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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 공통 조상의 흔적과 몸을 만드는 도구상자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수업에서 이렇게 물어봅니다. "사람과 효모의 유전체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겹치는 게 있을까요 없을까요?" 대부분 "거의 없겠죠"라고 답합니다. 사람과 곰팡이니까요. 그런데 실제로는 세포 주기를 조절하는 유전자, 리보솜을 만드는 유전자처럼 양쪽에서 거의 같은 일을 하는 유전자가 무더기로 나옵니다.

유전체를 종끼리 비교하는 연구를 비교유전체학(comparative genomics)이라고 합니다. 이 장에서 유전체의 크기와 구성, 유전자 가족이 늘어나는 방식을 봤다면, 이번 소단원은 그 결과물을 종과 종 사이에 겹쳐놓고 읽는 작업입니다.

멀리 떨어진 종을 비교하면 — 남아 있는 것이 중요한 것

사람과 효모, 사람과 초파리처럼 갈라진 지 아주 오래된 종을 비교하면 차이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주목할 건 차이가 아니라 변하지 않고 남은 부분이에요. 수억 년을 버텨 남았다는 건 그 서열이 바뀌면 개체가 살아남기 어려웠다는 뜻이고, 곧 생명 유지에 핵심적인 기능이라는 신호입니다.

이 논리는 DNA·단백질 서열 비교에서 이미 배운 그대로입니다. 다만 그때는 유전자 하나를 비교했다면, 이제는 유전체 전체를 한꺼번에 비교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여기서 모델 생물 연구가 왜 사람에게 쓸모 있는지가 설명됩니다. 폴 너스 연구팀은 효모에서 세포 주기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찾아냈는데, 사람의 대응 유전자를 돌연변이 효모에 넣어주자 효모가 정상적으로 분열했습니다. 10억 년 넘게 떨어져 있어도 서로 갈아 끼울 수 있을 만큼 그 유전자가 보존돼 있었던 거죠. 생쥐로 사람 질병을 연구하고 초파리로 발생을 연구하는 근거가 여기 있습니다.

가까운 종을 비교하면 — 사람과 침팬지의 차이는 어디에 있나

2005년 침팬지 유전체 초안이 발표되면서 사람과 가장 가까운 종을 직접 비교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결과는 학생들이 예상하는 것과 좀 다릅니다.

비교 대상무엇을 보나결론
먼 종(사람–효모·초파리)보존된 유전자공통 조상에서 물려받은 핵심 기능, 모델 생물 연구의 근거
가까운 종(사람–침팬지)차이가 생긴 위치단백질 서열 자체보다 조절 서열·발현 패턴의 차이가 큼
같은 종 안(사람 집단)개인 간 변이(SNP 등)질병 위험 유전자 탐색, 개인 맞춤 의학

염기서열만 놓고 보면 사람과 침팬지는 한 자리 치환 기준으로 1% 남짓 차이 납니다. 삽입·결실까지 넣어도 차이는 크지 않아요. 그런데 두 종의 생김새와 행동은 확연히 다릅니다. 그렇다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지금까지의 답은 이렇습니다. 차이의 상당 부분이 단백질 설계도 자체가 아니라, 그 설계도를 언제·어디서·얼마나 쓸지를 정하는 조절 서열에 있다는 것. 같은 유전체에서 서로 다른 세포가 나오는 원리를 배울 때 봤던 그 조절 장치가, 이번엔 종과 종의 차이를 만드는 자리로 등장합니다.

구체적인 예가 둘 있습니다. 하나는 FOXP2인데, 언어 능력과 관련된 전사인자 유전자로 사람과 침팬지 사이에 아미노산 두 개가 다릅니다. 다른 하나는 HAR1이라는 118염기쌍짜리 구간이에요. 이 구간은 닭과 침팬지 사이에서는 거의 안 변했는데, 침팬지와 사람 사이에서만 유독 많이 바뀌었습니다.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구간인데도 그렇고, 발생 중인 대뇌 겉질에서 발현됩니다.

같은 종 안에서 비교하면 — SNP와 질병 연구

사람끼리도 유전체가 똑같지는 않습니다. 개인 간 차이의 대부분은 한 염기가 다른 단일염기다형성(SNP)이고, 그 외에 특정 구간이 사람마다 다른 횟수로 반복되는 복제수 변이도 있습니다. 전체로 보면 두 사람의 염기서열은 0.1% 안팎만 다릅니다.

이 변이를 대규모 집단에서 질병 여부와 대조하면, 어떤 위치의 SNP가 특정 질병과 함께 나타나는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주의할 게 하나 있어요. 이렇게 찾은 SNP가 병을 일으키는 원인 그 자체인 경우는 드뭅니다. 대개는 진짜 원인 자리 근처에 있어서 같이 따라다니는 표지일 뿐입니다. 상관과 인과를 구별하는 훈련이 여기서 필요합니다.

먼 종 비교에서 드러나는 보존 유전자, 사람과 침팬지의 조절 서열 차이, 그리고 동물 전반에 보존된 혹스 유전자 도구상자

거리에 따라 유전체 비교가 답해주는 질문이 달라진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같은 도구상자로 다른 몸을 만든다 — 이보디보

가장 놀라운 결과는 발생 유전자에서 나왔습니다. 몸마디의 정체를 지정하는 혹스 유전자(Hox gene)가 초파리에서 발견됐을 때만 해도 곤충 얘기인 줄 알았는데, 생쥐에도 사람에도 거의 같은 유전자가 같은 순서로 늘어서 있었습니다. 절지동물과 척추동물이 갈라지기 전의 공통 조상이 이미 이 유전자들을 갖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뒤집힙니다. 도구상자가 같은데 어떻게 파리와 사람이 나올까요? 답은 같은 유전자를 다르게 쓰는 것입니다. 발현 시점을 옮기거나, 발현 부위를 넓히거나, 발현량을 바꾸면 결과물의 형태가 크게 달라집니다. 발생 과정의 변화로 형태의 진화를 설명하는 이 분야를 진화발생생물학(evo-devo)이라고 합니다.

교과서적인 사례가 큰가시고기입니다. 바다에 살던 집단은 배지느러미 가시가 크지만, 호수에 갇힌 여러 집단에서는 이 가시가 독립적으로 줄어들었어요. 원인을 추적해 보니 Pitx1 단백질 자체가 망가진 게 아니라, 그 유전자를 배 쪽에서 켜주던 조절 부위가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유전자는 그대로 두고 스위치만 바꿔 몸의 한 부분을 지운 셈이죠.

쌤 한마디 — 새 형질이 생기려면 새 유전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진화는 대체로 있는 부품을 다르게 쓰는 쪽으로 갑니다. 유전자 자체를 바꾸면 그 유전자가 하는 모든 일이 한꺼번에 흔들리지만, 조절 부위 하나만 바꾸면 특정 시기·특정 부위에서만 효과가 납니다. 부작용이 적은 쪽이 살아남기 유리했겠죠. 조절 서열의 변화가 진화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정리하면

유전체 비교는 비교하는 두 종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답해주는 질문이 다릅니다. 먼 종끼리는 보존된 것이 눈에 띄어 생명의 공통 조상과 핵심 기능을 알려주고, 가까운 종끼리는 달라진 자리가 보여 그 종만의 특징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려주며, 같은 종 안에서는 개인 간 변이가 질병 연구로 이어집니다. 유전체 크기와 유전자 수가 생물의 복잡성과 깔끔하게 비례하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에요 — 중요한 건 부품 개수가 아니라 그 부품을 조합해 쓰는 방식이니까요.

여기까지가 3단원의 마지막 개념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계속 "공통 조상에서 갈라졌다", "보존됐다", "선택을 받았다"는 말을 별 설명 없이 써왔습니다. 도대체 그 갈라짐과 선택은 어떤 원리로 일어나는 걸까요. 다음 4단원 Ch.21에서는 다윈이 이 질문에 어떻게 답했는지, 그리고 자연선택이라는 논리가 정확히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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