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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란 무엇인가 — 생물학적 종개념과 그것이 닿지 않는 곳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수업에서 이렇게 물어봅니다. "사자와 호랑이는 다른 종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돌아오는 답은 대개 이렇습니다. "생긴 게 다르니까요." 그럼 다시 묻습니다. "그럼 치와와와 세인트버나드는 다른 종입니까?"

여기서 대부분 막힙니다. 생김새로만 따지면 사자와 호랑이보다 이 두 개가 훨씬 더 달라 보이거든요. 그런데 개는 전부 한 종이고, 사자와 호랑이는 다른 종입니다. 겉모습이 기준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앞 챕터에서 우리는 집단 안에서 대립유전자 빈도가 바뀌는 과정을 봤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새로운 종이 생기는 일을 설명할 수 없어요. 빈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집단이 하나로 남아 있다면 종은 여전히 하나입니다. 종이 둘로 갈라지려면 무언가 다른 일이 일어나야 하고, 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정해야 할 게 있습니다. 종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가. 이 글이 그 질문을 다룹니다.

생물학적 종개념 — 기준은 유전자가 오가느냐

가장 널리 쓰이는 정의는 생물학적 종개념(biological species concept)입니다. 에른스트 마이어가 1942년에 정리한 형태가 표준이 됐어요. 문장은 이렇습니다.

종이란 실제로 또는 잠재적으로 서로 교배하여 생식 가능한 자손을 낳는 자연 집단들의 무리이며, 다른 무리와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짧은 문장인데 안에 조건이 여러 개 박혀 있습니다. 하나씩 떼어 봅시다.

  • "교배하여" — 기준이 겉모습이 아니라 번식입니다. 그래서 치와와와 세인트버나드는 한 종이에요. 몸집 차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둘 사이에 유전자가 흐르는 길 자체는 열려 있습니다(실제로 중간 크기 품종을 거쳐 유전자는 계속 섞입니다).
  • "생식 가능한 자손을" — 자손이 태어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그 자손이 다시 번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조건이 이 정의의 핵심이고, 학생들이 가장 자주 빠뜨리는 곳입니다.
  • "자연 집단" — 사람이 인위적으로 붙여 놓은 상황이 아니라 자연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봅니다. 동물원에서만 생기는 교배는 근거가 약해요.
  • "잠재적으로" — 지금 당장 만나지 못하더라도 만나면 섞일 수 있다면 같은 종으로 봅니다. 뒤에서 이 단어가 말썽을 일으킵니다.

이 정의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유전자가 오가는 범위가 곧 종"입니다. 유전자 흐름(gene flow)이 이어져 있으면 그 집단들은 같은 유전자 풀을 공유하므로 함께 변합니다. 흐름이 끊기면 두 쪽은 각자의 길을 가고, 점점 달라져요. 그래서 종의 경계는 생식적 격리(reproductive isolation)가 그립니다.

가장 많이 틀리는 지점 — "교배가 되면 같은 종"이 아닙니다

시험에서 이걸로 갈립니다. 문제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A와 B를 교배시켰더니 자손이 태어났다. A와 B는 같은 종인가?"

급하게 읽은 학생은 "태어났으니 같은 종"이라고 씁니다. 틀립니다. 정의를 다시 보세요. 자손이 태어나는 것까지는 조건의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그 자손이 번식할 수 있느냐입니다.

상황자손이 태어나는가그 자손이 번식하는가같은 종인가
말 × 당나귀 → 노새태어난다거의 불가능아니다
사자 × 호랑이 → 라이거태어난다(사육 환경)수컷은 불임아니다
치와와 × 세인트버나드태어난다번식한다같다

말과 당나귀는 교배가 됩니다. 노새라는 튼튼한 자손도 나와요. 그런데 노새는 거의 예외 없이 불임입니다. 그러니 말과 당나귀 사이에는 자손이 한 세대 생길 뿐,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유전자 흐름이 거기서 끊기죠. 그래서 다른 종입니다. 노새가 왜 불임인지는 염색체 수로 깔끔하게 설명되는데, 그건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외우세요. 종의 경계는 '태어나느냐'가 아니라 '이어지느냐'로 긋는다.

이 정의가 닿지 않는 곳

생물학적 종개념은 논리가 선명해서 좋습니다. 그런데 이 정의의 전제를 다시 보면 문제가 보여요. 교배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니, 교배라는 사건이 없는 대상에는 아예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적용이 막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① 무성생식을 하는 생물. 세균, 고세균, 그리고 무성생식만 하는 여러 진핵생물이 여기 들어갑니다. 이들은 애초에 짝을 지어 교배하지 않으니 "교배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성립하지 않아요. 세균은 게다가 종이 달라도 유전물질을 주고받습니다. 유전자 흐름이 종의 울타리를 넘나드는 셈이라, 유전자 흐름으로 종을 정의하려던 계획이 여기서 흔들립니다.

② 화석. 화석으로 남은 생물에게 교배 실험을 할 수는 없습니다. 멸종한 두 집단이 생식 가능한 자손을 낳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원칙적으로 없어요. 그래서 고생물학에서는 생물학적 종개념을 쓰지 못합니다.

③ 지리적으로 아예 만나지 않는 집단. 여기서 아까 그 "잠재적으로"가 걸립니다. 서로 다른 섬에 사는 두 집단이 있다고 해 봅시다. 만난 적이 없으니 교배해 봤는지 알 수 없고, "만나면 섞일 수 있는가"는 확인할 수 없는 가정입니다. 실험실에 데려와 붙여 보면? 그건 자연 집단이 아니죠. 이런 경우 판정이 연구자마다 갈립니다.

④ 유전자가 조금씩 흐르는 별개의 종들. 자연에서 서로 다른 종이라고 부르는 집단들 사이에 완전히 0은 아닌 유전자 흐름이 관찰되는 사례가 꽤 있습니다. 식물에서 특히 흔하고, 동물에서도 발견됩니다. "흐름이 있으면 한 종"이라는 이분법으로는 이런 상태를 담을 수 없어요.

쌤 한마디 — 여기서 자주 하는 오해 하나. "생물학적 종개념에 예외가 많으니 틀린 정의다"라고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이 정의는 유성생식을 하는 현생 생물이라는 범위 안에서는 지금도 가장 강력합니다. 정의에 한계가 있다는 말은 그 정의를 버리라는 뜻이 아니라 적용 범위를 알고 쓰라는 뜻이에요. 과학의 개념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작동합니다. 생기부에 이 단원을 쓸 거면 "종개념은 하나가 아니라 목적에 따라 골라 쓰는 도구다"라는 관점이 가장 좋은 각도입니다.

대안 정의들 — 목적에 따라 골라 쓴다

그래서 생물학은 다른 종개념들을 함께 씁니다. 각각이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가와 어디에 쓰이는가를 짝지어 기억하세요.

형태학적 종개념(morphological species concept). 몸의 구조와 형태적 특징으로 종을 나눕니다. 가장 오래됐고 실제로 가장 많이 쓰입니다. 표본만 있으면 적용되니까 화석에도, 무성생식 생물에도, 한 번도 관찰된 적 없는 생물에도 쓸 수 있어요. 새로 발견된 생물에 이름을 붙일 때 실무적으로 쓰는 것이 대부분 이겁니다. 약점은 어느 정도 달라야 다른 종인지가 연구자의 판단에 달렸다는 것. 겉모습이 거의 같으면서 실제로는 교배하지 않는 집단(자매종)을 놓치기도 합니다.

생태학적 종개념(ecological species concept). 그 집단이 환경에서 차지하는 생태적 지위로 종을 정의합니다. 무엇을 먹고 어떤 조건에서 살며 군집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기준이에요. 무성생식 생물에도 적용되고, 서로 유전자를 조금씩 주고받으면서도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집단을 설명하는 데 강합니다. 자연선택이 각 집단을 서로 다른 지위에 붙들어 두는 힘에 주목하는 관점입니다.

계통학적 종개념(phylogenetic species concept).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계통 중 다른 계통과 구별되는 가장 작은 집단을 하나의 종으로 봅니다. 형태나 DNA 염기서열을 비교해 계통수를 그린 뒤, 가지가 갈라지는 지점을 근거로 경계를 긋습니다. 분자 자료를 쓸 수 있어 객관적이지만, 어느 정도의 차이부터 별개의 가지로 볼 것인가는 여전히 판단의 문제로 남습니다. 기준을 촘촘하게 잡으면 종의 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알려진 특징이에요.

종개념기준강점한계
생물학적생식적 격리 / 유전자 흐름종이 갈라지는 과정을 설명함무성생식·화석·이소 집단에 적용 불가
형태학적몸의 구조와 형태거의 모든 대상에 적용 가능, 실무 표준판단이 주관적, 자매종을 놓침
생태학적생태적 지위무성생식 생물·부분적 유전자 흐름 설명지위를 정밀하게 측정하기 어려움
계통학적계통수상 구별되는 최소 가지분자 자료로 객관화 가능가지를 나누는 기준이 여전히 필요

중요한 건 이 중 어느 하나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화석을 다루면 형태학적 종개념을, 미생물 군집을 다루면 생태학적·계통학적 종개념을, 종이 어떻게 갈라지는지를 연구하면 생물학적 종개념을 씁니다. 도구를 목적에 맞게 고르는 거예요.

생물학적 종개념이 생식 가능한 자손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정의와, 무성생식 생물·화석·지리적으로 만나지 않는 집단처럼 이 정의가 닿지 않는 경우들, 그리고 형태학적·생태학적·계통학적 종개념이 각각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 견준 비교표

기준은 교배가 되느냐가 아니라 유전자가 오가느냐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정리하면

생물학적 종개념은 종을 실제로 또는 잠재적으로 교배해 생식 가능한 자손을 낳는 집단으로 정의합니다. 기준은 겉모습이 아니라 유전자 흐름이고, 경계를 긋는 것은 생식적 격리입니다. 자손이 태어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자손이 다시 번식해야 같은 종이에요 — 노새와 라이거가 이 조건을 가르는 사례입니다.

이 정의는 무성생식 생물, 화석, 지리적으로 만나지 않는 집단에는 적용되지 않고, 종간에 유전자가 조금씩 흐르는 상황도 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형태학적·생태학적·계통학적 종개념이 함께 쓰입니다.

이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유전자 흐름을 끊는 생식적 격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장치들로 이루어질까요? 접합 전 장벽과 접합 후 장벽에서 그 목록을 하나씩 봅니다. 진화를 보는 기본 틀을 다시 확인하고 싶다면 다윈은 무엇을 새로 말했나와 진화의 증거로 돌아가 보셔도 좋습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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