집니다.
- 재장전 — 붙은 ATP가 분해되며 나온 에너지로 머리가 원래 각도로 돌아가 다음 결합을 준비합니다.
이 네 단계가 수많은 마이오신 머리에서 제각기 다른 타이밍으로 계속 돌아갑니다. 일부가 떨어져 있어도 나머지가 붙잡고 있어서 액틴이 도로 밀려나지 않아요. 밧줄을 여러 사람이 번갈아 손을 바꿔 가며 당기는 것과 같습니다.
ATP가 쓰이는 자리를 정확히 보세요. 여기가 함정입니다. ATP는 '당기는 힘'을 내는 데 직접 쓰이는 게 아니라, ③ 머리를 떼어내는 데와 ④ 재장전하는 데 쓰입니다. 당기는 동작 자체는 이미 장전된 머리가 풀리면서 일어나요.
그래서 ATP가 없으면 이완도 못 합니다. 머리가 액틴에 붙은 채로 떨어지지 못하니까요. 사후에 몸이 뻣뻣하게 굳는 사후강직이 바로 이 상태입니다. ATP 공급이 끊겨 교차다리가 결합한 채로 고정되는 거예요. ATP가 수축뿐 아니라 이완에도 필요하다는 이 사실은 서술형에 잘 나옵니다.

짧아지는 것은 A대가 아니라 I대와 H대다 — 필라멘트 자체의 길이는 그대로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흥분-수축 연관 — 신호가 수축으로 번역되는 길
마지막 연결 고리입니다. 운동뉴런이 보낸 신호가 어떻게 교차다리 순환을 켤까요?
평소에 액틴에는 트로포마이오신이라는 가늘고 긴 단백질이 감겨서 마이오신이 붙을 자리를 덮고 있습니다. 그래서 근육이 저절로 수축하지 않아요. 그 트로포마이오신의 위치를 잡아 주는 것이 트로포닌입니다. 수축을 켜는 일은 결국 이 덮개를 치우는 일입니다.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 보죠.
- 신경근접합부 — 운동뉴런의 축삭 말단에 활동전위가 도착해 아세틸콜린을 방출합니다. 화학적 시냅스와 원리가 같습니다.
- 근섬유막의 흥분 — 아세틸콜린이 근섬유막의 수용체에 결합해 막을 탈분극시키고, 근섬유막을 따라 활동전위가 퍼집니다.
- T세관 — 근섬유는 굵어서 표면의 신호가 속까지 닿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근섬유막이 안쪽으로 파고들어 만든 관이 있어요. 이것이 T세관이고, 활동전위를 근섬유 깊숙한 곳까지 동시에 데려갑니다. 덕분에 근섬유 전체가 한꺼번에 수축합니다.
- 근소포체에서 Ca²⁺ 방출 — T세관 옆에 Ca²⁺을 저장해 둔 근소포체가 붙어 있습니다. 활동전위가 도착하면 여기서 Ca²⁺이 쏟아져 나옵니다.
- 트로포닌 결합 → 덮개 이동 — Ca²⁺이 트로포닌에 결합하면 트로포닌의 모양이 바뀌고, 그에 끌려 트로포마이오신이 옆으로 밀려납니다. 가려져 있던 액틴의 결합 부위가 드러납니다.
- 수축 시작 — 마이오신 머리가 드러난 자리에 붙고 교차다리 순환이 돌기 시작합니다.
이완은 어떻게 될까요? 신호가 끊기면 근소포체가 ATP를 써서 Ca²⁺을 도로 퍼 담습니다. Ca²⁺ 농도가 떨어지면 트로포닌에서 떨어져 나가고, 트로포마이오신이 다시 결합 부위를 덮어 수축이 멈춥니다. 여기서도 ATP가 쓰인다는 점을 놓치지 마세요.
Ca²⁺이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점을 눈여겨보세요. 시냅스에서 소포를 터뜨린 것도 Ca²⁺이었습니다. 세포가 "지금이다"라는 순간을 만들 때 반복해서 쓰는 신호가 Ca²⁺이에요. 평소 세포질 농도를 극도로 낮게 유지해 두었다가 한순간에 쏟아 내면 확실한 스위치가 됩니다.
뼈대와 관절 — 수축이 움직임이 되려면
마지막 한 걸음입니다. 근육은 당길 수만 있고 밀 수는 없습니다. 교차다리는 끌어당기는 동작만 하니까요. 그렇다면 굽힌 팔을 어떻게 다시 펼까요?
답은 근육을 쌍으로 배치하는 것입니다. 관절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놓인 두 근육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당깁니다. 굽히는 근육이 수축할 때 펴는 근육은 이완하고, 펼 때는 반대가 되죠. 이 관계를 길항작용이라고 합니다. 교감·부교감신경에서 본 그 단어가 여기서도 쓰여요. 한 방향으로만 작용할 수 있는 장치로 양방향 조절을 만들어 내는 해법이 같습니다.
그리고 뼈와 관절은 지렛대로 작동합니다. 근육이 관절 가까이에 붙어 있어서, 근육이 조금만 짧아져도 뼈 끝은 크게 움직입니다. 힘에서 손해를 보는 대신 움직이는 거리와 속도에서 이득을 보는 구조예요. 몇 밀리미터의 필라멘트 미끄러짐이 팔을 크게 휘두르는 동작이 되는 것은 이 기하학 덕분입니다.
쌤 한마디 — 이 단원은 그림 한 장이 표 열 개를 이깁니다. 근육원섬유마디를 직접 그려 보세요. Z선 두 개를 긋고, 양 끝에서 안쪽으로 액틴을, 가운데에 마이오신을 그린 다음 A·I·H를 표시합니다. 그리고 같은 그림을 액틴만 안쪽으로 밀어 넣어 한 번 더 그려요. 두 그림을 나란히 놓으면 A대가 그대로이고 I대와 H대만 줄어든다는 게 눈으로 보입니다. 이 두 장을 직접 그려 본 학생은 이 문제를 다시 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흥분-수축 연관은 순서가 전부라, 아세틸콜린 → T세관 → 근소포체 → Ca²⁺ → 트로포닌 → 트로포마이오신 이동 → 결합 부위 노출을 소리 내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세요.
정리하면
골격근은 근육 → 근섬유 → 근원섬유 → 근육원섬유마디 순으로 들어가고, 수축의 기본 단위는 Z선과 Z선 사이의 근육원섬유마디입니다.
활주설에 따르면 액틴과 마이오신 자체의 길이는 변하지 않고 서로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그래서 수축할 때 A대는 그대로이고 I대와 H대가 짧아지며, 겹치는 부분이 길어집니다.
미끄러짐은 마이오신 머리의 교차다리 순환이 만듭니다. ATP는 당기는 데가 아니라 머리를 떼어내고 재장전하는 데 쓰이고, 그래서 ATP가 없으면 이완도 하지 못합니다.
신호가 수축으로 번역되는 길은 신경근접합부의 아세틸콜린 → 근섬유막 탈분극 → T세관 → 근소포체의 Ca²⁺ 방출 → 트로포닌 결합 → 트로포마이오신 이동 → 결합 부위 노출입니다. 그리고 근육은 당기기만 하므로 길항근 쌍으로 배치되고, 뼈와 관절의 지렛대 구조가 작은 수축을 큰 움직임으로 바꿉니다.
Ch.50 네 편이 여기서 한 줄로 닫힙니다. 모든 자극은 같은 활동전위로 번역되고, 귀는 털이 휘어지는 것으로, 눈은 통로를 닫는 것으로 그 번역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올라간 신호가 마지막에 Ca²⁺ 한 번으로 덮개를 치워 근육을 당깁니다. 받고, 옮기고, 판단하고, 움직이는 한 바퀴가 여기서 완성됩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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