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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다발의 등장 — 양치식물과 석탄기의 숲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앞 글을 이렇게 끝냈습니다. 이끼가 작은 이유는 둘이다 — 물을 위로 올릴 수단이 없고, 몸을 세울 수단이 없다.

그럼 그 둘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요. 답은 상상 이상으로 극적입니다. 식물은 수십 미터까지 커졌고, 지구 표면에 처음으로 숲이라는 것이 생겼고, 그 숲이 묻혀서 지금 우리가 캐내는 석탄이 됐습니다. 대기 조성까지 바뀌었어요.

이 글은 그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세대교번의 주인이 뒤바뀌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관다발과 리그닌은 왜 한 사건인가

이 단원에서 가장 먼저 세워야 할 개념입니다. 관다발조직의 등장과 리그닌의 등장은 따로 외울 두 가지가 아니라 사실상 하나의 사건입니다.

물관부를 이루는 세포를 보면 이유가 보입니다. 이 세포들은 죽어 있습니다. 세포가 자라면서 세포벽에 리그닌이 침착되고, 다 자란 뒤 세포 내용물이 사라집니다. 남은 것은 리그닌으로 보강된 벽만으로 된 빈 파이프입니다. 양치식물과 석송류의 물관부를 이루는 이 세포를 헛물관이라고 부릅니다.

그 빈 파이프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합니다.

  • 물을 올린다 —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무기양분이 이 관을 타고 줄기 위쪽까지 갑니다. 이끼가 몇 센티미터에서 멈춘 그 문제가 풀립니다.
  • 몸을 지탱한다 — 리그닌 덕분에 단단하고, 물이 지나가는 압력에도 찌그러지지 않습니다. 관이 곧 기둥이에요.

그리고 당을 옮기는 체관부가 함께 생깁니다. 광합성은 빛을 받는 윗부분에서 하는데 뿌리와 지하부도 당을 써야 하니, 아래로 보내는 길이 필요하죠. 물관부와 달리 체관부는 살아 있는 세포가 담당합니다.

운반과 지지가 같은 조직에서 나온다는 것 — 이 한 가지가 식물을 위로 밀어 올렸습니다. 키 경쟁의 의미는 앞에서 말했듯 빛입니다. 광합성을 하는 생물에게 옆 식물보다 높다는 것은 곧 더 많은 에너지입니다. 관다발이 생기자마자 식물들이 서로 그늘을 드리우며 위로 치솟은 것은 당연한 결과예요.

뿌리와 잎 — 기관이 생겼다

관다발이 깔리면서 그 관다발을 쓰는 기관들이 제대로 생깁니다. 이끼의 헛뿌리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뿌리는 땅속에서 물과 무기양분을 흡수하고 몸을 고정합니다. 헛뿌리와의 결정적 차이는 관다발이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흡수한 물을 위로 보낼 수 있으니 땅속 깊이 들어갈 의미가 생기고, 큰 몸을 땅에 붙들어 둘 수도 있습니다.

잎은 광합성 표면을 넓힌 기관입니다. 여기서 두 무리가 갈립니다.

  • 석송류의 잎은 작고, 잎맥이 하나만 지나가는 단순한 형태입니다.
  • 양치류의 잎은 크고, 잎맥이 갈라져 퍼집니다. 넓은 면적에 물을 고르게 공급할 수 있으니 잎이 커질 수 있었던 거예요.

잎이 커지면 광합성량이 늘어나는 대신 수분 손실도 늘어납니다. 그래서 잎의 크기는 기공의 상충 문제와 직접 연결됩니다. 큰 잎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물 공급을 감당할 관다발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주인이 바뀐다 — 포자체 우세로

이제 이 챕터의 핵심 축으로 돌아옵시다. 세대교번에서 어느 세대가 주인인가.

양치식물의 숲에서 우리가 보는 그 초록색 몸은 포자체(2n)입니다. 이끼와 정반대예요. 그러면 배우체는 어디 있을까요?

있습니다. 다만 아주 작습니다. 양치식물의 포자가 땅에 떨어져 자라면 전엽체라는 작은 몸이 됩니다. 손톱보다 작고 납작한 하트 모양의 초록색 조각이에요. 축축한 흙 위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겨우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전엽체가 선태식물의 포자체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전엽체는 독립 생활을 합니다. 포자체에 붙어 양분을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광합성을 해서 삽니다. 이끼의 포자체가 배우체에 얹혀 살았던 것과는 처지가 다릅니다.

구분선태식물무종자관다발식물
우세한 세대배우체(n)포자체(2n)
다른 세대의 처지포자체가 배우체에 붙어서 양분을 받는다배우체(전엽체)가 작지만 따로 떨어져 독립 생활을 한다
관다발없다있다 (물관부·체관부)
리그닌없다있다
크기대체로 몇 센티미터수십 센티미터~수 미터 (과거에는 수십 미터)
뿌리헛뿌리 (관다발 없음)뿌리 (관다발 있음)
수정에 물이 필요한가필요하다여전히 필요하다
씨없다없다

맨 아래 두 줄을 눈여겨보세요. 관다발식물이 되었어도 풀리지 않은 문제가 두 개 남았습니다. 이 두 줄이 다음 챕터의 출발점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물가를 못 벗어난다

양치식물의 생활사를 한 바퀴 돌려 보면 그 한계가 바로 드러납니다.

  1. 포자체(2n)의 잎 뒷면에 있는 포자낭군에서 감수분열이 일어나 포자(n)가 만들어진다.
  2. 포자가 바람에 날려 축축한 땅에 떨어져 자라, 작은 전엽체(n)가 된다.
  3. 전엽체가 체세포분열로 정자와 난자를 만든다.
  4. 물막이 있을 때 정자가 편모로 헤엄쳐 난자에게 가서 수정한다.
  5. 접합자가 전엽체 위에서 자라 포자체가 되고, 전엽체는 곧 사라진다.

④번이 문제입니다. 몸은 수 미터로 커졌는데, 번식의 결정적 순간은 여전히 땅바닥의 물 한 겹에 달려 있습니다. 다 자란 양치식물은 건조를 어느 정도 견디지만, 전엽체는 작고 얇아서 마르면 바로 죽습니다.

그래서 양치식물은 지금도 습한 곳에 몰려 삽니다. 숲 바닥, 계곡, 그늘, 바위 틈. 우리가 양치식물을 떠올릴 때 자동으로 축축한 풍경이 같이 떠오르는 건 이 때문입니다. 몸은 육지에 완전히 올라왔지만 번식은 아직 반쯤 물에 남아 있는 상태 — 이게 무종자관다발식물의 자리입니다.

두 무리 — 석송류와 양치류

무종자관다발식물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 석송류 — 석송, 바위손, 물부추 같은 식물이 속합니다. 작고 비늘 같은 잎이 줄기에 촘촘히 붙어 있어서 멀리서 보면 이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어 이름에 "moss"가 들어간 종이 있는데, 이끼와는 전혀 다른 무리입니다. 관다발이 있고 포자체가 우세하니까요. 이름에 속지 마세요.
  • 양치류 — 우리가 흔히 아는 고사리류와 속새류가 여기 들어갑니다. 종 수가 훨씬 많고, 잎이 크고 갈라진 형태가 많습니다. 어린 잎이 돌돌 말린 채로 나와 펴지는 모습이 양치류의 특징이에요.

고사리 잎 뒷면을 뒤집어 본 적 있나요? 갈색 점들이 줄지어 붙어 있습니다. 그게 포자낭군입니다. 포자낭 여럿이 모인 덩어리이고, 그 안에서 감수분열이 일어납니다. 눈에 보이는 가장 확실한 "여기서 감수분열이 일어난다"는 증거예요.

그리고 속새를 꺾어 보면 꽤 단단합니다. 세포벽에 규산 성분이 침착돼 있어서 거칠거든요. 옛날에 이 식물을 그릇이나 나무를 문질러 닦는 데 썼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포자 한 종류냐 두 종류냐 — 다음 챕터로 가는 숨은 다리

조금 깊은 이야기인데, 종자의 등장을 이해하려면 꼭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무종자관다발식물은 똑같이 생긴 포자 한 종류만 만듭니다. 그 포자가 자라면 하나의 전엽체가 되고, 그 전엽체 하나가 정자와 난자를 둘 다 만듭니다.

그런데 일부 무리는 다릅니다. 크기가 다른 두 종류의 포자를 만들어요. 작은 포자는 자라서 정자만 만드는 배우체가 되고, 큰 포자는 자라서 난자만 만드는 배우체가 됩니다.

왜 이게 중요할까요. 종자식물은 전부 이 방식을 씁니다. 꽃가루가 바로 "정자를 만드는 쪽의 작은 포자에서 나온 배우체"이고, 밑씨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난자를 만드는 쪽의 큰 배우체"입니다. 이 구분을 지금 세워 두면 꽃가루 편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즉 종자식물로 가는 길목의 설계 변경 하나가 이미 이 무리 안에서 시작돼 있었던 겁니다.

관다발과 리그닌이 한 사건인 이유와 죽은 세포의 빈 관인 헛물관 단면, 선태와 반대로 포자체가 주인이 되는 전환, 동형포자와 이형포자의 갈림, 그리고 석탄기의 숲이 석탄이 된 세 단계와 그때의 이산화탄소·산소 변화

관다발이 생기자 식물이 하늘로 자랐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석탄기의 숲 — 식물이 지구를 바꾼 사건

여기가 이 글에서 제일 이야기다운 부분입니다.

약 3억 년 전, 지구에는 거대한 저지대 습지가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 습지를 덮은 숲의 주인은 지금과 달랐어요. 꽃도 없고 침엽수도 거의 없었습니다. 나무만큼 거대하게 자란 석송류와 속새류, 양치류가 숲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지질시대 이름이 석탄기인 이유가 여기서 나옵니다.

그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세 단계로 보겠습니다.

  1. 식물이 죽어 물에 잠긴다. 저지대 습지는 물이 고여 있고 산소가 거의 없습니다. 분해를 담당하는 미생물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해요.
  2. 리그닌이 잘 분해되지 않는다. 리그닌은 애초에 단단하게 버티도록 만들어진 물질입니다. 이걸 분해할 수 있는 생물이 당시에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죽은 나무가 썩지 않고 쌓입니다.
  3. 쌓인 것이 묻히고 눌린다. 퇴적물에 덮여 땅속 깊이 들어가고, 긴 시간 동안 압력과 열을 받으면서 수분과 휘발 성분이 빠져나가 탄소 비율이 높은 덩어리가 됩니다. 그것이 석탄입니다.

그러니까 석탄은 광물이 아닙니다. 3억 년 전 양치식물과 석송류의 몸입니다. 우리가 석탄을 태워 꺼내 쓰는 에너지는, 그 숲이 햇빛으로 만들어 세포벽에 넣어 둔 에너지예요. 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우는 것은 3억 년 전의 광합성 산물을 지금 산화시키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대기에도 흔적을 남겼습니다. 탄소 순환의 관점에서 보세요. 보통은 광합성으로 고정된 탄소가 호흡과 분해로 대기에 돌아갑니다. 순환이 닫히죠. 그런데 석탄기에는 그 고리가 한쪽에서 끊겼습니다. 고정된 탄소가 대기로 돌아가지 못하고 땅속에 묻혔습니다.

그 결과로 추정되는 변화가 두 가지입니다.

  • 대기 CO2가 줄었다. 식물이 뽑아낸 탄소가 계속 땅에 갇히면 대기 중 CO2가 감소합니다. CO2는 온실기체이므로, 이 감소가 당시 기후를 식히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석탄기 후반에 대규모 빙하가 발달한 것과 연결해 설명하는 가설이 있습니다.
  • 대기 O2가 늘었다. 광합성은 CO2를 쓰고 O2를 내놓습니다. 그런데 분해가 안 되면 그 O2를 다시 소비할 과정이 줄어듭니다. 석탄기의 산소 농도가 지금보다 높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이 시기에 몸길이가 상당히 컸던 곤충 화석이 나오는 것을 그 높은 산소 농도와 연결해 해석합니다.

식물 몇 무리가 자기 몸을 단단하게 만들려고 리그닌을 쓴 것이, 결국 지구의 대기 조성과 기후를 바꿔 놓았습니다.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환경 자체를 바꾼다는 것 — 이 챕터에서 가장 크게 남겨야 할 메시지입니다.

쌤 한마디. 석탄기 이야기를 수업하면 꼭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그럼 지금도 석탄이 만들어지고 있나요?" 거의 안 만들어집니다. 그 사이에 균류를 비롯해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생물들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쓰러진 나무가 썩습니다. 석탄기는 "리그닌을 만드는 쪽은 있는데 분해하는 쪽은 아직 드물었던" 시기의 산물이고, 그 불균형이 닫히면서 창문도 닫혔어요. 지질학적으로 다시 열릴 창문이 아니라는 점이, 화석연료가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입니다.

여기서 제일 많이 틀립니다

"양치식물은 관다발이 있으니 물 없이 번식한다"고 쓰는 것. 아닙니다. 몸은 커졌지만 정자는 여전히 편모로 헤엄치고, 전엽체는 작고 얇아 마르면 죽습니다. 관다발은 몸의 문제를 풀었을 뿐 번식의 문제는 풀지 않았습니다.

전엽체를 포자체에 붙은 구조로 쓰는 것. 이끼와 반대입니다. 양치식물의 배우체는 작지만 떨어져 나와 독립 생활을 합니다. 오히려 그 반대 방향, 즉 수정 후 어린 포자체가 한동안 전엽체 위에서 양분을 받습니다.

포자낭군을 "씨"나 "꽃"으로 쓰는 것. 고사리 잎 뒷면의 갈색 점은 포자낭이 모인 것이고, 그 안에서 감수분열이 일어나 포자가 만들어집니다. 수정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석송류를 이끼로 분류하는 것. 이름과 생김새에 속지 마세요. 관다발이 있고 포자체가 우세하면 관다발식물입니다.

쌤 한마디 — 이 챕터 전체를 복습할 때 첫 글에서 만든 네 칸 표를 꺼내세요. "마름 / 지지 / 운반 / 번식". 선태식물은 1번만 어느 정도, 양치식물은 1·2·3번을 해결했고 4번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양치식물은 축축한 곳에만 있습니다. 시험에서 "양치식물의 한계"를 묻는 문제의 정답은 거의 항상 이 4번이에요. 그리고 다음 챕터 제목이 왜 종자인지도 여기서 보입니다 — 남은 한 칸을 채우는 이야기니까요.

정리하면

무종자관다발식물은 물관부·체관부와 리그닌을 갖춘 식물입니다. 리그닌이 침착된 죽은 세포의 빈 관이 물을 올리면서 몸을 지탱하므로, 운반과 지지가 한 조직에서 해결됩니다. 그 결과 식물은 키를 키울 수 있게 됐고, 관다발이 지나가는 뿌리와 잎이라는 기관도 제대로 갖췄습니다.

세대교번에서는 주인이 바뀝니다. 우리가 보는 고사리의 몸은 포자체(2n)이고, 배우체는 작은 전엽체로 따로 떨어져 독립 생활을 합니다. 선태식물에서 포자체가 배우체에 붙어 살았던 것과 정확히 반대 구도입니다.

그래도 수정에는 여전히 물이 필요합니다. 정자가 편모로 헤엄쳐야 하고 전엽체는 마르면 죽기 때문에, 양치식물은 습한 곳을 떠나지 못합니다. 두 무리는 석송류와 양치류이며, 약 3억 년 전 이들이 이룬 거대한 습지림이 분해되지 않고 묻혀 석탄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대기 CO2가 줄고 O2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제 마지막 칸이 남았습니다. 양치식물에는 씨가 없습니다. 포자는 양분을 거의 지니지 않은 단세포이고, 떨어진 자리가 축축하지 않으면 끝입니다. 그런데 어떤 식물들은 배를 양분과 함께 단단한 껍질로 싸서 내보내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정자를 물에 띄우는 대신 바람에 실어 보내는 방법도요.

그 두 발명이 식물을 사막과 고산까지 데려갑니다. 씨의 등장은 무엇을 바꿨나에서 이어 가겠습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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