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번 — 식물에게만 있는 두 개의 몸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이 챕터에서 학생들이 제일 많이 틀리는 지점이 어디냐고 물으면, 저는 망설이지 않고 이 글의 내용이라고 답합니다. 세대교번입니다.
그런데 틀리는 이유가 개념이 어려워서가 아니에요. 동물의 생활사를 먼저 배웠기 때문입니다. 동물 생활사가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에서 식물을 보면, 거의 자동으로 틀린 자리에 감수분열을 집어넣게 됩니다. 그래서 이 글은 동물과 나란히 놓고 시작하겠습니다.
동물은 몸이 하나, 식물은 몸이 둘
사람의 생활사를 떠올려 보세요. 우리 몸은 2n입니다. 그 2n 몸 안에서 감수분열이 일어나 n인 세포가 만들어지고, 그 n 세포가 정자와 난자예요. 그리고 그 둘이 만나면 바로 2n으로 돌아옵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것입니다. 사람에게 n인 것은 세포 한 개뿐입니다. 정자도 난자도 세포 하나죠. n인 상태로 몸을 만들어 돌아다니는 일이 없습니다.
식물은 다릅니다. 식물은 n인 상태로도 다세포 몸을 만들고 살아갑니다. 그러니까 식물의 생활사에는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몸이 번갈아 나타납니다.
- 포자체(sporophyte) — 2n인 다세포 몸. 포자를 만드는 몸이라는 뜻입니다.
- 배우체(gametophyte) — n인 다세포 몸. 배우자를 만드는 몸이라는 뜻입니다.
이름이 구조를 그대로 말해 줍니다. 포자체는 포자를, 배우체는 배우자를 만듭니다. 이 둘이 번갈아 나타나는 것이 세대교번이고, 육상식물 전체가 예외 없이 이 생활사를 가집니다.
한 바퀴를 순서대로 돌려 보자
이 네 단계만 정확히 외우면 이 단원은 거의 끝납니다. 각 단계에서 무엇이 무슨 분열로 만들어지는지에 밑줄을 그어 두세요.
- 포자체(2n)의 포자낭에서 감수분열이 일어나 포자(n)가 만들어진다. 포자낭 안의 포자모세포가 감수분열해 포자가 됩니다. 여기가 이 생활사에서 염색체 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단 하나의 지점입니다.
- 포자(n)가 체세포분열을 반복해 배우체(n)가 된다. 포자는 혼자서 자라 몸이 됩니다. 누구와 합쳐질 필요가 없어요. 이 점을 꼭 붙들어 두세요.
- 배우체(n)가 체세포분열로 배우자(n)를 만든다. 여기가 가장 많이 틀리는 자리입니다. 배우체는 이미 n이므로, 배우자를 만들 때 염색체 수를 더 줄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체세포분열로 만듭니다.
-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 접합자(2n)가 되고, 그것이 체세포분열로 포자체가 된다. 염색체 수가 두 배로 돌아오는 유일한 지점이 수정입니다.
다시 ①과 ③을 나란히 놓고 보세요.
감수분열은 포자를 만든다. 배우자는 체세포분열로 만든다.
이 한 줄이 이 글의 전부입니다. 동물에서는 감수분열이 곧 배우자를 만드는 과정이지만, 식물에서는 감수분열과 배우자 생산 사이에 배우체라는 몸 하나가 끼어 있습니다.
동물과 식물, 한 장으로 비교
| 구분 | 동물(사람) | 육상식물 |
|---|---|---|
| 다세포 몸의 개수 | 하나 (2n) | 둘 (2n 포자체 + n 배우체) |
| n인 상태 | 배우자 세포 한 개로만 존재 | 다세포 몸으로 존재한다 |
| 감수분열의 산물 | 배우자(정자·난자) | 포자 |
| 배우자를 만드는 분열 | 감수분열 | 체세포분열 |
| 감수분열이 일어나는 몸 | 2n인 우리 몸 | 2n인 포자체 |
| 포자 | 없다 | 있다 — 혼자 자라 배우체가 된다 |
| n→2n이 되는 사건 | 수정 | 수정 |
맨 아래 줄만 같습니다. 수정은 둘 다 n 둘이 합쳐 2n이 되는 사건이에요. 나머지가 전부 다릅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틀립니다. 선지 두 개가 단골로 나옵니다. 첫째, "식물의 배우자는 감수분열로 만들어진다" — 틀렸습니다. 배우체가 이미 n이므로 체세포분열로 만듭니다. 이 선지를 맞다고 고르는 학생이 매년 절반쯤 됩니다. 동물 생활사가 너무 익숙해서 생기는 일이에요. 둘째, "포자와 배우자는 둘 다 n이므로 비슷한 것" — 염색체 수만 같고 하는 일이 정반대입니다. 포자는 혼자 자라서 몸이 되고, 배우자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고 반드시 다른 배우자와 합쳐져야 합니다. 이 차이를 묻는 서술형이 실제로 자주 나옵니다.
포자와 배우자는 무엇이 다른가
방금 나온 두 번째 오개념을 제대로 정리해 두겠습니다. 둘 다 n인 단세포인데 왜 다른 이름을 쓰는가.
| 구분 | 포자 | 배우자 |
|---|---|---|
| 만들어지는 분열 | 감수분열 | 체세포분열 |
| 만드는 몸 | 포자체(2n) | 배우체(n) |
| 만들어지는 기관 | 포자낭 | 장란기·장정기 |
| 혼자서 할 수 있는가 | 그렇다 — 혼자 자라 배우체가 된다 | 아니다 — 반드시 융합해야 한다 |
| 다음에 되는 것 | 배우체(n) | 접합자(2n) |
| 염색체 수 | n | n |
맨 아래 줄만 같다는 점을 다시 보세요. 생물학에서 이름을 다르게 붙이는 기준은 염색체 수가 아니라 그 세포가 생활사에서 하는 역할입니다.
왜 하필 이런 생활사인가
학생들이 이쯤에서 꼭 묻습니다. "굳이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나요?"
좋은 질문인데, 한 가지로 딱 떨어지는 답은 없습니다. 다만 세대교번이 식물이 육지에서 할 수 있게 해 준 일 두 가지는 분명합니다.
- 포자로 널리 퍼질 수 있다. 2n 몸이 감수분열로 포자를 만들면, 그 포자는 가볍고 벽이 튼튼해서 바람에 실려 멀리 갑니다. 그리고 떨어진 자리에서 혼자 몸을 만들 수 있어요. 짝을 데리고 갈 필요가 없다는 게 큰 이점입니다. 땅에 붙어 움직일 수 없는 생물에게 확산 수단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 수정에 필요한 물의 양을 줄일 수 있다. 배우체는 아주 작게도 만들 수 있습니다. 작은 배우체 안에서 짧은 거리만 정자가 이동하게 하면, 필요한 물이 그만큼 줄어요. 종자식물이 배우체를 극단적으로 작게 줄여 포자체 몸 안에 넣어 버리는 길로 간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즉 세대교번은 짐이 아니라 조절 가능한 설계였습니다. 두 몸의 크기 비중을 바꾸는 것만으로 전략을 바꿀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육상식물의 진화사는 그 비중이 한쪽으로 기울어 가는 역사입니다.

감수분열이 만드는 것은 배우자가 아니라 포자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어느 세대가 주인인가 — 이 챕터의 흐름
포자체와 배우체 중 어느 쪽이 더 크고 오래 사는지는 무리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Ch.29와 Ch.30의 줄거리를 그대로 만듭니다.
| 무리 | 우세한 세대 | 다른 세대의 처지 |
|---|---|---|
| 선태식물 (이끼류) | 배우체(n) | 포자체가 작고, 배우체에 붙어서 양분을 받는다 |
| 무종자관다발식물 (양치류 등) | 포자체(2n) | 배우체가 작지만 따로 떨어져 독립 생활을 한다 |
| 종자식물 | 포자체(2n) | 배우체가 극단적으로 작아져 포자체 조직 안에 들어가 보호받는다 |
세로로 읽으면 방향이 보입니다. 배우체가 주인이던 몸에서, 포자체가 주인인 몸으로. 우리가 "식물"이라고 부르며 떠올리는 나무와 풀은 전부 포자체입니다. 그 식물들의 배우체는 너무 작아서 눈에 보이지도 않아요.
반대로 길가 바위에 붙은 이끼 덩어리를 보면, 그 초록색 부분이 배우체입니다. 우리가 평생 "식물의 몸"이라고 생각하며 본 것들이 실은 서로 다른 세대였던 셈이죠.
왜 포자체 쪽으로 기울었을까. 학생들이 이어서 묻는 질문입니다. 확실한 답은 아니지만 설득력 있는 설명이 있습니다. 2n인 몸은 같은 유전자를 두 벌 가지고 있어서, 한쪽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쪽으로 버틸 수 있습니다. 또 육상에서 키를 키우고 관다발을 유지하려면 큰 몸이 필요한데, 유전자가 두 벌인 쪽이 그런 복잡한 몸을 만들기에 유리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다만 이건 가설 수준이니, 시험에서는 "포자체 우세로 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정확히 쓰는 데 집중하세요.
배우자를 만드는 기관에도 이름이 있다
마지막으로 용어 두 개를 정리해 두겠습니다. 배우체가 배우자를 만드는 기관인데, 이것 역시 여러 세포로 된 구조물이라는 점이 육상식물의 특징입니다.
- 장란기 — 난자를 만드는 기관입니다. 병 모양이고, 그 안쪽 깊은 곳에 난자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정자가 목 부분을 통해 들어가 수정하고, 접합자는 그 자리에서 보호받으며 발생을 시작합니다.
- 장정기 — 정자를 만드는 기관입니다. 안에서 많은 정자가 만들어져 바깥으로 방출됩니다.
장란기의 설계를 눈여겨보세요. 난자를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고 몸 안에 둔 채로 정자를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수정된 접합자도 거기 그대로 있습니다. 앞 글에서 육상식물의 결정적 형질로 꼽았던 "어미 몸에 붙들린 배"가 바로 이 구조에서 나옵니다. 물속이라면 접합자를 그냥 흘려보내도 되지만, 육지에서는 그러면 말라 죽으니까요.
정리하면
육상식물의 생활사는 2n인 포자체와 n인 배우체가 번갈아 나타나는 세대교번입니다. 둘 다 다세포 몸이라는 점이 동물과의 결정적 차이예요. 동물에서 n인 것은 배우자 세포 하나뿐입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포자체(2n)의 포자낭에서 감수분열로 포자(n) → 포자가 체세포분열로 자라 배우체(n) → 배우체가 체세포분열로 배우자(n) → 수정 → 접합자(2n) → 체세포분열로 포자체.
따라서 감수분열은 포자를 만들고, 배우자는 체세포분열로 만들어집니다. 포자와 배우자는 둘 다 n이지만, 포자는 혼자 자라 몸이 되고 배우자는 반드시 융합해야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무리에 따라 주인이 바뀝니다. 선태식물은 배우체가 우세하고 포자체가 배우체에 붙어 살며, 양치식물부터는 포자체가 우세해지고, 종자식물에서 배우체는 포자체 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럼 그 첫 번째 상태부터 보겠습니다. 배우체가 주인이고 포자체가 거기 얹혀 사는 몸은 실제로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번식하고, 왜 그렇게 작을까요? 선태식물 — 배우체가 주인인 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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