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은 무엇을 새로 말했나 — 진화 사상의 형성과 자연선택의 논리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오늘부터 4단원 진화에 들어갑니다. 첫 시간에 늘 이렇게 묻습니다. "다윈이 처음으로 주장한 게 뭘까요?" 열에 아홉은 "생물이 진화한다는 것"이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그건 다윈 이전에도 이미 여러 사람이 말했습니다. 다윈이 정말로 새로 내놓은 건 따로 있어요.
그게 뭔지 알려면 다윈 이전에 사람들이 자연을 어떻게 봤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이 소단원은 그 배경을 훑고, 자연선택이라는 논리가 정확히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를 분해하는 데까지 갑니다.
다윈 이전 — 종은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
오랫동안 서양의 지배적인 자연관은 종이 각각 따로 만들어졌고 그 뒤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전제 위에서 자연을 연구한 대표적 인물이 칼 폰 린네(1707–1778)예요. 그는 생물에 속명과 종소명을 붙이는 이명법과 계층적 분류 체계를 세웠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지점입니다. 린네는 종의 불변을 전제하고 분류했지만, 그가 만든 중첩된 계층 구조는 나중에 진화의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비슷한 종끼리 묶이고 그 묶음이 다시 더 큰 묶음에 들어가는 구조는,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보면 자연스럽게 설명되니까요.
화석이 던진 문제 — 퀴비에와 격변설
조르주 퀴비에(1769–1832)는 화석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고생물학의 토대를 놓은 사람입니다. 그는 지층을 파 내려갈수록 지금은 없는 생물의 화석이 나오고, 지층이 바뀌면 화석 종류도 확 달라진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생물이 멸종한다는 사실을 자료로 보여준 것이 그의 큰 공입니다.
다만 퀴비에는 이를 진화가 아니라 격변설로 설명했습니다. 지역마다 큰 재난이 일어나 그곳 생물이 사라지고 다른 곳에서 생물이 들어와 채운다는 것이죠. 한편 지질학에서는 반대 방향의 생각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제임스 허턴과 찰스 라이엘은 지금 관찰되는 느린 과정이 오랜 시간 누적되면 큰 변화를 만든다고 봤어요.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는 다윈이 항해에 들고 간 책입니다. 지구가 아주 오래됐다는 이 생각이 없었다면 느린 진화라는 발상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라마르크 — 무엇을 맞췄고 무엇을 틀렸나
교과서에서 흔히 조롱거리로 다뤄지는 인물이지만, 공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바티스트 라마르크는 1809년에 화석과 현생 생물을 잇는 본격적인 진화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 구분 | 라마르크의 주장 | 오늘날의 평가 |
|---|---|---|
| 변화 여부 | 종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 | 맞음 — 당시로서는 대담한 주장 |
| 변화의 방향 | 환경에 더 잘 맞는 쪽으로 간다 | 적응이라는 결과는 맞게 봄 |
| 변화의 원인 | 많이 쓴 기관은 발달, 안 쓰면 퇴화(용불용) | 일부 사실이나 진화의 원인은 아님 |
| 전달 방식 | 살면서 얻은 형질이 자손에게 전달됨 | 틀림 — 체세포의 변화는 유전되지 않음 |
| 전체 구도 | 단순한 생물이 계속 생겨나 복잡해지려는 경향 | 틀림 — 진화에는 정해진 목표가 없음 |
정리하면 라마르크는 진화가 일어난다는 것과 그 결과가 적응이라는 것은 맞게 봤고, 그 일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틀렸습니다. 실제로 기린의 목이 길어진 것은 목을 늘려 쓴 개체가 그 목을 물려줘서가 아니라, 애초에 목 길이에 유전되는 변이가 있었고 그중 특정 변이가 더 많은 자손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비글호와 갈라파고스
다윈은 1831년부터 1836년까지 로버트 피츠로이 선장의 비글호를 타고 세계를 돌았습니다. 남아메리카에서 그는 두 가지를 반복해서 마주쳤어요. 하나는 가까운 지역의 종들이 서로 닮아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 지역의 화석 생물이 지금 그곳에 사는 생물과 닮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1835년에 들른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는 섬마다 조금씩 다른 생물이 살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오해 하나를 짚고 갑니다. 다윈이 갈라파고스에서 핀치를 보고 그 자리에서 깨달았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그는 표본에 어느 섬에서 잡았는지도 제대로 적지 않았고, 이 새들이 서로 가까운 종들이라는 사실은 영국에 돌아온 뒤 조류학자 존 굴드가 정리해 주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깨달음은 현장의 번개가 아니라 귀국 후 수년에 걸친 정리 작업에서 나왔어요.
맬서스, 그리고 자연선택의 논리
1838년 다윈은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을 읽습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식량은 그렇지 못하므로 결국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었죠. 다윈은 이 논리를 사람이 아니라 모든 생물에 적용했습니다. 여기서 자연선택의 뼈대가 완성됩니다.
자연선택은 신비로운 힘이 아니라 세 개의 관찰에서 필연적으로 따라 나오는 결론입니다. 이 구조를 통째로 외우세요.
- 관찰 1 — 같은 종의 개체들 사이에 형질의 변이가 존재한다.
- 관찰 2 — 그 변이 중 일부는 부모에서 자손으로 유전된다.
- 관찰 3 — 생물은 살아남아 번식할 수 있는 수보다 훨씬 많은 자손을 낳는다. 따라서 대부분은 살아남지 못한다.
- 결론 —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변이를 가진 개체가 평균적으로 더 많은 자손을 남기고, 그 변이는 세대를 거치며 집단 안에서 비율이 늘어난다.

진화 사상의 배경과 자연선택 논리의 구조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종의 기원』의 두 축, 그리고 월리스
다윈은 1844년에 이미 원고를 써두고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그를 움직인 건 1858년에 도착한 편지였어요. 말레이 제도에서 연구하던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가 거의 같은 내용의 착상을 정리해 보낸 겁니다. 두 사람의 글은 1858년 런던 린네 학회에서 함께 발표됐고, 다윈은 이듬해인 1859년 11월 『종의 기원』을 출간합니다.
이 책의 주장은 두 축입니다.
- 변화를 동반한 계승(descent with modification) — 현재의 모든 종은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고, 갈라지는 과정에서 각 환경에 맞게 변형됐다. 생명의 역사는 가지를 치는 나무 모양이다.
- 자연선택 — 그 변형을 일으키는 메커니즘. 위의 세 관찰에서 따라 나오는 과정.
앞에서 물었던 질문의 답이 여기 있습니다. 다윈이 새로 말한 건 "진화한다"가 아니라 "어떻게 진화하는지"였습니다. 그리고 이 나무 구조는 훗날 DNA·단백질 서열 비교로 독립적으로 확인됩니다. 다윈이 유전의 원리도, DNA도 모르던 시절에 그린 그림이 분자 수준의 자료와 들어맞은 셈이죠.
쌤 한마디 — 시험에서 제일 많이 깎이는 두 가지를 짚습니다. 첫째, 진화하는 것은 개체가 아니라 집단입니다. 개체는 태어날 때 받은 유전자로 평생을 삽니다. 살면서 자기 유전자를 바꾸는 개체는 없어요. 바뀌는 건 집단 안에서 각 형질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둘째, 진화에는 목적도 방향도 없습니다. "필요해서 생겼다"는 표현은 틀립니다. 변이는 환경과 무관하게 먼저 생기고, 환경은 그중 어느 것이 더 많이 남을지를 사후에 걸러낼 뿐입니다. 항생제가 세균에게 내성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성을 가진 세균이 이미 있었고 항생제가 나머지를 걸러낸 겁니다.
정리하면
린네는 분류 체계를, 퀴비에는 멸종의 증거를, 허턴과 라이엘은 긴 지질학적 시간을, 라마르크는 종이 변한다는 발상을 각각 남겼습니다. 다윈은 여기에 맬서스의 논리를 붙여 변화를 동반한 계승과 자연선택이라는 두 축을 세웠고, 월리스가 독립적으로 같은 곳에 도달했습니다.
자연선택의 힘은 그 논리가 단순하다는 데 있습니다. 변이가 있고, 그 일부가 유전되고, 낳는 수보다 살아남는 수가 적다면 — 결론은 선택의 여지 없이 따라 나옵니다. 다음 개념에서는 이 결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들, 즉 직접 관찰되는 자연선택 사례와 화석·상동기관·생물지리학·분자 수준의 증거를 하나씩 확인해 보겠습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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