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수가 보여 주는 것 — 그리고 거의 모두가 잘못 읽는 것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자연선택까지 끝내면 집단 하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는 손에 잡힙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곧바로 던지는 질문은 스케일이 다릅니다. "그럼 지금 있는 수백만 종은 서로 어떻게 이어져 있는 건데요?"
이 질문을 다루는 분야가 계통발생학(phylogenetics)입니다. 계통발생(phylogeny)은 한 생물 무리가 지나온 진화의 역사, 즉 누가 누구와 언제 갈라졌는가를 뜻해요. 그리고 그 역사를 그림으로 옮긴 것이 계통수(phylogenetic tree)입니다.
이번 챕터는 그 나무를 다룹니다. 그런데 순서를 하나 바꾸겠습니다. 보통은 "계통수 만드는 법"부터 가르치는데, 저는 계통수를 읽는 법부터 갑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읽는 법을 틀린 채로 만드는 법을 배우면, 만드는 법까지 통째로 오해합니다. 실제로 이 단원에서 학생들이 잃는 점수의 대부분이 계통수 독해에서 나옵니다.
먼저 이름부터 — 분류학이 하는 일
역사를 그리기 전에 대상을 부를 이름이 있어야 합니다. 생물에 이름을 붙이고 무리로 묶는 일이 분류학(taxonomy)이고, 지금 쓰는 체계의 뼈대는 18세기에 린네가 세웠습니다.
린네가 남긴 두 가지가 지금도 그대로 쓰입니다.
- 이명법(binomial nomenclature) — 모든 종의 학명을 두 단어로 씁니다. 앞이 속명, 뒤가 종소명이에요. 표범은 Panthera pardus, 사자는 Panthera leo입니다. 속명은 첫 글자를 대문자로, 종소명은 소문자로, 둘 다 이탤릭으로 씁니다. 속명이 같다는 건 이미 "둘이 한 묶음"이라는 정보예요.
- 계층적 분류 — 종을 속으로, 속을 과로, 과를 목으로 묶어 올라갑니다. 종 → 속 → 과 → 목 → 강 → 문 → 계 → 역 순으로 넓어져요. 위로 갈수록 담기는 종은 많아지고 공유하는 특징은 적어집니다.
표범 하나를 위에서 아래까지 세워 보면 이 계층이 눈에 들어옵니다.
| 계급 | 표범의 소속 | 같이 묶이는 것 |
|---|---|---|
| 역 | 진핵생물 | 핵을 가진 모든 생물 |
| 계 | 동물계 | 동물 전체 |
| 문 | 척삭동물문 | 척추동물과 그 친척 |
| 강 | 포유강 | 젖을 먹이는 동물 |
| 목 | 식육목 | 개·곰·족제비 등 |
| 과 | 고양이과 | 고양이·호랑이·스라소니 등 |
| 속 | Panthera | 사자·호랑이·재규어 |
| 종 | Panthera pardus | 표범 |
여기서 첫 번째 주의점. 린네가 이 체계를 만든 건 다윈보다 100년쯤 앞선 시기였습니다. 린네는 진화를 염두에 두고 묶은 게 아니라 닮은 것끼리 정리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묶음이 진화의 역사와 상당 부분 겹쳤습니다. 우연이 아니라, 가까운 조상에서 갈라진 것들이 실제로 서로 닮았기 때문이죠. 다만 "상당 부분"이지 전부는 아니어서, 현대 계통학은 린네의 분류를 그대로 쓰지 않고 계통에 맞게 계속 고치고 있습니다. 그 얘기는 공유파생형질과 분기학에서 본격적으로 합니다.
계통수의 문법 — 점과 선이 뜻하는 것
계통수는 그림이지만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이 아닙니다. 각 요소에 정해진 뜻이 있어요.
| 요소 | 뜻 |
|---|---|
| 가지 끝(말단) | 비교 대상이 되는 종 또는 무리 |
| 분지점(node) | 두 계통이 갈라진 지점 = 그 둘의 가장 최근 공통 조상 |
| 가지(branch) | 조상에서 후손으로 이어지는 계통 |
| 뿌리 | 그림에 있는 모든 무리의 공통 조상 |
| 자매군(sister taxa) | 같은 분지점에서 바로 갈라진 두 무리 — 서로에게 가장 가까움 |
계통수가 담는 정보는 딱 하나입니다. 갈라진 순서. 어느 둘이 먼저 갈라졌고 어느 둘이 나중에 갈라졌는가, 그것뿐이에요.
가지의 길이는 나무마다 약속이 다릅니다. 아무 뜻 없이 보기 좋게 그린 경우가 가장 흔하고, 어떤 나무는 길이로 유전적 변화량을 나타내며, 어떤 나무는 길이로 시간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문제에서 가지 길이를 해석하라고 하면 반드시 축이나 범례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아무 표시가 없으면 길이는 읽지 않는 게 맞습니다.
같은 나무를 여러 모양으로 그린다
계통수를 처음 여러 개 보면 모양이 제각각이라 당황합니다. 가지가 직각으로 꺾인 것, 대각선으로 뻗은 것, 부채꼴로 펼쳐진 것이 섞여 나오거든요. 이건 전부 같은 정보를 다르게 그린 것입니다. 그림체가 다를 뿐 분지 순서가 같으면 같은 나무예요.
대신 모양보다 훨씬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습니다. 뿌리가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뿌리가 정해진 나무는 "어느 쪽이 과거이고 어느 쪽이 현재인가", 즉 방향을 말할 수 있습니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무엇과 무엇이 묶이는지만 말할 뿐 시간의 방향을 말하지 못해요. 그래서 계통수를 만들 때 뿌리를 어디에 둘지 정하는 일이 별도의 작업이 되는데, 그 방법이 외군을 쓰는 것입니다.
오독 ① — 가지 끝에 있다고 더 진화한 게 아니다
가장 흔한 오해입니다. 계통수를 그려 놓고 "오른쪽 끝에 사람이 있으니까 제일 진화한 거네요"라고 말하는 학생이 반 이상이에요.
틀렸습니다. 계통수의 모든 말단은 지금 이 순간입니다. 오른쪽 끝에 있든 왼쪽 끝에 있든, 거기 걸린 생물들은 전부 뿌리의 공통 조상에서 똑같은 길이의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온 존재예요. 사람이 대장균보다 오래 진화한 게 아닙니다. 둘 다 정확히 같은 시간을 진화했습니다.
이 오해가 왜 생기냐면, 계통수를 사람이 그릴 때 관심 있는 종을 습관적으로 한쪽 끝에 놓기 때문입니다. 그림의 배치일 뿐 데이터가 아니에요. 답안지에서 "고등생물·하등생물", "더 진화한", "덜 진화한"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 습관을 여기서 들이세요.
오독 ② — 옆에 붙어 있다고 가까운 게 아니다
이게 시험에서 제일 많이 틀리는 자리입니다. 계통수에서 말단의 좌우 배치는 고정된 정보가 아닙니다.
분지점을 축으로 삼아 그 아래 가지를 통째로 좌우로 뒤집어도 계통수가 담은 정보는 하나도 바뀌지 않습니다. 천장에 매단 모빌을 생각하면 정확합니다. 모빌의 어느 가로대를 잡고 빙 돌려도 무엇이 무엇에 매달려 있는지는 그대로잖아요. 계통수도 똑같습니다.
그래서 A와 B가 그림에서 나란히 붙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둘이 가깝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기준은 하나예요.
두 무리의 가까운 정도는 공통 조상(분지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깊이로 판단한다. 분지점이 더 최근일수록 가깝다. 그림의 좌우 순서는 근거가 아니다.
문제 푸는 법으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A와 가장 가까운 종은?"이라고 물으면, 옆을 보지 말고 A에서 아래로 내려가 처음 만나는 분지점을 찾고, 그 분지점에 함께 걸린 무리를 답하세요. 그게 A의 자매군입니다.
오독 ③ — 나무는 사다리가 아니다
세 번째는 방향의 문제입니다. "사람은 침팬지에서 진화했나요?"라는 질문에 담긴 오해예요.
아닙니다. 계통수가 말하는 건 사람과 침팬지가 공통 조상에서 갈라졌다는 것이고, 그 공통 조상은 사람도 침팬지도 아닌 제3의 생물입니다. 침팬지 역시 그 조상에서 갈라진 뒤 자기 방향으로 계속 변해 왔어요. 지금 살아 있는 어떤 종도 다른 현생종의 조상이 아닙니다. 둘은 사촌이지 부모 자식이 아니에요.
여기서 파생되는 주의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계통수의 분지점은 화석이 아닙니다. 그 자리에 있었을 것으로 추론된 가설적 공통 조상이에요. 계통수는 "언제 갈라졌는가"를 말하지 "조상이 어떻게 생겼는가"를 말하지 않습니다. 조상의 모습은 화석 같은 별도의 증거가 있어야 알 수 있습니다.
쌤 한마디 — 계통수 문제를 받으면 손으로 하는 순서를 정해 두세요. ① 뿌리가 어디인지 찾는다 ② 묻는 종에서 아래로 내려가 분지점을 짚는다 ③ 그 분지점에 함께 묶인 무리를 읽는다. 이 세 단계 안에 좌우를 훑어보는 동작이 없다는 게 핵심입니다. 눈이 옆으로 움직이는 순간 오독 ②에 빠집니다.

가지를 돌려 그려도 분기 관계는 똑같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그래서 계통수를 어디에 쓰는가
계통수를 단순히 "생물들의 족보"로만 보면 왜 배우는지 와닿지 않습니다. 실제 쓰임은 훨씬 실용적이에요.
- 정체를 모르는 시료 감별 — 시장에서 파는 생선살이 표시된 종이 맞는지, 압수된 상아가 어느 지역 개체군에서 나왔는지를 서열을 계통수에 얹어 판정합니다.
- 병원체 추적 — 바이러스 분리주들의 계통수를 그리면 감염이 어느 경로로 퍼졌는지, 어느 집단에서 유래했는지가 드러납니다. 이 응용의 극단이 분자시계로 기원 시점 자체를 추정하는 일이고요.
- 형질의 역사 복원 — 어떤 특징이 한 번 생겼는지 여러 번 따로 생겼는지를 계통수 위에 올려 판단합니다.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전부 "이 대상이 어디에 속하는가"를 묻는 질문입니다. 계통수는 그 질문에 답하는 도구예요.
정리하면
계통발생은 한 무리가 지나온 진화의 역사이고, 계통수는 그 역사에서 갈라진 순서만을 그린 그림입니다. 분지점은 가장 최근 공통 조상, 자매군은 그 분지점에서 바로 갈라진 두 무리예요.
그리고 반드시 들고 나가야 할 세 문장. 가지 끝은 전부 현재다(더 진화한 종은 없다). 좌우 순서는 정보가 아니다(분지점의 깊이만 본다). 나무는 사다리가 아니다(현생종은 다른 현생종의 조상이 아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이 나무를 무엇을 근거로 그리느냐. 뼈의 모양일까요, 염기서열일까요, 아니면 둘 다일까요? 그리고 닮았다는 사실이 언제나 가깝다는 뜻일까요? 다음 개념 상동과 상사에서 그 자료의 문제를 다룹니다. 진화의 증거 전반을 먼저 훑고 싶다면 진화의 증거를 보고 오셔도 좋습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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