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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파생형질과 분기학 — 어떤 닮음이 가지를 나누는가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앞 글에서 상사를 걸러 냈습니다. 이제 손에 남은 건 진짜 상동 형질뿐이에요. 그럼 이걸 전부 넣고 돌리면 계통수가 나올까요?

안 나옵니다. 여기서 한 겹이 더 필요해요. 상동 형질 중에도 가지를 나눌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갈립니다. 그 구분을 세우고 계통수를 만드는 방법론이 분기학(cladistics)입니다.

분기군 — 묶어도 되는 무리와 안 되는 무리

분기학의 출발점은 묶음의 조건입니다. 분기군(clade)이란 하나의 조상과 그 조상의 모든 후손을 빠짐없이 담은 무리를 말합니다. 계통수에서 가위로 가지 하나를 통째로 잘라 냈을 때 손에 들리는 것, 그게 분기군이에요.

이 조건을 기준으로 세상의 모든 '무리'는 셋 중 하나가 됩니다. 이 단원에서 가장 자주 묻는 세 단어입니다.

구분조건판정
단계통군(monophyletic)한 조상 + 그 후손 전부진짜 분기군. 분류 단위로 인정
측계통군(paraphyletic)한 조상 + 후손 중 일부를 뺀 나머지분기군 아님. 진화적으로 어색함
다계통군(polyphyletic)가장 최근 공통 조상을 포함하지 않는 여러 갈래를 묶음분기군 아님. 대개 상사에 속은 결과

말로만 보면 헷갈리니 실제 예로 붙여 보겠습니다.

  • 측계통의 대표 사례 — '파충류'. 흔히 도마뱀·뱀·거북·악어를 파충류라 부르고 새는 따로 둡니다. 그런데 계통을 보면 악어는 도마뱀보다 새에 더 가깝습니다. 악어와 새는 주룡류라는 한 가지에서 함께 나왔거든요. 그러니 "새를 뺀 파충류"는 조상의 후손 중 한 갈래만 잘라낸 묶음이고, 측계통군입니다. 현대 분류에서 조류를 파충류 안에 포함시키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 다계통의 대표 사례 — '온혈동물'. 체온을 스스로 높게 유지한다는 이유로 조류와 포유류를 한 묶음으로 부른다고 해 봅시다. 그런데 이 둘의 공통 조상은 그 능력이 없었고, 높은 체온 유지는 두 계통에서 따로 생겼습니다. 조상을 포함하지 않은 채 잎사귀만 두 장 집어 온 셈이니 다계통군이에요. 앞 글의 상사에 그대로 속은 경우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측계통은 덜 담아서 문제, 다계통은 엉뚱한 걸 담아서 문제. 이 한 줄로 구분하세요.

공유파생형질 vs 공유조상형질

이제 본론입니다. 어떤 상동 형질이 가지를 나눌 수 있을까요?

기준은 "그 형질이 언제 생겼는가"입니다.

  • 공유조상형질(shared ancestral character) — 지금 비교하는 무리들의 공통 조상이 이미 갖고 있던 형질. 당연히 아래 것들이 전부 갖고 있습니다.
  • 공유파생형질(shared derived character) — 그 공통 조상 이후에 새로 생긴 형질. 그것이 생긴 가지에 속한 것들만 갖고 있습니다.

가지를 나누는 힘은 공유파생형질에만 있습니다. 모두가 갖고 있는 특징으로는 아무도 가를 수 없으니까요. 반대로 일부만 갖고 있는 특징은 "그걸 가진 것들끼리 한 가지에 속한다"는 정보를 그 자리에서 줍니다.

여기가 진짜 함정입니다 — 조상이냐 파생이냐는 상대적이다

이 단원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지점을 지금 짚습니다. 어떤 형질이 조상형질인지 파생형질인지는 형질 자체에 새겨져 있지 않습니다. 지금 무엇과 무엇을 비교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척추가 있다'를 예로 들어 보죠.

  • 비교 대상이 창고기·칠성장어·붕어·개구리일 때 — 척추는 그중 일부만 가진 파생형질입니다. 척추를 가진 것들을 한 무리로 묶는 근거가 됩니다.
  • 비교 대상이 붕어·개구리·도마뱀·사람일 때 — 넷 다 척추가 있습니다. 이때 척추는 조상형질이고, 이 넷을 가르는 데는 아무 쓸모가 없어요.

똑같은 '척추가 있다'가 한 번은 쓸모 있고 한 번은 무용지물입니다. 그래서 문제를 받으면 형질 목록보다 먼저 확인할 게 있습니다. 비교 대상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이걸 놓치고 "척추는 중요한 형질이니까"로 접근하면 틀립니다.

쌤 한마디 — 시험에서 이 개념을 묻는 전형적인 형태가 "종 A~E와 형질 ㄱ~ㅁ의 유무 표"입니다. 요령은 간단해요. 전부 ○인 형질은 그냥 지우세요. 그건 조상형질이라 정보가 없습니다. 하나만 ○인 형질도 가지를 나누지는 못합니다(그 종만의 고유 형질이니까요). 남는 건 둘 이상 ○이면서 전부는 아닌 형질들이고, 계통수는 그것들만으로 결정됩니다. 표를 받자마자 열을 지워 나가면 문제가 절반 크기로 줄어듭니다.

외군 — 어느 쪽이 '원래'인지 정하는 장치

그럼 무엇이 조상 상태이고 무엇이 새로 생긴 상태인지는 어떻게 정할까요? 계통수를 그리려고 조상 상태를 알아야 하는데, 조상 상태를 알려면 계통수가 필요해 보입니다. 순환에 빠진 것 같죠.

이 고리를 끊는 장치가 외군(outgroup)입니다.

  • 내군(ingroup) — 우리가 계통 관계를 알고 싶은 대상 무리.
  • 외군(outgroup) — 내군 전체의 바깥에 있다고 이미 알려진 무리. 단, 너무 멀면 안 됩니다. 비교할 형질이 남아 있을 만큼은 가까워야 해요.

판정 규칙은 한 줄입니다. 외군과 내군이 함께 가진 상태는 조상형질, 내군의 일부에만 있는 상태는 파생형질. 외군은 내군이 갈라지기 전에 이미 떨어져 나갔으니, 외군에도 있는 특징은 갈라지기 전부터 있었다고 보는 겁니다.

외군이 하는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앞 글에서 뿌리 없는 나무는 시간의 방향을 말하지 못한다고 했죠. 외군을 붙이면 뿌리가 외군과 내군 사이로 정해지면서 나무에 방향이 생깁니다. 분기학에서 외군 선택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예요. 외군을 잘못 고르면 나무의 모양이 아니라 방향이 통째로 틀어집니다.

손으로 한 번 그려 봅시다

개념을 다 읽어도 표를 받으면 막막합니다. 한 번만 같이 해 보죠. 외군 하나와 내군 네 무리, 형질 세 개가 있다고 합시다.

무리형질 ㄱ형질 ㄴ형질 ㄷ
외군×××
A○××
B○○×
C○○○
D○○○

순서대로 읽습니다.

  • 형질 ㄱ — 외군에는 없고 A·B·C·D 넷 다 있습니다. 그러니 ㄱ은 내군 전체가 갈라지기 전에 생긴 파생형질이에요. 내군 전체가 하나의 분기군이라는 뜻입니다. 다만 내군 내부를 가르지는 못합니다.
  • 형질 ㄴ — B·C·D에만 있습니다. A가 먼저 떨어져 나가고, 남은 B·C·D가 한 분기군을 이룹니다.
  • 형질 ㄷ — C·D에만 있습니다. B가 갈라진 뒤 C와 D가 자매군입니다.

결과를 문장으로 쓰면 이렇습니다. 외군이 가장 먼저 갈라지고, 그다음 A, 그다음 B, 마지막으로 C와 D가 갈라집니다. 파생형질을 가진 무리가 적을수록 그 형질은 나무의 더 안쪽(더 최근)에서 생겼다는 규칙이 보이시나요? 이 한 문장이 표를 계통수로 바꾸는 열쇠입니다.

실제 문제는 이렇게 깨끗하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형질들이 서로 다른 나무를 가리키는 표가 나와요. 그때 필요한 게 다음 기준입니다.

다섯 형질의 유무를 적은 형질 행렬에서 모두가 가진 조상형질과 한 무리만 가진 고유 형질을 지우고 남은 세 열로 분기도를 세우는 과정, 외군이 무엇을 조상형질로 삼을지와 뿌리를 어디 둘지를 정한다는 것, 그리고 같은 나무에서 단계통·측계통·다계통이 어떻게 갈리는지

가지를 나누는 힘은 공유파생형질에만 있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최대간결법 — 후보가 여럿일 때 고르는 법

자료를 다 넣어도 가능한 계통수는 하나로 딱 떨어지지 않습니다. 종이 몇 개만 늘어도 가능한 나무의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형질들이 서로 다른 나무를 가리키는 일도 흔해요(수렴과 역전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기준이 필요합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최대간결법(maximum parsimony)입니다.

주어진 자료를 설명하는 데 진화적 변화가 가장 적게 필요한 계통수를 고른다.

여기서 꼭 짚어야 할 오해가 있습니다. 최대간결법은 "자연은 간결하다"는 주장이 아닙니다. 진화는 얼마든지 복잡하게 굴러갈 수 있어요. 이건 자연에 대한 주장이 아니라 가설을 고르는 원칙입니다. 같은 자료를 설명하는 설명이 여럿일 때, 추가 가정을 덜 요구하는 쪽을 일단 채택한다는 뜻이죠. 더 복잡한 설명이 맞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주장하려면 그만한 근거를 더 대야 합니다.

분자 자료를 쓸 때는 여기에 확률을 얹은 최대우도법(maximum likelihood)도 많이 씁니다. 염기 치환이 일어나는 방식에 대한 모형을 세우고, 관찰된 서열이 나올 확률이 가장 높은 나무를 고르는 방법이에요. 간결법보다 계산이 무겁지만, 치환 속도가 자리마다 다르다는 사정 같은 것을 모형에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마지막에 반드시 기억할 것. 계통수는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가설입니다. 지금 가진 자료를 가장 잘 설명하는 최선의 추정일 뿐이고, 새 자료가 들어오면 바뀔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바뀌어 왔고요.

정리하면

분기군은 한 조상과 그 후손 전부입니다. 일부를 빼면 측계통군, 조상을 빼고 엉뚱한 갈래를 모으면 다계통군이 되고 둘 다 분류 단위로 쓰지 않습니다.

가지를 나누는 힘은 공유파생형질에만 있습니다. 그리고 조상형질이냐 파생형질이냐는 비교 범위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판정이에요 — 이것이 이 글의 핵심 한 문장입니다. 그 기준선을 그어 주는 장치가 외군이고, 후보 나무 중 하나를 고르는 원칙이 최대간결법입니다.

그런데 분자 자료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 형태에서는 없던 정보가 딸려 옵니다. 유전체에는 유전자가 언제 복제되고 어떻게 갈라졌는지가 함께 기록돼 있거든요. 다음 개념 유전체에 기록된 진화의 역사에서 그 기록을 읽습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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