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세포에서 육상 진출까지 — 지구를 바꾼 다섯 번의 사건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앞 글에서 시간 축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그 위에 사건을 올려놓을 차례예요.
그런데 순서를 연표처럼 외우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시험에서도 연도를 묻지 않아요. 물어보는 건 각 사건이 그다음 사건을 어떻게 가능하게 했는가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다섯 개의 문턱을 순서대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씁니다. 하나가 넘어져야 다음이 열리는 구조예요.
① 원핵생물 — 20억 년 동안 지구를 독차지하다
가장 오래된 생명의 화석 증거는 약 35억 년 전의 스트로마톨라이트입니다. 얕은 물에서 미생물 매트가 퇴적물을 붙들며 층층이 자란 구조가 그대로 굳은 것이고, 지금도 일부 해안에서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어서 비교가 가능합니다.
여기서 감각을 하나 잡고 가세요. 원핵생물만 있던 기간이 약 35억 년 전부터 진핵세포가 등장하는 18억 년 전 무렵까지, 대략 17억 년입니다.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긴 구간이 "단세포 원핵생물만 있던 시기"예요. 화려한 사건은 뒤쪽에 몰려 있지만, 무대 자체는 이 긴 시간이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에 대사 방식이 갈라집니다. 무산소 환경에서의 발효, 화학 에너지를 쓰는 독립영양, 그리고 결정적으로 산소 발생 광합성이 시아노박테리아에서 등장합니다.
② 산소 대폭발 — 가장 큰 오염 사건
시아노박테리아가 물을 전자 공여체로 쓰면서 부산물로 산소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나오자마자 대기에 쌓이지는 않았어요. 바닷물에 녹아 있던 철 이온과 먼저 반응해 산화철로 가라앉았습니다. 그 흔적이 세계 곳곳에 남은 줄무늬철광층이에요. 철을 다 산화시키고 나서야 남은 산소가 대기로 올라갑니다.
대기 중 산소가 본격적으로 올라간 시기를 산소 대폭발 사건이라 부르고, 대략 24억 년 전 무렵으로 봅니다(문헌에 따라 약 24억~21억 년 범위). 산소 발생 광합성 자체는 그보다 수억 년 앞서 시작됐다고 보는 견해가 많아, 생산과 축적 사이에 긴 시차가 있었던 셈입니다.
이 사건의 성격을 정확히 잡으세요. 산소는 당시 생물 대부분에게 독이었습니다. 반응성이 높아 세포 안의 분자를 망가뜨리니까요. 그래서 이 시기에 많은 혐기성 계통이 사라지거나 산소가 닿지 않는 곳으로 밀려났습니다. 동시에 산소를 최종 전자수용체로 쓰는 계통에게는 기회가 열렸어요. 산소 호흡은 발효보다 훨씬 많은 ATP를 뽑아냅니다. 이 에너지 여유가 뒤에 올 크고 복잡한 세포의 전제 조건이 됩니다.
정리하면 산소 대폭발은 대멸종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판의 시작이었습니다. 생물이 지구 환경을 바꾸고, 바뀐 환경이 다시 생물을 고른 첫 대규모 사례이기도 하고요.
③ 진핵세포 — 내부공생설이 설명하는 것
진핵세포의 화석 증거는 약 18억 년 전부터 뚜렷해집니다(더 오래된 후보도 보고되지만 해석이 갈립니다). 진핵세포의 특징은 막으로 나뉜 내부 구조인데, 그중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의 기원은 나머지와 다릅니다.
내부공생설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산소 호흡을 하는 세균이 다른 세포 안으로 들어가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남아 미토콘드리아가 되었고, 그 뒤 일부 계통에서 광합성 세균(시아노박테리아 계통)이 같은 방식으로 들어가 엽록체가 되었다는 것. 숙주는 대사 능력을 얻고, 들어간 쪽은 안정된 환경과 재료를 얻습니다.
여기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지점이 나옵니다. "설"이라는 말이 붙었으니 근거가 약한 추측이라고 생각하는 것. 과학에서 이 단어는 "확인 안 된 짐작"이 아니라 여러 독립적 증거를 한꺼번에 설명하는 틀을 뜻합니다. 근거를 보면 왜 그런지 바로 알 수 있어요.
- 두 겹의 막.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막이 두 장인데, 안쪽 막이 원핵세포의 세포막과 성분·효소 구성이 닮았습니다. 바깥 막은 삼켜질 때 숙주에게서 유래한 것으로 봅니다.
- 자체 DNA. 핵과 별개로 자기 DNA를 갖는데, 그 모양이 원핵생물처럼 고리 모양이고 히스톤에 감겨 있지 않습니다.
- 자체 리보솜. 크기와 구성이 세포질의 진핵형 리보솜이 아니라 원핵형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막는 일부 항생제가 이 소기관의 합성도 방해합니다.
- 스스로 분열합니다. 세포가 나뉠 때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원핵생물의 이분법과 비슷한 방식으로 기존 것이 둘로 나뉩니다.
- 서열이 가리키는 위치. rRNA 등의 서열을 비교하면 미토콘드리아는 특정 세균 무리 안쪽에, 엽록체는 시아노박테리아 안쪽에 자리를 잡습니다.
다섯 가지가 서로 다른 종류의 증거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구조·유전체·번역 기구·분열 방식·계통 분석이 같은 결론으로 모입니다. 이 소기관들의 자세한 구조와 증거는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의 기원에서 따로 다뤘으니 같이 읽으면 좋습니다.
④ 다세포성 — 붙어 있는 것과 분업하는 것은 다르다
다세포 진핵생물의 화석은 약 12억 년 전 무렵의 홍조류 계통에서 나오고, 더 오래된 다세포 후보 화석도 보고되고 있습니다(약 16억 년 전 보고가 있으나 해석 논쟁 중). 그런데 다세포로 가는 문턱은 "여러 세포가 붙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포가 붙어 있기만 한 군체는 여러 계통에서 쉽게 나타납니다. 진짜 문턱은 같은 유전체를 가진 세포들이 서로 다른 일을 나눠 맡는 것, 즉 분화예요. 어떤 세포는 영양을 담당하고 어떤 세포는 번식만 맡으려면, 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고 위치에 따라 다른 유전자를 켜야 합니다. 부착 단백질과 세포 신호 전달 체계가 먼저 갖춰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 시기 지구는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약 7억 년 전 전후로 지구 대부분이 얼어붙었던 것으로 보이는 시기(이른바 눈덩이 지구)가 있었고, 그 뒤 약 6억 년 전 무렵 지층에서 크고 납작한 몸을 가진 생물들(에디아카라 생물군)이 나타납니다.
⑤ 캄브리아 폭발과 육상 진출
그리고 캄브리아 폭발이 옵니다. 대략 5억 3,500만~5억 2,500만 년 전의 비교적 짧은 구간에, 오늘날 동물 문(門)의 상당수에 해당하는 몸 구조가 화석 기록에 한꺼번에 나타납니다. 단단한 껍데기, 눈, 관절 달린 부속지, 포식에 쓰는 구조가 이때 등장해요.
이름 때문에 생기는 오해를 먼저 정리합시다. "폭발"은 아무것도 없다가 갑자기 생겼다는 뜻이 아닙니다. 동물 계통 자체는 그 이전에 이미 갈라져 있었다는 것이 분자 서열 비교의 결론이고, 껍데기 같은 단단한 부분이 생기면서 화석으로 남기 시작한 효과가 큽니다. 앞 글의 편향 이야기가 여기서 그대로 쓰이는 거예요. 게다가 1,000만 년은 "갑자기"라는 말이 어울리는 시간이 아닙니다.
원인으로는 몇 가지가 함께 거론됩니다. 산소 농도가 더 올라가 큰 몸과 활발한 움직임이 가능해졌다는 것, 포식이라는 관계가 본격화되면서 방어와 공격 양쪽에 강한 선택압이 걸렸다는 것, 그리고 몸의 설계를 지시하는 유전자 집합이 중복과 재배열로 확장되어 만들 수 있는 몸 구조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 어느 하나로 단정되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 문턱은 물 밖입니다. 육상 진출은 약 5억 년 전 무렵부터 본격화되고, 식물과 균류의 육상 화석은 대략 4억 8,000만~4억 6,000만 년 전부터 나옵니다. 물 밖은 세 가지가 동시에 문제가 돼요. 건조, 중력, 자외선입니다. 그래서 물이 새지 않는 표면, 몸을 지탱하는 구조, 물과 양분을 나르는 통로가 필요했고, 대기에 산소가 쌓이며 만들어진 오존층이 자외선을 걸러 준 것이 조건을 열어 줬습니다.
식물과 균류가 함께 초기 육상 화석에 나타난다는 점도 기억할 만합니다. 뿌리가 변변찮던 초기 식물에게 균류와의 공생은 물과 무기 양분을 얻는 통로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육상 진출은 한 계통의 단독 성취가 아니라 관계의 성취였던 셈입니다.
| 사건 | 대략적 시기 | 무엇을 가능하게 했나 |
|---|---|---|
| 최초 원핵생물 | 약 35억 년 전 | 대사 경로의 분화, 광합성의 등장 |
| 산소 대폭발 | 약 24억 년 전 무렵 | 산소 호흡 → 에너지 여유, 오존층의 재료 |
| 진핵세포 | 약 18억 년 전 | 내부공생으로 대사 능력 확보, 세포의 대형화 |
| 다세포성 | 약 12억 년 전 무렵 | 세포 분화와 분업 |
| 캄브리아 폭발 | 약 5.35억~5.25억 년 전 | 다양한 몸 구조, 포식 관계의 본격화 |
| 육상 진출 | 약 5억 년 전 무렵 | 새로운 서식 공간 전체가 열림 |
쌤 한마디 — 이 표를 외우려 하지 마세요. 시험이든 면접이든 좋은 답은 인과로 잇는 답입니다. "광합성이 산소를 만들었고, 산소가 호흡을 가능하게 했고, 호흡의 에너지 여유가 크고 복잡한 세포를 감당하게 했고, 같은 산소가 오존층이 되어 육상 진출의 문을 열었다" — 이 한 줄이 연도 여섯 개보다 강합니다. 그리고 내부공생설을 쓸 때는 반드시 증거를 세 가지 이상 서로 다른 종류로 드세요. 막·DNA·리보솜·분열·서열 중에서요.

삼킨 세균이 소기관이 되었다 — 그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정리하면
생명의 역사는 원핵생물만 있던 긴 구간에서 시작합니다. 시아노박테리아의 산소 발생 광합성이 대기를 바꾸었고, 그 산소는 당시 생물 다수에게 독이었지만 동시에 고효율 호흡의 문을 열었습니다. 내부공생으로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를 품은 진핵세포가 등장하고, 세포 분화가 가능해지면서 다세포 생물이 나오고, 캄브리아기에 다양한 몸 구조가 화석에 등장하며, 오존층이 갖춰진 뒤 육상이 열립니다.
그런데 이 흐름은 계속 올라가기만 한 직선이 아닙니다. 중간중간 대규모로 무너진 지점이 있고, 무너진 뒤에 빈자리를 채우며 새로운 무리가 퍼졌어요. 다음 글 대멸종과 판구조론에서 그 무너짐과 채움의 규칙을 보겠습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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