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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기록과 연대측정 — 45억 년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왔나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앞 글에서 "약 45억 년 전", "약 35억 년 전" 같은 숫자를 아무렇지 않게 썼습니다. 그런데 수업에서 이 숫자를 말하면 꼭 손이 올라와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좋은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느냐가 진화의 증거를 진짜로 이해했는지를 가릅니다. 연대를 모르면 화석은 그냥 돌멩이 순서일 뿐이고, 연대가 붙는 순간 시간 축 위의 데이터가 되거든요.

이번 글은 두 가지를 합니다. 첫째, 화석 기록이 무엇을 입증하고 무엇을 입증하지 못하는지. 둘째, 연대를 구하는 방법을 실제로 숫자를 넣어서 풀어 보이는 것.

화석은 왜 드물게 남는가

화석이 만들어지려면 조건이 겹쳐야 합니다. 죽은 생물이 분해되기 전에 빠르게 묻혀야 하고, 그 자리가 오랫동안 퇴적물이 쌓이는 곳이어야 하고, 그 암석이 나중에 지표로 드러나야 하고, 누군가 그걸 찾아야 합니다. 어느 한 단계만 빠져도 화석은 없습니다.

그래서 화석 기록은 드문 정도가 아니라 체계적으로 편향돼 있습니다. 이 편향의 방향을 알고 있어야 화석을 제대로 읽습니다.

  • 단단한 부분이 유리합니다. 뼈·껍데기·이빨·나무껍질은 남지만 해파리·벌레·균류·연한 조직은 거의 안 남아요. 그래서 화석 기록은 골격을 가진 생물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 사는 곳이 유리해야 합니다. 퇴적물이 계속 쌓이는 얕은 바다·호수·하구에 살던 생물은 잘 묻힙니다. 반대로 산지나 건조한 내륙, 깊은 숲에 살던 생물은 묻힐 기회 자체가 적습니다.
  • 흔한 종이 유리합니다. 개체 수가 많고 널리 퍼졌던 종일수록 그중 하나가 화석이 될 확률이 높아요. 드물고 국지적이었던 종은 통째로 기록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 최근이 유리합니다. 오래된 암석일수록 변성·침식·판의 섭입으로 사라졌을 확률이 큽니다.

여기서 학생들이 자주 넘어지는 지점을 짚습니다. 화석이 없다는 것은 없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생물군이 특정 시기에 화석으로 안 보인다고 그때 존재하지 않았다고 단정하면 안 돼요. 안 남았을 수도, 안 드러났을 수도, 아직 못 찾았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 시기에 없었다"고 여겨졌던 생물군이 새 화석 하나로 수천만 년 앞당겨지는 일이 계속 벌어집니다.

그럼 화석 기록이 입증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있었다는 사실과, 그 순서입니다. 어떤 형태의 생물이 어느 시기 지층에 처음 나타나고 언제까지 이어지는지 — 그 순서는 전 세계 지층에서 일관되게 관찰됩니다. 어류보다 먼저 나온 포유류 화석은 나오지 않아요. 편향된 기록이지만 순서를 뒤집는 방향으로 편향되지는 않습니다.

상대연대 — 순서만 아는 방법

연대를 구하는 방법은 두 갈래입니다. 먼저 상대연대는 숫자 없이 앞뒤 순서만 정합니다. 근거는 단순해요. 퇴적층은 아래부터 쌓이니까 아래 지층이 더 오래됐다는 것(누중의 법칙). 지층이 뒤집히거나 끊긴 흔적이 없다면 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문제는 멀리 떨어진 두 지역의 지층을 맞대 보는 일입니다. 부산의 지층과 몽골의 지층 중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누중의 법칙만으로는 알 수 없어요. 여기서 쓰는 것이 표준화석(시준화석)입니다. 좋은 표준화석의 조건은 네 가지예요.

  • 생존 기간이 짧을 것 — 그래야 시간을 좁게 특정합니다.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 분포가 넓을 것 — 멀리 떨어진 지역을 이어 줄 수 있어야 하니까요.
  • 개체 수가 많았을 것 — 실제로 발견돼야 쓸모가 있습니다.
  • 생김새가 뚜렷할 것 — 누가 봐도 구분돼야 합니다.

여기서도 자주 틀립니다. 오래 살아남은 성공적인 종일수록 표준화석으로는 나쁩니다. 3억 년 동안 살았던 종이 나왔다면 시간이 3억 년 폭으로 열려 버리니까요. 표준화석은 "오래 번성한 종"이 아니라 "반짝했다 사라진 종"입니다.

절대연대 — 숫자를 넣어 봅시다

숫자를 주는 것은 방사성 동위원소입니다. 원리는 이겁니다. 불안정한 동위원소는 일정한 비율로 붕괴해 다른 원소가 되는데, 그 속도가 온도·압력·화학 상태에 거의 영향받지 않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시계인 셈이에요.

반감기는 어떤 시료의 방사성 동위원소 중 절반이 붕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핵심은 절반씩이라는 점이에요. 남은 양이 아무리 적어져도 그 절반이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똑같습니다.

탄소-14를 예로 계산해 봅시다. 탄소-14의 반감기는 약 5,730년입니다. 살아 있는 생물은 대기·먹이와 탄소를 주고받으므로 몸속 탄소-14 비율이 대기와 비슷하게 유지되는데, 죽는 순간 공급이 끊기고 남은 것은 붕괴만 합니다.

지난 반감기 수남은 탄소-14경과 시간
1회1/2 (50%)약 5,730년
2회1/4 (25%)약 11,460년
3회1/8 (12.5%)약 17,190년
4회1/16 (6.25%)약 22,920년

그러니 어떤 뼈에서 탄소-14가 원래의 1/8만 남아 있다면, 반감기가 세 번 지났다는 뜻이고 답은 5,730 × 3 = 약 17,190년입니다. 계산 자체는 이렇게 간단해요. 시험에서 묻는 것도 거의 이 형태입니다.

그런데 탄소-14로는 공룡 연대를 잴 수 없습니다. 반감기가 5,730년이라 열 번만 지나도 1/1024, 즉 0.1% 아래로 떨어져 측정이 불가능해지거든요. 실제 한계는 대략 5만~7만 년 정도입니다. 6,600만 년 전 공룡 화석에 탄소-14를 쓴다는 말이 나오면 그건 틀린 이야기예요.

그래서 오래된 시료에는 반감기가 긴 시계를 씁니다.

동위원소생성물반감기(대략)주로 쓰는 범위
탄소-14질소-14약 5,730년수만 년 이내의 유기물
칼륨-40아르곤-40약 12.5억 년화산암·화산재층
우라늄-238납-206약 45억 년가장 오래된 암석·운석

여기서 또 하나의 오해를 짚습니다. 대개 화석 자체를 재는 것이 아닙니다. 오래된 화석은 원래 조직이 광물로 치환된 상태라 처음의 원자를 그대로 갖고 있지 않아요. 대신 그 화석이 든 지층의 위와 아래에 있는 화산재층이나 화성암을 잽니다. 아래층이 7,400만 년, 위층이 6,800만 년으로 나오면 그 사이 화석은 6,800만~7,400만 년 전으로 좁혀집니다. 연대는 이렇게 위아래로 끼워서 구합니다.

지구의 나이 약 45억 년도 같은 방식입니다. 다만 지구 표면의 암석은 계속 재활용돼서 가장 오래된 암석이 지구 형성 시점보다 젊어요. 그래서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굳어 그대로 남은 운석을 우라늄-납 방법으로 재고, 여러 운석과 달 시료가 비슷한 값으로 모이는 데서 지구 나이를 잡습니다.

지층 누중으로 순서만 아는 상대연대와 화석이 든 지층 위아래의 화산재층을 재서 범위를 끼우는 절대연대, 반감기가 지날 때마다 모원소가 1에서 2분의 1, 4분의 1, 8분의 1로 줄어드는 곡선, 그리고 탄소-14·칼륨-40·우라늄-238이 각각 잴 수 있는 시간 범위

반감기마다 정확히 절반 — 남은 양이 적어져도 걸리는 시간은 같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새로운 생물군의 기원을 화석으로 추적하기

연대와 순서가 붙으면 화석은 강력해집니다. 큰 형태 변화가 한 번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쌓였음을 보일 수 있거든요.

대표적인 예가 고래입니다. 고래는 육상 포유류에서 갈라져 바다로 돌아간 무리인데, 그 과정을 보여 주는 화석들이 차례로 발견됐어요. 다리가 온전한 육상형, 다리는 있지만 발이 넓어지고 콧구멍이 뒤로 밀린 형태, 뒷다리가 작아진 수생형 — 이런 순서가 지층의 연대 순서와 일치합니다. 그리고 발목뼈의 특징 같은 세부 형질이 우제류(소·하마 무리)와 같은 쪽을 가리켜서, 화석의 증언과 분자 서열 비교의 결론이 맞아떨어집니다.

포유류의 귀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파충류형 조상에서 턱관절을 이루던 뼈가 크기가 줄고 위치가 옮겨져 중이의 작은 뼈가 되는 과정이 중간 형태 화석들로 이어집니다. 새 기관은 무에서 생기지 않고 기존 구조가 용도를 바꾸며 만들어집니다. 이 점은 마지막 글에서 다시 다룰 핵심이에요.

쌤 한마디 — 연대측정은 생기부 탐구로 쓰기 좋은 소재입니다. 계산이 들어가서 이과 학생에게 유리하거든요. 다만 "반감기 공식을 적용해 보았다"로 끝내면 약합니다. 한 걸음 더 가세요. 왜 화석이 아니라 위아래 화산재층을 재는가, 탄소-14의 적용 한계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 이 두 질문에 답하면 방법의 구조를 이해한 겁니다. 그리고 연대 수치는 문헌마다 조금씩 다르니 반드시 "약"을 붙이고 출처를 적으세요.

정리하면

화석은 빠른 매몰과 퇴적·노출·발견이라는 조건을 다 통과해야 남기 때문에 드물고 편향돼 있습니다. 단단한 부분, 퇴적 환경에 살던 종, 흔했던 종, 최근 시대 쪽으로 기울어 있어요. 그래서 화석의 부재는 존재의 부재가 아니지만, 화석이 보여 주는 출현 순서는 전 세계에서 일관됩니다.

연대는 상대연대(누중의 법칙 + 표준화석)로 순서를 잡고, 절대연대(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로 숫자를 붙입니다. 남은 비율이 1/2ⁿ이면 반감기가 n번 지난 것이고, 시료의 나이에 맞는 반감기를 가진 시계를 골라야 합니다. 화석 자체보다 위아래 화산암을 재서 범위로 끼우는 것이 실제 방식이고요.

이제 시간 축이 생겼습니다. 다음 글 최초의 세포에서 육상 진출까지에서 그 축 위에 사건들을 올려놓겠습니다. 앞 글 생명의 기원을 아직 안 봤다면 먼저 읽고 오시는 편이 좋습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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