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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을 나온 DNA 기술 — 어디까지 쓸 수 있고,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할까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수업에서 유전자 치료 이야기를 꺼내면 학생들이 거의 항상 같은 질문을 합니다. "그럼 이제 유전병은 다 고칠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조금 있다 두 번째 질문이 따라옵니다. "그거 해도 되는 거예요?"

이 두 질문이 이번 글의 전부입니다. 앞에서 우리는 DNA를 읽고 복제하는 법, 발현과 기능을 알아내는 법, 세포의 시계를 되돌리는 법을 차례로 봤습니다. 이제 그 기술들이 실험실 밖으로 나가 병원·법정·논밭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앞에 어떤 선이 그어져 있는지를 봅니다.

고치기 전에 읽는다 — 유전병 진단

가장 먼저 실용화된 건 치료가 아니라 진단입니다. 원인 유전자와 그 변이 서열을 알면 증상이 나타나기 한참 전에도 그 사람이 그 대립유전자를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가계도만으로 확률을 따지던 시절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정밀도입니다. 신생아 선별검사, 보인자 검사, 산전 진단이 모두 이 기술 위에 서 있어요.

다만 여기엔 잔인한 비대칭이 있습니다. 읽는 속도가 고치는 속도를 한참 앞질러 있다는 것이죠. 헌팅턴병처럼 진단은 확실한데 치료법은 없는 병의 결과를 받아드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그래서 유전자 검사에는 유전 상담이 따라붙습니다.

고치는 쪽 — 유전자 치료와 재조합 의약품

유전자 치료(gene therapy)는 정상 유전자를 환자 세포에 넣어주는 방식입니다. 원리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 가지가 모두 맞아야 해요. 표적 세포에 도달할 것, 그 세포가 오래 살아남을 것, 넣은 유전자가 적당한 양으로 발현될 것.

그래서 초기 성공 사례가 대부분 골수 조혈줄기세포를 쓰는 병이었습니다. 환자 골수를 꺼내 바이러스 벡터로 정상 유전자를 넣고 되돌려주면, 그 줄기세포가 평생 분열하며 정상 혈액세포를 계속 공급하니까요. 중증복합면역결핍증(SCID) 치료 시도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 못 한 사고가 났습니다. 레트로바이러스 벡터가 유전체의 아무 자리에나 끼어드는 바람에, 하필 세포 증식을 조절하는 유전자 근처에 들어가 그 유전자를 비정상적으로 켜버린 환자들이 백혈병에 걸린 거예요. 원암유전자가 어떻게 켜지는지를 배웠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바로 보일 겁니다. 이 사건 이후 벡터 설계는 통째로 다시 짜였습니다.

반면 훨씬 조용하고 확실하게 성공한 쪽이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입니다. 사람 유전자를 세균이나 배양 세포에 넣어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죠. 사람 인슐린이 1980년대 초에 이렇게 만들어져 승인됐고, 그 전까지 쓰던 돼지·소 췌장 추출 인슐린을 대체했습니다. 사람 성장호르몬, 혈전용해제, B형간염 백신도 같은 길을 걸었어요. 인트론이 빠진 cDNA를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입니다 — 세균은 스플라이싱을 못 하니까요.

DNA 기술의 네 갈래 응용(의료·법의학·농업·환경), STR 좌위의 반복 횟수로 개인을 식별하는 DNA 프로파일링, 체세포 편집과 생식세포 편집을 가르는 경계선

실험실 밖으로 나간 DNA 기술의 네 갈래와, 그 앞에 그어진 선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법의학 — 반복 횟수가 사람을 가른다

혈흔 한 방울로 사람을 특정한다는 이야기, 어떻게 가능할까요. 사람끼리 유전체 서열이 그리 많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차이가 유난히 큰 자리만 골라서 보는데, 그 자리가 STR(짧은 연쇄 반복, short tandem repeat)입니다. 같은 짧은 서열이 줄줄이 반복되는 구간인데, 반복 횟수가 사람마다 크게 달라요. 한 좌위만 보면 같은 사람이 흔하지만, 이런 좌위를 십수 개 모아 조합하면 우연히 일치할 확률이 천문학적으로 작아집니다. 각 좌위를 PCR로 증폭해 길이를 재는 것이므로 아주 적은 양의 시료로도 됩니다.

여기서 자주 오해하는 게 있습니다. DNA 프로파일링은 유전체 전체를 읽는 게 아닙니다. 정해둔 좌위 몇 개의 반복 횟수만 읽는 거예요. 그래서 이 결과만으로는 그 사람의 질병이나 외모를 알 수 없고, 이 점이 프라이버시 논의에서 중요하게 쓰입니다.

농업과 환경 — GM 작물, 그리고 미생물에게 맡기기

농업 쪽 응용은 규모가 가장 큽니다. 세균 Bacillus thuringiensis의 살충성 단백질 유전자를 넣어 특정 해충에 저항성을 갖게 한 작물, 제초제에 견디게 만든 작물이 대표적이고, 바이러스 저항성 파파야는 하와이 파파야 산업을 살려낸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 비타민 A 결핍을 겨냥해 벼 배젖에 베타카로틴이 쌓이도록 만든 황금쌀(golden rice)도 유명하죠.

환경 쪽에는 생물정화(bioremediation)가 있습니다. 오염물질을 분해하거나 몸에 축적하는 미생물·식물을 오염 지역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기름 유출이나 중금속 오염 토양에 씁니다.

GMO 논쟁 — 진짜 쟁점은 어디에 있나

GMO 이야기가 나오면 흔히 "먹으면 내 유전자가 바뀌지 않느냐"는 걱정이 먼저 나옵니다. 이건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는 그 생물의 DNA가 들어 있고, 전부 소화관에서 뉴클레오타이드 수준으로 분해됩니다. 배추의 DNA를 먹는다고 사람이 배추가 되지 않는 것과 같아요.

그렇다고 쟁점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실제 쟁점은 다른 데 있어요.

제기되는 우려과학적으로 따져볼 지점
알레르기·독성새로 만들어진 단백질이 알레르겐인지 사례별로 평가해야 함 — "GM이라서 위험"이 아니라 "그 단백질이 무엇이냐"의 문제
유전자 이동제초제 저항성 유전자가 꽃가루를 통해 야생 근연종으로 옮겨갈 가능성 — 생태계 쪽의 실질적 쟁점
저항성 진화살충 단백질에 계속 노출된 해충 집단에서 저항성 개체가 선택되어 늘어남 — 항생제 내성과 같은 구조
사회·경제종자 특허와 농가의 종자 자급, 단일 품종 집중 — 과학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

즉 GMO의 위험은 "조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무슨 유전자를, 어떤 작물에, 어떤 환경에 풀어놓았는가에서 나옵니다.

쌤 한마디 — "자연적인 것이 안전하다"는 직관은 생물학에서 잘 맞지 않습니다. 복어 독도 독버섯도 완전히 자연산이고, 우리가 먹는 작물 대부분은 수천 년간 사람이 골라 키운 인위적 산물입니다. 오늘날의 옥수수는 야생 조상 테오신트와 거의 닮지 않았죠. 안전성은 "자연/인공"이 아니라 그 물질과 그 상황을 보고 따지는 겁니다.

유전정보는 누구의 것인가

검사가 싸지면서 새로 생긴 문제가 정보입니다. 유전체 정보는 다른 개인정보와 결이 다릅니다. 첫째, 바꿀 수 없어요. 비밀번호는 바꿔도 유전체는 못 바꾸죠. 둘째, 나만의 정보가 아닙니다. 내 유전체는 부모·형제·자녀의 정보를 상당 부분 포함하므로, 내가 동의해 넘긴 정보가 동의하지 않은 가족의 정보까지 넘기는 셈이 됩니다.

여기서 유전자 차별이 문제가 됩니다. 아직 발병하지 않은 사람의 유전형을 근거로 고용이나 보험에서 불이익을 주는 일이죠. 이를 금지하는 법이 여러 나라에 마련돼 있고, 우리나라도 생명윤리 관련 법률로 유전정보에 따른 차별과 무분별한 유전자 검사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어디에 선을 그을까 — 체세포 편집과 생식세포 편집

마지막이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CRISPR 같은 도구가 등장하면서 유전자 교정이 현실이 됐고, 그러자 하나의 선이 선명해졌습니다. 고친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느냐입니다.

구분체세포 편집생식세포·배아 편집
대상환자의 체세포(예: 골수 줄기세포)수정란·초기 배아, 생식세포
후대 전달전달되지 않음자손에게 그대로 전달됨
동의 주체치료받는 본인태어날 사람은 동의할 수 없음
현재 위치임상시험·일부 치료제 승인대다수 국가에서 임상 적용 금지

체세포 편집은 원리적으로 기존 치료와 같은 범주입니다. 부작용이 있어도 그 환자 한 사람에서 끝나니까요. 생식세포 편집은 결과가 동의한 적 없는 사람들에게, 세대를 넘어 남습니다. 예상 못 한 표적 이탈 변이가 있었다면 그것도 함께 전달되죠. 그래서 2018년 사람 배아를 편집해 아이를 태어나게 한 사건이 발표됐을 때, 과학계의 반응은 "드디어"가 아니라 거의 만장일치의 규탄이었습니다.

이 논쟁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다면 CRISPR 유전자가위와 배아 편집 글을 꼭 읽어보세요. 세특·면접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DNA 기술의 응용은 결국 세 동사로 정리됩니다. 읽고(진단·프로파일링), 만들고(재조합 의약품·GM 작물·생물정화), 고친다(유전자 치료·유전체 편집). 읽는 기술이 가장 앞서 있고, 만드는 기술이 가장 널리 쓰이며, 고치는 기술이 가장 뜨겁고 가장 조심스럽습니다. 그리고 윤리 논의는 기술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써도 되는지를 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Ch.19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방향을 바꿔, 이렇게 읽어낸 유전체 자체를 들여다봅니다. 사람 유전체 사업이 무엇을 밝혀냈고 염기서열 분석이 어떻게 여기까지 빨라졌는지 — 개념 20.1에서 이어집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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