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의 실험 — 분리의 법칙과 독립의 법칙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멘델이 완두를 심기 전까지 유전에 대한 지배적인 생각은 혼합 유전이었습니다. 부모의 형질이 물감처럼 섞여 중간이 나온다는 거죠. 그런데 이 설명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요. 계속 섞이면 몇 세대 만에 모두 같아져야 하는데, 실제 자연에는 변이가 계속 남아 있습니다.
왜 하필 완두였나
멘델의 진짜 실력은 재료 선택에서 이미 드러납니다. 완두는 이런 조건을 갖췄어요.
- 기르기 쉽고 한 세대가 짧으며 자손을 많이 남긴다
- 형질이 뚜렷하게 둘로만 갈린다 — 둥글거나 주름지거나, 중간이 없다
- 기본적으로 자가수분을 하므로 순종 계통을 만들기 쉽다
- 꽃 구조상 인위적인 교배도 가능하다
중간형이 없는 형질을 골랐다는 점이 특히 중요합니다. 키처럼 연속적으로 변하는 형질을 골랐다면 아무 규칙도 못 봤을 거예요.
단성잡종 교배 — 3 대 1이 나왔다
순종 둥근 완두와 순종 주름진 완두를 교배(P세대)하자 자손(F1)이 전부 둥글었습니다. 주름진 형질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F1끼리 자가수분한 F2에서 주름진 완두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비율은 둥근 것 대 주름진 것이 약 3 : 1이었어요.
멘델이 실제로 센 숫자는 둥근 것 5,474개, 주름진 것 1,850개였습니다. 2.96 : 1이죠. 여기서 그는 형질이 섞이는 게 아니라 입자처럼 따로 존재하다가 재조합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분리의 법칙
지금 용어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각 형질에 대해 개체는 대립유전자(allele) 두 개를 갖고, 배우자를 만들 때 이 둘이 서로 분리되어 각각 다른 배우자로 들어갑니다. 이것이 분리의 법칙이에요.
두 대립유전자가 다를 때 겉으로 드러나는 쪽이 우성, 가려지는 쪽이 열성입니다. 유전자 구성을 유전자형, 겉으로 나타난 형질을 표현형이라 하고요.
여기서 흔한 오해를 하나 정리하고 갈게요. 우성은 "더 좋다"거나 "더 흔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형접합일 때 표현형으로 드러난다는 것뿐이에요. 사람의 다지증은 우성이지만 매우 드뭅니다.

멘델의 단성잡종 교배 — P·F1·F2 세대와 3:1 분리비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양성잡종 교배 — 두 형질을 동시에
멘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두 형질을 한꺼번에 봤습니다. 둥글고 노란 완두와 주름지고 초록인 완두를 교배했을 때, F2에서 나온 비율이 9 : 3 : 3 : 1이었어요.
핵심은 부모에게 없던 조합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둥글고 초록, 주름지고 노란 완두가 등장했어요. 모양과 색깔이 한 덩어리로 묶여 다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독립의 법칙입니다. 서로 다른 형질을 결정하는 대립유전자 쌍은 배우자를 만들 때 서로 독립적으로 배분돼요. 앞 장에서 본 중기 I의 무작위 배열이 바로 이 법칙의 물리적 실체인데, 멘델은 염색체의 존재조차 모른 채 결과만으로 이걸 알아냈습니다.
다만 독립의 법칙에는 조건이 있어요. 두 유전자가 서로 다른 염색체에 있거나, 같은 염색체라도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을 때만 성립합니다. 가까이 붙어 있으면 함께 움직이는데, 이 예외가 개념 15.3의 주제예요.
검정교배 — 유전자형을 알아내는 방법
둥근 완두를 봤을 때 그게 RR인지 Rr인지는 겉으로 알 수 없습니다. 이때 쓰는 게 검정교배예요. 알고 싶은 개체를 열성 순종(rr)과 교배합니다.
- 자손이 전부 둥글면 → 원래 개체는 RR
- 자손에 주름진 것이 약 절반 섞이면 → 원래 개체는 Rr
열성 순종은 열성 대립유전자만 내보내므로, 자손의 표현형이 상대 배우자의 유전자를 그대로 비춰주는 원리입니다.
쌤 한마디 — 멘델의 논문은 1866년에 나왔지만 34년간 거의 인용되지 않았습니다. 1900년에 세 명의 식물학자가 각자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나서야 재발견됐어요. 왜 묻혔을까요. 당시엔 생물학에 수학적 비율을 들이대는 방식 자체가 낯설었고, 무엇보다 염색체와 감수분열이 아직 발견되지 않아 그의 "입자"가 실제로 무엇인지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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