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것은 집단이다 — 소진화와 변이의 근원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앞 챕터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집단의 비율이 변한다"고 말한 순간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고요. 그 비율은 무엇으로 재고, 언제 변하고 언제 변하지 않는가. 이 챕터가 그 답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진화는 말이 아니라 숫자로 다뤄집니다. 생명과학Ⅱ에서 계산 문제가 나오는 거의 유일한 진화 단원이 이 챕터이고, 그 계산의 토대가 되는 개념들을 이 글에서 먼저 정확하게 세워 두겠습니다.
소진화의 정의 — 한 문장을 정확히 외우세요
소진화(microevolution)는 이렇게 정의됩니다.
"세대를 거치며 집단 내 대립유전자 빈도가 변하는 것"
짧지만 이 안에 세 개의 못이 박혀 있습니다. 하나씩 뽑아 보죠.
- 세대를 거치며 — 진화는 시간축 위의 변화입니다. 한 시점의 스냅숏만 보고는 진화 여부를 말할 수 없어요. 반드시 전 세대와 다음 세대를 비교해야 합니다.
- 집단 내 — 변화가 일어나는 무대는 집단입니다. 개체가 아니라요.
- 대립유전자 빈도 — 변하는 것은 개체의 겉모습이 아니라 비율입니다. 그것도 유전되는 것의 비율이요.
여기서 앞 글에서 다뤘던 오해가 다시 등장합니다. 가장 큰 오해 하나를 지금 확실히 못 박고 가겠습니다.
가장 많이 틀리는 지점 ① — 개체는 진화하지 않습니다
"이 나방이 환경에 맞춰 진화했다"는 문장은 틀렸습니다. 나방 한 마리는 태어날 때 받은 유전자로 살다가 죽습니다. 살면서 자기 대립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어요.
바뀌는 것은 집단의 구성비입니다. 밝은 나방이 어두워진 게 아니라, 어두운 개체가 남긴 자손이 더 많아서 다음 세대 집단에서 어두운 쪽의 비율이 올라간 겁니다. 개체는 선택의 대상이고, 진화하는 것은 집단입니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하냐면, 이걸 놓치면 뒤에 나오는 모든 계산이 말이 안 되기 때문이에요. 빈도는 집단에서만 정의되는 양입니다. 한 개체의 대립유전자 빈도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집단유전학은 집단(population)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 서로 교배해 생식 능력 있는 자손을 낳는, 같은 종의 개체들의 무리. 핵심은 "서로 교배한다"는 부분이에요. 교배가 오가야 유전자가 섞이고, 섞이는 범위가 곧 진화가 측정되는 단위가 됩니다. 실제로는 집단끼리 완전히 단절되는 경우는 드물고, 가장자리에서 조금씩 겹치면서 밀도가 높은 중심부와 성긴 주변부로 나뉘는 형태가 흔합니다.
가장 많이 틀리는 지점 ② — 형질 변이와 유전적 변이는 다릅니다
이게 이 글의 진짜 핵심입니다. 집단 안의 개체들은 서로 다르게 생겼습니다. 키도 다르고 색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죠. 이 눈에 보이는 차이를 형질 변이라고 합시다.
그런데 형질 변이가 전부 진화의 재료가 되는 건 아닙니다. 형질 변이에는 두 가지 출처가 섞여 있거든요.
| 구분 | 원인 | 자손에게 전달되는가 | 진화의 재료인가 |
|---|---|---|---|
| 유전적 변이 | 유전자형의 차이 | 전달된다 | 된다 |
| 환경에 의한 변이 | 영양·온도·빛·운동 등 환경 | 전달되지 않는다 | 되지 않는다 |
같은 씨앗에서 나온 식물이라도 햇빛이 잘 드는 쪽이 더 크게 자랍니다. 사람도 운동을 열심히 한 쪽의 근육이 굵죠. 이 차이는 분명 형질의 차이지만 유전자형의 차이가 아니고, 따라서 자손에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선택이 붙잡을 수 있는 것은 형질 변이 전체가 아니라 그중 유전되는 부분뿐입니다. 이 지점이 바로 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유전이 성립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해요. 환경이 만든 변이는 대립유전자 빈도를 건드리지 못합니다.
실제 형질 대부분은 이 둘이 섞여 있습니다. 사람의 키가 대표적이죠. 여러 유전자가 함께 관여하면서 영양 상태 같은 환경도 겹쳐 작용하기 때문에, 집단 안에서 키는 몇 개의 칸으로 딱 갈라지지 않고 연속적인 분포를 그립니다. 반면 혈액형처럼 소수의 유전자좌가 지배하는 형질은 불연속적인 몇 개의 범주로 나타나요. 연속적이냐 불연속적이냐는 유전되느냐 아니냐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키는 연속적이지만 유전성이 분명히 있습니다.
변이는 어디서 오는가 ① — 돌연변이
이제 진짜 질문입니다. 집단 안의 유전적 변이는 애초에 어디서 생겼을까요?
근원은 단 하나, 돌연변이입니다. 새로운 대립유전자를 만들어 내는 유일한 과정이에요. 이 문장은 그대로 외워도 좋습니다.
- 점돌연변이 — DNA 염기 하나가 바뀌는 것. 이 작은 변화 하나가 단백질의 아미노산을 바꾸고, 기능을 바꾸기도 합니다. 다음 글들에서 계속 등장할 겸형적혈구 대립유전자가 바로 염기 하나 차이에서 나왔어요.
- 염색체 수준의 변화 — 결실·중복·역위·전좌처럼 큰 덩어리가 움직이는 것. 대개는 해롭지만, 그중 유전자 중복은 진화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같은 유전자가 두 벌 생기면 한 벌이 원래 기능을 유지하는 동안 다른 한 벌은 자유롭게 변할 수 있거든요. 새로운 기능이 만들어지는 통로가 여기서 열립니다.
여기서 꼭 짚어야 할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돌연변이는 무작위로 일어납니다. "필요한 돌연변이가 생긴다"는 말은 틀렸어요. 항생제가 뿌려졌다고 해서 세균이 저항성 돌연변이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이미 무작위로 생겨 있던 저항성 개체가 살아남는 겁니다. 돌연변이는 방향을 모르고, 방향을 주는 것은 그다음에 오는 선택이에요.
둘째,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해롭거나 아무 효과가 없습니다. 이미 잘 작동하는 유전체를 무작위로 건드리면 나빠질 확률이 훨씬 높으니까요. 그래서 개별 돌연변이의 빈도는 아주 낮습니다. 다만 유전체 전체에 걸쳐, 집단 전체의 모든 개체에서, 아주 긴 시간 동안 누적되면 집단이 가진 변이의 총량은 상당해집니다.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하나 있어요. 사람이나 다른 다세포 진핵생물의 경우, 한 세대 안에서 돌연변이가 대립유전자 빈도를 눈에 띄게 바꾸지는 못합니다. 세대가 길고 돌연변이율이 낮으니까요. 반대로 세대가 짧은 원핵생물이나 유전체가 작고 복제 정확도가 낮은 바이러스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하루에도 여러 세대가 돌아가니 돌연변이만으로도 집단의 구성이 빠르게 바뀌어요. 항생제 내성균이나 독감 바이러스의 변이가 빠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변이는 어디서 오는가 ② — 유성생식에 의한 재조합
그럼 사람처럼 세대가 긴 생물은 변이가 부족할까요? 아닙니다. 다른 공급원이 있어요. 유성생식입니다.
유성생식은 매 세대 기존 대립유전자를 새로운 조합으로 섞습니다. 세 가지 방식이 동시에 작동해요.
- 감수분열 중 교차 — 상동염색체끼리 조각을 맞바꿔, 한 염색체 위에 원래 없던 대립유전자 조합이 만들어집니다.
- 상동염색체의 독립적 분리 — 감수분열 중기에 상동염색체 쌍이 어느 쪽으로 늘어설지가 쌍마다 독립적으로 정해집니다. 독립의 법칙이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자리예요.
- 무작위 수정 — 수많은 종류의 정자 중 하나와 난자 중 하나가 만납니다. 곱의 법칙으로 계산해 보면 이 단계만으로도 가능한 조합의 수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납니다.
가장 많이 틀리는 지점 ③ — 재조합은 새 대립유전자를 만들지 않습니다
시험에서 이걸 묻습니다. 정확히 구분하세요.
| 돌연변이 | 유성생식(재조합) | |
|---|---|---|
| 하는 일 | 없던 대립유전자를 새로 만든다 | 있던 대립유전자를 새로 조합한다 |
| 변이의 종류 | 대립유전자 자체가 늘어난다 | 유전자형의 조합이 늘어난다 |
| 속도 | 느리다 (세대가 짧으면 빠름) | 매 세대 즉시 |
| 비유 | 카드 한 장을 새로 인쇄한다 | 가진 카드를 다시 섞는다 |
둘 다 필요합니다. 돌연변이만 있고 재조합이 없으면 좋은 대립유전자들이 한 개체에 모이기까지 오래 걸리고, 재조합만 있고 돌연변이가 없으면 언젠가 섞을 카드가 바닥납니다. 돌연변이가 재료를 공급하고, 유성생식이 그 재료로 매 세대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냅니다.
쌤 한마디 — 이 단원에서 학생들이 제일 자주 하는 실수가 "진화했다"를 개체에 붙이는 겁니다. 저는 답안에서 이 문장이 보이면 무조건 잡아요. 습관을 하나 들이시면 좋겠습니다. "진화했다"는 말을 쓸 때마다 주어가 집단인지 확인하기. "이 개체군에서 어두운 색 대립유전자의 빈도가 높아졌다" — 이렇게 쓰면 절대 틀리지 않습니다. 길어 보여도 이게 정확한 문장이고, 채점자는 길이가 아니라 정확도를 봅니다.

개체는 그대로인데 집단의 빈도만 바뀐다 — 그게 진화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정리하면
소진화는 세대 간 집단 내 대립유전자 빈도의 변화입니다. 개체는 진화하지 않고 집단이 진화해요. 눈에 보이는 형질 변이 중 유전되는 부분만 진화의 재료가 되고, 환경이 만든 변이는 자손에게 전달되지 않아 빈도를 바꾸지 못합니다.
유전적 변이의 궁극적 근원은 돌연변이뿐이고, 여기에 유성생식의 재조합이 더해져 매 세대 새로운 유전자형 조합이 만들어집니다. 돌연변이는 새 대립유전자를 만들고, 재조합은 있는 것을 섞습니다.
이제 재료는 갖춰졌습니다. 다음 질문은 이겁니다. 빈도라는 걸 실제로 어떻게 계산하고, 변하지 않는다면 그건 어떤 모습일까요? 다음 글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에서 진화의 기준선을 세웁니다. 이 챕터의 계산 문제는 전부 거기서 나옵니다. 앞 챕터를 아직 안 보셨다면 다윈과 자연선택부터 읽고 오시길 권합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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