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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도를 바꾸는 세 가지 힘 — 선택, 부동, 그리고 이동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앞 글에서 평형의 다섯 조건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현실에는 그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집단이 없다고 했죠.

그러니 이제 질문을 뒤집으면 됩니다. 조건이 깨지는 방식이 곧 진화가 일어나는 방식입니다. 다섯 조건 중 대립유전자 빈도를 실제로 크게 움직이는 것은 세 가지로 정리되고, 이 세 가지가 이 글의 전부예요.

그런데 결론을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셋 다 빈도를 바꾸지만, 그중 적응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이 구분이 이 글에서 가져가야 할 단 하나의 문장입니다.

① 자연선택 — 유일하게 방향이 있는 힘

자연선택은 앞 챕터에서 이미 다뤘으니 여기서는 집단유전학의 언어로 다시 씁니다.

유전자형에 따라 생존율과 번식 성공에 일관된 차이가 있으면, 자손을 더 많이 남기는 유전자형에 들어 있던 대립유전자의 빈도가 다음 세대에서 올라갑니다. 그게 전부예요.

여기서 결정적인 단어가 "일관된"입니다. 우연히 한 번 더 남긴 게 아니라, 그 환경이 유지되는 동안 계속해서 더 남기는 것. 그래서 자연선택만이 방향을 갖습니다. 같은 환경이 이어지면 같은 방향으로 계속 밀어요.

그리고 이 방향성 때문에 자연선택은 다른 두 힘이 못 하는 일을 합니다. 적응을 만드는 것 — 환경과 생물의 형질이 들어맞는 상태를 만들어 내는 것 말입니다. 자연선택의 자세한 유형은 다음 글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② 유전적 부동 — 우연이 빈도를 흔든다

이게 이 챕터에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원리는 놀랄 만큼 단순해요. 표본이 작으면 우연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뿐입니다.

동전을 생각해 봅시다. 앞면이 나올 확률은 0.5죠.

  • 1,000번 던지면 — 앞면이 480번에서 520번 사이쯤 나옵니다. 0.5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 10번 던지면 — 앞면이 8번 나오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비율이 0.8까지 튀는 거예요.

똑같은 일이 집단에서 벌어집니다. 다음 세대를 만드는 개체는 이번 세대 유전자 풀에서 무작위로 뽑힌 표본이에요. 어떤 개체가 짝을 만나는지, 어느 씨앗이 좋은 자리에 떨어지는지, 어떤 개체가 사고를 당하는지에는 우연이 섞여 있습니다. 집단이 작으면 이 우연 때문에 대립유전자 빈도가 세대마다 출렁이는데, 이것이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입니다.

부동의 성질 네 가지를 묶어 두세요. 시험에서 이 네 개가 돌아가며 나옵니다.

  • 작은 집단에서 크게 작용한다 — 표본이 작을수록 우연의 폭이 큽니다. 부동을 이해하는 열쇠가 이것 하나예요.
  • 방향이 없다 — 오르내림이 무작위입니다. 적응도와 무관하게 움직여요.
  • 유전적 변이를 잃게 한다 — 출렁이다 보면 어떤 대립유전자는 빈도 0에 닿습니다. 한 번 사라지면 돌연변이나 유입 없이는 돌아오지 않아요. 반대쪽 대립유전자는 빈도 1로 고정됩니다.
  • 해로운 대립유전자도 고정시킬 수 있다 — 선택이 불리하게 밀어도 집단이 작으면 우연이 그것을 이길 수 있습니다.

병목 효과 — 집단이 갑자기 쪼그라들 때

부동이 특히 극적으로 나타나는 두 상황이 있습니다. 첫 번째가 병목 효과예요.

산불, 홍수, 대규모 포획 같은 사건으로 집단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우입니다. 살아남는 개체는 대체로 유전자형과 무관하게 우연히 정해집니다. 그래서 살아남은 소수의 유전자 풀은 원래 집단의 구성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해요.

구슬이 가득 든 병을 좁은 목으로 흔들어 몇 개만 쏟아 낸다고 상상하면 됩니다. 쏟아진 몇 개의 색 구성은 원래 병 안의 비율과 다르고, 희귀한 색은 아예 안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사례가 북방코끼리물범입니다. 19세기 말 사냥으로 개체 수가 약 20마리 수준까지 떨어졌어요. 이후 보호를 받아 지금은 20만 마리를 넘길 만큼 회복됐지만, 유전적 다양성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병목을 통과하지 못한 대립유전자는 돌아올 길이 없으니까요. 비슷한 사냥 압력을 받았지만 개체 수가 1,000마리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았던 남방코끼리물범과 비교하면 유전적 다양성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개체 수는 회복돼도 유전적 다양성은 회복되지 않는다 — 이 문장이 병목 효과의 핵심이고, 보전생물학이 머릿수만 세지 않는 이유입니다.

대초원 닭 — 부동이 실제로 무엇을 망가뜨리는가

병목의 결과를 숫자로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일리노이주의 대초원 닭입니다.

원래 이 지역 초원에 수백만 마리가 살았는데, 초원이 농경지로 바뀌면서 서식지가 사라졌습니다. 1970년대에 약 500마리, 1990년에 76마리, 1993년에는 50마리 아래로 떨어졌어요.

문제는 개체 수만이 아니었습니다. 알의 부화율이 95% 이상에서 38%까지 떨어졌습니다. 서식지를 조금 늘려 줘도 개체군이 회복되지 않았어요. 유전자를 분석해 보니 과거 이 집단에 있었던 대립유전자 상당수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부동으로 변이를 잃고 근친교배가 늘면서, 집단 자체가 번식 능력을 잃어 가는 단계에 들어간 겁니다.

해결책이 인상적입니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미네소타·캔자스·네브래스카 등 다른 주의 건강한 집단에서 200마리 넘는 개체를 옮겨 왔어요. 그러자 부화율이 회복됐습니다.

이 조치가 무엇이었는지 보세요.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유전자 흐름입니다. 잃어버린 대립유전자를 바깥에서 들여온 것이죠. 세 번째 힘으로 넘어갈 자리입니다.

창시자 효과 — 소수가 떨어져 나가 새 집단을 만들 때

부동의 두 번째 극적인 형태입니다. 소수의 개체가 원래 집단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경우예요. 섬에 표류한 몇 마리, 대륙에서 건너간 한 무리, 외딴 지역에 정착한 소수의 사람들.

이 창시자들이 가진 유전자 풀은 원래 집단의 축소판이 아니라 우연히 뽑힌 표본입니다. 원래 집단에서 아주 드물었던 대립유전자가 창시자 중 한 명에게 있었다면, 새 집단에서는 그 대립유전자의 빈도가 처음부터 대단히 높아집니다.

그래서 고립된 섬이나 외딴 정착지에서 특정 유전 질환의 빈도가 주변 지역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는 일이 있습니다. 그 집단이 특별히 병약해서가 아니라, 창시자 중 누군가가 그 대립유전자를 갖고 있었다는 우연 때문이에요.

병목과 창시자의 차이를 확실히 하세요. 둘 다 "작은 표본"이 원인이라 본질은 같지만, 병목은 있던 집단이 줄어든 것이고 창시자는 일부가 나가서 새 집단을 세운 것입니다.

③ 유전자 흐름 — 대립유전자가 집단 사이를 이동한다

세 번째 힘은 유전자 흐름(gene flow)입니다. 개체가 이동하거나 배우자(꽃가루, 정자, 유생)가 옮겨 가면서 집단 사이에 대립유전자가 오가는 것이죠.

효과는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납니다.

  • 집단 사이의 차이를 줄인다 — 계속 섞이면 두 집단의 유전자 풀이 비슷해집니다. 유전자 흐름이 활발하면 집단이 갈라지기 어려워져요. 이건 나중에 종분화를 다룰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 집단 안의 변이를 늘린다 — 바깥에서 새 대립유전자가 들어오니까요. 부동으로 잃은 변이를 되채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 유전자 흐름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들어오는 대립유전자가 그 지역 환경에 잘 맞는다는 보장이 없어요. 국지적으로 잘 적응한 집단에 계속 외부 유전자가 흘러 들어오면, 오히려 적응이 흐려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대초원 닭처럼 변이를 잃고 주저앉은 집단에서는 유전자 흐름이 구조 수단이 됩니다.

유전자 흐름의 방향은 우연이지만, 그것이 집단에 좋은지 나쁜지는 환경이 정합니다. 흐름 자체에는 적응을 만드는 성질이 없어요.

같은 대립유전자 빈도에서 출발한 집단이 자연선택·유전적 부동·유전자 흐름에 따라 서로 다른 궤적으로 갈라지는 그래프, 작은 집단에서 빈도가 훨씬 크게 흔들리는 비교, 그리고 병목 효과와 창시자 효과가 각각 무엇을 잃게 하는지

같은 출발점에서 세 힘이 서로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부동은 확률이라서 글로만 읽으면 잘 안 와닿습니다. 집단유전학 시뮬레이션에 "작은 집단에서 선택 vs 부동" 버튼을 만들어 두었어요. 자연선택이 A를 분명히 밀어 올리는 조건인데도, 굴려 보면 A가 통째로 사라져 버리는 집단이 실제로 나옵니다. 회색 참고선(부동 없이 선택만 있었을 때)과 실제 여덟 줄이 갈라지는 폭이 곧 우연이 끼어든 크기예요. N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그 폭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시면 이 단락이 한 번에 정리됩니다.

세 힘을 한 표로

자연선택유전적 부동유전자 흐름
원인유전자형별 번식 성공의 차이작은 표본에서 오는 우연개체·배우자의 이동
방향있다 (환경이 정함)없다 (무작위)없다 (이동 경로가 정함)
집단 크기 의존크게 의존하지 않음작을수록 강함이동량에 의존
집단 내 변이대개 줄인다줄인다늘린다
집단 간 차이환경이 다르면 늘린다무작위로 늘린다줄인다
적응을 만드는가만든다만들지 못한다만들지 못한다

가장 많이 틀리는 지점 — 부동을 선택으로 읽는 것

이 단원에서 제일 자주 무너지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이런 문제가 나와요.

"어떤 섬의 작은 도마뱀 개체군에서 몇 세대 만에 푸른 무늬 개체의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학생들은 반사적으로 "푸른 무늬가 유리해서 선택됐다"고 씁니다. 그런데 이 문장만으로는 알 수 없어요. 집단이 작다는 조건이 붙어 있으면 부동일 가능성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이렇습니다.

  • 자연선택 — 빈도가 오른 이유가 그 형질의 번식상 이점에 있다. 같은 환경에서 여러 집단을 보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 유전적 부동 — 빈도가 오른 것과 그 형질의 이점 사이에 아무 관계가 없다. 여러 집단을 보면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서술형에서는 "집단의 크기가 작았다면 유전적 부동에 의한 우연한 변화일 수 있다"는 문장을 함께 써 주는 게 안전합니다.

반대 방향의 오해도 있습니다. "큰 집단에는 부동이 없다"는 것 — 틀렸습니다. 부동은 모든 집단에서 일어나고, 다만 집단이 클수록 효과가 작아 평균에 묻힐 뿐입니다. 그리고 "부동은 나쁜 것"도 아니에요. 부동에는 좋고 나쁨이라는 방향 자체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변이를 줄이기 때문에 보전의 관점에서 문제가 될 뿐이죠.

쌤 한마디 — 저는 이 세 힘을 구분시킬 때 질문을 하나만 던집니다. "그 대립유전자가 늘어난 이유가, 그 대립유전자가 가진 성질 때문입니까?" 그렇다면 자연선택입니다. 성질과 무관하게 그냥 그렇게 됐다면 부동이고요. 밖에서 들어온 것이면 유전자 흐름입니다. 이 한 문장으로 셋이 깔끔하게 갈립니다. 그리고 하나 더 — 적응이라는 단어는 자연선택에만 쓰세요. "부동으로 적응했다"는 문장은 그 자체로 모순입니다.

정리하면

대립유전자 빈도를 바꾸는 힘은 셋입니다. 자연선택은 유전자형별 번식 성공의 차이에서 나오고, 유일하게 방향이 있으며, 유일하게 적응을 만듭니다. 유전적 부동은 작은 표본에서 오는 우연이고, 작은 집단일수록 강하며, 변이를 잃게 합니다 — 병목 효과와 창시자 효과가 그 대표적인 형태예요. 유전자 흐름은 이동으로 대립유전자가 오가는 것이고, 집단 간 차이를 줄이고 집단 내 변이를 늘립니다.

셋 다 하디-바인베르크의 조건을 깨뜨려 빈도를 움직이지만, 환경에 들어맞는 형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자연선택뿐입니다. 부동과 흐름은 방향을 모릅니다.

그렇다면 자연선택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양으로 작동할까요? 다음 글 자연선택의 세 유형과 성적 선택에서 적응도의 정확한 정의부터 다시 세우고, 선택이 집단의 분포를 어떻게 밀고 좁히고 쪼개는지를 봅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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