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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개념캠벨생명과학

번역 — RNA를 이용한 폴리펩타이드 합성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여기까지 오면 mRNA는 준비가 끝난 상태입니다. 유전암호가 세 염기씩 끊어 읽히는 코돈이라는 건 개념 17.1에서 봤고, 핵 안에서 캡·꼬리·스플라이싱까지 손질을 마친 mRNA가 세포질로 나온다는 것도 개념 17.3에서 봤죠.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염기 서열을 아미노산 서열로 바꾸는 일을 대체 누가 하는가?

염기와 아미노산은 서로 알아보지 못한다

제가 수업에서 이 단원을 시작할 때 항상 먼저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UUU라는 세 염기가 페닐알라닌을 지정한다고 했는데, UUU가 페닐알라닌한테 무슨 화학적인 끌림이라도 있는 걸까?" 답은 아니오입니다. 염기와 아미노산 사이에는 서로를 알아볼 만한 직접적인 결합력이 없어요.

그래서 중간에 통역이 필요합니다. 한쪽 끝으로는 mRNA의 코돈을 읽고, 반대쪽 끝으로는 아미노산을 붙들 수 있는 분자 —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운반 RNA(tRNA)입니다. 유전암호가 "우연히 정해진 약속"에 가까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암호를 물리적으로 강제하는 건 염기가 아니라, tRNA와 그 tRNA에 아미노산을 붙여주는 효소니까요.

tRNA — 한쪽엔 안티코돈, 반대쪽엔 아미노산

tRNA는 약 80개 정도의 뉴클레오타이드로 이루어진 짧은 RNA입니다. 이 한 가닥이 스스로 접히면서 군데군데 상보적으로 결합해 클로버잎 모양이 되고, 실제 3차원 구조에서는 L자 형태로 한 번 더 접힙니다. 여기서 기억할 건 딱 두 지점이에요.

  • 안티코돈(anticodon) — 아래쪽 고리에 튀어나온 세 개의 염기. mRNA의 코돈과 상보적으로 짝을 짓습니다.
  • 3′ 말단 — 반대쪽 끝. 이곳에 아미노산이 결합합니다.

즉 tRNA 한 분자가 "이 코돈에는 이 아미노산"이라는 대응 관계를 몸으로 구현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tRNA를 어댑터 분자라고 부릅니다.

짝이 어긋나지 않는 이유 — 아미노아실 tRNA 합성효소

여기가 실제로 정확성이 결정되는 자리입니다. 아미노산을 tRNA에 붙이는 일은 아미노아실 tRNA 합성효소(aminoacyl-tRNA synthetase)가 담당하는데, 이 효소는 아미노산 종류마다 따로 존재합니다. 아미노산이 20종이니 효소도 20종이에요.

각 효소는 자기가 맡은 아미노산과, 그 아미노산을 실어야 할 tRNA를 둘 다 알아봅니다. 결합에는 ATP가 쓰이고, 만들어진 아미노아실-tRNA는 그 자체가 고에너지 상태여서 나중에 펩타이드 결합을 만들 때의 에너지원이 됩니다.

학생들이 여기서 잘 놓치는 게 있는데, 번역의 정확도는 리보솜이 아니라 이 효소 단계에서 대부분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만약 류신 담당 효소가 실수로 메싸이오닌 tRNA에 류신을 붙였다면, 리보솜은 그걸 알아챌 방법이 없어요. 리보솜은 코돈과 안티코돈이 맞는지만 볼 뿐, 그 tRNA가 무엇을 싣고 있는지는 검사하지 않습니다.

리보솜의 세 자리 — E, P, A

리보솜은 큰 소단위체와 작은 소단위체 두 덩어리로 되어 있고, 평소에는 따로 떨어져 있다가 번역을 시작할 때 mRNA를 사이에 끼우고 결합합니다. 재료는 rRNA(리보솜 RNA)와 단백질인데, 질량으로 보면 rRNA 쪽이 더 많습니다.

큰 소단위체에는 tRNA가 들어앉을 자리가 세 개 있습니다.

  • A 자리(aminoacyl) — 새 아미노아실-tRNA가 들어와 코돈과 맞는지 확인받는 자리
  • P 자리(peptidyl) — 지금까지 만들어진 폴리펩타이드를 쥐고 있는 tRNA의 자리
  • E 자리(exit) — 아미노산을 넘겨준 빈 tRNA가 빠져나가는 자리

순서가 A → P → E라는 걸 기억하면 됩니다. tRNA는 A로 들어와서 P를 거쳐 E로 나가고, 리보솜은 그동안 mRNA 위를 5′에서 3′ 방향으로 한 코돈씩 미끄러져 갑니다.

번역 과정 — tRNA의 구조와 아미노아실 tRNA 합성효소, 리보솜의 E·P·A 자리, 개시·신장·종결 3단계

tRNA가 코돈과 아미노산을 잇고, 리보솜의 세 자리에서 폴리펩타이드가 자란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개시, 신장, 종결

개시에서는 작은 소단위체가 mRNA의 5′ 캡 근처에 붙은 다음 mRNA를 훑어가며 첫 AUG를 찾습니다. 메싸이오닌을 실은 개시 tRNA가 그 AUG에 자리를 잡으면 큰 소단위체가 내려앉아 리보솜이 완성되는데, 이때 개시 tRNA는 A가 아니라 P 자리에 놓입니다. 번역 전체에서 A 자리를 거치지 않고 P에 바로 앉는 tRNA는 이 개시 tRNA 하나뿐이에요.

신장은 세 동작의 반복입니다.

  • ① 코돈 인식 — A 자리에 노출된 코돈에 맞는 안티코돈을 가진 아미노아실-tRNA가 들어와 결합한다.
  • ② 펩타이드 결합 형성 — P 자리 tRNA가 쥐고 있던 폴리펩타이드 전체가 A 자리 아미노산 쪽으로 넘어가 붙는다.
  • ③ 자리이동(translocation) — 리보솜이 코돈 하나만큼 이동하면서 A 자리 tRNA는 P로, P 자리 tRNA는 E로 밀려난다.

②를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많은 학생이 "새 아미노산이 사슬 끝에 붙는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사슬 쪽이 새 아미노산으로 옮겨 붙습니다. 그래서 자라나는 폴리펩타이드는 항상 A 자리 tRNA에 매달려 있고, 그 결과 사슬은 N 말단에서 C 말단 방향으로 길어집니다.

그리고 이 펩타이드 결합을 실제로 만드는 촉매는 단백질이 아니라 큰 소단위체의 rRNA입니다. 리보솜은 효소이긴 한데 단백질 효소가 아니라 리보자임(ribozyme)인 셈이죠.

종결은 A 자리에 종결코돈(UAA·UAG·UGA)이 들어왔을 때 일어납니다. 이 세 코돈에 맞는 안티코돈을 가진 tRNA는 존재하지 않아서, 대신 방출인자(release factor)라는 단백질이 A 자리에 끼어들어요. 그러면 폴리펩타이드와 tRNA 사이의 결합이 물로 끊어지고, 완성된 사슬이 떨어져 나오면서 복합체 전체가 해체됩니다.

쌤 한마디 — 리보솜의 정체가 "RNA 덩어리"라는 게 밝혀진 과정은 꽤 극적입니다. 오랫동안 촉매는 당연히 단백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정 구조가 원자 수준으로 풀리고 보니 펩타이드 결합이 만들어지는 활성부위 근처에 단백질이 아예 없었어요. 이 리보솜 구조 규명으로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 토머스 스타이츠, 아다 요나스가 2009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생명 초기에 RNA가 정보와 촉매를 겸했다는 'RNA 세계' 가설의 가장 든든한 물증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 두 가지

"코돈이 61개인데 tRNA도 61종을 다 갖고 있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안티코돈의 세 번째 자리는 짝을 짓는 규칙이 느슨해서, 코돈의 세 번째 염기가 달라도 같은 tRNA가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이걸 흔들림(wobble)이라 하고, 덕분에 세포는 61종보다 훨씬 적은 종류의 tRNA로 모든 코돈을 처리합니다. 유전암호의 축퇴성이 "세 번째 염기에 몰려 있는" 이유도 바로 이 흔들림 때문이에요.

"리보솜 하나가 mRNA 하나를 다 읽을 때까지 기다리나요?" 아닙니다. 앞선 리보솜이 조금 지나가면 뒤이어 다른 리보솜이 같은 mRNA에 올라탑니다. 이렇게 여러 리보솜이 줄줄이 붙어 동시에 번역하는 구조를 폴리솜(polysome)이라 부르고, 덕분에 mRNA 한 분자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폴리펩타이드가 쏟아져 나옵니다. 참고로 핵막이 없는 세균에서는 전사가 끝나기도 전에 그 mRNA의 앞부분에 리보솜이 붙어 번역이 시작됩니다 — 진핵생물에서는 핵막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없죠.

리보솜에서 나온 사슬은 아직 단백질이 아니다

번역이 끝나 떨어져 나온 폴리펩타이드는 아직 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제대로 접혀서 3차 구조를 갖춰야 하고, 필요하면 여러 사슬이 모여 4차 구조를 이루기도 합니다. 인산기나 당이 붙는 변형을 거치는 경우도 많고요. 이 접힘과 변형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여기까지가 DNA에서 단백질로 이어지는 정상적인 흐름입니다. 그렇다면 이 긴 과정 어딘가에서 염기 하나가 잘못 바뀌면 어떻게 될까요? 다음 글(개념 17.5)에서 그 이야기를 합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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