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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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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 RNA가 유전자를 끈다 — miRNA와 RNA 간섭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지금까지 배운 흐름은 늘 DNA → RNA → 단백질이었습니다. RNA는 중간 전달자였고, 유전자가 하는 일은 결국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었죠. 그런데 사람 유전체를 실제로 다 읽어보니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단백질을 지정하는 부분은 유전체의 아주 일부에 불과한데, 전사 자체는 유전체의 훨씬 넓은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었어요.

그럼 단백질도 안 만들 거면서 왜 전사를 할까요. 이 질문의 답이 이번 소단원입니다.

비번역 RNA란 무엇인가

비번역 RNA(noncoding RNA)는 전사는 되지만 단백질로 번역되지는 않는 RNA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번역되지 않는다"가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RNA 그 자체가 최종 산물이고, 그 상태로 일을 합니다.

사실 여러분은 이미 비번역 RNA를 여러 개 배웠습니다. 리보솜을 이루는 rRNA, 아미노산을 실어 나르는 tRNA, 그리고 개념 17.3에서 스플라이세오솜의 부품으로 나왔던 snRNA가 전부 비번역 RNA예요. 이번에 새로 배우는 건 이 목록에 "유전자 발현을 직접 조절하는" 짧은 RNA들이 추가된다는 것입니다.

miRNA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miRNA(마이크로RNA)는 약 22개 염기 길이의 아주 짧은 단일가닥 RNA입니다. 만들어지는 과정이 흥미로운데, 처음부터 짧게 전사되는 게 아니라 긴 RNA를 만든 다음 잘라서 짧게 만듭니다.

miRNA 유전자가 전사되면 스스로 접혀 머리핀(헤어핀) 모양을 만드는 긴 RNA(pri-miRNA)가 나옵니다. 자기 서열 안에 서로 상보적인 구간이 있어서 저절로 짝을 짓는 거예요. 핵 안에서 드로샤라는 효소가 머리핀 바깥쪽을 잘라내고, 남은 머리핀이 세포질로 나가면 다이서(Dicer)가 고리 부분을 마저 잘라냅니다. 이렇게 짧은 이중가닥이 남고, 그중 한 가닥만 RISC라는 단백질 복합체에 실립니다.

RISC에 실린 이 가닥을 안내 가닥이라고 부릅니다. 이름 그대로, 세포질을 돌아다니며 자기와 염기쌍을 이룰 수 있는 mRNA를 찾아내는 길잡이 역할을 해요.

miRNA 생성 4단계와 RISC의 두 가지 작용, 그리고 siRNA에 의한 RNA 간섭

miRNA가 만들어져 RISC에 실리고 표적 mRNA를 침묵시키기까지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RISC는 표적 mRNA를 어떻게 처리하나

결과는 두 갈래로 갈리는데, 기준은 딱 하나입니다. 안내 가닥과 표적 mRNA의 서열이 얼마나 정확하게 맞느냐.

부분적으로만 맞으면 RISC가 mRNA에 붙어 있기만 하고, 리보솜이 그 자리를 지나가지 못해 번역이 차단됩니다. mRNA 자체는 멀쩡히 남아 있어요. 반면 완벽하게 맞으면 RISC 안의 효소가 mRNA를 잘라버리고, 잘린 조각은 곧 분해됩니다. 동물의 miRNA는 대체로 앞쪽 방식으로, 식물의 miRNA는 대체로 뒤쪽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여기서 학생들이 잘 놓치는 포인트가 하나 있어요. 안내 가닥이 22개 염기밖에 안 되고 그중 일부만 맞아도 된다면, 하나의 miRNA가 표적을 여러 개 가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사람에게서는 1,000개가 넘는 miRNA 유전자가 확인됐고, 단백질을 지정하는 유전자 중 절반 이상이 어떤 식으로든 miRNA의 조절을 받는 것으로 추정돼요. 유전자 하나를 켜고 끄는 스위치가 아니라, 세포 전체의 발현 지형을 미세하게 다듬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siRNA와 RNA 간섭은 miRNA와 뭐가 다른가

결론부터 말하면 출신만 다르고 도구는 같습니다. siRNA도 다이서가 잘라 만들고, 같은 RISC에 실려 같은 방식으로 표적을 처리해요. 다른 건 재료가 어디서 왔느냐입니다.

구분miRNAsiRNA
재료세포 자신의 miRNA 유전자에서 전사된 머리핀 RNA바깥에서 들어온 긴 이중가닥 RNA(바이러스, 전이인자, 인위적 주입)
길이약 22개 염기약 21~23개 염기
표적서열이 부분적으로만 맞아도 되어 표적이 여럿서열이 정확히 맞는 것 하나
주된 결과번역 차단(동물)mRNA 절단
역할정상적인 발현 조절외부 RNA에 대한 방어

세포에 긴 이중가닥 RNA를 넣어주면 다이서가 이걸 siRNA로 토막 내고, 그 서열과 같은 mRNA가 통째로 침묵합니다. 이 현상을 RNA 간섭(RNA interference, RNAi)이라고 불러요.

RNAi가 실험실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서열만 알면 원하는 유전자 하나만 골라서 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유전자의 기능이 궁금할 때 그 유전자를 없애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예전에는 돌연변이체를 찾아내거나 만들어야 했던 이 작업이 RNAi 덕분에 훨씬 빨라졌습니다. 치료제로도 실제로 쓰이고 있어요 — 2018년에는 유전성 아밀로이드증을 표적으로 하는 siRNA 의약품 파티시란이 승인되면서, 이 원리가 실험실 도구를 넘어 약으로 이어졌습니다.

쌤 한마디 — 이 분야는 노벨상이 두 번 나왔습니다. 1998년 앤드루 파이어와 크레이그 멜로가 꼬마선충에 이중가닥 RNA를 주입했더니 해당 유전자만 조용해지는 걸 확인했고, 8년 만인 2006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어요(발견에서 수상까지 이렇게 짧은 경우는 드뭅니다). 그런데 사실 그보다 5년 앞선 1993년에 빅터 앰브로스 연구진이 같은 꼬마선충에서 lin-4라는 짧은 RNA를 이미 발견했었습니다. 당시엔 "꼬마선충에만 있는 별종"으로 여겨져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데, 나중에 이게 miRNA의 첫 사례였다는 게 밝혀졌고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은 2024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31년이 걸린 셈이죠.

비번역 RNA는 mRNA만 건드리는가

아닙니다. 짧은 RNA 중에는 mRNA가 아니라 DNA 쪽을 건드리는 것들도 있어요. 일부 비번역 RNA는 염색질을 변형하는 단백질 복합체를 특정 DNA 구간으로 데려가서, 그 부위를 촘촘하게 응축시켜 아예 전사가 시작되지 못하게 만듭니다. 응축된 염색질에서 전사가 억제된다는 이야기는 개념 16.3에서 염색체 구조를 배울 때 이미 나왔던 내용인데, 그 응축을 어디에 걸지 지정하는 역할을 RNA가 맡는다는 게 여기서 새로 추가되는 부분입니다.

동물의 생식세포에는 piRNA라는 또 다른 짧은 RNA가 있어서, 유전체 안을 돌아다니며 말썽을 일으키는 전이인자를 눌러둡니다. 훨씬 긴 비번역 RNA(lncRNA)도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포유류 암컷의 두 X 염색체 중 하나를 통째로 불활성화시키는 RNA예요. 유전자 하나가 아니라 염색체 하나 전체를 RNA가 덮어서 꺼버리는 셈입니다.

왜 이 부분이 중요한가

여기서 한 번 정리하고 갑시다. 개념 17.1에서 세운 "유전자는 단백질의 설계도"라는 그림은 여전히 맞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 유전자의 산물이 반드시 단백질일 필요는 없고, RNA 상태로도 충분히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이 소단원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 얘기는 다음 소단원으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같은 유전체를 가진 세포들이 근육세포도 되고 신경세포도 되는 이유가 바로 "어떤 유전자를 켜고 끄느냐"인데, 지금까지 배운 조절 장치들이 실제로 한 개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가 개념 18.4의 주제입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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