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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네 단계 — 빛과 소리는 결국 같은 신호가 된다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Ch.48에서 뉴런이 신호를 만들고 옮기는 방식을 다 봤습니다. Ch.49에서는 그 뉴런들이 모여 만든 신경계의 구조를 봤고요. 그런데 한 가지가 통째로 빠져 있습니다. 애초에 그 신호는 어디서 생기는가?

뇌는 바깥세상과 직접 닿아 있지 않습니다. 두개골 안에 갇혀 있어요. 빛도 소리도 냄새도 뇌에 직접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몸 바깥의 물리적·화학적 사건이 막전위의 변화라는 단 하나의 언어로 번역되는 지점이 어딘가에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 지점이 감각수용기이고, 이 글의 주제입니다.

감각은 네 단계로 나뉜다

캠벨은 감각이 성립하는 과정을 네 단계로 끊습니다. 이 구분을 정확히 해 두면 뒤의 청각·시각 글이 전부 같은 틀 위에 얹힙니다.

단계일어나는 일일어나는 곳
① 수용(reception)자극 에너지를 감각수용기가 받아들인다수용기 세포
② 변환(transduction)그 에너지가 막전위의 변화로 바뀐다수용기 세포의 막
③ 전달(transmission)활동전위가 되어 구심성 신경을 타고 올라간다감각뉴런
④ 인지(perception)도착한 신호를 대뇌가 해석한다대뇌 겉질

②번에서 만들어지는 막전위 변화를 수용기전위(receptor potential)라고 부릅니다. 이 이름이 중요해요. 수용기전위는 활동전위가 아닙니다. 자극이 셀수록 크기가 커지는 등급전위입니다. 시냅스에서 만들어지던 EPSP와 성질이 같아요. 이 등급전위가 충분히 크면 그때 비로소 활동전위가 발사되고, 활동전위는 실무율을 따릅니다.

④번은 뇌에서 일어난다 — 가장 자주 놓치는 지점

학생들이 감각을 공부할 때 ①②③까지만 생각하고 ④를 세지 않습니다. 그런데 ④를 빼면 설명되지 않는 일이 너무 많아요.

눈을 감고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 보세요. 빛이 하나도 없는데 뭔가 번쩍이는 게 보입니다. 압력이라는 기계적 자극이 들어갔는데 왜 빛으로 느껴질까요?

답은 이렇습니다. 활동전위 자체에는 "나는 빛이다", "나는 소리다" 하는 정보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시신경을 타고 올라오는 활동전위와 청신경을 타고 올라오는 활동전위는 물리적으로 구별되지 않아요. 둘 다 그냥 Na⁺가 들어오고 K⁺가 나가는 똑같은 사건입니다.

그렇다면 뇌는 무엇으로 구분할까요? 어느 경로로 들어와서 대뇌의 어디에 도착했느냐로 구분합니다. 후두엽의 시각 영역에 도착한 신호는 빛으로, 측두엽의 청각 영역에 도착한 신호는 소리로 해석됩니다. 도착지가 곧 감각의 종류예요. 그래서 눈을 눌러 시신경을 자극하면, 원인이 압력이어도 신호가 시각 영역에 도착하므로 빛으로 인지됩니다.

이 관점이 대뇌 영역별 기능을 배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감각 영역이 왜 부위별로 나뉘어 있어야 하는지가 여기서 설명돼요. 나뉘어 있지 않으면 감각을 구별할 방법이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 감각기관은 세상을 "느끼는" 곳이 아니라 번역하는 곳입니다. 느끼는 것은 전적으로 뇌의 일입니다. 서술형에서 "감각의 성립 과정을 설명하시오"가 나오면 인지 단계에서 반드시 대뇌를 써야 하는 이유예요.

세기는 어떻게 표현되는가 — 시험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곳

여기가 이 글의 핵심이고, 오답이 가장 많이 나오는 자리입니다.

강한 빛과 약한 빛, 큰 소리와 작은 소리를 우리는 분명히 구별합니다. 그런데 활동전위는 실무율을 따릅니다. 역치를 넘으면 항상 같은 크기로 발생하고, 자극이 두 배 세다고 두 배 커지지 않아요. 그렇다면 세기 정보는 어디에 실릴까요?

두 가지 방식으로 실립니다.

  • 활동전위의 빈도 — 자극이 세면 수용기전위가 커지고, 수용기전위가 클수록 단위 시간당 발사되는 활동전위의 수가 많아집니다. 초당 5개로 오던 신호가 초당 50개로 오는 식이에요.
  • 동원되는 수용기의 수 — 약한 자극에는 역치가 낮은 수용기 몇 개만 반응하지만, 자극이 세지면 역치가 높은 수용기까지 줄줄이 반응합니다. 같은 자극에 대해 몇 개의 수용기가 보고를 올렸는지가 세기 정보가 됩니다.

활동전위의 크기(진폭)가 자극 세기를 나타낸다고 쓰면 그 문항은 그대로 0점입니다. 크기는 실무율 때문에 일정합니다. 세기는 빈도와 수로 표현됩니다. 이 문장은 통째로 외우셔도 좋습니다.

왜 헷갈릴까요? 수용기전위는 크기가 변하고, 활동전위는 크기가 안 변하는데, 둘 다 "전위"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해 두겠습니다.

수용기전위활동전위
성질등급전위실무율
자극이 세지면크기가 커진다크기는 그대로, 빈도가 올라간다
이동퍼지면서 감쇠한다감쇠 없이 축삭 끝까지 간다
발생 장소수용기 세포의 막감각뉴런의 축삭

수용·변환·전달·인지 네 단계에서 빛과 소리가 서로 다른 수용기전위를 거쳐 똑같은 활동전위가 되고 대뇌의 다른 영역에서 갈리는 그림, 활동전위의 크기는 그대로인 채 빈도와 동원된 수용기 수로 세기를 담는 방식, 그리고 기계·화학·전자기·온도·통각 다섯 수용기와 적응 여부

구분하는 것은 신호가 아니라 어느 경로로 들어와 대뇌 어디에 닿느냐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수용기는 무엇을 받느냐로 나뉜다

분류 기준은 단순합니다. 어떤 종류의 에너지를 수용기전위로 바꾸는가. 다섯 가지로 나눕니다.

  • 기계수용기(mechanoreceptor) — 물리적인 힘, 즉 압력·접촉·늘어남·진동을 받습니다. 힘이 세포막을 당기면 그 장력으로 이온 통로가 열리는 것이 변환 방식이에요. 촉각, 청각, 평형감각, 혈압 감지, 근육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재는 근방추가 전부 여기 속합니다. 다음 글의 주인공입니다.
  • 화학수용기(chemoreceptor) — 특정 분자가 수용체 단백질에 결합하는 것을 신호로 바꿉니다. 미각과 후각, 그리고 혈액의 산소·이산화탄소·pH를 감시하는 수용기들이 여기 속해요. 결합이 곧 신호라는 점에서 세포 신호전달의 논리를 그대로 씁니다.
  • 전자기수용기(electromagnetic receptor) — 빛, 전기, 자기를 받습니다. 사람에게는 빛을 받는 광수용기가 대표적이고, 일부 동물은 전기장이나 지구 자기장을 감지합니다.
  • 온도수용기(thermoreceptor) — 온도를 받습니다. 피부와 시상하부에 있고, 체온 조절의 입력이 됩니다.
  • 통각수용기(nociceptor) — 조직이 손상되고 있다는 신호를 받습니다. 다른 넷과 결이 다른 게, 특정 에너지가 아니라 손상이라는 사건 자체가 자극이에요. 손상된 조직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에도 반응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일 게 있습니다. 감각기관은 대개 이 변환 과정에서 신호를 증폭합니다. 광수용세포는 빛 알갱이 하나가 만든 작은 사건을 세포 안의 신호전달 연쇄로 수백만 배까지 키웁니다. 귓속뼈는 고막의 진동을 지렛대로 키워 전달하고요. 증폭이 없으면 미약한 자극은 역치에 닿지도 못한 채 사라집니다.

적응 — 계속 오는 신호는 꺼 버린다

지금 여러분이 입고 있는 옷이 피부에 닿아 있습니다. 방금 전까지 그걸 느끼고 있었나요? 아니죠. 이 글을 읽는 동안 옷은 계속 피부를 누르고 있었는데 아무 느낌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감각적응(sensory adaptation)입니다. 자극이 계속 유지되면 수용기의 반응성이 떨어져 활동전위 발사 빈도가 줄어드는 현상이에요. 자극이 사라진 게 아니라, 보고를 멈춘 것입니다.

왜 이런 장치가 있을까요? 신경계가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은 유한합니다. 변하지 않는 정보는 위험하지도 유용하지도 않아요. 중요한 것은 '지금 어떠한가'가 아니라 '무엇이 달라졌는가'이고, 적응은 바뀌지 않는 배경을 걷어내서 변화만 눈에 띄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수용기마다 적응 속도가 다릅니다. 후각과 촉각은 빠르게 적응합니다. 방에 들어갈 때 났던 냄새가 몇 분 뒤에는 안 나죠. 반면 통각수용기는 거의 적응하지 않습니다. 당연합니다. 조직이 계속 손상되고 있다는 정보는 익숙해지면 안 되는 정보니까요. 혈압을 감시하는 수용기도 적응이 느립니다. 적응 여부 자체가 그 정보가 얼마나 급한가를 반영한다는 뜻이에요.

쌤 한마디 — 이 단원을 시작할 때 저는 학생들에게 표를 하나 그리게 합니다. 가로에 수용·변환·전달·인지, 세로에 청각·시각·촉각을 놓고 칸을 채우는 표예요. 다음 두 글을 읽으면서 이 칸을 채워 나가면, 귀와 눈이 전혀 다른 기관처럼 보이지 않고 같은 네 단계의 서로 다른 구현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감각 단원은 암기량이 많아 보이지만, 틀이 하나라는 걸 알면 외울 게 확 줄어듭니다.

정리하면

감각은 수용 → 변환 → 전달 → 인지 네 단계로 성립합니다. 변환 단계에서 자극 에너지가 수용기전위라는 등급전위로 바뀌고, 이것이 충분히 크면 실무율을 따르는 활동전위가 발사됩니다.

모든 감각은 결국 똑같은 활동전위가 되어 올라가므로 신호 자체에는 자극의 종류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종류는 어느 경로로 들어와 대뇌 어디에 도착했느냐로 구분되고, 세기는 활동전위의 크기가 아니라 발사 빈도와 동원된 수용기의 수로 표현됩니다.

수용기는 받는 에너지에 따라 기계·화학·전자기·온도·통각 다섯으로 나뉘고, 변환 과정에서 신호를 크게 증폭합니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자극에 대해서는 적응을 통해 보고를 줄입니다.

이제 이 틀을 실제 기관에 적용해 볼 차례입니다. 다음 글 청각과 평형감각에서는 공기의 진동이 어떤 경로를 거쳐 털세포의 수용기전위가 되는지, 그리고 높은 음과 낮은 음을 무엇으로 구분하는지를 봅니다. 그다음 시각, 마지막으로 뇌의 명령이 실제 움직임이 되는 근육 수축으로 이어집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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