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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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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척도로서의 DNA와 단백질 서열 비교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사람과 침팬지의 DNA가 98~99% 같다는 얘기,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근데 이 숫자가 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그리고 이게 왜 "진화적으로 가깝다"는 증거가 되는지까지 설명할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더라고요. 지질 얘기하다가 갑자기 왜 이 주제가 나오냐면, 앞서 배운 고분자(단백질, 핵산)의 서열 자체가 진화를 추적하는 도구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분자 수준에서 생물을 비교하는 이야기,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서열이 닮았다는 것의 의미

두 생물종의 같은 유전자(혹은 그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를 나란히 놓고 서열을 비교했을 때, 일치하는 정도가 높을수록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지 얼마 안 됐다고 봅니다. 반대로 차이가 클수록 갈라진 지 오래됐다는 뜻이고요. 이렇게 서로 다른 종에서 공통 조상으로부터 유래한 서열을 상동(homologous)이라고 부르는데, 상동성이 높다는 건 단순히 "우연히 비슷하다"가 아니라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걸 의미합니다.

두 종의 DNA 서열 비교: 일치하는 자리와 달라진 자리

초록 블록은 두 종의 서열이 일치하는 자리, 코랄 블록은 돌연변이로 달라진 자리입니다. 일치하는 자리가 많을수록 상동성이 높고, 갈라진 지 얼마 안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왜 하필 단백질이나 DNA로 비교할까

화석이나 겉모습(형태학적 특징)으로 유연관계를 따지는 것도 물론 가능하지만, 한계가 뚜렷합니다. 화석이 아예 안 남는 생물도 많고, 겉모습이 비슷해 보여도 사실 전혀 다른 계통에서 각자 독립적으로 비슷한 형질이 진화했을 수도 있거든요(수렴 진화). 반면 DNA·단백질 서열은 모든 생물이 공통으로 갖고 있고, 돌연변이가 쌓이는 방식도 어느 정도 규칙성이 있어서 정량적으로 비교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사이토크롬 c처럼 거의 모든 진핵생물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단백질을 비교 대상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분자시계라는 아이디어

돌연변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한 속도로 쌓인다고 가정하면, 두 종의 서열 차이(불일치하는 자리의 개수)를 세어서 "이 두 종이 갈라진 지 대략 얼마나 됐는지"를 역산할 수 있습니다. 이걸 분자시계(molecular clock)라고 부릅니다. 다만 이 시계가 모든 유전자에서 똑같은 속도로 가는 건 아니에요. 생존에 결정적인 유전자(예: 히스톤 단백질)는 돌연변이가 생겨도 대부분 개체가 살아남지 못해서 도태되기 때문에 서열이 아주 천천히 바뀌고, 반대로 기능적으로 덜 중요한 부위는 돌연변이가 쌓여도 큰 문제가 안 되니까 훨씬 빠르게 변합니다. 그래서 "분자시계"라는 이름과 달리 유전자마다 속도가 다 다르다는 걸 꼭 기억해두세요.

공통 조상에서 분기점마다 둘로 갈라져 현재의 종 A~E에 이르는 계통수, 가장 최근에 갈라진 D와 E가 강조됨

공통 조상에서 시작해 분기점마다 계통이 둘로 갈라지고, 가지 끝은 지금 존재하는 생물종을 나타냅니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쌤 한마디: 여기서 "돌연변이가 많이 쌓였다 = 안 좋은 유전자다"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돌연변이가 적게 쌓였다는 건 그 부위가 그만큼 중요해서 웬만한 변화는 자연선택이 걸러냈다는 뜻이에요. 변화가 느리다는 건 "덜 중요해서"가 아니라 "너무 중요해서"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걸로 뭘 할 수 있나

여러 종의 같은 유전자 서열을 모아 컴퓨터로 비교하면, 서열이 비슷한 종끼리 가까이 묶이는 계통수(phylogenetic tree)를 그릴 수 있습니다. 형태만으로는 판단하기 애매했던 유연관계도 분자 데이터로 훨씬 명확하게 정리되는 경우가 많고요. 처음에 얘기했던 사람과 침팬지의 98~99% 일치율도 바로 이런 식의 전체 게놈 비교에서 나온 수치입니다. 다음에 나올 계통학·분류 단원을 배울 때 이 개념이 그대로 다시 등장하니, 여기서 감을 잡아두면 나중이 훨씬 수월합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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