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동과 상사 — 닮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는다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앞 글에서 계통수 읽는 법을 정리했습니다. 그럼 이제 만드는 쪽입니다. 계통수를 그리려면 먼저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그 자료는 결국 "누가 누구와 닮았는가"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여기서 이 단원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가 바로 튀어나옵니다. 닮았다는 사실 자체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습니다. 닮음에는 두 종류가 있고, 그중 하나만 계통의 증거가 됩니다. 이 글은 그 둘을 가르는 법에 관한 글입니다.
같은 '닮음'인데 이유가 다르다
두 생물이 닮은 특징을 갖는 데는 완전히 다른 두 경로가 있습니다.
| 구분 | 상동(homology) | 상사(analogy) |
|---|---|---|
| 닮은 이유 | 공통 조상에게서 물려받아서 | 비슷한 환경에서 따로 생겨서 |
| 만든 과정 | 공통 조상 → 분기 후 각자 변형 | 자연선택에 의한 수렴진화 |
| 계통의 증거 | 된다 | 안 된다 |
| 대개 닮은 것 | 기본 구조·발생 과정·위치 관계 | 겉모습·기능 |
상동의 교과서적 사례가 척추동물의 앞다리입니다. 사람의 팔, 고양이의 앞다리, 고래의 지느러미, 박쥐의 날개는 하는 일이 전부 다른데 뼈의 구성과 배열이 같습니다. 위팔뼈 하나, 그 아래 두 개, 그다음 손목뼈 무리, 그리고 손가락뼈. 기능이 달라졌는데도 설계가 같은 건 같은 조상의 앞다리를 물려받아 각자 고쳐 썼기 때문입니다.
상사는 반대입니다. 물속을 빠르게 헤엄쳐야 하는 조건은 상어에게도, 돌고래에게도, 멸종한 해양 파충류에게도 똑같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세 계통이 각각 유선형 몸통과 지느러미 모양 구조를 갖게 됐어요. 겉은 놀랄 만큼 닮았지만 공통 조상에게 그런 몸이 있었던 게 아닙니다. 이렇게 계통이 다른 무리가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형태로 수렴하는 현상을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라고 합니다.
박쥐 날개와 새 날개 — 답이 둘인 문제
여기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걸려 넘어지는 지점을 짚고 갑니다. "박쥐의 날개와 새의 날개는 상동입니까, 상사입니까?"
이 질문은 그대로는 답할 수 없습니다.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 '앞다리'로 보면 상동입니다. 둘 다 척추동물 공통 조상의 앞다리에서 왔고, 뼈의 기본 구성이 대응합니다.
- '나는 날개'로 보면 상사입니다. 공통 조상은 날지 못했고, 나는 능력과 그에 맞는 비막·깃털 구조는 두 계통에서 따로 생겼습니다.
그러니 상동·상사는 생물 두 마리에 붙이는 딱지가 아니라 비교하는 형질 하나하나에 붙이는 판정입니다. "박쥐와 새는 상사다"라는 문장은 그 자체로 애매해요. 답안에는 반드시 "~라는 형질에 대해"를 넣어 쓰세요. 이 습관 하나로 서술형에서 감점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럼 실제로는 어떻게 가르나
실전에서 상동과 상사를 가르는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 기능이 아니라 구조를 본다 — 하는 일은 쉽게 바뀝니다. 잘 바뀌지 않는 것은 부품의 개수와 서로 붙은 순서예요. 고래 지느러미와 물고기 지느러미가 결정적으로 갈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고래 안에는 손가락뼈에 해당하는 뼈가 들어 있고, 물고기 지느러미에는 없습니다.
- 발생 과정을 본다 — 다 자란 모습이 달라도 배아 시기에 같은 자리에서 같은 순서로 생겨나면 상동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어른 모습이 닮았는데 만들어지는 경로가 전혀 다르면 상사를 의심해야 해요.
- 다른 증거와 맞춰 본다 — 형태 하나만 놓고 결론 내지 않습니다. 화석, 지리적 분포, 그리고 뒤에 나올 분자 자료까지 겹쳤을 때 비로소 자신 있게 말합니다. 여러 갈래 증거가 같은 답을 가리키는 힘은 진화의 증거에서 본 그 논리 그대로입니다.
쌤 한마디 — 문제에서 상사를 심는 장치는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서로 멀리 떨어진 대륙에서", "계통이 다른 두 무리가",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문구가 보이면 십중팔구 수렴진화를 묻는 겁니다. 호주의 유대류 중에 다른 대륙의 태반류와 생활 방식·생김새가 놀랄 만큼 닮은 것들이 있는데, 이 짝들이 그 전형적인 소재예요. 닮았다는 서술에 낚이지 말고 "공통 조상이 그걸 가지고 있었나"를 먼저 물으세요.
분자 자료 — 더 정확하지만 함정도 같이 온다
형태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미생물처럼 볼 구조 자체가 적은 무리, 혹은 수렴이 심해 겉모습이 믿을 수 없는 무리가 그렇죠. 그래서 현대 계통학의 중심 자료는 DNA와 단백질의 서열입니다.
장점이 뚜렷합니다. 자료의 양이 압도적이고(유전자 하나만 해도 수백~수천 개의 비교 지점이 나옵니다), 형태가 없는 무리끼리도 비교할 수 있으며, 비교 단위가 명확해 주관이 끼어들 여지가 적습니다.
그런데 분자 자료에는 형태에는 없던 함정이 따라옵니다.
함정 ① — 우연히 같아진다
DNA의 문자는 네 개뿐입니다. 아무 관계도 없는 두 서열을 나란히 놓아도, 어떤 자리에서 우연히 같은 염기가 올 확률이 대략 4분의 1이에요. 완전히 남남인 두 서열도 한 자리 한 자리를 보면 25% 안팎은 일치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 원칙이 나옵니다. 첫째, 짧은 서열로 계통을 논하면 안 됩니다. 몇십 개 자리에서 나온 일치는 우연과 구별되지 않아요. 둘째, 일치율을 해석할 때는 "우연히도 이만큼은 맞는다"는 바닥선을 깔고 봐야 합니다. 50% 일치라는 숫자는 생각보다 가까움을 뜻하지 않습니다.
형태 쪽의 수렴진화가 분자 쪽에서도 똑같이 일어납니다. 서로 다른 계통에 같은 방향의 선택압이 걸리면, 독립적으로 같은 아미노산 치환이 일어나기도 해요. 원인은 달라도 결과는 하나입니다. 공통 조상에게서 물려받지 않았는데 같아진 자리가 생기고, 그걸 그대로 믿으면 계통수가 틀어집니다.
함정 ② — 자리를 잘못 맞춘다
또 하나는 조금 기술적이지만 원리는 간단합니다. 진화 과정에서는 치환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염기가 끼어들거나 빠집니다(삽입·결실). 그러면 비교하는 두 서열의 길이가 달라지고, 그 뒤쪽 문자들이 통째로 한 칸씩 밀려요.
이 상태로 앞에서부터 기계적으로 짝을 지으면 서로 대응하지 않는 자리끼리 비교하게 됩니다. 그래서 실제 분석에서는 먼저 서열 정렬(alignment)이라는 작업을 합니다. 빈칸을 적절히 넣어 대응하는 자리끼리 세로로 맞추는 거예요. 이 정렬이 틀어지면 뒤의 계산이 아무리 정교해도 결과는 쓸모가 없습니다. 계통 분석에서 가장 앞 단계가 가장 중요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가장 강한 증거는 '쓸모없는 것이 같을 때'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겠습니다. 어떤 상동 증거가 특히 강할까요?
답은 조금 뜻밖입니다. 아무 쓸모도 없는 특징이 같을 때가 가장 강합니다. 논리를 따라가 보세요. 기능이 있는 특징은 선택압이 걸리니 서로 다른 계통에서도 같은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 수렴의 여지가 있는 거죠. 그런데 쓸모가 없는 특징에는 선택압이 걸리지 않습니다. 그런 게 두 종에서 똑같다면, 각자 우연히 같은 걸 만들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물려받았다고 보는 편이 압도적으로 자연스럽습니다.
형태 쪽에서 그 역할을 하는 게 흔적기관입니다. 고래 몸속에 남은 뒷다리 이음뼈 같은 구조는 지금 아무 일도 하지 않는데, 육상 네발 동물의 골반과 대응합니다.
분자 쪽에는 더 선명한 것이 있어요. 위유전자(pseudogene)는 고장 나서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는 유전자 잔해입니다. 그런데 두 종의 유전체에서 같은 위치의 같은 유전자가 같은 방식으로 고장 나 있다면, 그 고장은 갈라지기 전 공통 조상에서 이미 일어났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유전체 곳곳에 박힌 전이인자의 삽입 위치가 두 종에서 일치하는 경우도 같은 논리예요. 이런 것을 흔히 '공유된 실수'라고 부릅니다. 잘 만든 답이 같은 건 베꼈다는 증거가 못 되지만, 틀린 답이 똑같이 틀린 건 다르잖아요. 계통 추론에서도 똑같습니다.

닮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는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그래서 결론은 '섞어 쓴다'
형태 자료와 분자 자료를 두고 "어느 쪽이 더 옳은가"를 묻는 건 좋은 질문이 아닙니다. 둘은 각자 다른 함정을 갖고 있고, 다행히 그 함정이 서로 다릅니다.
- 형태는 화석에도 쓸 수 있습니다. 멸종한 생물에서 DNA를 얻기는 대개 불가능하니, 깊은 과거를 다룰 때는 형태가 거의 유일한 자료예요.
- 분자는 형태가 수렴으로 망가진 자리를 검증합니다. 겉모습이 아무리 닮아도 서열이 갈라져 있으면 상사를 잡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계통학은 가능한 한 여러 유전자와 형태 형질을 한꺼번에 넣고 분석합니다. 자료 하나에서 생기는 우연한 어긋남은 다른 자료들이 눌러 주거든요. 실제로 형태만으로 세웠던 분류가 분자 자료로 뒤집힌 사례가 적지 않고, 그때마다 분류 체계가 수정돼 왔습니다.
정리하면
닮음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공통 조상에게 물려받아 닮은 상동과, 비슷한 환경에서 따로 생겨 닮은 상사. 계통의 증거가 되는 건 상동뿐이고, 상사는 오히려 계통수를 틀리게 만드는 잡음입니다. 그리고 상동·상사는 생물 쌍이 아니라 형질 하나하나에 붙이는 판정이에요 — 박쥐와 새의 날개는 앞다리로는 상동, 나는 날개로는 상사입니다.
분자 자료는 양과 객관성에서 앞서지만, 문자가 넷뿐이라 우연한 일치가 깔려 있고 정렬을 틀리면 전부 무너집니다. 그래서 형태와 분자를 함께 씁니다.
자, 이제 상사를 걸러 내고 상동 형질만 손에 남겼다고 해 봅시다. 그럼 그 형질들을 전부 똑같이 취급해 계통수를 그리면 될까요? 아닙니다. 상동 형질 중에서도 가지를 나누는 데 쓸 수 있는 것과 쓸 수 없는 것이 갈립니다. 다음 개념 공유파생형질과 분기학에서 그 기준을 세웁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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