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2차 내부공생 — 엽록체가 두 번 옮겨 탄 이야기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이 글은 막을 세는 법을 배우는 글입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그렇습니다. 어떤 조류의 엽록체를 전자현미경으로 보고 막이 몇 겹인지만 세면, 그 엽록체가 몇 번 주인을 바꿔 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2겹이면 한 번, 3겹이나 4겹이면 두 번이에요. 수억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의 횟수가 지금 세포 안에 겹겹의 막으로 기록돼 있는 겁니다.
저는 이 대목을 생명과학에서 가장 멋진 추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화석도 아니고 유전자 서열도 아니고, 막 몇 겹이라는 구조 하나가 증거가 된다는 게요. 그 논리를 차근차근 따라가 보겠습니다.
복습 — 1차 내부공생이란 무엇인가
1차 내부공생은 진핵세포가 원핵생물을 삼켜 그 원핵생물이 소기관이 된 사건입니다. 삼키는 쪽이 진핵, 삼켜지는 쪽이 원핵이라는 게 핵심이에요.
두 번 있었습니다. 순서까지 기억해 두세요.
- 미토콘드리아 — 호기성 세균 계통의 세포가 들어와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모든 진핵생물의 공통조상에서 단 한 번 일어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지금 살아 있는 진핵생물은 전부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거나, 가졌던 흔적이 있습니다.
- 엽록체(색소체) — 시아노박테리아 계통의 세포가 들어와 자리 잡았습니다. 미토콘드리아보다 나중이고, 모든 진핵생물이 아니라 일부 계통에서만 일어났습니다.
이 순서 차이가 결과를 완전히 갈라놓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전원 공통이고, 엽록체는 가진 쪽과 안 가진 쪽이 있어요. 그래서 "모든 진핵생물에 미토콘드리아는 있는데 엽록체는 식물과 조류에만 있다"는 익숙한 사실이 두 사건의 시점 차이에서 나온 겁니다. 세부 증거는 세포내공생설 편에서 다뤘으니 여기서는 그 위에 쌓습니다.
한 가지 보태 둘 것. "일부 계통은 미토콘드리아가 없다"고 쓰여 있는 걸 본 학생들이 있을 겁니다. 정확히는 없는 게 아니라 축소·변형된 형태입니다. 산소가 없는 환경에 사는 일부 원생생물에서는 미토콘드리아가 원래 기능을 잃고 작은 소기관으로 남아 있어요. 처음엔 "미토콘드리아를 얻기 전의 원시 진핵생물"로 해석됐는데, 나중에 유전자 흔적이 확인되면서 한 번 가졌다가 축소시킨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이건 주요 계통 편에서 엑스카바타를 볼 때 다시 나옵니다.
왜 막이 2겹인가
이제 오늘의 핵심 논리로 들어갑니다. 1차 내부공생으로 생긴 색소체는 막이 2겹입니다. 홍조류·녹조류·육상식물의 엽록체가 그렇습니다.
왜 2겹일까요. 받아들여지는 설명은 삼켜진 시아노박테리아 자신의 막 두 겹이 그대로 남았다는 것입니다. 그람 음성 세균처럼 시아노박테리아는 세포막 바깥에 또 하나의 막을 가지고 있는데, 그 두 겹이 색소체의 안쪽 막과 바깥쪽 막이 됐다는 거죠. 세균의 세포벽 구조는 원핵세포의 구조 편에서 본 그대로입니다.
여기서 학생들이 꼭 묻습니다. "삼킬 때 생긴 먹이소낭의 막은요?" 좋은 질문입니다. 그 막은 남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 공생이 자리 잡는 과정에서 사라졌다고 설명돼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2겹입니다.
이 2겹이 기준선입니다. 삼킴이 한 번 더 일어나면 막이 늘어납니다. 바로 그 논리로 다음 단계가 설명됩니다.
2차 내부공생 — 조류를 통째로 삼켰다
2차 내부공생은 이미 엽록체를 가지고 있는 진핵 조류를 다른 진핵생물이 삼켜서 그 조류 전체가 소기관처럼 남은 사건입니다.
1차와의 차이를 한 줄로 하면 이렇습니다. 1차는 세균을 삼킨 것이고, 2차는 세균을 이미 삼킨 적이 있는 진핵생물을 삼킨 것입니다. 삼켜지는 대상의 격이 다른 거죠.
그러면 막이 몇 겹이 될까요. 세어 봅시다.
- 삼켜진 조류의 색소체가 원래 가지고 있던 막 2겹
- 삼켜진 조류 자신의 세포막 1겹
- 삼킨 쪽이 만든 먹이소낭의 막 1겹
전부 남으면 4겹, 과정에서 한 겹이 사라지면 3겹입니다. 실제로 둘 다 관찰됩니다. 그래서 2차 내부공생 계열의 색소체는 막이 3~4겹이에요.
어디서 무엇을 삼켰는지에 따라 계열이 갈립니다.
| 색소체의 막 겹 수 | 어떻게 생겼나 | 대표 생물 |
|---|---|---|
| 2겹 | 1차 내부공생 — 시아노박테리아를 직접 삼켰다 | 홍조류, 녹조류, 육상식물(아르케플라스티다) |
| 3겹 | 2차 내부공생 — 조류를 삼켰고, 막 한 겹이 남지 않았다 | 유글레나류(녹조류를 삼킨 계열), 와편모조류 일부 |
| 4겹 | 2차 내부공생 — 조류를 삼켰고, 막 네 겹이 다 남았다 | 규조류·갈조류 등 부등편모조류(홍조류 유래로 설명되는 계열) |
표를 거꾸로 읽어 보세요. 막을 세면 역사가 나옵니다. 다시마의 엽록체 막이 네 겹이라는 사실만으로, 다시마의 조상이 홍조류 쪽 조류를 삼켰고 그 홍조류의 조상이 그 전에 시아노박테리아를 삼켰다는 두 단계 이야기가 복원되는 겁니다.
쌤 한마디 — 외울 때는 숫자만 붙잡으세요. 2겹이면 1차, 3~4겹이면 2차. 그리고 "막이 왜 늘어나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술형에서 "삼켜진 조류의 세포막과 숙주의 먹이소낭 막이 추가되기 때문"이라는 문장을 쓸 수 있으면 끝입니다. 이걸 못 쓰고 "2차라서 더 많다"고만 쓰면 점수가 안 나옵니다. 숫자는 결과고, 삼킴의 단계가 원인이에요.
막 말고 또 하나의 증거 — 남겨진 핵
막 겹 수는 간접 증거입니다. 더 직접적인 증거가 있으면 좋겠죠. 실제로 있습니다.
일부 계통에서는 삼켜진 조류의 핵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흔적 기관처럼 남아 있습니다. 이걸 누클레오모르프라고 부릅니다. 색소체 막 사이에 쪼그라든 핵이 들어 있고, 그 안에 소량의 DNA가 남아 있어요.
이게 왜 결정적이냐면, 세균에는 핵이 없습니다. 1차 내부공생으로 들어온 게 세균이라면 남을 핵이 애초에 없어요. 그런데 핵의 잔재가 있다는 건 삼켜진 쪽이 진핵생물이었다는 뜻입니다. 2차 내부공생의 직접 증거인 셈이죠.
이런 식의 추론이 바로 상동과 상사 편에서 배운 작업입니다. 지금 기능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어디서 왔는지를 묻는 거예요.
광합성을 그만둔 색소체 — 아피코플라스트
2차 내부공생 이야기에서 제일 뜻밖의 사례를 하나 보겠습니다.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원충은 광합성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간세포와 적혈구 안에서 사는 기생생물이니 빛을 볼 일도 없죠. 그런데 이 원충의 세포 안에는 색소체에서 유래한 소기관이 남아 있습니다. 이걸 아피코플라스트라고 부릅니다.
즉 이 계통의 조상은 광합성을 하는 조류를 삼켰던 적이 있고, 나중에 기생생활로 넘어가면서 광합성 기능만 버리고 소기관은 남겼다는 뜻입니다. 남긴 이유가 있습니다. 이 소기관이 지방산이나 다른 물질의 합성 같은 다른 대사를 담당하고 있어서, 없으면 원충이 살 수 없어요.
그래서 의학적으로 중요한 표적이 됩니다. 아피코플라스트는 세균 계통의 기구를 많이 물려받았는데, 사람 세포에는 그런 기구가 없습니다. 세균을 겨냥하는 약으로 이 소기관을 때리면 원충은 죽고 사람 세포는 상대적으로 덜 다친다는 뜻이죠. 실제로 일부 항생제가 말라리아에 효과를 보이는 배경으로 이 소기관이 거론됩니다.
이 지점을 꼭 기억해 두세요. 수억 년 전의 내부공생 사건이 지금 약을 고르는 근거가 되는 자리입니다. 말라리아 편에서 치료 이야기를 할 때 다시 쓰겠습니다.

막을 세어 보면 몇 번 삼켰는지가 나온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후속 질문 하나 — 유전자는 어디로 갔나
여기서 꼬리를 물고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엽록체도 미토콘드리아도 자기 DNA를 가지고 있는데, 그 양이 자유롭게 살던 시절의 세균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원래 있던 유전자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두 방향으로 갔습니다. 쓸모가 없어져 사라진 것이 있고, 숙주의 핵으로 옮겨 간 것이 있습니다. 후자가 특히 중요한데, 지금 엽록체에서 쓰이는 단백질 상당수가 핵의 유전자로 만들어져 엽록체로 운반돼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렇게 됩니다. 색소체는 독립된 생물이 아니라 숙주 없이는 살 수 없는 소기관이 됐어요. 공생에서 시작했지만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건넌 겁니다. 2차 내부공생 계열에서는 이 이동이 두 단계로 일어났으니 더 복잡합니다 — 삼켜진 조류의 핵 유전자들까지 숙주의 핵으로 옮겨 가야 했으니까요. 누클레오모르프가 작아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류'는 단일 계통이 아닙니다
이제 앞 글에서 던져 둔 숙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왜 '조류'가 분류 단위가 아닌지요.
답은 이 글 전체입니다. 광합성 능력은 진핵생물 계통수의 한 자리에서 생겨 후손에게 물려 내려간 형질이 아닙니다. 1차 내부공생으로 한 계통이 얻고, 그 계통에서 유래한 조류를 다른 계통들이 각각 삼켜서 퍼뜨린 거예요. 그래서 광합성을 하는 원생생물이 계통수 여러 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이렇습니다. 엽록체는 유전된 것이기도 하지만, 옮겨 다닌 것이기도 합니다. 수직으로만 전해진 게 아니라 중간에 계통을 건너뛰었어요. 원핵생물의 수평적 유전자 이동과 발상이 비슷한데, 여기서는 유전자 하나가 아니라 세포 하나가 통째로 건너갔다는 점이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범위를 정직하게 좁혀 두겠습니다. 1차 내부공생이 세상에 단 한 번뿐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예외가 보고돼 있습니다. 아메바 계열의 어떤 속에서 이와 별개로 시아노박테리아를 받아들인 사례가 알려져 있어요. 그리고 일부 와편모조류에서는 2차 내부공생으로 색소체를 가진 조류를 또 삼킨 것으로 설명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부는 계속 다듬어지는 중이라는 점을 알아 두되, 시험 범위에서는 1차와 2차의 구분과 막 겹 수가 핵심입니다.
여기서 제일 많이 틀립니다
- 1차와 2차를 '먼저·나중'으로만 구별한다 — 시간 순서가 아니라 삼켜진 대상이 기준입니다. 1차는 원핵생물(시아노박테리아), 2차는 이미 색소체를 가진 진핵 조류입니다.
- 막 겹 수를 거꾸로 쓴다 — 1차가 2겹, 2차가 3~4겹입니다. 삼킴이 한 단계 추가되면 막이 늘어난다는 방향만 기억하면 뒤집히지 않습니다.
-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같은 시기에 생겼다고 쓴다 — 미토콘드리아가 먼저이고 모든 진핵생물의 공통조상에서 한 번, 엽록체는 그보다 나중이고 일부 계통에서만입니다.
-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진핵생물"을 원시형으로 해석한다 — 한 번 가졌다가 축소·변형시킨 것으로 봅니다. 없는 게 아니라 달라진 겁니다.
- 엽록체를 가졌으면 다 가까운 관계라고 생각한다 — 규조류와 녹조류는 둘 다 광합성을 하지만 다른 상위 그룹입니다. 광합성 능력은 계통을 건너 옮겨 다닌 형질입니다.
- 아피콤플렉스류에 색소체가 없다고 쓴다 — 광합성을 안 하는 것이고, 색소체 유래 소기관(아피코플라스트)은 있습니다. '기능 상실'과 '구조 소실'을 구별하세요.
- 색소체가 독립적으로 증식·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유전자 상당수가 핵으로 옮겨 가서, 지금은 숙주 없이 살 수 없습니다.
쌤 한마디 — 이 단원 서술형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형태는 "어떤 조류의 색소체 막이 4겹인 이유를 설명하시오"입니다. 답의 골격은 세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① 이 색소체는 2차 내부공생으로 생겼다. ② 삼켜진 쪽이 세균이 아니라 이미 색소체를 가진 진핵 조류였다. ③ 그래서 원래 색소체의 막 2겹에 조류의 세포막과 숙주의 먹이소낭 막이 더해졌다. 여기에 누클레오모르프를 증거로 한 줄 붙이면 더 강해집니다. 세특에 쓸 거라면 아피코플라스트와 말라리아 치료 쪽을 잡으세요. 진화사와 의학을 한 문단에 묶을 수 있는 소재는 흔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1차 내부공생은 진핵세포가 원핵생물을 삼킨 사건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모든 진핵생물의 공통조상에서 한 번, 엽록체는 그보다 나중에 시아노박테리아를 삼켜 일부 계통에서 생겼습니다. 이렇게 생긴 색소체는 막이 2겹이고, 홍조류·녹조류·육상식물이 이 계열입니다.
2차 내부공생은 이미 색소체를 가진 진핵 조류를 다른 진핵생물이 삼킨 사건입니다. 삼켜진 조류의 세포막과 숙주의 먹이소낭 막이 더해져 색소체 막이 3~4겹이 됩니다. 유글레나류는 녹조류를, 규조류·갈조류 계열은 홍조류를 삼킨 것으로 설명됩니다.
증거는 두 가지입니다. 막의 겹 수, 그리고 일부 계통에 남아 있는 삼켜진 조류의 핵 잔재인 누클레오모르프입니다. 세균에는 핵이 없으니, 핵의 흔적은 삼켜진 쪽이 진핵생물이었음을 말해 줍니다.
그리고 광합성을 버린 색소체도 있습니다. 말라리아 원충의 아피코플라스트는 광합성은 하지 않지만 다른 대사를 담당해, 지금은 치료제의 표적으로 연구됩니다.
이 글의 결론을 한 문장으로 하면 — 광합성 능력은 계통을 따라 내려오기만 한 게 아니라 세포를 삼키는 방식으로 옮겨 다녔습니다. 그래서 '조류'는 하나의 계통이 될 수 없습니다.
자, 이제 계통을 제대로 볼 준비가 됐습니다. 다음 글에서 원생생물을 네 묶음으로 나눠 보겠습니다. 이름을 외우는 글이 아닙니다 — 무엇이 같아서 묶였는지를 보는 글이고, 오늘 배운 막 겹 수가 그 기준 중 하나로 그대로 쓰입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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