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생물과 사람 — 말라리아, 적조, 그리고 바다의 생산자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이 챕터의 마지막 글입니다. 질문 하나로 시작하겠습니다.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생물이 무엇일까요. 여러 답이 가능하지만, 말라리아 원충은 어떤 목록에서도 상위에 들어갑니다. 수천 년 동안, 지금도 매년 수많은 사람이 이 단세포 생물 때문에 앓고 죽습니다.
그런데 같은 봉지 안에 반대쪽도 있습니다. 지구에서 광합성으로 만들어지는 유기물의 큰 몫을 바다의 미세조류가 담당합니다. 우리가 숨 쉬는 산소의 상당 부분과, 바다 먹이사슬 전체의 바닥이 이 생물들에서 나와요.
사람을 가장 괴롭히는 쪽과 사람을 먹여 살리는 쪽이 같은 분류 봉지에 들어 있습니다. 원생생물이 단일 계통이 아니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이 대비만큼 잘 보여 주는 게 없습니다.
말라리아 원충의 생활사 — 두 숙주를 오간다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원충은 아피콤플렉스류에 속합니다. 앞 글에서 본 알베올라타 안쪽의 묶음, 짚신벌레·와편모조류와 친척인 그 무리예요.
생활사부터 보겠습니다. 복잡하지만 순서를 따라가면 이해됩니다. 그리고 이 순서 안에 왜 치료와 예방이 어려운지에 대한 답이 다 들어 있습니다.
- ① 모기가 사람을 물 때 — 모기의 침과 함께 원충이 사람의 혈액으로 들어갑니다. 매개하는 것은 암컷 학질모기입니다.
- ② 간세포로 들어간다 — 혈액으로 들어온 원충은 먼저 간세포 안으로 들어가 증식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증상이 없습니다.
- ③ 적혈구로 들어간다 — 간에서 나온 원충이 적혈구에 침입합니다. 여기서부터가 질병입니다.
- ④ 적혈구 안에서 증식하고 터뜨린다 — 적혈구 안에서 수가 늘어난 원충이 적혈구를 파괴하고 나와 다른 적혈구로 들어갑니다. 이 과정이 반복됩니다.
- ⑤ 일부가 생식 단계로 바뀐다 — 혈액 안의 원충 중 일부는 생식에 쓰이는 형태가 됩니다.
- ⑥ 다른 모기가 그 사람을 물면 — 생식 단계의 원충이 모기 몸속으로 들어가고, 모기 체내에서 유성생식이 일어납니다.
- ⑦ 모기의 침샘으로 이동한다 — 거기서 다시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형태가 만들어집니다. ①로 돌아갑니다.
이제 ④번을 다시 보세요. 말라리아의 특징적인 증상이 여기서 나옵니다.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고열과 오한이요. 적혈구가 한꺼번에 파괴되는 일이 비교적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증상도 주기를 띱니다. 적혈구가 대량으로 깨지니 빈혈도 따라옵니다.
그리고 ⑥번이 시험에서 가장 자주 틀리는 자리입니다. 모기는 '매개자'이면서 동시에 유성생식이 일어나는 숙주입니다. 사람 몸에서는 무성적으로 수만 늘고, 유성생식은 모기 몸에서 일어나요. 생활사의 기준으로 보면 사람이 오히려 중간 숙주 쪽입니다. "모기는 그냥 옮겨 주는 역할"이라고 쓰면 틀립니다.
쌤 한마디 — 말라리아 방제 역사가 이 생활사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원충을 직접 죽이는 약(치료)도 쓰지만, 역사적으로 가장 효과가 컸던 것은 모기를 막는 쪽이었습니다. 고인 물 관리, 모기장, 방충제요. 생활사에 숙주가 둘이면 어느 한쪽 고리를 끊어도 전파가 멈춘다는 게 핵심이에요. 이건 기생생물 전반에 적용되는 원리라, 세특에 쓸 때 "생활사 이해가 방제 전략을 결정한다"는 틀로 잡으면 글이 깔끔하게 나옵니다.
왜 말라리아 백신은 이렇게 어려운가
학생들이 꼭 묻는 질문입니다. 바이러스 백신은 꽤 빠르게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말라리아 백신은 왜 오래 걸릴까요.
이유가 네 가지쯤 됩니다. 각각이 원충의 생활사와 직접 연결됩니다.
- 단계마다 다른 모습을 한다. 모기에서 들어올 때, 간세포 안에 있을 때, 적혈구 안에 있을 때 — 원충이 표면에 내거는 단백질이 각 단계마다 다릅니다. 표적이 계속 바뀌는 겁니다. 한 단계를 겨냥한 면역이 다음 단계에는 잘 듣지 않아요.
- 세포 안에 숨어 있다. 원충이 혈액 속을 떠다니는 시간은 짧고, 대부분의 시간을 간세포와 적혈구 안에서 보냅니다. 항체는 세포 밖의 표적을 주로 다루니 닿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적혈구는 감염된 사실을 면역계에 알리는 기구가 사실상 없는 세포예요.
- 표면 단백질의 변이가 심하다. 같은 단계에서도 표면 단백질의 서열이 다양하고 계속 바뀝니다. 면역이 익힌 얼굴과 다른 얼굴로 나타나는 거죠.
- 유전체가 크다. 바이러스와 비교하면 진핵생물인 원충은 유전자 수가 훨씬 많습니다. 그만큼 쓸 수 있는 전략도 많아요. 바이러스가 유전자 몇 개로 숙주를 쓰는 생물이었다면, 원충은 자기 대사와 자기 기구를 다 갖춘 세포입니다.
그래서 이 네 가지를 한 문장으로 하면 이렇게 됩니다. 면역계에 같은 얼굴을 두 번 보여 주지 않는다. 그게 이 원충의 전략입니다. 신종 바이러스 편에서 본 항원 변이와 발상은 비슷하지만, 여기서는 변이에 더해 생활사 단계별 변장이라는 수단이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치료 쪽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약물 저항성이요. 약을 쓰면 그 약에 덜 듣는 변이를 가진 원충이 살아남아 퍼집니다. 세균의 항생제 내성과 완전히 같은 논리예요 — 항생제 내성 편에서 "내성은 진화 단원의 선택"이라고 했던 그 이야기가, 계통이 전혀 다른 이 생물에서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선택은 계통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새 표적을 찾는 연구가 중요한데, 여기서 2차 내부공생 편의 아피코플라스트가 등장합니다. 이 소기관은 세균 계통에서 유래한 기구를 많이 쓰고 있어서 사람 세포에는 없는 표적을 제공합니다. 수억 년 전의 삼킴 사건이 치료제 설계에 쓰이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범위를 정직하게 좁혀 두겠습니다. 말라리아 백신은 개발이 진행돼 일부가 실제로 쓰이기 시작했지만, 홍역이나 소아마비 백신처럼 높은 방어력을 오래 유지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없다"가 아니라 "어렵다"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병을 일으키는 다른 원생생물들
말라리아가 가장 유명하지만 혼자가 아닙니다. 계통이 서로 멀다는 점을 같이 보세요.
| 원생생물 | 계통 | 일으키는 문제 | 전파 경로 |
|---|---|---|---|
| 말라리아 원충 | 알베올라타(아피콤플렉스류) | 말라리아 | 학질모기 |
| 트리파노소마 | 엑스카바타(유글레노조아) | 수면병 등 | 체체파리 등 흡혈 곤충 |
| 지아르디아 | 엑스카바타(디플로모나드류) | 장 감염, 설사 | 오염된 물 |
| 이질아메바 | 유니콘타(아메바 계열) | 아메바성 이질 | 오염된 물·음식 |
| 감자역병균 | SAR(부등편모조류) | 감자·토마토의 역병 — 사람이 아니라 작물의 병 | 포자가 물·바람으로 |
표의 '계통' 열을 쭉 읽어 보세요. 네 묶음이 다 들어 있습니다. 기생이라는 생활 방식이 진핵생물 계통수 곳곳에서 독립적으로 생겼다는 뜻이에요. 먹이가 되는 숙주가 풍부하면 어느 계통에서든 그 길로 가는 종이 나타납니다.
트리파노소마는 따로 짚어 둘 만합니다. 이 원충은 표면을 덮은 단백질을 주기적으로 갈아 끼웁니다. 숙주의 면역이 지금 입은 옷을 익히면 다른 옷으로 바꿔 입는 거죠. 그래서 숙주가 계속 새로 대응해야 하고, 감염이 길게 이어집니다. 면역 회피의 교과서적인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
그리고 맨 아랫줄, 감자역병균은 사람의 역사를 바꾼 생물입니다. 1840년대 아일랜드에서 감자 농사가 이 병으로 연달아 망가지면서 큰 기근이 일어났고, 대규모 사망과 이민으로 이어졌습니다. 단일 작물에 의존하는 농업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 준 대표적인 사건이에요. 앞 글에서 "물곰팡이는 균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던 그 무리입니다 — 이름에 '균'이 붙어 있어 더 헷갈리죠.
적조 — 바다가 붉어질 때
이제 방향을 바꿔 생태 쪽으로 가겠습니다. 먼저 적조입니다.
적조는 특정 플랑크톤이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나 물빛이 바뀌는 현상입니다. 주로 와편모조류가 원인이 되고, 다른 조류가 원인인 경우도 있습니다.
왜 일어나는가. 조건이 겹칠 때입니다.
- 영양염류가 많이 공급된다 — 생활하수, 농경지에서 흘러드는 비료 성분 등이 질소·인을 공급합니다. 부영양화죠.
- 수온이 올라간다 — 증식 속도가 빨라집니다.
- 물이 잘 섞이지 않는다 — 조류가 표층에 모여 있을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그러면 왜 피해가 생길까요. 세 경로가 있고, 각각 다릅니다.
- 독소 — 일부 와편모조류는 사람과 동물에 해로운 물질을 만듭니다. 이 조류를 걸러 먹는 조개류의 몸에 독소가 쌓이고, 그 조개를 사람이 먹으면 중독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조개 자체는 멀쩡해 보인다는 게 위험한 점입니다.
- 산소 고갈 — 대발생한 조류가 죽어 가라앉으면 분해자가 그걸 분해하면서 산소를 대량으로 씁니다. 바닥 쪽 산소가 떨어져 물고기와 저서생물이 죽습니다. 독소가 없는 종류의 적조도 이 경로로 피해를 줍니다.
- 물리적 손상 — 조류 세포가 많이 밀려들어 어류의 아가미를 막거나 상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양식장 피해가 이렇게 발생합니다.
여기서 용어를 하나 바로잡읍시다. '적조'라고 해서 꼭 붉지 않습니다. 원인 생물이 가진 색소에 따라 갈색·녹색을 띠기도 하고, 색이 뚜렷하게 변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색보다 '유해 조류 대발생'이라는 식으로 현상 자체를 가리키는 표현을 함께 씁니다. 반대로 대발생이라고 다 독성인 것도 아닙니다. 독소를 만드는 종과 만들지 않는 종이 따로 있습니다.

병원체로만 기억하면 바다의 생산자를 통째로 놓친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산호와 공생하는 와편모조류
와편모조류 이야기를 하나 더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해를 끼치는 쪽이 아닙니다.
산호의 조직 안에는 광합성을 하는 와편모조류가 들어가 살고 있습니다. 조류는 광합성으로 만든 유기물을 산호에 넘기고, 산호는 조류에게 살 자리와 필요한 물질을 제공합니다. 전형적인 상호이익 관계예요.
이 관계가 산호초 생태계의 토대입니다. 맑고 영양분이 적은 열대 바다에서 산호초가 그렇게 많은 생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이유가 이 공생입니다. 영양분이 적은 물에서도 조류가 빛으로 유기물을 만들어 주니까요.
그래서 이 관계가 깨지면 치명적입니다. 수온이 지나치게 오르는 등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산호가 조류를 내보내는데, 산호의 색은 상당 부분 이 조류에서 오기 때문에 조류가 빠지면 산호가 흰 골격 색으로 드러납니다. 이게 백화 현상입니다. 그리고 조류가 없으면 산호는 영양 공급원을 잃으니,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죽습니다.
백화는 산호가 하얗게 '변색'되는 게 아니라 공생 조류를 잃은 결과라는 점을 정확히 쓰세요.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쓰는 학생이 많습니다.
바다의 1차생산 — 이 챕터의 가장 큰 그림
마지막 단락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단락입니다.
1차생산 편에서 생태계의 에너지가 생산자의 광합성에서 들어온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면 지구 전체에서 그 일을 누가 하고 있을까요. 육상의 숲을 떠올리기 쉽지만, 바다의 식물플랑크톤이 지구 1차생산의 큰 몫을 담당합니다.
그 식물플랑크톤의 주력이 규조류를 비롯한 미세조류입니다. 오늘 글의 주인공들이에요. 개체는 현미경으로 봐야 보이지만, 바다 면적이 지구 표면의 대부분이고 그 표층에 이 세포들이 깔려 있습니다. 작은 것이 넓게 퍼지면 큰 것이 됩니다.
이 사실이 만드는 결과를 세 가지로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해양 먹이사슬의 바닥입니다. 미세조류를 동물플랑크톤이 먹고, 그걸 작은 물고기가 먹고, 그 위로 올라갑니다. 우리가 먹는 생선이 결국 이 작은 세포들에서 시작된 에너지로 자란 셈이에요.
둘째, 탄소를 바다 깊은 곳으로 내려보냅니다. 규조류는 규산 껍질을 가지고 있고, 유공충과 일부 미세조류는 탄산칼슘 껍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죽으면 껍질이 가라앉습니다. 그러면 광합성으로 고정한 탄소의 일부가 표층에서 빠져 깊은 물과 퇴적층으로 내려갑니다. 대기와 표층 사이의 교환에서 격리되는 거죠. 탄소 순환에서 바다가 탄소를 저장하는 통로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이 과정이 지질학적 규모로 쌓이면 암석이 됩니다. 석회질 껍질이 쌓여 만들어진 지층이 석회암이 되고, 규조류 껍질이 쌓인 퇴적물은 규조토로 채굴돼 여과재나 연마재 등으로 쓰입니다. 단세포 생물의 껍질이 산업 자원이 되는 겁니다.
셋째, 서식지를 만듭니다. 미세조류만이 아닙니다. 다세포 갈조류인 다시마류가 밀집해 자라면 숲 같은 구조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 수많은 동물이 삽니다. 숲이 육상 생물에게 하는 일을 바다에서 조류가 하는 셈이에요.
쌤 한마디 — 이 단원을 세특이나 발표로 끌고 갈 거라면 저는 이 각도를 권합니다. "원생생물은 사람에게 해로운가 이로운가"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는 틀이요. 같은 와편모조류 묶음 안에 적조를 일으키는 종과 산호를 먹여 살리는 종이 함께 있습니다. 같은 알베올라타 안에 말라리아 원충과 짚신벌레가 있고요. 계통은 이로움·해로움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걸 보여 주는 사례가 이 챕터에 널려 있습니다. 교과 내용을 한 단계 위에서 다시 묶어 보는 글은 티가 확실히 납니다.
여기서 제일 많이 틀립니다
- 모기를 단순한 '매개자'로만 쓴다 — 모기 몸에서 유성생식이 일어납니다. 사람 몸에서는 수가 늘어나는 무성적 증식이 주로 일어납니다.
- 말라리아 원충을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쓴다 — 진핵생물이고, 알베올라타에 속하는 원생생물입니다. 그래서 세균을 겨냥한 항생제가 그대로 듣지 않습니다.
- 주기적 발열의 원인을 모기에 물리는 주기로 설명한다 — 적혈구가 비교적 일정한 간격으로 한꺼번에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한 번 물린 뒤에도 증상은 반복됩니다.
- 백신이 '없다'고 단정한다 — 개발이 진행돼 일부가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방어력과 지속성에서 어려움이 큽니다. 어렵다가 정확합니다.
- 적조를 '물이 붉어지는 현상'으로만 정의한다 — 원인 생물의 색소에 따라 색이 다르고, 색 변화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핵심은 색이 아니라 특정 조류의 대발생입니다.
- 적조 피해를 전부 독소로 설명한다 — 산소 고갈과 아가미 손상도 주요 경로입니다. 독소를 만들지 않는 대발생도 피해를 줍니다.
- 산호 백화를 '산호가 하얗게 변하는 병'으로 쓴다 — 공생 와편모조류를 잃어 골격 색이 드러난 상태입니다. 색 변화가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 지구 1차생산을 육상 식물만으로 생각한다 — 해양 식물플랑크톤이 큰 몫을 담당합니다. 개체가 작은 것과 전체 생산량이 적은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 감자역병균을 균류로 쓴다 — 부등편모조류입니다. 이름에 '균'이 들어 있어도 계통은 균류와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정리하면
말라리아 원충은 알베올라타의 아피콤플렉스류이고, 학질모기와 사람 두 숙주를 오갑니다. 사람 몸에서는 간세포를 거쳐 적혈구에서 증식하며 적혈구를 파괴하고, 그 파괴가 주기적으로 일어나 특징적인 고열과 오한이 나타납니다. 유성생식은 모기 몸에서 일어납니다.
백신이 어려운 이유는 네 가지입니다. 생활사 단계마다 표면 단백질이 다르고, 대부분의 시간을 세포 안에서 보내며, 표면 단백질의 변이가 심하고, 진핵생물답게 유전자가 많아 쓸 전략도 많습니다. 치료에서는 약물 저항성이 문제이고, 새 표적으로 아피코플라스트가 주목받습니다.
적조는 주로 와편모조류의 대발생이고, 부영양화와 수온 상승이 겹칠 때 일어납니다. 피해는 독소 축적·산소 고갈·아가미 손상 세 경로이고, 색이 반드시 붉은 것도 아니며 모든 대발생이 독성인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산호와 공생하는 와편모조류는 산호초 생태계를 먹여 살리고, 그 공생이 깨진 상태가 백화 현상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그림. 규조류 등 해양 미세조류가 지구 1차생산의 큰 몫을 담당합니다. 해양 먹이사슬의 바닥을 받치고, 껍질이 가라앉으며 탄소를 깊은 바다와 퇴적층으로 내려보내고, 그 퇴적물이 석회암과 규조토가 됩니다.
이것으로 원생생물 챕터를 닫습니다. 첫 글에서 "원생생물은 남은 것들을 모은 이름"이라고 시작했는데, 다 보고 나면 그 봉지가 결코 '나머지'가 아니라는 게 분명해집니다. 진핵생물의 다양성 대부분이 이 안에 있고, 동물과 식물은 그중 두 가지에서 뻗어 나온 가지일 뿐입니다.
다음은 그 가지 하나를 따라갑니다. 녹조류 중 어떤 무리가 육상식물과 가장 가까운지를 먼저 보고, 그 조류가 물을 떠나 땅으로 올라갈 때 무엇이 필요했는지를 봅니다. 오늘 글에서 원생생물이 전부 물가에 매여 있었던 걸 기억하세요. 그 제약을 어떻게 벗었느냐가 다음 챕터의 주제입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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