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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위기 — 무엇이, 왜 줄어들고 있는가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수업에서 이 단원을 시작할 때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이 줄어든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입니까?" 거의 모든 학생이 "종이 사라지는 거요"라고 답해요. 그러면 되묻습니다. "그럼 종 수가 그대로면 다양성은 안 줄어든 겁니까?"

여기서 교실이 잠깐 조용해집니다. 그리고 이 침묵이 이 단원의 출발점이에요. 생물다양성은 종 목록의 길이가 아닙니다. 종 수는 그대로인데도 다양성이 무너지고 있는 상태가 실제로 존재하고, 그게 왜 위험한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이 단원을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종이 사라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멸종은 원래 늘 있었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지금의 속도는 화석 기록에서 읽어 낸 배경 멸종률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봅니다. 다만 그 속도를 숫자로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워요. 아직 이름도 붙지 않은 종이 많고, 추정 방법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지거든요. 정확한 수치보다 방향과 원인을 아는 것이 우리에게 훨씬 쓸모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은 세 층으로 쌓여 있습니다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은 세 수준으로 나눠서 봅니다. 이건 시험에 그대로 나오는 구분이니 단어와 뜻을 정확히 짝지어 두세요.

  • 유전적 다양성 — 한 종 안에서 개체마다 유전자가 다른 정도. 같은 종이어도 집단이 품고 있는 대립유전자의 종류와 빈도가 다릅니다.
  • 종 다양성 — 한 군집 안에 몇 종이, 얼마나 고르게 있는지. 종 수(종 풍부도)와 고르기(균등도)가 함께 들어갑니다. 군집의 구조와 다양성에서 다룬 그 개념이에요.
  • 생태계 다양성 — 한 지역 안에 서로 다른 생태계가 몇 가지나 있는지. 갯벌·습지·활엽수림·하천은 각각 다른 종 조합과 다른 물질 순환을 돌립니다.

학생들이 이 셋을 "작은 것에서 큰 것 순서"로만 외우고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중요한 건 순서가 아니라 서로를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생태계가 다양해야 그 안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종의 종류가 늘고, 종이 다양해야 한 종이 빠졌을 때 그 자리를 메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유전적 다양성이 깔려 있어요.

유전적 다양성이 낮으면 왜 위험한가

이 질문이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합니다. 답은 환경 변화 대응력이에요. 그런데 "다양해야 살아남는다"는 구호로 외우면 시험에서 설명을 못 씁니다. 메커니즘으로 써야 해요.

자연선택은 새로운 변이를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이미 집단 안에 있는 변이 중에서 고를 뿐이에요. 그러니 새로운 병원체가 들어오거나 기온이 올라가거나 먹이가 바뀌었을 때, 그 상황에서 유리한 대립유전자가 집단 안에 이미 없으면 자연선택은 고를 것이 없습니다. 집단이 아무리 커도, 아무리 번식을 열심히 해도 없는 변이는 선택될 수 없어요.

그래서 유전적 다양성은 이렇게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집단이 미래의 변화에 대비해 들고 있는 선택지의 개수. 유전적 다양성이 낮은 집단은 지금 당장 개체 수가 많아도, 선택지가 적은 상태로 변화를 맞는 겁니다.

농업에서 이 원리가 반복해서 드러납니다. 상업 작물은 수확량 좋은 소수 품종으로 좁혀지는데, 그렇게 유전적으로 균일해진 밭에 그 품종을 공격하는 병원체가 들어오면 한 포기가 아니라 밭 전체가 같은 방식으로 무너져요. 개체 수가 아니라 서로 얼마나 다른가가 문제였던 겁니다.

야생 집단에서는 개체 수 감소 자체가 유전적 다양성을 갉아먹습니다. 집단이 작아지면 다음 세대로 넘어갈 때 일부 대립유전자가 우연히 빠져 버리고(유전적 부동), 가까운 개체끼리 교배하는 비율이 올라가면서 해로운 열성 대립유전자가 동형접합으로 드러날 확률도 커집니다. 그래서 개체 수가 한 번 크게 줄었다가 나중에 회복된 집단은, 숫자는 돌아와도 유전적 다양성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잃어버린 대립유전자는 새 돌연변이가 다시 만들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요.

집단이 품은 다양성은 결국 유전체 곳곳의 염기 차이로 존재합니다. 그 차이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재는 것이 요즘의 보전 유전학이에요.

왜 서식지 파괴가 압도적 1위인가

위협 요인을 "서식지 파괴, 외래종, 남획, 오염, 기후변화" 이렇게 다섯 개로 나열하고 끝내는 답안이 정말 많습니다. 외우기는 쉬운데, 이렇게 쓰면 다섯 개가 다 비슷한 무게처럼 보여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서식지 파괴는 다른 요인들과 급이 다릅니다. 이유는 세 가지예요.

첫째, 개체가 아니라 자리를 없앱니다. 남획은 개체를 줄입니다. 오염은 생존율을 떨어뜨립니다. 둘 다 아프지만, 멈추면 개체군이 다시 늘어날 여지가 남아요. 그런데 숲을 밀어 농지나 도로로 바꾸면 그 종이 살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사라집니다. 회복하려면 개체를 늘리는 게 아니라 서식지를 다시 만들어야 하고, 그건 차원이 다른 일입니다.

둘째, 무차별적입니다. 남획은 사람이 원하는 종에, 외래종은 그 외래종과 부딪히는 종에 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서식지가 사라지면 그 안에 살던 모든 종이 동시에 영향을 받아요. 사람이 이름조차 붙이지 않은 종까지 포함해서요.

셋째, 면적이 줄면 부양할 수 있는 종 수가 줄어듭니다. 군집 생태학에서 나온 종-면적 관계가 여기서 쓰입니다. 넓은 곳일수록 더 많은 종이 삽니다. 서식 환경이 더 다양하게 들어가고, 넓은 행동권이 필요한 대형 종도 자리를 잡을 수 있고, 각 종의 개체군 크기가 커서 우연히 사라질 확률이 낮아지니까요. 면적을 줄이면 이 이점이 전부 반대로 작동합니다.

단편화 — 넓이만 재면 안 되는 이유

그런데 서식지 파괴에서 더 중요한 건 사실 얼마나 줄었나가 아니라 어떤 모양으로 남았나입니다. 넓은 숲을 도로와 논밭이 가로질러 여러 조각으로 갈라 놓은 상태를 서식지 단편화(habitat fragmentation)라고 해요. 조각들의 넓이를 다 합치면 꽤 될 수도 있는데, 생물에게는 같은 넓이의 한 덩어리보다 훨씬 나쁩니다. 세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에요.

① 가장자리 효과. 조각으로 쪼갤수록 가장자리의 길이가 늘어납니다. 가장자리는 안쪽과 환경이 달라요. 햇빛이 더 들고, 바람이 통하고, 더 건조하고, 온도 변화가 큽니다. 포식자와 외래종도 가장자리로 먼저 들어옵니다. 그래서 숲 안쪽 환경이 필요한 종에게 실제로 쓸 수 있는 서식지는 지도에 칠해진 면적보다 훨씬 작습니다. 작은 조각은 "전부 가장자리"인 상태가 되기도 해요.

② 이동 차단. 도로와 개활지가 조각 사이를 끊으면 개체가 오갈 수 없습니다. 개체군은 원래 이입과 이출로 서로를 떠받쳐요. 한 조각에서 개체군이 우연히 사라져도 옆에서 건너와 다시 채워 주는 구조 효과가 있었는데, 길이 끊기면 그 복구 경로가 없어집니다.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종, 번식지와 먹이터가 다른 종은 바로 타격을 받고요.

③ 소집단의 유전적 취약성. 앞에서 본 논리가 여기서 되돌아옵니다. 한 덩어리였던 큰 개체군이 서로 오가지 못하는 작은 개체군 여러 개로 쪼개지면, 각각이 앞서 말한 소집단 문제를 겪습니다. 유전적 부동으로 다양성이 깎이고, 근친교배 비율이 올라가고, 우연한 사고 한 번에 통째로 사라질 수 있어요. 전체 개체 수는 같은데 유전적으로는 훨씬 가난해진 상태가 됩니다.

구분단순한 면적 감소단편화
남은 면적줄어듦줄어듦 (같을 수도 있음)
가장자리 길이크게 늘지 않음크게 늘어남 → 내부 서식지가 더 줄어듦
개체 이동가능차단 → 재정착·유전자 교류 막힘
개체군 구조작아진 한 개체군고립된 소집단 여럿
유전적 다양성감소조각마다 따로 더 빠르게 감소

나머지 위협 — 각각 다른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서식지 파괴가 1위라고 해서 나머지가 사소한 건 아닙니다. 작동 방식이 서로 달라서, 구분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외래종 도입. 원래 없던 지역에 사람이 옮겨 놓은 종입니다. 들어온 종이 전부 문제가 되는 건 아니고, 문제가 되는 경우의 공통점이 있어요. 원산지에서 그 종을 눌러 주던 포식자·기생자·경쟁자가 새 지역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눌러 주는 것이 없는 상태로 들어왔으니 개체군이 빠르게 불어나고, 토착종과 경쟁하거나 토착종을 잡아먹습니다. 토착종 입장에서는 함께 진화한 적이 없는 상대라 방어 수단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섬 생태계가 특히 잘 무너지는 이유입니다.

남획. 사람이 개체를 직접 꺼내 가는 것이고, 핵심은 재생산 속도보다 빠르게 꺼내 간다는 점입니다. 보충 속도보다 수확 속도가 빠르면 개체군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성숙이 늦고 새끼를 적게 낳는, 생활사가 느린 쪽의 종이 훨씬 취약합니다. 게다가 상업적 가치가 높은 종은 귀해질수록 값이 올라가서, 마지막 개체까지 쫓아가는 힘이 생기기도 해요.

오염. 독성 물질이 직접 죽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먹이사슬을 타고 벌어지는 일입니다. 몸 밖으로 잘 빠져나가지 않고 지방에 쌓이는 물질은 먹이 단계를 올라갈 때마다 농도가 높아져요. 아래 단계를 여러 마리 먹어야 위 단계 한 마리가 유지되니까요. 그래서 최상위 포식자에게서 가장 높은 농도가 나타납니다. 영양염류가 과하게 흘러드는 오염은 또 다른 경로로, 조류가 과다 증식했다 분해되면서 산소가 고갈돼 물속 생물이 질식합니다.

기후변화. 이건 다음 글에서 따로 다룹니다. 앞의 넷과 달리 지역에서 막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고, 보호구역 안쪽에도 똑같이 들어오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나머지 넷과 곱해져 작동합니다. 단편화로 길이 끊긴 종은 기온이 올라도 옮겨 갈 수 없고, 유전적 다양성이 깎인 집단은 맞출 선택지가 적습니다.

쌤 한마디 — 생기부 탐구로 이 단원을 잡을 때,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끝나는 보고서가 제일 흔하고 제일 약합니다. 그건 이미 모두가 아는 문장이에요. 대신 메커니즘 한 줄을 잡으세요. "왜 같은 면적이라도 조각나면 더 나쁜가", "왜 개체 수가 회복돼도 유전적 다양성은 회복되지 않는가" 같은 질문이 훨씬 좋습니다. 답이 뻔하지 않고, 생물학 개념으로만 설명되고, 읽는 사람이 배우는 게 있으니까요.

생물다양성이 유전적·종·생태계 세 층으로 쌓여 있다는 포개진 칸과 종 수가 같아도 다양성이 다를 수 있다는 비교, 서식지 파괴·침입종·남획·오염의 상대적 크기와 그 위에 겹치는 기후변화, 그리고 통짜 한 덩어리와 네 조각으로 나뉜 서식지의 가장자리·내부 넓이를 실제로 잰 단편화 그림

면적이 같아도 조각나면 가장자리가 늘고 내부가 줄어든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정리하면

생물다양성은 유전적·종·생태계의 세 수준으로 쌓여 있고, 맨 아래 유전적 다양성은 집단이 미래의 변화에 대비해 들고 있는 선택지입니다. 자연선택은 없는 변이를 만들어 주지 못하니까요.

서식지 파괴가 압도적인 이유는 개체가 아니라 살 자리를 없애고, 모든 종에 동시에 작용하며, 면적이 줄면 부양 가능한 종 수 자체가 줄기 때문입니다. 같은 면적이라도 단편화되면 가장자리 효과·이동 차단·소집단화가 겹쳐 더 나빠지고요. 외래종은 눌러 주는 것이 없는 상태로 들어와서, 남획은 재생산보다 빠르게 꺼내 가서, 오염은 먹이사슬을 타고 농축되어서 — 각각 다른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 단원을 학교 공부를 넘어 더 깊게 읽고 싶다면, 다음 책으로 여섯 번째 대멸종(엘리자베스 콜버트)을 권합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을 지질학적 시간 위에 올려놓고 보는 책이라, 이 글의 개념들이 훨씬 넓은 맥락에서 다시 보입니다.

다음 글은 앞에서 미뤄 둔 다섯 번째 요인,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보전과 복원 — 무엇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로 마무리합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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