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유전의 가계도 분석과 유전병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사람은 실험 재료가 될 수 없습니다. 원하는 교배를 시킬 수도, 자손 수천을 얻을 수도 없죠. 그래서 사람 유전학은 이미 태어난 가족을 거꾸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합니다. 그 도구가 가계도예요.
가계도 읽는 법
기호는 국제적으로 통일돼 있습니다. 사각형은 남자, 원은 여자, 가로선은 부부, 세로선은 자녀입니다. 형질이 나타난 사람은 색을 채워 표시해요.
분석의 출발점은 딱 두 가지 질문입니다. 우성인가 열성인가, 그리고 상염색체인가 성염색체인가.
열성인지 우성인지 판별하기
가장 강력한 단서는 이겁니다. 부모 둘 다 정상인데 자녀에게 형질이 나타나면 그 형질은 열성이에요. 부모가 겉으로는 정상이면서 열성 대립유전자를 하나씩 갖고 있었다는 뜻이고, 이런 사람을 보인자(carrier)라 합니다.
반대로 부모 중 한쪽에게 형질이 있고 자녀에게도 나타나며, 형질이 있는 사람의 부모 중 최소 한 명은 반드시 형질을 가진 패턴이면 우성입니다. 우성 형질은 세대를 건너뛸 수 없어요.
제가 수업에서 늘 강조하는 건 건너뛴 세대를 찾으라는 겁니다. 조부모에게 있고 부모에겐 없는데 손주에게 다시 나타났다면 열성입니다.

가계도 기호와 상염색체 열성·우성 패턴 비교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상염색체 열성 유전병
대표적인 것들입니다.
- 낭성섬유증 — 세포막의 염화이온 통로 단백질에 결함이 생겨 점액이 비정상적으로 끈끈해집니다. 폐와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겨요. 유럽계에서 비교적 흔한 편입니다.
- 백색증 — 멜라닌 합성 효소의 결함으로 색소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 겸형적혈구빈혈증 — 헤모글로빈 β사슬의 아미노산 하나가 바뀐 것에서 시작합니다. 이형접합자는 대체로 건강한데,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성이 오히려 높아요. 그래서 말라리아가 흔한 지역에서 이 대립유전자의 빈도가 높게 유지됩니다.
보인자 둘(Aa × Aa)이 결혼하면 자녀가 발병할 확률은 1/4입니다. 정상으로 태어난 자녀가 보인자일 확률은 2/3이고요 — 발병하지 않은 세 경우(AA, Aa, Aa) 중 둘이니까요. 이 2/3는 시험에 정말 자주 나옵니다.
근친 간 결혼에서 열성 유전병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도 여기 있어요. 가까운 친척일수록 같은 희귀 대립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이 높습니다.
상염색체 우성 유전병
우성인데도 드문 병이 있다는 게 처음엔 이상하게 들립니다. 앞 글에서 짚었듯 우성은 흔하다는 뜻이 아니에요.
- 연골무형성증 — 왜소증의 한 형태로, 이형접합일 때 나타납니다. 동형접합은 대개 치명적이에요.
- 헌팅턴병 — 신경 퇴행성 질환인데, 특이하게도 발병이 대개 30~50대에 시작합니다. 그전에 이미 자녀를 낳는 경우가 많아 자연선택으로 잘 걸러지지 않고 집단에 남아요. 발병 시점이 유전자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례입니다.
확률 계산에서 자주 틀리는 것
가계도 문제에서 확률을 물으면 앞 글의 곱의 법칙을 그대로 쓰면 됩니다. 다만 두 가지를 조심하세요.
첫째, 이미 알려진 정보로 조건을 좁혀야 합니다. "정상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주어졌다면 rr은 후보에서 빠지고, 남은 셋 중에서 따져야 해요(위의 2/3가 그것입니다).
둘째, 앞선 자녀의 결과가 다음 자녀에게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앞의 셋이 정상이었으니 넷째는 위험하다는 생각은 틀렸어요. 매번 독립적으로 1/4입니다.
유전 상담과 검사
가족력이 있는 부부는 유전 상담을 통해 위험도를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보인자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유전자 검사도 가능해졌어요. 임신 중에는 양수검사나 융모막검사로 태아의 염색체와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고, 산모 혈액 속 태아 DNA를 이용하는 비침습적 방법도 널리 쓰입니다.
다만 검사가 알려주는 건 확률과 사실이지 결정이 아닙니다.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의학적 판단과 가족의 가치관이 함께 개입하는 문제예요. 그래서 이 분야를 "검사"가 아니라 "상담"이라 부릅니다.
쌤 한마디 — 헌팅턴병은 검사로 발병 여부를 미리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험군 중 실제로 검사를 받는 비율은 20%가 안 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아직 치료법이 없는 상태에서 "40대에 발병한다"는 사실만 미리 아는 게 과연 좋은가 — 생명윤리 수업에서 자주 다루는 질문입니다. 세특 주제로도 좋은 소재예요.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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