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 생물체와 줄기세포 — 분화한 세포의 시계를 되돌릴 수 있을까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수업에서 이 질문을 던지면 교실이 조용해집니다. "여러분 피부세포와 신경세포는 유전자가 같습니까, 다릅니까?" 같다는 답이 나오죠. 그럼 이어서 묻습니다. "그러면 피부세포 하나로 사람 한 명을 통째로 다시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게 20세기 발생학의 가장 큰 질문 중 하나였습니다. 분화는 유전자를 버리는 과정일까, 아니면 그대로 두고 꺼두는 과정일까. 버리는 거라면 되돌릴 수 없고, 꺼두는 거라면 다시 켤 수 있겠죠.
식물은 이미 하고 있었다
답의 첫 조각은 식물에서 나왔습니다. 1950년대에 당근 뿌리에서 떼어낸 세포 덩어리를 배양액에서 키웠더니, 그 조각이 뿌리와 잎을 갖춘 완전한 식물체로 자라났어요. 분화가 끝난 세포 하나가 개체 전체를 만들어낸 겁니다. 이렇게 개체 전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분화전능성(totipotency)이라 합니다.
사실 이건 원예에서 이미 수천 년 동안 쓰던 일이기도 합니다. 꺾꽂이로 늘린 화분의 식물들은 서로 유전적으로 동일한 클론이에요. 그러니까 식물에서는 분화가 유전자를 버리는 과정이 아니라는 게 진작 확인돼 있던 셈입니다. 남은 문제는 동물이었습니다.
동물에서는 핵을 옮겨봤다 — 거던의 개구리
동물 세포는 당근처럼 배양액에 던져놓는다고 개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접근을 바꿨어요. 세포 전체가 아니라 핵만 꺼내서, 핵을 제거한 난자에 넣어보는 핵치환(nuclear transplantation)입니다. 난자의 세포질에는 발생을 시작시키는 물질이 가득하니, 거기에 분화한 세포의 핵을 넣으면 그 핵이 "처음"으로 돌아가는지 볼 수 있죠.
1962년, 존 거던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 올챙이의 이미 분화한 창자 상피세포에서 핵을 꺼내 핵을 제거한 난자에 넣었습니다. 일부는 정상 올챙이까지 발생했어요. 분화한 세포의 핵에도 개체 하나를 만들 유전정보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였습니다.
다만 성공률은 낮았고, 핵을 제공한 세포가 더 많이 분화한 개체(성체)일수록 확률이 뚝 떨어졌습니다. 여기서 "포유류는 안 된다"는 통념이 오래 버텼습니다.
돌리 — 포유류에서도 됐다
그 통념을 깬 것이 돌리(Dolly)입니다. 스코틀랜드 로슬린 연구소의 이언 윌머트와 키스 캠벨 연구팀이 성체 양의 유방 세포에서 핵을 꺼내 핵을 제거한 난자에 넣었고, 이 세포가 배아로 발생해 대리모 자궁에 착상, 새끼 양으로 태어났습니다. 1996년에 태어났고 1997년에 발표됐습니다. 발표 당시 파장이 어마어마했어요 — 다 자란 포유류의 체세포로 개체를 복제할 수 있다는 게 처음 증명된 사건이었으니까요.
여기서 짚고 갈 게 하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태어난 개체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만들어진 게 아니라 핵 하나에서 유전정보를 통째로 물려받았습니다. 감수분열도, 수정도, 유전자 재조합도 없죠. 그래서 복제는 정의상 무성생식에 해당합니다. 유성생식이 매 세대 유전적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것과 정확히 반대 방향이에요.

핵치환 복제의 흐름과, 배반포에서 얻는 배아줄기세포·체세포를 되돌린 iPS 세포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복제 개체는 정말 '똑같은' 개체일까
학생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입니다. 복제 개체는 핵 유전자가 같을 뿐, 원본과 완전히 동일한 개체가 아니에요. 최소한 세 가지가 다릅니다.
첫째, 미토콘드리아 DNA는 난자를 제공한 개체의 것입니다. 핵치환에서 옮기는 건 핵뿐이고 세포질은 난자 쪽 것이 그대로 남으니까요. 미토콘드리아가 자기만의 DNA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여기서 이렇게 걸립니다 — 이 개체의 유전체는 핵 제공자와 난자 제공자, 두 개체에서 온 셈이죠.
둘째, 무작위로 결정되는 형질은 재현되지 않습니다. 삼색 고양이를 복제하면 털 무늬가 원본과 다르게 나옵니다. 무늬는 발생 초기에 세포마다 어느 쪽 X 염색체를 불활성화할지가 무작위로 정해져 만들어지는 것이라, 유전자가 같아도 결과가 같을 이유가 없거든요.
셋째, 발생 과정 자체가 완벽하지 않습니다. 복제 동물은 성공률이 낮고 발생 이상도 잦은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후성유전적 표지입니다. 분화한 세포의 DNA에는 메틸기 같은 화학적 표지가 붙어 어떤 유전자를 꺼둘지 기록돼 있는데, 핵치환 때 이 표지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으면 배아 유전자가 제때 켜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핵 제공 세포가 덜 분화한 상태일수록 성공률이 높다는 점이 이 설명과 맞아떨어집니다.
줄기세포 — 아직 정해지지 않은 세포
줄기세포(stem cell)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세포입니다. 계속 분열해서 자기 자신을 늘리고, 동시에 특정 세포로 분화할 수 있죠.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 구분 | 배아줄기세포(ES 세포) | 성체줄기세포 |
|---|---|---|
| 어디서 얻나 | 배반포의 내부세포덩어리 | 골수·피부·창자 등 성체 조직 |
| 분화 범위 | 몸의 거의 모든 세포로(만능, pluripotent) | 제한된 몇 갈래로(다능, multipotent) |
| 걸림돌 | 배아를 파괴해야 함 — 윤리 논쟁 | 양이 적고 배양·증식이 어려움 |
배아줄기세포는 배반포 안쪽의 세포 덩어리에서 얻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분화 범위가 넓지만, 얻으려면 배아를 파괴해야 한다는 문제가 따라옵니다. 성체줄기세포는 그 부담이 없는 대신 갈 수 있는 방향이 제한적이에요 — 골수의 조혈줄기세포는 여러 혈액세포로 분화하지만 신경세포가 되지는 않습니다.
야마나카의 반전 — 이미 분화한 세포를 되돌리다
여기서 판을 뒤집은 발상이 나옵니다. 배아에서 만능 세포를 꺼내오는 게 문제라면, 이미 분화한 세포를 만능 상태로 되돌리면 되지 않을까?
야마나카 신야 연구팀은 배아줄기세포에서 특히 활발하게 발현되는 유전자들을 후보로 추리고, 그중 네 가지 전사인자 유전자(Oct3/4, Sox2, Klf4, c-Myc)를 분화가 끝난 섬유아세포에 도입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세포들이 배아줄기세포와 아주 비슷한 성질을 갖게 됐어요. 2006년 생쥐 세포에서, 2007년에는 사람 세포에서 성공합니다. 이렇게 만든 세포가 iPS 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입니다.
의미가 두 겹입니다. 하나는 배아를 쓰지 않아도 만능 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실용적 의미. 다른 하나는 개념적 의미인데 — 전사인자 몇 개만 넣어줘도 분화 상태가 되돌아간다는 건, 분화가 그만큼 되돌릴 수 있는 상태였다는 뜻입니다. 당근 조각에서 시작해 거던의 개구리를 거쳐 돌리까지 이어진 질문에, 세포 수준에서 결론이 난 셈이죠.
쌤 한마디 —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야마나카 신야와 존 거던이 공동 수상했습니다. 반세기 차이가 나는 두 연구가 나란히 상을 받은 게 재미있는데, 사실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었기 때문이에요. 거던은 핵을 통째로 난자에 넣어서, 야마나카는 유전자 몇 개를 세포에 넣어서, 각자의 방식으로 "분화한 세포의 시계는 되돌릴 수 있다"는 걸 보인 겁니다.
정리하면
분화는 유전자를 버리는 과정이 아니라 켜고 끄는 방식이 바뀌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조건만 맞으면 되돌릴 수 있고, 그 되돌리기를 난자의 세포질에 맡긴 것이 핵치환 복제, 전사인자 몇 개로 직접 해낸 것이 iPS 세포입니다. 줄기세포는 그 되돌리기의 결과이자 재료인 셈이고요.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붙습니다. 그래서 이걸 어디까지 써도 되는가? 다음 개념(19.4)에서는 이런 기술의 실제 응용과 함께,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하는지의 문제를 다룹니다. 이 논쟁이 가장 뜨거운 자리를 먼저 보고 싶다면 CRISPR 유전자가위와 배아 편집 글을 읽어보세요.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이 개념과 이어지는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