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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류와 사람 — 분해자, 병원체, 그리고 쓸모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챕터를 닫는 글입니다. 그런데 시작은 질문 하나로 하겠습니다. 수업에서 던지면 꽤 오래 생각하는 질문이에요.

숲에 가면 낙엽이 발목까지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 정도에서 멈춥니까?

숲은 수천 년 동안 매년 낙엽을 떨어뜨렸습니다. 단순히 쌓였다면 지금쯤 수십 미터 두께여야 하죠. 그런데 숲 바닥의 낙엽층은 몇 센티미터에서 몇십 센티미터 수준입니다. 쌓이는 속도와 사라지는 속도가 거의 맞춰져 있다는 뜻입니다.

그 '사라지는 쪽'의 주력이 균류입니다. 이 글은 거기서 출발해서, 균류가 일으키는 문제와 균류로 사람이 하는 일까지 갑니다.

분해자로서 — 리그닌을 깰 수 있다는 것

균류가 생태계에서 하는 가장 큰 일은 분해입니다. 그런데 "분해자는 세균도 있는데 왜 균류가 특별한가"를 짚어야 합니다. 이유가 두 가지 있어요.

첫째, 균사체가 단단한 물질 속으로 파고들 수 있습니다. 세균은 표면에서 작용하는데, 균류는 균사를 나무 조직 내부로 밀어 넣습니다. 첫 글에서 본 끝에서 자라는 균사가 여기서 위력을 발휘해요. 먹이 덩어리 안으로 들어가 거기서 효소를 뿌리고 분해하는 겁니다.

둘째가 결정적입니다.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습니다.

리그닌이 무엇인지 떠올려 보죠. 관다발식물 편에서 봤듯, 식물이 키를 키우기 위해 세포벽에 채워 넣은 물질입니다. 목재의 단단함이 거기서 나와요. 그런데 리그닌은 구조가 불규칙하고 복잡해서 분해가 아주 어렵습니다. 셀룰로스는 같은 당이 규칙적으로 이어진 사슬이라 그 결합만 끊는 효소가 들을 수 있는데, 리그닌은 그런 반복 구조가 아니에요.

이 어려운 일을 하는 주력이 담자균류 중 목재를 분해하는 무리입니다. 흔히 백색부후라 부르는 분해 유형이 리그닌을 공격하는 쪽이고, 그 결과 남은 셀룰로스 때문에 썩은 나무가 흰색을 띱니다. 숲에서 하얗게 삭아 푸석푸석해진 통나무를 본 적 있다면, 그게 이 분해의 흔적입니다.

그러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식물이 리그닌으로 만든 것은 균류가 아니면 잘 분해되지 않습니다. 식물이 지상의 바이오매스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 상당 부분이 목질이니, 균류가 없으면 탄소가 나무의 형태로 묶인 채 순환에서 빠져나갑니다.

탄소와 질소 순환에서의 자리

물질 순환 그림에서 '분해자' 화살표를 보세요. 그 화살표의 큰 부분이 균류입니다.

  • 탄소 — 유기물을 분해하며 호흡으로 CO2를 내놓습니다. 나무와 낙엽에 묶여 있던 탄소를 대기로 되돌리는 통로예요.
  • 질소 — 단백질과 핵산의 유기 질소를 분해해 암모늄 형태로 토양에 내놓습니다. 그 암모늄을 세균이 산화시켜 질산이온으로 만들고, 식물이 그걸 흡수하죠.
  • 그 밖의 양분 — 인·황 등도 유기물에서 꺼내 무기 형태로 되돌려 놓습니다. 앞 글의 균근이 그 일부를 식물에 바로 넘겨 주기도 합니다.

여기서 꼭 구분해 둘 것이 있습니다. 질소고정은 균류의 일이 아닙니다. 대기의 질소 기체를 암모니아로 바꾸는 일은 일부 원핵생물만 할 수 있어요. 균류가 하는 건 이미 생물 안에 들어와 있는 유기 질소를 다시 무기물로 되돌리는 일입니다. 들여오는 쪽은 세균, 되돌리는 쪽은 균류와 세균. 이 역할 구분은 서술형에서 그대로 점수가 됩니다.

쌤 한마디 — 재미있는 가설 하나 소개할게요. 석탄기에 식물 유체가 대량으로 쌓여 석탄층이 됐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당시 리그닌을 효과적으로 분해하는 균류가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제시됐습니다. 분해자가 따라붙지 못한 사이에 탄소가 땅에 묶였고, 그게 지금 우리가 태우는 석탄이라는 이야기죠. 매력적인 가설이지만 논쟁이 있습니다 — 당시의 습지 환경과 빠른 매몰이 더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반론이 있고, 리그닌 분해 능력의 등장 시점 추정에도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세특에 쓸 때는 "한 가설로 제시되며 이견이 있다"고 명시하세요. 그렇게 쓰면 오히려 공부를 제대로 했다는 신호가 됩니다.

식물 병원체 — 농업의 가장 큰 상대

이제 문제를 일으키는 쪽입니다. 그리고 규모가 생각보다 큽니다. 식물병의 상당수가 균류 때문이고, 그 비율이 80% 수준으로 제시됩니다.

왜 식물이 균류에게 그렇게 취약할까요. 이유를 뜯어보면 균류의 특징이 그대로 나옵니다.

  • 포자가 공기로 멀리 퍼집니다. 한 밭에서 생긴 병이 바람으로 다음 밭에 갑니다.
  • 균사가 조직 속으로 파고듭니다. 표면 방어를 뚫고 내부로 들어가요.
  • 흡기로 세포에서 직접 빼 갑니다. 앞 글의 균근과 같은 구조를 공격에 씁니다.
  • 단일 품종을 넓게 심는 농업 방식이 포자에게 최적 조건입니다. 유전적으로 같은 식물이 빽빽하게 이어져 있으면, 하나를 뚫은 병원체가 나머지 전부를 뚫습니다.

마지막 항목이 중요합니다. 병의 규모는 병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작물의 유전적 균일성 문제이기도 합니다. 속씨식물 단원에서 작물의 품종 개량을 다뤘는데, 수확량을 위해 균일하게 만든 선택이 병에는 약점이 된다는 교환 관계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봅시다.

  • 밀 녹병 — 담자균류가 일으킵니다. 잎과 줄기에 녹슨 것 같은 반점이 생기고, 심하면 수확량이 크게 떨어집니다. 밀 재배 지역에서 가장 오래 추적되어 온 병 중 하나이고, 저항성 품종을 만들면 병원균 쪽에서 그 저항성을 뚫는 계통이 나타나는 일이 반복돼 왔습니다. 농업은 이 추격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 깜부기병 — 역시 담자균류. 이삭이 검은 포자 덩어리로 바뀝니다.
  • 벼 도열병 — 자낭균류. 쌀 생산에 큰 피해를 주는 병입니다.
  • 밤나무줄기마름병·느릅나무시들음병 — 둘 다 자낭균류. 사람의 교역으로 병원균이 새 대륙에 들어가, 저항성이 없던 지역의 나무 집단이 거의 사라진 사례입니다.

마지막 항목이 생태적으로 무섭습니다. 병원체 자체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병원체가 '처음 만나는 숙주'를 만난 것이 문제입니다. 오래 함께 진화한 지역에서는 숙주 쪽에 저항성이 있어 균형이 잡혀 있었는데, 사람이 그 균형을 건너뛰어 옮긴 겁니다.

중요한 함정 — 감자역병은 균류가 아닙니다

여기서 꼭 짚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시험에도 나오고, 교양서에서도 자주 잘못 적혀 있는 부분이에요.

19세기 아일랜드의 감자 대기근을 일으킨 감자역병의 병원체는 균류가 아닙니다. 난균류에 속하는 생물이고, 계통적으로는 원생생물 쪽입니다.

왜 혼동되는지는 이해가 갑니다. 균사 같은 실 모양으로 자라고, 포자로 퍼지고, 체외소화로 흡수하고, 식물에 흡기를 뻗습니다. 겉모습과 생활 방식이 균류와 거의 같아요.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구분균류난균류
세포벽키틴주로 셀룰로스계
생활사의 핵상대부분 n대부분 2n
계통후편모생물 — 동물과 가깝다갈조류·규조류 등과 가까운 별개 계통

이게 수렴진화의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전혀 다른 두 계통이 "흡수로 먹고 살며 식물에 기생한다"는 같은 문제를 풀면서 비슷한 몸을 만든 것이죠. 공유파생형질 편에서 겉모습의 유사성이 계통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균사처럼 생긴 것은 균사일 뿐, 균류의 증명서가 아닙니다.

곰팡이독소 — 먹지 않아도 문제가 됩니다

균류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또 하나의 경로는 독소입니다. 감염이 아니라 중독이라는 점이 포인트예요.

  • 아플라톡신 — 특정 누룩곰팡이류가 만듭니다. 땅콩·곡물이 습한 조건에서 보관될 때 생길 수 있고, 강한 간 독성과 발암성이 알려져 있습니다. 식품 보관에서 습도 관리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 에르고트 독소 — 자낭균류가 호밀 같은 곡물의 이삭에 감염해 만드는 물질입니다. 이 곡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혈관 수축, 경련, 환각 등이 나타납니다. 중세 유럽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한 중독 사건들이 이것으로 설명되고, 이 독소에서 유래한 화합물이 나중에 의약품과 환각제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 독버섯의 독소 — 독우산광대버섯류가 가진 아마톡신 계열 물질은 소량으로도 간과 신장에 치명적입니다. 그리고 가열해도 분해되지 않습니다.

독버섯 쪽에 하나 강하게 덧붙이고 싶습니다. 식용 버섯과 독버섯을 겉모습으로 구별하는 믿을 만한 일반 규칙은 없습니다. "색이 화려하면 독", "벌레가 먹었으면 안전", "은수저가 변색되면 독" 같은 말은 전부 근거가 없고, 실제 사고의 상당수가 식용 버섯과 비슷하게 생긴 독버섯을 오인한 경우입니다. 야생 버섯은 채취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균류

균류 감염은 대부분 심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피부와 점막의 방어, 그리고 선천면역이 대체로 막아 냅니다. 그래서 흔한 균류 감염은 주로 표면에서 일어납니다.

  • 무좀·백선 — 피부·머리카락·발톱의 케라틴을 분해해 먹고 사는 균류가 일으킵니다. 발가락 사이처럼 습하고 통풍이 안 되는 곳에서 잘 생기는 이유가 분명하죠. 균류에게 필요한 조건이 수분이니까요. 치료와 예방에서 건조가 강조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 칸디다증 — 사람의 점막에 평소에도 살고 있는 효모가 과하게 늘어날 때 생깁니다. 항생제로 정상 세균 집단이 흔들리거나 면역이 떨어졌을 때 문제가 되는 기회감염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항생제 편에서 다룬, 정상 미생물 집단이 자리를 차지해 다른 미생물을 막는 역할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 전신 감염 — 면역이 크게 저하된 환자에게서 폐나 전신으로 번지는 심각한 균류 감염이 발생합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드물지만, 일단 생기면 치료가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왜 균류 감염은 치료가 어려운가

이 질문이 이 챕터 전체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연결입니다. 답이 첫 글의 결론에 들어 있어요.

항생제 편에서 약이 듣는 조건을 선택독성으로 정리했습니다. 세균에는 있고 사람에게는 없는 표적을 때려야 한다는 것. 세균은 그 조건을 만족시키기 쉬웠습니다. 세포벽이 있고, 리보솜 구성이 다르고, 사람에게 없는 대사 경로를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균류는 어떻습니까. 균류는 진핵생물입니다. 핵이 있고, 미토콘드리아가 있고, 리보솜과 세포주기와 대사 경로가 사람과 상당히 닮았습니다. 게다가 계통적으로 식물보다 동물에 가깝죠.

그래서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균류를 죽이는 약은 사람 세포도 건드릴 위험이 높습니다. 쓸 수 있는 표적의 목록이 애초에 짧아요. 항균제의 종류와 비교하면 항진균제의 선택지가 좁고, 부작용 문제가 더 자주 거론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 짧은 목록 중 실제로 쓰이는 것 하나를 보죠. 균류의 세포막에는 에르고스테롤이라는 스테롤이 들어 있는데, 사람의 세포막에는 대신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습니다. 많은 항진균제가 바로 이 차이를 공격합니다 — 에르고스테롤을 만드는 경로를 막거나 에르고스테롤에 직접 결합해 막을 망가뜨리는 방식이죠.

그리고 세포벽의 성분 차이도 표적이 됩니다. 사람에게는 세포벽이 없고 균류에는 있으니까요. 앞 글들에서 "세포벽이 있는 게 균류를 식물로 착각하게 만든다"고 했던 그 특징이, 여기서는 치료의 단서가 됩니다.

쌤 한마디 — 이 연결은 세특 글감으로 아주 강력합니다. "항생제가 세균에 잘 듣는 이유와 항진균제의 선택지가 좁은 이유는 같은 원리의 양면이다 — 선택독성은 병원체와 숙주의 계통적 거리에 의존하기 때문이다"라고 쓰면, Ch.27의 선택독성과 Ch.31의 계통 위치를 하나로 묶은 글이 됩니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그렇다면 바이러스는 왜 또 다른 문제인가"까지 붙이면, 계통적 거리라는 축 하나로 세균·균류·바이러스의 치료 난이도를 설명하는 구조가 완성됩니다. 단원을 가로질러 하나의 원리로 꿰는 글은 읽는 사람이 바로 알아봅니다.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균류

최근 수십 년 사이에 균류가 야생 동물 집단에 큰 피해를 준 사례들이 보고됐습니다. 이쪽은 규모가 커서 따로 다룰 만합니다.

  • 양서류 항아리곰팡이병 — 병꼴균류에 속하는 균이 양서류의 피부에 감염합니다. 양서류는 피부로 호흡하고 물·이온 교환을 하기 때문에 피부 기능이 망가지면 치명적이에요. 이 병은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개구리 개체 수의 급감과 일부 종의 소멸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됐고, 양서류에게 역사상 가장 큰 질병 피해 사례 중 하나로 다뤄집니다. 도롱뇽류를 주로 감염시키는 근연 종도 뒤이어 확인됐습니다.
  • 박쥐 흰코증후군 — 자낭균류가 동면 중인 박쥐의 코와 날개에 감염합니다. 동면 중 자주 깨어나 저장한 에너지를 소진하게 만드는 것으로 설명되고, 북미에서 박쥐 개체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을 보세요. 사람이나 물자의 이동으로 병원체가 새 지역에 들어갔고, 그 지역 숙주에게 저항성이 없었습니다. 앞서 식물병에서 본 구조와 똑같습니다. 종간 상호작용에서 숙주와 기생체가 함께 진화하며 균형을 잡는다고 배웠는데, 사람이 그 함께 진화한 역사를 건너뛰어 둘을 만나게 하면 균형이 없는 상태로 만남이 시작됩니다. 생물다양성 보전에서 검역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낙엽과 목재를 분해해 탄소와 질소를 되돌리는 분해자로서의 역할, 식물과 사람과 야생동물을 치는 병원체로서의 얼굴, 그리고 발효와 항생제와 연구 도구로서의 쓸모를 나란히 놓은 그림

같은 무리가 분해자이면서 병원체이면서 도구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이제 쓸모 — 발효부터 시작합니다

방향을 바꿉시다. 균류는 사람이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써 온 미생물입니다. 그리고 그 출발은 효모 하나예요.

빵과 술을 생각해 보세요. 같은 효모가 같은 반응을 하는데, 사람이 다른 산물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효모는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 당을 분해해 에탄올과 CO2를 함께 내놓습니다.

  • 빵 — 반죽 안에서 생긴 CO2가 기포를 만들어 반죽을 부풀립니다. 에탄올은 굽는 동안 날아갑니다. 기체를 쓰는 것.
  • 술 — 액체에 남은 에탄올을 씁니다. CO2는 빠져나가거나, 탄산이 있는 술에서는 그걸 가둬 둡니다. 알코올을 쓰는 것.

같은 생물의 같은 대사에서 두 산물 중 어느 쪽을 쓸지만 달라도 빵과 술로 갈립니다. 발효를 배울 때 이 예를 들면 반응식이 훨씬 잘 외워집니다.

그리고 발효는 효모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 치즈 — 푸른곰팡이류를 쓰는 블루치즈, 흰 곰팡이로 표면을 덮는 치즈처럼, 균류가 숙성 중에 지방과 단백질을 분해해 향과 질감을 만듭니다. 균류의 체외소화를 사람이 음식에 끌어다 쓰는 셈이죠. 첫 글에서 본 "효소를 밖으로 내보낸다"는 특징이 식품 가공의 원리가 된 겁니다.
  • 간장·된장·막걸리 — 누룩곰팡이류가 곡물의 녹말과 단백질을 분해해 당과 아미노산을 내놓고, 그 당을 효모가 발효합니다. 한국·동아시아 발효식품의 핵심 생물이 균류예요. 메주와 누룩은 사실상 균류를 배양하는 배지입니다.
  • 식용 버섯 — 느타리·팽이·양송이 등 재배 버섯은 톱밥이나 볏짚 같은 농업 부산물에서 키울 수 있습니다. 사람이 못 먹는 셀룰로스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단백질로 바꿔 주는 셈이죠.

의약품 — 균류가 내놓은 세 가지

균류가 만드는 화학물질은 종류가 많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첫 글에서 짚었듯 균류는 효소를 몸 밖으로 뿌려 놓고 분해 산물을 흡수하는데, 그 산물을 주변 세균이 먼저 가져갈 수 있어요. 그래서 경쟁 상대를 억제하는 물질을 함께 내보냅니다. 사람에게 유용한 약물 상당수가 이 경쟁의 산물입니다.

  • 페니실린 — 푸른곰팡이에서 왔습니다. 1928년 플레밍이 배양 접시에 생긴 푸른곰팡이 주변에서 세균이 자라지 못한 것을 관찰한 게 출발이었죠. 작용 방식은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막는 것입니다. 균류가 세균을 억제하기 위해 만든 물질을 사람이 세균 감염 치료에 쓰는 구조예요.
  • 시클로스포린 — 토양 균류에서 분리된 물질로, 면역 반응을 억제합니다. 장기이식 후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데 쓰이며 이식 의학의 성적을 크게 바꿔 놓았습니다.
  • 스타틴 계열 — 콜레스테롤 합성 경로의 효소를 억제하는 약물 중 초기 물질이 균류에서 발견됐습니다. 지금은 가장 널리 처방되는 약물군에 들어갑니다.

세 가지의 성격이 서로 전혀 다른 게 흥미롭습니다. 항생제, 면역억제제, 대사 조절 약물. 균류가 만들어 내는 화합물의 폭이 그만큼 넓다는 뜻이고, 그래서 지금도 새로운 균류에서 약물 후보를 찾는 연구가 계속됩니다.

효모 — 실험실의 주인공

마지막으로 연구 쪽입니다. 효모는 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모델 생물 중 하나입니다.

왜 그런지 조건을 보면 납득이 갑니다.

  • 진핵생물입니다. 핵·미토콘드리아·소포체 같은 세포기관이 있고, 세포주기와 유전자 발현 조절 방식이 사람과 상당히 공유됩니다. 세균으로는 연구할 수 없는 진핵세포의 문제를 다룰 수 있어요.
  • 단세포이고 빨리 자랍니다. 몇 시간 단위로 세대가 돌아가고, 배양이 쉽고 값이 싸며, 윤리적 제약이 적습니다.
  • 유전학을 하기 좋습니다. 반수체 상태로 키울 수 있어 돌연변이의 효과가 가려지지 않고 바로 드러납니다. 앞 글에서 본 "균류는 n으로 산다"는 특징이 연구 도구로서의 장점이 된 겁니다.
  • 유전체가 작습니다. 진핵생물 중 처음으로 전체 유전체 서열이 밝혀진 것이 효모였습니다(1996년).

그 결과가 실제 성과로 나왔습니다. 세포주기를 조절하는 유전자와 단백질을 찾아내는 연구가 효모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거기서 밝혀진 조절 장치가 사람에게도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암 연구와 직접 연결됐습니다. 빵 반죽을 부풀리는 생물에서 사람의 세포주기를 알아낸 셈입니다.

그 밖에도 효모는 유용한 단백질을 생산하는 세포로 쓰이고, 산업에서는 균류로 구연산 같은 유기산과 세제·식품 가공용 효소를 대량 생산합니다. 균사체를 틀에 키워 포장재나 소재로 쓰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어요. 분해 능력을 '물건을 만드는 능력'으로 돌려 쓰는 발상입니다.

여기서 제일 많이 틀립니다

  • 감자역병의 병원체를 균류로 쓴다 — 오늘의 1번입니다. 난균류이고 계통적으로 원생생물 쪽입니다. 세포벽이 키틴이 아니고 생활사의 핵상도 주로 2n입니다. 균류와 닮은 것은 수렴진화입니다.
  • 균류가 질소고정을 한다고 쓴다 — 질소고정은 일부 원핵생물만 합니다. 균류는 유기 질소를 분해해 암모늄으로 되돌리는 쪽입니다.
  • 리그닌 분해를 세균의 일로 쓴다 — 목재의 리그닌을 분해하는 주력은 담자균류입니다. 이게 균류가 분해자로서 특별한 이유예요.
  • 항진균제가 항생제처럼 많고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다 — 균류는 진핵생물이라 사람과 표적이 겹칩니다. 선택독성을 확보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 무좀을 세균 감염으로 쓴다 — 피부의 케라틴을 분해하는 균류 감염입니다. 그래서 항생제가 아니라 항진균제를 씁니다.
  • 독버섯을 가열하면 안전해진다고 생각한다 — 아마톡신 계열 독소는 가열로 분해되지 않습니다. 겉모습으로 식용 여부를 가리는 믿을 만한 규칙도 없습니다.
  • 페니실린을 세균이 만든 물질로 쓴다 — 푸른곰팡이, 즉 균류가 만듭니다. 세균을 억제하는 물질을 균류가 만든 것이고, 표적은 세균의 세포벽입니다.
  • 효모가 빵과 술에서 다른 반응을 한다고 쓴다 — 같은 발효입니다. 산물인 CO2와 에탄올 중 사람이 어느 쪽을 쓰는지가 다를 뿐입니다.
  • 균류를 전부 해로운 것으로 본다 — 분해자로서 물질 순환을 닫고, 균근으로 식물을 먹여 살리고, 발효·의약품·연구의 기반입니다. 병원성 종은 전체 중 일부입니다.

정리하면 — 그리고 챕터 전체를 되감으면

균류는 생태계의 주요 분해자입니다. 균사가 조직 속으로 파고들고, 무엇보다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어서 목질에 묶인 탄소를 순환으로 되돌립니다. 유기 질소도 암모늄으로 되돌려 놓습니다. 다만 질소고정은 균류의 일이 아닙니다.

식물병의 상당수가 균류 때문이고, 공기로 퍼지는 포자와 조직에 파고드는 균사, 그리고 작물의 유전적 균일성이 겹쳐 피해가 커집니다. 밀 녹병·깜부기병·도열병이 대표적이고, 감자역병은 균류가 아니라 난균류입니다.

사람에게는 주로 표면 감염(무좀·칸디다증)을 일으키고, 면역이 저하되면 심각해집니다. 균류가 진핵생물이라 사람과 표적이 겹치기 때문에 항진균제의 선택지가 좁습니다 — 선택독성이 계통적 거리에 의존한다는 원리의 반대쪽 사례예요. 에르고스테롤과 세포벽이 그 좁은 표적의 예입니다. 그리고 항아리곰팡이병과 박쥐 흰코증후군처럼, 사람이 옮긴 균류가 야생 집단을 위협한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쓸모 쪽은 넓습니다. 효모의 발효가 빵과 술을, 누룩곰팡이와 푸른곰팡이가 간장·된장·치즈를 만듭니다. 페니실린·시클로스포린·스타틴이 균류에서 왔고, 효모는 진핵세포 연구의 중심 모델 생물로 세포주기 연구의 길을 열었습니다.

이것으로 Ch.31이 끝났습니다. 다섯 편이 하나의 줄기였어요. 키틴 세포벽과 흡수영양이 균류의 몸을 실의 그물로 만들었고(표면적!), 세포질융합과 핵융합의 분리가 n+n이라는 독특한 상태를 만들었고, 그 유성 구조의 차이가 무리를 가르는 기준이 됐습니다. 그리고 균근과 지의류에서 균류가 맺은 두 동맹이 식물의 육상 진출과 1차 천이의 출발점에 놓여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오늘은 그 모든 것이 생태계와 사람의 생활에서 무엇을 하는지 봤습니다.

이 챕터에서 계속 배경으로만 등장한 쪽이 있습니다. 균류와 같은 후편모생물로 묶이는, 세포벽을 버리고 삼키는 쪽을 택한 계통 말입니다. 다음 챕터는 그쪽이 주인공입니다. 세포벽을 포기한 대가로 움직일 수 있게 된 생물들이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몸을 만들었는지가 거기서 가장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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