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어디서 왔나 — 녹조류와 공유하는 형질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교과서에도, 문제집에도, 심지어 수업 중 제 입에서도 자주 나오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식물은 녹조류에서 진화했다."
편한 문장인데, 계통수를 제대로 읽으면 이 문장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어디가 틀렸는지를 짚는 것이 이 글의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그러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가"입니다. 근거가 네 가지 있는데, 하나같이 현미경과 생화학으로만 보이는 것들이라 꽤 재미있습니다.
먼저 "조류"라는 말부터 정리하자
이 글의 모든 혼란이 사실 단어 하나에서 옵니다. 조류(algae)는 계통적 분류군이 아닙니다.
조류는 "물에 살면서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 아닌 것들"을 묶어 부르는 편의상의 이름이에요. 홍조류·갈조류·녹조류는 서로 가까운 친척이 아니고, 심지어 엽록체를 얻은 경로조차 다릅니다. 원생생물이란 무엇인가에서 다루는 바로 그 문제입니다. 공통 조상으로 묶이지 않는 무리를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
그러니 "식물은 조류에서 왔다"는 문장은 출발부터 흐릿합니다. 어느 조류냐를 특정해야 말이 됩니다. 그리고 그 답이 녹조류 중에서도 윤조류(charophytes)입니다.
엽록체 자체의 기원은 이 둘 모두에서 같습니다. 광합성 세균 하나가 다른 세포 안으로 들어가 정착한 사건 — 세포내공생입니다. 육상식물도 녹조류도 그 사건의 후손이라 둘 다 엽록소 a와 b를 쓰고, 녹말로 양분을 저장합니다. 여기까지는 "녹색식물"이라는 큰 묶음 안의 공통점이에요.
근거 네 가지 —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닮았다
겉모습으로는 육상식물과 윤조류를 잇기 어렵습니다. 물속에 잠긴 가느다란 조류와 땅 위의 식물은 생김새가 전혀 다르죠. 결정적인 증거는 세포 수준에서 나왔습니다. 네 가지입니다.
| 공유파생형질 | 무엇인가 | 왜 결정적인가 |
|---|---|---|
| 로제트형 셀룰로스 합성 복합체 | 세포막에 박혀 셀룰로스를 뽑아내는 단백질 복합체가 장미꽃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다 | 다른 조류들은 이 복합체가 다른 모양으로 배열된다. 셀룰로스를 만든다는 사실보다 만드는 장치의 배열이 더 좁은 범위의 특징이다 |
| 퍼옥시솜 효소 구성 | 광호흡으로 잃는 유기물을 줄이는 효소 조성이 육상식물과 같다 | 세포질에 들어 있는 효소 목록까지 일치한다는 것은 수렴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
| 편모 정자의 구조 | 정자의 편모 배치와 미세 구조가 육상식물의 정자와 닮았다 | 번식 세포의 미세 구조는 보수적으로 유지되는 형질이다 |
| 피라그모플라스트 형성 | 세포분열 때 분열면 가운데에서 세포판이 바깥쪽으로 자라며 두 세포를 가른다 | 분열 방식 자체가 다르다 — 많은 조류는 세포막이 안쪽으로 잘라 들어오는 방식을 쓴다 |
네 번째를 조금 더 보겠습니다. 식물의 세포분열은 동물과 다릅니다. 동물 세포는 적도 부분이 오므라들며 잘립니다. 식물 세포는 가운데에서 새 벽을 세워 바깥으로 밀어 나가는 방식이에요. 이 공사 현장의 이름이 피라그모플라스트입니다. 세포벽이 있으니 오므려 자를 수가 없어서 생긴 해법인데, 윤조류가 이미 이 방식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번식 쪽 단서가 있습니다. 일부 윤조류는 접합자의 벽에 스포로폴레닌을 두릅니다. 앞 글에서 포자를 코팅해 건조를 견디게 하는 물질로 나왔던 바로 그것이에요. 물속에 사는 조류가 왜 그런 걸 만들었을까요?
답은 서식지에 있습니다. 많은 윤조류가 얕은 물가에 살고, 그런 곳은 수위가 내려가면 마릅니다. 가장 취약한 시기인 접합자 단계를 건조에서 지키는 장치가 미리 있었던 셈입니다. 육상 진출의 열쇠 하나가 육상 진출 전에 이미 준비돼 있었다는 것 — 진화에서 흔히 보이는 패턴이고, 이 챕터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쌤 한마디. 진화가 "필요해서 만들어 낸다"는 식으로 읽히면 안 됩니다. 스포로폴레닌은 육지로 가려고 미리 준비한 게 아니에요. 물가에서 마르는 환경을 견디는 데 유리했던 형질이 있었고, 그 형질을 가진 계통이 나중에 육지라는 전혀 다른 무대에서 뜻밖에 결정적인 이득을 본 겁니다. 순서를 바꿔 읽지 마세요. 목적이 형질을 만든 게 아니라, 있던 형질이 새 환경에서 쓸모를 얻었습니다.
계통수를 정확히 읽자 — 조상이 아니라 자매군
이제 처음의 문장으로 돌아갑니다. "식물은 녹조류에서 진화했다"가 왜 부정확한가.
계통수가 보여 주는 것에서 다룬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됩니다. 계통수의 가지 끝에 있는 것들은 전부 현재입니다. 어느 가지 끝도 다른 가지 끝의 조상이 될 수 없어요.
지금 연못에서 뜰 수 있는 윤조류는 육상식물의 조상이 아닙니다. 그 윤조류도 우리와 똑같이 수억 년을 진화해 온 현재의 생물입니다. 정확한 표현은 이렇습니다.
육상식물과 현생 윤조류는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자매군이다.
그 공통 조상은 윤조류를 닮은 조류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윤조류와 닮았다"고 말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윤조류가 조상이다"는 다릅니다. 이 구분이 시험에서 그대로 선지로 나옵니다.
비유를 하나 들어 보죠. 사촌과 내가 코가 닮았다고 해서 사촌이 내 조상은 아닙니다. 둘의 공통 조상인 조부모가 그런 코를 가졌던 것이고, 사촌도 나도 그 코를 물려받았을 뿐이에요. 닮음의 출처는 옆이 아니라 아래입니다.
그리고 이 "닮음"이 왜 믿을 만한 근거가 되는지도 짚어 둡시다. 겉모습이 닮은 것은 환경이 같아서 따로따로 생긴 결과일 수 있습니다. 상동과 상사에서 다뤘던 문제죠. 그래서 계통을 따질 때는 기능적 압력과 무관해 보이는 세부 구조를 봅니다. 셀룰로스 합성 복합체의 배열이나 정자 편모의 미세 구조 같은 것들 말입니다. 물에 사는 것과 땅에 사는 것이 전혀 다른 환경인데도 이런 세부가 일치한다면, 그건 환경이 아니라 혈통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자매군은 조상이 아니다 — 사촌이지 부모가 아니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그래서 육상식물은 하나의 가지다
또 하나 중요한 결론이 따라옵니다. 육상식물 전체는 단계통군입니다. 이끼부터 양치식물, 소나무, 벼까지 전부 한 번의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하나의 가지예요. 육지로 올라간 사건이 여러 번 따로 일어난 게 아닙니다.
이것이 앞 글의 네 가지 적응과 맞물립니다. 큐티클, 스포로폴레닌 벽을 가진 포자, 다세포 배우자 생산 기관, 어미 몸에 붙들린 배 — 이 특징들이 육상식물 전부에 공통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 육상 진출이 한 번의 사건이었다는 증거입니다. 여러 번 따로 올라갔다면 해법이 이렇게까지 똑같을 이유가 없죠.
반면 "녹조류"는 그런 묶음이 아닙니다. 녹조류라고 부르는 것들 중 한쪽(윤조류)은 육상식물과 더 가깝고, 다른 쪽은 더 멀어요. 그래서 육상식물을 빼고 녹조류만 묶으면 가지가 완전해지지 않습니다. Ch.22에서 "측계통군"이라는 이름으로 배운 바로 그 상황입니다.
최근 분자 자료는 윤조류 중에서도 접합조류라 불리는 무리가 육상식물에 가장 가깝다고 봅니다. 이름 하나하나를 외울 필요는 없지만, 분류의 결론이 분자 데이터가 쌓이면서 계속 다듬어진다는 점은 기억해 두세요. 계통수는 완성된 사실이 아니라 가장 잘 설명하는 가설입니다.
윤조류와 육상식물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인가
닮은 점만 보면 "그러면 둘이 뭐가 다른데?" 싶어집니다. 차이도 분명합니다.
- 배를 보호하지 않는다 — 윤조류의 접합자는 바로 감수분열에 들어가거나 떨어져 나갑니다. 육상식물은 접합자를 어미 조직 안에 붙들어 두고 양분을 줍니다. 이게 육상식물을 가르는 가장 핵심적인 형질입니다.
- 다세포 생식기관이 없다 — 육상식물은 배우자를 만드는 기관(장란기·장정기) 자체가 여러 세포로 된 구조물이고, 그 벽이 안쪽의 배우자를 건조에서 지킵니다.
- 정점분열조직이 없다 — 육상식물은 몸 끝에 분열을 전담하는 세포 집단을 두고 평생 그 부분에서 자랍니다. 한번에 다 자라는 게 아니라 끝에서 계속 밀고 올라가는 방식이죠.
- 세대교번의 형태가 다르다 — 윤조류는 다세포 몸이 하나뿐입니다. 육상식물은 몸이 둘이에요. 이 차이가 워낙 커서 다음 글 한 편을 통째로 씁니다.
마지막 항목이 이 챕터의 중심 개념입니다. 세대교번으로 넘어가면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게 됩니다.
여기서 제일 많이 틀립니다
세 가지가 반복해서 나옵니다.
첫째, "현생 윤조류가 육상식물의 조상"이라고 쓰는 것. 자매군입니다. 공통 조상이 윤조류를 닮은 생물이었던 것이고, 지금 살아 있는 윤조류는 조상이 아니라 사촌입니다.
둘째, 공유파생형질과 그냥 공통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엽록체를 가졌다거나 광합성을 한다는 건 훨씬 넓은 범위가 공유하는 형질이라 윤조류와의 특별한 관계를 입증하지 못합니다. 근거가 되는 건 그 범위에서만 나타나는 네 가지였어요.
셋째, "녹조류"를 하나의 자연적 분류군으로 취급하는 것. 조류라는 말 자체가 생활 방식에 따른 편의상의 이름이고, 녹조류 안에서도 육상식물과의 거리가 갈립니다.
쌤 한마디 — 이 글의 네 가지 근거를 외울 때 "벽 만드는 장치 / 효소 목록 / 정자 구조 / 분열 방식" 이렇게 네 단어로 줄여 두세요. 전부 겉모습이 아닌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왜 하필 그런 것들이 근거가 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으면 이 단원은 끝난 겁니다 — 겉모습은 환경 때문에 수렴할 수 있지만, 세포가 벽을 만드는 방식 같은 건 환경이 바꿔 주지 않으니까요. 서술형에서 "윤조류가 육상식물과 가까운 근거를 쓰라"가 나오면, 네 개 중 둘만 정확히 쓰고 왜 그것이 근거가 되는지를 한 문장 붙이는 쪽이 넷을 흐릿하게 나열하는 것보다 점수가 높습니다.
정리하면
육상식물에 가장 가까운 현생 조류는 녹조류 중 윤조류입니다. 근거는 네 가지로, 로제트형 셀룰로스 합성 복합체, 퍼옥시솜 효소 구성, 편모 정자의 미세 구조, 분열 시 피라그모플라스트 형성입니다. 일부 윤조류가 접합자 벽에 스포로폴레닌을 두른다는 사실도 중요한 단서입니다.
다만 계통수를 정확히 읽어야 합니다. 윤조류는 육상식물의 조상이 아니라 자매군이고, 둘의 공통 조상이 윤조류를 닮은 조류였던 것입니다. 또한 "조류"와 "녹조류"는 공통 조상으로 묶인 분류군이 아니므로, 육상식물을 빼고 녹조류만 묶으면 완전한 가지가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육상식물 전체는 하나의 가지입니다. 큐티클과 스포로폴레닌 포자, 다세포 생식기관, 어미 몸에 붙들린 배 같은 특징을 전부 공유한다는 것이 육상 진출이 한 번의 사건이었다는 증거입니다.
이제 그 공통 특징 중 가장 낯설고 가장 많이 틀리는 것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식물은 다세포인 몸을 두 개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2n이고 하나는 n입니다. 동물에는 그런 게 없어요. 왜 식물만 이런 생활사를 가지며, 감수분열은 그 안에서 정확히 어디에서 일어날까요?
세대교번 — 식물에게만 있는 두 개의 몸에서 이 챕터의 심장을 보겠습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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