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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과 판구조론 — 생물군의 흥망을 결정하는 두 개의 속도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앞 글의 흐름을 따라오면 생명의 역사가 계속 위로 올라간 것처럼 보입니다.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물에서 뭍으로. 그런데 화석 기록을 실제로 펼쳐 보면 그림이 다릅니다. 몇 번이나 크게 무너졌고, 그때마다 무대의 주인공이 바뀌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룰 질문은 하나입니다. 어떤 생물군은 번성하고 어떤 생물군은 사라지는데, 그 차이를 무엇으로 설명하는가.

모든 것은 두 개의 속도로 환원된다

먼저 틀부터 세웁니다. 어떤 생물군에 속한 종의 수가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는 결국 두 가지로 결정됩니다.

종분화 속도가 멸종 속도보다 크면 그 무리는 번성하고, 반대면 쇠퇴합니다.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이 틀이 강력한 이유가 있어요. "번성"과 "쇠퇴"라는 모호한 말을 측정 가능한 두 개의 값으로 바꿔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틀은 흔한 오해 하나를 바로잡습니다. 어떤 무리가 쇠퇴했다고 해서 그 무리가 "열등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멸종 속도가 그대로여도 종분화 속도가 떨어지기만 하면 무리는 줄어듭니다. 그리고 종분화 속도는 그 생물의 우수함이 아니라 서식지가 얼마나 조각나 있는지, 이동이 얼마나 제한되는지 같은 바깥 조건에 크게 좌우돼요.

그 바깥 조건을 가장 크게 흔든 요인이 두 가지입니다. 대륙의 이동, 그리고 대멸종.

판구조론 — 서식지가 통째로 움직인다

지구의 겉껍질은 여러 개의 판으로 나뉘어 있고, 그 위에 실린 대륙은 아주 느리게 움직입니다. 1년에 몇 센티미터 수준이라 사람이 느낄 수는 없지만, 수억 년 단위에서는 지도가 완전히 바뀝니다.

생물학적으로 결정적이었던 두 번의 사건이 있어요.

판게아의 형성 (약 2억 5,000만 년 전 무렵). 흩어져 있던 대륙들이 하나로 합쳐집니다. 이때 벌어진 일을 생태학적으로 읽어 보세요.

  • 얕은 바다가 줄어듭니다. 해양 생물 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이 대륙붕의 얕은 바다인데, 대륙이 합쳐지면 해안선 총길이가 짧아져 이 서식지가 크게 줄어듭니다.
  • 내륙이 건조해집니다. 한 덩어리 대륙의 안쪽은 바다에서 멀어 비가 적게 오고 기온 변화가 커집니다.
  • 격리가 풀립니다. 따로 떨어져 각자 진화하던 생물군이 만나 경쟁하게 되고, 지리적 격리로 유지되던 종분화 기회가 사라집니다.

판게아의 분열 (약 1억 8,000만 년 전부터). 이번엔 반대 방향입니다. 하나였던 육지가 갈라지면서 지리적 격리가 대규모로 만들어집니다. 갈라진 대륙마다 독자적으로 종분화가 진행되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보는 대륙별 생물상의 차이예요.

이건 진화의 증거에서 다룬 생물지리 증거와 정확히 같은 이야기입니다. 호주에 유대류가 유난히 많고 태반류가 적은 것, 멀리 떨어진 남반구 대륙들에서 서로 닮은 생물군이 나오는 것 — 대륙이 붙어 있던 시기와 갈라진 순서를 알면 이 분포가 설명됩니다. 생물이 이동한 것이 아니라 땅이 이동한 것이라는 전환이 핵심이에요.

대멸종 — 평소의 규칙이 통하지 않는 시간

멸종은 늘 일어납니다. 평상시에 꾸준히 일어나는 수준을 배경 멸종이라고 하고, 그보다 훨씬 높은 비율의 종이 지질학적으로 짧은 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사라지는 사건을 대멸종이라고 합니다. 화석 기록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다섯 번을 보통 따로 묶습니다.

사건대략적 시기규모(추정)거론되는 원인
오르도비스기 말약 4억 4,400만 년 전해양 종의 상당수(추정치는 문헌마다 다름)대규모 빙하 확장과 해수면 하강
데본기 후기약 3억 7,500만~3억 6,000만 년 전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해양 산소 부족, 기후 변화
페름기 말약 2억 5,200만 년 전해양 종의 90% 이상이 사라졌다는 추정시베리아 지역의 초대형 화산 활동
트라이아스기 말약 2억 100만 년 전해양·육상 양쪽에서 큰 손실대규모 화산 활동과 기후 급변
백악기 말약 6,600만 년 전종의 70% 이상이 사라졌다는 추정소행성 충돌, 대규모 화산 활동

숫자는 반드시 "추정"으로 받아들이세요. 앞 글에서 본 대로 화석 기록 자체가 편향돼 있어서, 사라진 종의 비율은 계산 방법에 따라 꽤 달라집니다. 값보다 중요한 건 규모의 차이예요. 다섯 번 중에서도 페름기 말이 압도적입니다.

페름기 말 — 지구가 스스로를 무너뜨린 사건

약 2억 5,200만 년 전, 지금의 시베리아 일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용암이 장기간 분출합니다. 문제는 용암 자체가 아니라 함께 뿜어져 나온 기체였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생명과학 문제로 이어져요.

  • 대량의 이산화 탄소 → 온실 효과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 수온 상승 → 물에 녹는 산소량 감소 → 해양 저산소
  • 이산화 탄소가 바닷물에 녹아듦 → 해양 산성화 → 탄산 칼슘 골격을 만드는 생물에 치명적

이 세 가지가 동시에 걸리면 버틸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껍데기와 산호 골격을 만드는 생물들이 크게 무너졌고, 회복에는 수백만 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이 논리 구조 — 이산화 탄소 증가 → 온난화 + 산성화 → 석회질 골격 생물 타격 — 는 오늘날 기후변화를 다룰 때 쓰는 것과 완전히 같습니다. 시간 규모만 다를 뿐이에요.

백악기 말 — 증거가 어떻게 모였는가

이 사건은 결론보다 증거가 쌓인 과정이 훨씬 배울 만합니다.

시작은 얇은 점토층이었습니다. 중생대와 신생대의 경계에 해당하는 지층에서, 지각에는 드물지만 운석에는 많은 원소인 이리듐이 유난히 높은 농도로 검출됩니다. 그것도 한 지역이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요. 여기서 "거대한 천체가 충돌했다"는 가설이 나왔고,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예측이 하나 따라붙었기 때문이에요. 그 정도 충돌이라면 충돌구가 있어야 한다.

나중에 멕시코 유카탄반도 일대에서 그 시기와 맞는 거대한 충돌 구조가 확인되면서 가설은 크게 힘을 얻습니다. 지금은 충돌과 함께 대규모 화산 활동도 함께 작용했다고 보는 견해가 많아, "원인 하나"로 단정하지는 않아요.

중요한 건 이겁니다. 가설이 검증 가능한 예측을 낳았고, 그 예측이 나중에 독립적으로 확인됐다는 것. 대멸종의 원인 추정은 추측이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굴러갑니다.

무너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대멸종이 진화에서 갖는 의미는 "많이 죽었다"가 아닙니다. 자리가 비워진다는 것이에요.

어떤 생물군이 사라지면 그들이 차지하던 생태적 지위가 비고, 살아남은 무리가 그 자리로 퍼져 나가면서 빠르게 갈라집니다. 이것을 적응 방산이라고 합니다. 앞의 틀로 말하면 종분화 속도가 크게 올라가는 구간이에요.

가장 잘 알려진 예가 포유류입니다. 포유류 계통은 공룡이 번성하던 시기에도 존재했지만 대체로 작고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백악기 말 이후 대형 육상 동물의 자리가 비면서 포유류가 다양한 몸 크기와 생활 방식으로 퍼졌어요. 포유류가 갑자기 우수해진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사라진 겁니다. 적응 방산은 섬처럼 새로 열린 공간이나 새로운 형질이 생겼을 때도 일어납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 단원에서 가장 중요한 오해를 짚습니다.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무리가 "더 적합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평상시의 자연선택은 그 환경에서 잘 사는 쪽을 고르지만, 대멸종은 평상시 조건을 통째로 날려 버립니다. 평소에 가장 번성하던 무리가 오히려 크게 당하기도 해요. 몸이 작아 적게 먹어도 되었다거나, 우연히 깊은 물이나 굴에 살았다거나 하는 그 사건에 한해서만 유리했던 조건이 생사를 가릅니다. 적응은 언제나 특정 환경에 대한 적응이고, 환경이 뒤집히면 그 적응은 아무 보증이 되지 못합니다.

생물군의 흥망이 종분화 속도와 멸종 속도의 차이로 정해진다는 틀, 5억 년의 시간축 위에 오르도비스기 말부터 백악기 말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에서 다양성이 꺼졌다가 다시 오르는 곡선, 그리고 판게아가 모였다 갈라지며 서식지와 기후가 통째로 바뀐 과정

떨어진 뒤에는 반드시 다시 오른다 — 비워진 자리를 채우는 것이 적응 방산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지금은 여섯 번째인가

이 질문은 반드시 나옵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답을 내리지 않겠습니다. 대신 판단에 필요한 것들을 정리해 드릴게요.

비교하려면 두 값이 필요합니다. 화석 기록에서 읽어 낸 배경 멸종률과 현재의 멸종률. 현재 속도가 배경보다 훨씬 빠르다는 데는 폭넓은 동의가 있습니다. 다만 두 값을 곧바로 비교하기는 어려워요. 화석 기록은 수십만 년 단위로 뭉뚱그려진 자료이고, 현재의 관측은 수십 년짜리 자료입니다. 게다가 아직 이름조차 붙지 않은 종이 많아 분모를 모릅니다.

또 하나 다른 점이 있습니다. 앞의 다섯 번은 원인이 화산이나 충돌처럼 생물 바깥에 있었지만, 지금 진행 중인 감소의 주된 원인은 서식지 파괴와 단편화처럼 한 종의 활동에서 나옵니다. 이건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성격의 문제예요.

그래서 이렇게 정리하는 것이 정직합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이다"라고 단정하는 대신, 어떤 기준으로 그렇게 부를 수 있는지를 따져 보는 것. 그 기준을 따질 줄 아는 것이 이 단원의 목표입니다.

쌤 한마디 — 대멸종은 생기부 단골 소재인데, 그래서 평범한 글이 가장 많이 나오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공룡은 운석 때문에 멸종했다"로 끝나면 중학생 글과 구분이 안 돼요. 차별점은 두 군데입니다. 첫째, 이리듐층 → 충돌 가설 → 충돌구 확인이라는 검증 과정을 쓰는 것. 둘째, 왜 페름기 말이 백악기 말보다 훨씬 컸는가를 산성화와 저산소로 설명하는 것. 이 두 가지는 화학과 생물을 같이 쓰기 때문에 이과 학생에게 유리합니다.

정리하면

생물군의 흥망은 종분화 속도와 멸종 속도의 차이로 설명됩니다. 판구조론은 이 두 속도를 크게 흔들었어요. 판게아의 형성은 얕은 바다 서식지를 줄이고 격리를 없앴으며, 분열은 반대로 대규모 격리를 만들어 대륙별 생물상을 갈라놓았습니다.

다섯 번의 대멸종 중 페름기 말은 화산 활동에서 시작된 온난화·저산소·산성화가 겹친 사건이었고, 백악기 말은 이리듐층에서 시작해 충돌구 확인으로 이어진 검증 과정이 인상적인 사건입니다. 대멸종의 진화적 의미는 자리가 비고 그 자리를 살아남은 무리가 채우는 적응 방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생존이 우수함의 증명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적응 방산으로 짧은 시간에 몸 구조가 크게 달라지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유전자 하나하나가 새로 생겨야 한다면 시간이 모자랍니다. 마지막 글 발생 유전자와 방향 없는 진화에서 그 장치를 보겠습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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